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페에서 글을 조금 끄적인답시고, 쿠키류를 많이 먹었더니 당이 넘치나 보다.
오랜만에 실개천을 걸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여름 밤의 산책은
몸에 고통을 주지 않는, 가장 쾌적한 날씨이기에 여러가지 망상들을 거닐기에 좋으며
어두움 속에 둘러쌓여 이어폰을 끼고 있으면, 음악에 빨려들기 좋기도 하다.
내가 여름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며 –
연신내 인근에서 특히나 산책이 큰 부담이 없는 것은
연신내에선 그 누구, 아는 사람과 마주쳐서- 인사할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갖은 노점에서 밤까지, 새벽까지 이야기꽃을 피우는 일행들을 볼 때마다, 어떤 동경이 피어오르긴 하지만 –
누구 하나 아는 이 없는 장소를 거니는 것은, 꺼리길 것 없는 여행자의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총총, 불 밝힌 아파트들을 유심히 바라보기도 하고 –
스쳐지나가는 타인들의 사연에 내 상상력을 덧대어보기도 했다.
산책을 하다가…
연신내에 아는 사람 하나 없다는 사실에… 여러가지 기억들을 반추하고- 생각들을 포개어 보았는데..
내가 이곳에서- 아는 사람이 아닌, 단지 얼굴을 기억하는 이가 셋 정도라는 사실이 재미있게 여겨졌다.
그 세명중 한명은 집을 알아볼 때, 함께했던 부동산 아주머니. 이 분은 뭐 평범하시다.
두번째 분은, 연신내 롯데리아 앞 부근에서 주로 활동하시는, 종교 전도사시다.
그 분은, 언제나 플라스틱 둥근 부채를 들고 계시다가 내가 지나갈라치면 기운이 맑으시단 소리 들어보셨죠… 뭐 그런 멘트를 날리시는데 –
난 언제나 싸늘하게 지나가버린다. 어쨌든… 그 화장기 없는 흰 얼굴에 플라스틱 부채가 인상적인데다가, 내가 지나갈때마다 도전을 하시니..
내가 쉬워보이나? 하고 생각하게 만드셔서.. 기억하게 됐다.
세번째 분도, 두번째 분과 비슷한 부류인데- 조금 묘연한 분이시다. 이분은 내 집에 가는 길에서 주로 활동하시는
얼굴이 검붉고 덩치가 좋으신 50대 초반 정도 되시는 분이다. 이 분은, 지나가는 남자 행인에게 갑자기 거의 70도에 가까운 꾸벅 인사를 하면서
사장님, 저기 담배 한까치만- 하면서 담배를 얻어가시는 분이다. 근데 인상이 조금 험악하셔서- 안 주면 무슨 일이라도 날 것 같은 분위기를 형성하곤 하는데
나한테만 두번 정도… 그리고 내가 지나가다가 그분이 다른분에게 똑같은 행동을 하는 걸 보기도 하고, 암튼 그 길가에 자주 나타나시는 분이다.
그 분은 자기가 피우려고 하는건지, 아니면 그렇게 담배를 모아서 일종의 생계를 꾸리는건지- 알기 어렵다만, 암튼 그렇게 세분.
자주 이용하는 롯데슈퍼나 야채가게나 빵집이나 등등이 있긴 하지만 –
얼굴을 기억할 정도까진 아니다… 아 미용실 아주머니는 기억할 수 있겠다…
암튼, 난 타지출신에 연고 업는 곳에 살기에
철저한 익명성 속에서 연신내를 배회할 수 있다.
이 점은, 꽤나 마음에 드는 부분이기도 하여 – 새로 집을 구해야한다면, 다음 장소는 또 새로운 장소로 해도 나쁘지 않겠다 – 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름 끝자락이 미치고 있는데 –
다 지나가버리기전에 향유해야지, 배회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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