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우들은 연기가 너무 좋아서 탈이야. 원작품의 의도는 염두에도 없고 제멋대로 재주만 부리는군요. 막걸리 연극이랄까. 너무 텁텁해요. 깨끗하지 못하고 …” -전혜린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편이다.
연극을 그리 많이 봐오진 않았건만… 한국에선 배우들의 오버스러운 혹은 대단히 연극스러운 연기들로 인해 작품을 보기 보단, 연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내곤 했다.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데, 당연히 연극의 작품마다 나오는 캐릭터들은 연기자들의 ‘재주넘기’에서부터 비롯되지 않았느냐 싶다… 그리고 이러한 악순환의 일환으로…
이젠 그런 연기자들에 맞춰져서 ‘창작’ 이 되는 것 같다.
푼수떠는 오버 캐릭터와 고집 센 사람, 바보 혹은 광인 등으로 압축지어지는 해당의 캐릭터는 시종일관 절규하고 고함을 지르거나, 아님 웃어댄다. 희비의 감정선이 매우 극단적으로 그리고 매우 짧은 시간에 표출하는 캐릭터들… 현실에서 보면 조울증에 걸렸나 보다라고 생각할 만한 그런 캐릭터들이… 이젠 우리에겐 너무 익숙해져서, 연극에선 원래 이런가보다 하고 당연스레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이젠 그렇지 않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연극이라곤 거의 없으니깐.
연극 <감포사는 분이 덕이 열수>는 그런 캐릭터들의 집합이었다.
그야말로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연극을 이끌어 가는데…
아니, 인물은 왜 이렇게 많고, 극은 왜 이렇게 긴지… 그리고 몇몇 거슬리는 형식적 결함들.
* 전형적인 연극 캐릭터
여기서도 전형적으로 ‘연극에서만’ 드러나는 캐릭터가 모조리 총출동한다.
억척어멈 캐릭터, 바보 캐릭터, 주접떠는 푼수 캐릭터, 이해할 수 없는 내숭 캐릭터
현실감이 뚝뚝 떨어지지만, 우리는 그리 낯설지 않다. 이미 수없이 많은 연극에서 봐왔던 캐릭터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제 캐릭터 양식에 조금 고민을 해봐야 할 게 아닌가.
여기서도, 저기서도 볼 수 있는 캐릭터를 가지고 적당히 연기력을 선보이고, 웃음을 자아내고 그런 상투성이 좀 답답하다.
* 독백이 너무 많다.
독백은 너무나 쉬운 장치이면서도 지극히 비현실적 장치이다. 어디 영화에서 나래이션 장치를 쓴 영화 말고, 독백을 그리 많이 하던가. 보통 그리스 비극을 보아도, 오오! 하는 짧은 독백을 쓰고 인물간 충돌로 극을 진행시켜가는데, <감포…> 는 그야말로 독백 천지다. 그것은 극 자체가 갖고 있는 것이, 현재진행형 사건이 아니라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거를 보여줌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인데… 그런 ‘엄청난 과거’ 들을 독백으로 보여주면, 얼마나 재미없을까? <감포…> 에선 이런 독백을 통한 고백’ 의 맹점을 ‘단순한 과거’ 대신 복잡하게 이리 얽히고 저리 얽힌 ‘복잡한 과거’를 통해 극복하려고 했고, 고백할 때 관객의 감정선을 극도로 자극하는 형태를 통해 극복하려고 하고 있다. (독백에서도 엄청나게 고함지른다…;;)근데 이것은 또 다른 맹점이다. 감정선이 너무 극단적이라는 것과 쓸데없이 복잡한 사건들이 뒤얽혀 있다는 것.
* 감정선이 너무 극단적이다.
연극 내내, 배우들은 고함지르고, 슬퍼하고, 깔깔거리면서 웃는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자주 오락가락 하는 바람에… 나로서는 시종일관 불편했다. 왜…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에 모잘라 감정을 너무 쉽게 그리고 극단적으로 연출하는 지 말이다. 그것이 극의 주요한 전개와 필연성을 맺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슬픔과 웃음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하는 연출자의 목표가 너무 심플하고 단순하게 드러난다. 아님 복잡다나한 감정보다, 극단적인 감정 연기가 연기하기 쉬워서 그런가?
* 쓸데없이 복잡한 사건들이 뒤얽혀 있다
캐릭터의 과거만을 추적하는 것도 빡센데… 별 관련없는 인물의 사건들이 마구 등장한다. 예를들어 핵폐기장 건립 문제가 그렇고, 침 뱉는 고시생에 얽힌 사건이 그렇고, 시장통에서 야채 파는 에피소드로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그렇고… 제일 결정적이면서 치명적이었던 것은… 그 시장통 깡패들의 등장이었다. 아아 너무도 진부한 깡패들의 방해행위는… 또 너무도 신파적으로 연출된다. 왜, 도대체! 왜. 이렇게 핵심서사에 집중하지 않고, 쓸데없는 에피소드를 나열하면서, 그것도 별로 신선하지도 않은 에피소드를 나열하면서 기어이 2시간 넘는 시간을 채우는지!
왜 내용적 측면은 얘기 안하냐고?
음… 솔직히, 너무 극이 산만하기도 하고, 경주 사투리 대사를 내가 몇 개 놓쳐서 내용을 충실히 파악했는지 자신이 없다.
그런데 극의 주제라할까, 뭐 그런것은 그리 복잡하진 않다.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정도로 해두자. ㅋ
그런데 극이 너무 형식적 측면에서 중구난방이어서 핵심서사를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다.
반성하시오! ㅋ
PS:
열수 역을 한 남자배우 참 잘생겼단 말이야 ㅋㅋ
시장 아줌마 역을 한 여자배우 연기는 참 재미있었음.. 역시 오버스러운 캐릭터이지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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