[제주도] 제주도 사람들

제주는 뜻하지 않게 나와 인연이 깊어진 곳이다.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갔던 곳이기도 하고
대학교 1학년 때 대략 열흘동안 곳곳을 거치면서 제주도 한 바퀴를 돌기도 했다.
그래도 그 때는 관광지는 많이 간다 해도
스쳐 지나간다 하는 느낌밖에 없었지만…
이 후, 조금 늦게 간 군대 2년을 제주도에서 지내게 되었기 때문에… 말이다.
뭐 부대에 갇혀 있으면, 어디 있건 그게 뭐 다 그거랴 하겠지만…

난 그냥 아무것도 없이 논산훈련소로 갔으나
전경으로 빠졌을 뿐이고
제주경찰서로 빠졌을 뿐이고
제주경찰서에서 또 검문소로 빠졌을 뿐이었기 때문에(?) ㅋㅋㅋ

군대 간 녀석 치고 상대적으로
외부세계(?)와 표면적이 넓을 수 있었다.

우선 검문소 근무가 교통 및 단속 그리고 관광안내 등의 업무이기 때문에
민원인들을 상대로 해야 했으니…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밖에 없었으며
뭐 검문소 초소장 및 관활 파출소 직원들도 매일같이 볼 수밖에 없었고

좁아터진 검문소(제주 경찰서 소속 초소 중 최악의 시설을 자랑했다)에서 먹고, 자고, 싸고(?)를 다 해야 하는 대략 6명의 대원들은
시설부족으로 인해 밖으로 안 나갈래야 안 나갈수가 없게 되어 있었다.

냉장고가 너무 작아서 매일 아침마다 근처 마트로 장을 봐와야만 했고
조그만한 공터도 하나 없었기 때문에, 뜀박질이라도 하려면 멀리 갔다 와야 하고
뭐 등등…

그래서 나는 대담하게 정말 여기저기 나다녔다.
뜀박질만 한다고 뻥치고, 관할구역 넘어서 있는 해수욕장 및 다른 섬(도로로 연결되어 있는)에도 들어가보고,
도서관도 정기적으로 다니면서 책 빌려다 보고,
시내에 있는 치과도 다니면서 밀려 있던 것들 모두 해치우고(?),
주말에는 토익시험도 보고
말년에는 운전면허 학원도 다니고
오오~ 진정 많은 걸 했구나~ ㅋㅋ 등등등

아, 군대얘기를 너무 많이 했다.
암튼 제주.

제주의 그 수 많은 관광지를 다 열거하면서 말할 순 없다.
그저 다들 하는 얘기로 “우도”가 제일 좋다고 하는 것… 나도 동감한다 ㅋ
그리고 뭐 한 바퀴 자전거나, 스쿠터로 돌면 괜찮다는 것… 나도 동감한다 ㅋ

내가 제주에게 특히나 인상깊었던 것은
그 이국적인 정취 속의
섬 사람들이었다. 제주도민들.

끝 억양을 희안하게 올리면서
끝말을 완전히 축약해서 쓰는
요상한(?) 사투리를 쓰시던 분 들은…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대체로 관광객들에게는 친절하지만
와서 살려고 하는 타지 사람에게는 무척이나 배타적이다.
거의 노골적으로 드러날 정도로 말이다.

경찰조직에서 친다하면
타지고향 사람이 제주 쪽으로 와서 산다 하면
거의 십년 넘게 산다 하여도
그 장벽을 극복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한다.
뭐 성격이 엄청나게 활달한 훈남, 훈녀라면 극복 할 지도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말이다.
어디 어디 곁다리 쳐서 들은 얘기이기보다도
이건 내가 직접 보고, 들은 것도 많으니
좀 믿어봐도 된다.

“너 육지놈이지?”
이게 거의 욕 처럼 쓰일 정도이니
토종 제주도민인가, 제주도민이 아닌가는 무지무지 중요한 사안이다.

소수의 ‘육지출신’을 배척하는 그러한 집단의 공격성은
대단히 폭력적인 것이지만
4.3항쟁 등을 비롯한 제주의 수난사를 돌이켜 보건대 그런 연유가 있구나 하고도 싶어진다.

제주는 제일 변방이라는 지리적 여건 때문에
외따로 존재하는 별개의 공간으로… 그 독립성을 어느 정도 존중받아야 함에 마땅한데
국가적 횡포와 폭압은 ‘변방이기 때문에’ 가장 잔인하고도 노골적으로 나타나왔던 것이다.
4.3 항쟁처럼 말이다….

뭐 자세한 역사는 몰라서 모르겠지만…
내가 제주도민들에게 어렴풋이 느낀 것은 그런 것이었다.

무조건 해코지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우리끼리 떵떵거리고 살아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어떤 방어기제로 작동하고 있던 텃세.

그런데.. 아직 상처가 다 아물 쯤이라고 하기엔 진상규명 문제 등의 과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조금씩 시도해봐야 될 때가 아닌가 한다.

날카로운 발톱을 맞부딪혀 부러트리고자 하기 보다는
서로 할퀴어진 상처를 쓰다음어 주는 일부터… 말이다.

아…
근데… 제주…
묘하게 그립다..
그 특유의 사투리.

대단히 유순하게 들리기도
대단히 고집있게 들리기도 한 그 묘한 사투리.

언제 다시 한 번
갈 일이 있겠지…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