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일기-박정범] 여기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 여기에는 스포일러가 상당수 있습니다.      승철은 북한에서 배가 고파 옥수수를 빼앗기위해 친구와 싸움을 하다가 친구를 죽인 과거를 갖고 있다. 그게 트라우마가 돼서 절대 남을 때리지 않기로 했나보다.    남한에서 승철은 전단지 붙이는 애들이 개무시 당하고, 하나밖에 없다는 친구놈이 사기치고, 어쩌다가 휘말린 싸움에서 쳐맞아도 – 그저 고개만 숙이고 바보처럼 당하기만 한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고  배를 굶주리게 하는 건 북한이나 남한이나 똑같았다.  그래도 북한에서는 다들 비등비등하게 사니깐  제 자신이 비루하게 느껴지진 않았었는데 –    남한의 화려한 네온사인과 하하호호 웃으면서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이 승철의 눈에 쓸쓸히도 맺힌다. 그리고 – 북한 사람이라는 출신지가 하나의 벽이 되어 투명유리 바깥으로 나갈 수 없게 만든다.    남한에서 다시 굶주리게 된 승철은 다시 사람을 때리고, 친구에게서 돈을 빼앗는다.    “여기서 살아남아야 한다.” 라는 애통한 외침이 영화 전반에 잔잔히도 흐른다.    승철처럼 아무에게도 팔리지 않던 강아지 백구,  백구를 껴안은 승철이 애틋하였듯, 살아남은 승철이 마주한 죽은 백구는 또 다른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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