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내려서, 제일 먼저 확인했던 것은 얼마나 추운가,입에서 입김이 솔솔 나오긴 했지만 음? 이 정도면 여행을 못할 정도는 아니지 않나?! 원래 가고 싶었던 러시아와 북유럽을 강행할 것 그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시간에 이 정도니깐 낮에는 더 따듯하겠지…. 하면서- 공항에 들어갔다. 나를 좀 초조하게 만들었던 것은 비행기 안에서 무슨 입국신고서 같은 것을 나눠주던데 – 그게 다 소진되는 바람에 못받은 것. 그래도 꽤 줄을 섰는데 –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어쩌지 라면서 – 서 있다가, 한 십오분쯤 돼자 내 차례가 왔다. 무뚝뚝하게 생긴 공항 직원이
앗 꾸다? 라고 물어보네. 한국이라고 했다가 – 아무래도 어떤 비행기로부터 왔는지를 더 궁금해할 것 같아서 – 우즈베키스탄이라고 했다.빠침무 – 어쩌고 하는 거 보니 왜 왔냐고 묻는것 같아서. 투어리즘. 이라고 했다. 그리고 끝. 입국신고서 같은 게 자동으로 기입되어 내게도 한장을 준다.
러시아에 입국했으니, 이제 아에로 익스프레스를 타러 가야한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트랜짓과 입국 간 통로도 잘 안내가 안되어 있던데 이것도 마찬가지 물어물어 엘르베이터 타고 3층으로 가라고 해서 가보니 이제야 아에로 익스프레스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참을 가서 티켓도 사고 그래야 했는데 – 인터넷에서 살핀대로 짐을 맞기고 가고푼데 – 기차를 타기 직전에 – 짐 맡긴는 곳이 보인다. 그런데 한쪽은 한국지하철에 있는것과 같은 자동락커, 그리고 한쪽에는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수동(?)보관소가 보인다. 할아버지에게 말 안통하는 러시아로 알아본 결과 할아버지네는 하루씩 계산이 되고, 자동 락커는 시간당 되는데 – 3시간이 넘으면 할아버지네가 이익이다. 그래서 쓰빠씨바를 외치며 짐을 맡기고- 무사 아에로 익스프레스 탑승
차창 풍경으로 보이는 것들이 – 우즈벡의 것들과 흡사하다.우즈벡이 러시아의 것을 베낀 짝퉁이라면 러시아는 오리기날 이랄까…공항에서 입국심사 앞에 줄 선 조금 주눅든 우즈벡 사람들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러시아란 대국 앞에서 주눅들어 줄 선 저 사람들..저건 미국 입국 심사 앞에서 주눅들어 줄 선 한국 사람들과 비슷한 풍경인 것 같다고.근데 한국 사람들 참 이상한게 – 중국이란 대국에게는 또 다른 태도를 취하곤 하지.
미국과 중국의 차이는 단순히 국력으로부터 비롯되기보다는 -역사적인 배경이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그런 것은, 우즈벡과 러시아도 마찬가지…
암튼 스치는 풍경 앞에서대학교때 몇가지 에피소드를 떠올리다가 부끄러워 해보기도 하고한국에 다시가면 뭐부터 할까. 이런저런 가능성을 생각해보고 하다보니 금방이다.
지하철은 표사는 시스템만 다를 뿐, 시설은 우즈벡과 거의 같아별 혼동없이, 무사히 크렘린 궁 앞 도착.새해맞이라며- 붉은 광장에 이것저것 공사를 하고 있다..크렘린궁을 두리번두리번 하다각 – 사람들 줄 많이 선 곳에 따라섰다가 엉겁결에 레닌의 묘를 보고나니 – 너무 춥다. 굼 백화점으로 대피해서 요거트와 차를 먹으며 시간을 때우고보니 11시가 넘어 크램린에 들어갈 수 있다.
크램린도 역시 여러가지 황금색 문화재들. 특징적인 것은 벽과 천장 등에도 특유의 문양을 새겨두고 있다는 것. 경탄을 자아낼 정도는 아니었지만, 크램린 내부의 분위기는 느낄수 있었다.
크램린 이후에는 크램린 맞은 편의 역사 박물관에 들어가봤다. 우리나라로 치면 국립중앙박물관 정도 되는 것처럼 선사시대부 근대 이전까지 유적과 문화재를 전시해뒀는데 , 문화 역사적 배경도 모르겠고 아무리 들여다봐도 그냥 돌과 검 같은 것들이라서 휙휙 지나쳤다.
휙휙 지나치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다.왜, 여행을 하러 오면 사람들은 꼭 박물관에 오는 걸까.박물과에서 어떤 쾌함을 느끼는 걸까. 아니면- 모두들 이 나라에 그만큼의 학습의지를 갖고 있는걸까. 그냥 유명하다고 하니깐?!
난 사실 이런 박물관 같은 곳을 오면, 어떤 쾌함도 별로 없고, 배우게 되는 것도 별로 없다. 좀 시간을 내서 들여다 본다고 해도…. 한 3-4일이 지나 잊어먹고 만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매번 박물관을 오는 이윤는…. 일정의 산책 – 이라고 하는 게 솔직한 이유인 것 같다. 여행지 안에서 다양한 실내 풍경을 지나는 산책…. 뭐 조금 더 속물적인 내심으론는 – 여기에 발도장찍었단는 것, 도 있겟지…
미술관도 – 어떤 작가를 통틀어 하는 미술관.달리랄지, 마티스랄지… 하는 미술관은 좋아핮지만 – 오르셰나 루브르 등등의 종합세트는 휙휙 산책하듯 지나쳐서 지금은 기억나는 게 하나나 있으려나…. 그건 아마 내가 미술사적 배경지식이 부조해서겠지…. 암튼 그렇다는 게지.
날씨가 추우니 여유있게 보고가겠다는 마음이 생기질 않고 – 이 정도면 됐다 싶어 크램린을 등졌다. 점심 먹을만한 데를 찾아보겠다고 볼쇼이 극장 근처를 돌았는데 – 거리 분위기가 다른 유럽과는 새삼 다른 것 같다…. 다른 유럽은 골목골목 오밀조밀한 가게들이 있어서 아기자기한데 – 여긴 땅덩이가 넓어서 그런지 길도 널찍널찍하고 상점도 큳다. 그런데 번성하는 상점이 띄엄띄엄 있다보니깐 – 스케일이 크다 – 라는 느낌보다는 – 좀 휑하다 라는 느낌이 더 난다…. 대충 인터넷에서 이름과 대략적인 위치만 알고있던 곳을 – 용캐도 찾아서, 식사를 하면서 – 모스크바 반나절 여행은 끝이났다.
모스크바 라는 강렬한 이름이 주는 것에 비해도시가 주는 느낌은 조금 휑한것 같다….. 이따금씩 레닌 조각이 있고, 상점에는 푸틴의 각종 영웅스러운 모습을 팔고있다.
길은 넓고, 채워져 있는 게 부족하다는 인상…강한 나라, 러시아 라는 자긍심때문에 문화적 활력이 숨죽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러시아 곳곳에 자본이 침투했듯이 다양한 문화적 열정들이 반작용으로 끓어오르길 바래본다.
어쩌면 상트 뻬쩨르부르크는 좀 다를 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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