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기준인지, 한국인만의 기준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블로그 등을 중심으로 라스베가스 쇼라고 치면 일명 “라스베가스 3대 쇼” 라며 불리는 게 오쇼, 카쇼 그리고 르레브다.미국 스톱오버 일정을 짜면서 라스베가스에 꼭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이 바로 쇼를 관람하기 위해서였는데 – 라스베가스 쇼들은 이번 여행 일정 짜는 것과 관계없이 예전부터 꼭 가서 보고야 말겠어 라면서 벼루고 있었던 것이었다.
예전에 한예종과 함께 지역 실경 수상공연 기획 업무를 맡은 적이 있었는데 (실제 맡은 실무쪽은 기획이기 보다는 제작파트 업무였지만) 그때 실경 수상공연 기획회의를 하면서 주요 레퍼런스가 되었던 게 바로 라스베가스의 태양의 서커스단 공연과 중국의 장예모 감독이 전두지휘했다는 하이난 일대의 실경 수상공연이었다.
다들 감탄을 하면서 – 해당 공연의 몇가지 연출을 언급하곤 했는데, 쇼를 보지 않은 나로서는 그게 뭔지 당췌 알 수가 있어야지.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구로 흘리는 척 했지만 – 속으로는 (부글부글) 꼭 언젠가 저 레퍼런스들을 보고야 말겠어 라고 생각하곤 했다
남미 여행 일정에 미국 스톱오버 기회가 생긴김에 쇼를 보기 위해서 라스베가스 일정을 넣었다. 돈과 시간만 된다면 태양의 서커스단에서 하는 오쇼, 카쇼, 르레브를 모두 보고 싶었지만 티켓 가격도 가격이지만 우선 시간이 여의치가 않았다. (그랜드 캐년도 가야하니깐!)
그래서 2 쇼 정도만 볼 수 있었는데 – 이런 부류 쇼의 원조 격인 오쇼는 무조건 보기로 했고, 카쇼와 르레브 중 갈등을 많이 하다가 – 결국엔 프로모션 티켓창구가 일찍 열린 르레브로 결정했다.
오쇼와 르레브가 둘 다 물을 소재로 했지만 카쇼는 불을 소재로 했다기에 -가서 시간만 된다면 어떻게든 당일 티켓이라도 구해서 보고 싶었지만 – 결국 시간이 워낙에 빡빡했던 지라 카쇼는 예정없는 다음을 벼룩도 했다. 그나마 오쇼와 르레브도 같은 날 저녁에 2편을 봐서 가능했던 것.
* 르 레브- 장소 : Wynn 호텔- 티켓가격 : 15만원 상당
공연 시작 전 입장이 가능해지자 마자 들어갔는데 일단 무대가 마음에 들었다. 원형 무대였는데 어느 위치에 앉던 간에 먼 느낌없이 잘 보이는 위치였기 때문. 무대에서 조금 먼 좌석에 앉더라도 충분히 잘 보일 것 같았다.그 덕에 앞뒤 좌석 간격이 조금 빡빡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을 때만 불편하고, 일단 공연 시작 후에 가만히 앉아서 보기에는 문제 없는 정도니깐.
르 레브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사랑에 빠져있는 여자가 꿈을 꾸게 되고, 꿈 속에서 3개의 축(선, 악, 조커) 이 여자를 유혹하기도 하고, 희롱하기도 하는 그런 줄거리. 사실 줄거리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고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쇼의 관건인데 –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름돋으면서 시작했고, 우와 굉장하다- 라는 감탄의 연속이었다.
무대는 수면을 왔다갔다 하는 변형무대인데 무대가 위 아래로 오르락 내리락 하기에 무대는 그냥 바다가 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분수 혹은 독특한 건축물이 되기도 한다. 아래부분에서보면 그렇고, 또 상단에서 보면 위에 뻥 뚤린 천장으로부터도 케이블에 이것저것을 싣어서 오르락 내리락해서 끝임없이 수직 상승하강하는 연출물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원형 중심에서부터 3개의 축으로 퍼져나가는데 – 한쪽면만 바라보고 연기하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어떤 섹션에서 보더라도 배우들의 뒤 혹은 옆퉁수만 보게 될 일은 별로 없다.우선 공연장 자체가 르 레브를 위해서 특수설계되어있는데, 그게 대단히 정교하고 할 수 있는 웬만한 것들은 다 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르레브 공연은 배우 한명한명에게 시선을 이끌기보다는, 중앙에 중심을 이루고 그로부터 꽃처럼 퍼져나가는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그래서 서커스 몸짓이 정교하기 보다는 다 함께 통일을 이루면서 하기에 박력있는 특징이 있다. 더욱이 그렇게 느끼게 되는 것은 남성 출연진들이 실한 갑바와 식스팩을 기본 탑재하고 있다는 것….. ;;; 정말 너무 벌크를 키운 몸도 아니고, 딱 군더더기 없는 상단 근육의 스탠다드를 보여주는 것 같은 남성 출연진들의 웃통을 보며… 그날 오후에 아울렛에서 스몰 사이즈 옷을 사야만 했던 나 자신에게 작은 한숨을 선사했지 ㅠ( 미국 사이즈가 크게 나오더군. 한국에선 보통 L 인데 ㅠ)
출연진들은 끊임없이 다이빙하고, 물 속에서는 또 수중발레 해주시고 갑자기 사라져서 – 또 어디선가 나타나고
무대는 이리저리 신통방통 변하고, 물은 컬러 조명에 맞춰서 이리절 뿌려지는데 –
정말 이거야 말로 스펙타클! 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 이런 고도로 훈련된 대규모 출연진에 무대 세팅이 엄청난 특수효과 공연을 매일 하는 것은, 미국 이니까 가능한거구나! 라는 감탄이 절로 들었다. 다른 곳으로는 중국 정도가 있겠지… 이미 대규모 실경 수상공연을 성황리에 하고 있듯이…
르 레브는 정말 –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것, 느끼고 싶어하는 스펙타클 비쥬얼을 보란 듯이 구현하고 – 그 모든 집합들을 정교하게 르 레브라는 공연 안에 쏟아져 내놓은 것 같은 공연이었다. 내가 이런 쇼를 처음 본 놀라움에 경이로움이 더 컸던 것 같긴 하지만 – 공연을 보면서 이따금식 전율을 느끼기도 했다.
왜 15만원 상당의 티켓가격이 되었는지 알게 만드는 공연이었고, 돈이 아깝지 않은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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