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읽는 즐거움

아직 그리 많이 읽지 않아 시집읽는 즐거움이라는
제목을 붙이기가 살짝은 민망하지만
요즘 시집에 재미를 붙인것은 사실이다.

갇혀 있는 김(?)에 좀 어려운 것들을 두고두고 보다보면
무엇이든 피가되고 살이되겠지 하는 마음에
23살, 태어나서 처음 산 시집은
기형도의 “입속의 검은 잎” 이었다.

거의 엎드려 자거나, 결석, 지각을 밥먹듣이 하면서
얼핏 들었던
어느 문학수업의 선생님이
굉장히 높은 차원의 예술성을 지닌 작가라고 이야기 했던 것도 같았고
주변에서 대명사처럼 기형도라는 인물을 흔히들 거론하기도 했던 것도 같았고
뭔가 이름부터가 특이해서 마음에 들었고
한 여러가지 심경에서
내 생전 처음 구입한 시집이 기형도의 “입속의 검은 잎” 이 되었던 것이다.

그 문학수업 선생님이 알려 준
시집읽는 요령으로는
한 구절, 한 구절 노트에 베낄것을 찾으려고 애쓰지 말고
그냥 소설 읽듯이 쭉 읽어라
라고 한 것이 생각 나
그냥 소설 읽듯이 쭉 읽었다.
한번 읽고 또 읽고
어느결에는 그냥 펼쳐서 나온 시를 읽고 읽고
그랬더니
정말

시가 내게로 온 듯 했다.

기형도의 시는
절규를 외치는 것 마저
약간의 희망을 품는 것으로 생각될만큼
처절하고, 절망적이었고,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그것을 읽는 나는
그와 나를 끊임없이 비교대조 해보게 되고
그인 척 해보기도 하고
하는 사이
읽는 순간만큼은
그가 내가 되고, 내가 그가 되는
그런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라는 것을 더 알고 싶어서
시라는 것을 더 읽고 싶어서
산 시집은 최영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 였다.

기형도의 시가 고도의 은유로 점철되어 있다면
최영미의 시는 비교적 직설적이었다
또 너무 솔직하기도 하였다

최영미의 시는 한 번 읽는 순간
시 속의 그녀가 내게로 들어오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았다

그녀의 상처와 성숙과 성찰의 고백들이
내게 정말 힘을 주었으며
나를 다시 바라보게도 했으며
나도 무엇인가를 쓰고 싶다는 갈망을 느끼게 한 것 같다.

그 리고
김선우, 김정란, 박노해, 김수영의 시집들을
그런 느낌들을 기대하며 지금 책장에 꽂아 두었다.

시라는 것.
왠지 너무 가볍거나
왠지 너무 무겁거나
한 것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시라는 것.
문학중에서 가장
작자의 마음이 드러나게 되는 장르가 아닐까 한다

소설은 픽션이지만
시도 픽션이 아니라고 우길수만은 없겠지만

작자의 생영혼에 스카타토를 뛰우고
그것이 가장 꿈틀꿈틀 대면서 오게 하는 형식
그것이 시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난 아직
어느 작자의 시 한두편만을 봐서는 그것이 이해가 잘 안간다
시집 한권을 읽어야
쭉 소설책 보듯 읽고, 틈날때마다 또 보고, 또 보고
그렇게 봐야
시가 내게로 온다.

뭐 더 독해력을 길러야지 하는
그런 욕심따위는 없다
그저
작자와 공명하는 나 자신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요즘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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