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제14회 미장센영화제 관람기이다.
비정성시2 와 전년도수상작3 관람한 것, 단평을 주루룩 남겨본다.
그리 길게 생각하고 쓴 글이 아닌- 조금 인상기- 에 가깝긴 하지만.
*비정성시2
- 비공식 개강총회

한국 남자가 “사회에서 쓸만한 녀석”으로 탈바꿈 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시기 중 하나가 군대라고 생각한다.
전 근대적 학교나, 불행한 가정에서도 특유의 폭력 또는 억압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그것은 한국 남자라는 집단의 공통분모가 아닌, 특수한 경우니깐. 보통의 그런 경우는 개인의 심리 정서적 문제로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트라우마 같은.
그런데 군대라는 곳은
여긴 원래 이런 곳이야 그리고 이 같은 과정을 평범한 한국남자라면 다 겪는 거라고 그래버리니깐- 이 모듈에 맞춰- 내가 변해야해.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게 좌절이자 절망이다.
군대에서 겪는 거라곤, 춥거나 덥거나 배고프거나 고립되거나 그런 것은 별로 중요치 않는 것 같다. 계급서열 속에 나를 위치지우는 것. 그것에서 오는 어떤 포기가 있다.
전에 겪었던 서열에는 어쨌든 노력해서 향상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나이 서열 제외하고)만… 이제는 어떤 노력을 해도 넘을 수 없는 서열관계가 있고, 그 중에 내가 있다는 것.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사다리가 있다니… 하고
그렇다면 그 사다리 위에서 내가 위치하고 있는 자리 위에서 내가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리고, 바짝 엎드려야 할 것은 바짝 엎드려버리자. 라며 쓸만한 녀석이 된다…
암튼 권위주의적 서열은 시대가 흐르면 점점 더 나아지겠지- 싶었는데- 이게 웬일 요새 SNS에서 빵빵 터지는 대학가 폭력적 군대문화들… 사실 요새 정보공유가 더 잘 되서 그렇지… 옛날이 더하긴 더했겠지… 암튼… 쪼오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언제 뿌리 뽑는 그 날이 언제일까, 하고 한숨쉬게 되는 근래.
암튼, 그런 근래에 서열관계와 그들의 우수은 놀이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건 내가 평소 하고 싶었던 얘기가 있어서 길게 쓴 거고- 사실 작품 자체가 그리 훌륭하진 않다는 인상… 현상 포착은 잘 했지만, 갈등의 전면을 너무 직설적으로 드러낸 것 같아 아쉬웠고, 결말은 더욱이 좀 뜬금없었다…
- 은혜

철저히 어린 소녀, 은혜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들.
영상도, 연기도(목사 연기 빼고) 좋았다.
그런데… 그런데… 너무 봐왔던 풍경이라…. 새로움이 별로 없었다…
- 어떤 날

노인과 노래방도우미의 어떤 공통분모 그리고 교감.
근데 전해오는 게 별로 없다…
- 좁은 길

희망도 탈출구도 없는 청년세대의 이야기다.
이것도 많이 다룬 테마이건만 – 내가 아직은 청년세대여서 그런지
이 시대 중요한 화두여서 그런지 절절하게 흐른다.
공무원시험준비하면서 택시기사와 택배배달을 하는 두 사내의 이야기.
결말 부분이 조금 무리수가 있다, 싶기도 하지만 – 여러가지 기억에 현실적인 장면들로 하여금 가슴을 때리더라.
*전년도수상작3
- 만일의 세계

관계가 끝난다는 것.
둘이 함께 공유하고 있던 세계가 끝이나고 각자의 세계로 분리된다는 게 아닐까.
각자 다른 세계에 있는 둘은
같은 공간에 있어도,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말을 해도-
함께 같은 것을 느낄 수 없고,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든 날 바라보라고 몸부림이- 온전히 가엾은 몸부림으로 보일 뿐이다.
영화가 다루려고 하던 테마가 그런 것인 것 같은데- 음… 그 한가지 단선적인 테마로 극을 계속 끌어가다 보니깐 – 지루한 감이 있다. 그 테마에서 조금 더 치고 나가거나 다양한 변모를 보여줘야하는데 – 그 테마만 끌고 가다보니깐 동어반복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
- 비행소녀

연기도 훌륭하고 화면도 깔끔하고 그렇긴 한데-
음- 사실 공감이 안 가는 부분이 있다.
갑자기 따라오는 애는 챙겨주면서도 왜… 칼에 찔린 남자는 경찰 하나 불러주지 않는거지… 뭔가 성인남성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인 것 같긴 한데… 그게 잘 나타나질 않으니까… 왜?! 하게 된다.
그래서 공감의 부분을 찾지 못하고, 많이 보던 테마인데- 하고 겉돌게 된다.
- 달팽이

애니메이션이지만 꽤나 잔인한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 생각날 정도로… 현실에 있는 비정한 것들을 그대로 건져올렸다.
-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
제목부터가 비범한 이 영화는 – 단연 근래에 보았던 단편영화 중 최고!!
( 근데 내가 근래에 단편영화를 본 적이 별로 없다..;;)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잘 건드려서 – 웃게 되는데… 슬퍼지는 이 기분은 뭐지?! 하하하하핫
가와이 순지… 메쏘드… 봉준호까지…. 이건 긴 설명이 필요없다- 그냥 한번 보면 됨!!!
감독이 직접 유투브에 풀버전을 올려두었으니, 보면 됨!
- 아귀

이건 스토리나, 어떤 의미부여보다 서스펜스를 즐기라고 만든 영화같다.
한정된 공간에서 극도의 몰입감을 위해 영상미나 컷의 호흡이나 이런 것은 참 쫄깃하게 잘 만들었다.
근데… 나는 보통 스토리나 상상력으로 치고 나가는 스타일을 더 좋아하는 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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