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긴 춤을 추고 있어
자꾸 내가 발을 밟아
고운 너의 그 두 발이 멍이 들잖아
난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해이 춤을 멈추고 싶지 않아
그럴수록 마음이 바빠
급한 나의 발걸음은 자꾸 박자를 놓치는 걸
자꾸만 떨리는 너의 두 손함께라면 어떤 것도 상관없나요
아니라는 건 아니지만 정말 그런 걸까
함께라는 건 그렇게 쉽지 않은데
그만큼 그만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우린 긴 꿈을 꾸고 있어
문득 꿈을 깨진 않을까
눈을뜨면 모든 게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닐까
마치 없었던 일 처럼난 눈을 감고 춤을 춰
지겹게도 반복되는 사랑 노래들 속에서
유독 내게 브로콜리 너마저의 음악만이
다르게 들렸던 것은
숱한 대중가요들이
그대를 보면 기분이 좋아, 원츄 원츄
이거나
그대를 잃어 죽을것 같아, 슬퍼, 슬퍼
라는 직설적 상투어만 무한반복하고 있었던 데 반해
브로콜리 너마저의 음악은
소박한 일상을 이야기하고
상투적이고 보편적인 러브스토리를 이야기하지만
어찌보면 직설적이면서도
어찌보면 고도의 은유를 구사하면서
‘색다르게’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자차>에서 앙증맞게 이별을 은유하고
<춤>에서 관계를 은유하는 것 등등.
이것은 단순 이야기방식과 수사의 방식을 다르게 했다는 노력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 듯하다.
진솔한 일상체험에서 건져올린 아기자기한 사랑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거절할 수 없는 사랑의 교훈이고 곧 그것은 인생의 교훈일 수 있는 것은
그대를 얻으면 모든 걸 다 얻을 것만 같이 좋고
그대를 잃으면 모든 걸 다 잃을 것만 같아 싫고
의 1차원적 감정의 문제를 뛰어넘어
사랑하더라도 언젠가는 이별을 해야할 것을 알고
행복하더라도 언젠가는 이순간이 끝날 것임을 아는
사랑과 인생에 대한 성찰을
브로콜리 너마저는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그들의 아기자기한 노래는
설레임과 애수를 동시에 자극하고 있다.
EP 앨범부터 귀에 확 들어오진 않았지만
은근히 계속 맴돌던 브로콜리 너마저
이번 정규 1집에서는 EP에서의 약간
지저분하게 들리던 음들이
개선되고, 좀 심플해지고 어찌보면 세련되졌다.
<앵콜요청금지> 같은 경우는 EP에서는
뭔가 가슴을 찌르르하고 울리던 느낌이 있었는데
정규 1집에서는 느낌이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정규 1집의 느낌도 내겐 그리 나쁘지 않다.
다만 무척이나 아쉬운 것은
브로콜리 너마저가 이번 1집 앨범 발매와 동시에
공식적인 활동중지에 들어갔다는 것. ㅠㅠ
남녀 두 보컬의 목소리처럼
화음 잘 맞는 밴드도 찾기 힘든데 말이지.
아무쪼록 다시 의기투합 해서 2집도 들어봤으면 하는
팬의 간절한 소망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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