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눈썹,달] 나도 아파했던가?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간다

바람이 분다 시린 한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내게는 소중했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우리 큰 누나가 이소라의 노래를 종종 부르긴 했으나, 그 우울한 노래 부르는 사람은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그 사람에게는 뭔가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곤 했는데 스물한살에서 스물두살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정말 어느날 갑자기 이소라의 노래가 들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이소라 노래가 좋다고 했고, 인기는 없어도 사람들 사이에서 좋다고 자주 오르내리는 노래들 찾아듣는 습관으로 이소라 음악을 무작정 틀어두었다.

그게 어느 겨울, 고지대에 있던 원룸형 내 자취방안에서였다.

그 때, 왜이리도 할 일이 없었을까. 잠깐의 공백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는데 갑자기 찾아온 겨울방학의 시기가 얼마나 차가웠던지 난 생각할, 생각해야할 것들을 앞두고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바쁘고 바빴던 시기. 그리고 또 바쁠 것 같은 내년.
내 젊음에 왜 그렇게 여유가 없지? 이렇게 졸업앞까지 가버리는 것은 아닐까?
언제나 한 쪽에서는 왜 군대를 가지 않느냐고 묻고, 한 쪽에선 지금 뭐하고 있는 거냐고 묻고

난 자신있게 그 무엇도 말하지 못하였고
그저 버티는 내년이 될 것 같은 두려움을 간직하면서도
내년을 간절히 기다리기도 하였고
그래서 아무 일도 없었는데도 힘들다 라고 투덜대고 싶어했던
그저 이도저도 아니면서 복잡한 겨울중이었다.

나 자신도 모를 내 자신의 기분과 인생과 젊음 때문에
그 자체의 스트레스 때문에 방 안에서 그저 잠을 자고, 깨어 있으면 이소라의 노래를 틀어두었다.

잘 모르겠던 ‘귀신같은 목소리’ 가 어느 순간 들리기 시작했는데
어쩌면 이소라의 앨범 때문에 내가 그런 상태에 휩싸여버렸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에와서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고

난 그 차디찬 젊음의 고통(?)을 이소라와 함께 어루만지고 있었던 것 같아서
기뻐했던 것 같다.

이렇게 간절한 감정이 있구나.
느낌이 있구나.

이소라의 노래에서 나오는 호소는 그때 내게
비교대상으로 위안하기 보다 ‘그녀와 마주앉아 있기’였던 것 같다.

약 한시간 동안 플레이 되는 이소라 6집을 듣고 있는동안 죽은 듯 누워있고
음악이 모두 끝나면 ‘연극이 끝난 뒤’ 의 허탈감을 또한 간직하고
또 한참을 누워있었던 그 때였으니깐.

솔직히 이소라의 앨범이 그 때 내게 분연히 일어나게 하는 의지와 치유의 효과는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소라의 앨범은 나를 지독한 늪으로 빠져들게 했다.
밖에 잘 나가지도 않고, 사람들을 잘 만나지도 않고, 연락도 잘 안하고…

그리고 후에 그 시기가 끝이 났을 때에도
기억속에 이소라의 앨범은 치유보다는 그저
깊은 감정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의미있지 않은가.
감정의 결을 어루만지며 흐르는 이소라의 목소리.

그 늪의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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