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토요일

일어나보니 10시였다. 주말 치고 양호한 기상시간이었다. 그는 오늘 약속이 있었다. 씨네큐브까지 30분 정도 걸리니 준비하기에 딱 적당한 시각이었다. 출근때는 기상시간을 더 맞추기 어려웠는데, 예정된 일정이 있으니 오히려 시각을 맞추다니- 이유의 차이일까, 아니면 시간대의 차이일까- 그는 의아해하며 채비를 했다. 집을 나서는데 정말, 이제 봄, 전형적인 봄의 날씨였다. 더이상 봄인데 왜이렇게 추워, 봄인데 왜이렇게 더워- 라고 할 필요가 없는 딱, 봄의 날씨 그것이었다. 벚꽃은 만개하고 한 일주일만에 지는구나. 벚꽃의 수명은 참으로 짧구나- 라고 그는 생각했다.

씨네큐브에서 본 영화는 다소 산만했고, 진정성에도 의심이 가는 기획적인 시각이 두드러져 보였다. 에피소드는 흩어져있고, 연기톤도 다소 떠있었다고 느꼈다. 그래도 좋지 않은 영화는 아니었다. 겉핥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라는 것이 최종 감상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먹고 벚꽃을 배경으로 필름 사진 한장을 찍었다. 이렇게 또 지나가는 봄날에 사진을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요 몇년간 인물사진을 찍길 꺼렸는데 뭐 어떠랴- 앞으로 더 늙은 모습만 남아있을 터인데 하기로 했다.

그가 오후와 저녁시간을 때우는 방식은 형편없었지만 그래도 아직 주말이 다 지나간 건 아니야. 라며 해야 할 일은 일요일로 미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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