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내내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늑대소녀, 수퍼 히어로, 정치인, 미군”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그리고 이들은 서로 어떻게 엮일까.
그러나 영화가 끝날때까지 이들 넷은 서로 엮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늑대소녀의 안면에 왜 털이 났는지는 나오지 않구요.
영화가 끝나버렸습니다.
도대체 무얼, 어떻게 엮어내라는 거지?
라는 질문이 남아버렸습니다.
어떻게 보면 텍스트는 너무 풍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GV가 시작됐습니다.
감독님이
늑대소녀는 자신이 강간당했다고 생각하는 불쌍한 인물.
수퍼히어로는 그것 그대로
정치인도 그것 그대로
미군은 오리엔탈리즘이다.
라고 이야기 해줍니다.
그리고… 영화가 이야기 하고 싶은 바는 “불안” 이다.
으악. GV 를 보지 말걸.
뭔가 풀어보는 재미가 몽땅 사라져버렸습니다. 흑흑.
암튼. 맞는 것 같습니다. (감독이 이거라는데, 딴 게 뭐 있겠습니까)
머리가 복잡했는데, 그렇게 정리를 해두고 보니 그리 어려울 게 없는 영화가 됐습니다.
– 늑대소녀 –
늑대소녀는 자신이 강간당했다고 생각하는(그렇게 생각해야만 하는) 소녀입니다.
그녀는 자신을 동정함과 동시에 혐오합니다. 그래서 그녀 자신을 파괴하고 싶어하기도 하고 구원하고 싶어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중성 속에 그녀는 이상한 사이비 단체를 하나 만들어서 사람들과 함께 죽음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런데 도시가 가스로 가득 찼을 때… 그녀는 숨을 헐떡거리면서 달려갑니다.
그것은 도망침이기도 하고, 누구를 찾아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구원을 향한 도망침이며, 찾아감이며
파괴를 향한 도망침이며, 찾아감입니다.
그녀는 죽을힘을 다해 뜁니다.
도시를 휩쌓인 불안 속에서
– 미군 –
그녀는 순수한 여중생을 그대로 지켜내지 못함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여중생에게 사죄를 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이 사죄의 방법은 또 하나의 도착증입니다.
끊임없이 순수함을 순수함 그대로 지켜내는 것의 무의식 속에는 지독한 소유욕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순수함이라는 첫번째 지층 아래에 있는 온갖 리얼들을 그는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기 떄문이죠.
그리고 그가 느끼고 있는 ‘순수함’ 은 ‘오리엔탈리즘’과 동질의 것입니다.
그는 ‘순수함’ 에 가장 순수한 행동 (=동양적인 행동) 으로 사죄하고자 하지만
가장 순수한 행동은 순수함이라는 첫번째 지층을 벗겨내고 온갖 리얼들을 그 앞에 전시합니다.
그는 이를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방독면을 쓴 채 온갖 리얼들에 칼을 박습니다.
– 정치인 –
그는 정치인입니다.
그는 자기 자신이 신 처럼 위대한 존재라고 여깁니다.
그리고 반면에는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는 ‘적’ (=좌익세력, 북한) 에 대항하며, 나라를 수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는 그를 노리는 것만 같은 위협 때문에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는 그가 가장 경멸하는 방독면을 지참하고 다니기 시작합니다.
– 수퍼 히어로 –
그는 자신만이 이 세상을 구제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수퍼 히어로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역사적인 소명이자, 개인의 이해를 넘어선 거시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는 그가 무찌를, 무찔러야 할 적을 찾아나섭니다.
그런데 그가 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연쇄살인마 또한 자기 자신이 수퍼히어로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연쇄살인마 또한 수퍼맨 티셔츠를 입고 있더군요.
그는 이제… 자신은 어떤 적을, 찾아야 될 지 몰라 혼란스러워집니다.
영화는 이 네 인물을 보여줍니다.
각자의 이중성속에서 누군가를 쫓고 동시에 쫓는 네 인물.
적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를 무찔러야만 이 불안에서 해소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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