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맛-임상수] 소재, 소재, 소재

영화의 대부분은 소재들로 매우고 있었다.
재벌가의 비인간성, 엄청난 돈거래, 연예인 및 여자관계, 그들이 한국의 보통 서민들을 대하는 경멸 같은 것들.
사실 어떤 재벌을 인터뷰하지 않아도 다 알게 될 것 아닌가?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고 싶으면 “삼성을 생각한다” 책만 봐도 될 것이다.

그리고 감독이 곁가지 친 서비스들.
영화 “하녀”와 연장선에 있다고 한다던지, 쌍용차 진압문제를 들이댄다던지, 삼성가를 연상시키도록 한다던지, 등등.
이것은 어디까지나 감독의 서비스일 뿐인 것이 이것 또한 소재에 불과하지 않던가.

대놓고 말하든, 한 층 덮어서 말하든 간에
이 소재들을 어떻게 엮는가가 중요하지, 이것 자체를 말했다는 것 자체는 무슨 숨겨진 고발이 아닌 이상에야, 그리 대단할게 있겠는가. 다큐가 아닌 영화인걸.

소재들을 걷어치우고 나서
재벌가 속으로 들어가보면, 전체 줄기는 돈의 맛에 길들여진 재벌가는 돈 때문에 자기를 소외시키는 역설에 위치하게 된다는 어느덧 조금 평범한 결론. 그리고 이렇게 모욕적으로 살면 안된다며 조금 상투적인 결론.

현실적인 전제들에 둘러쌓여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냉철해야 하는데 언뜻언뜻 순진한 모습을 하고 관객을 바라보는 바람에 조금 당황스러워 질 때도 있다. 김효진이나 백윤식에게 이중성이 별로 없이 너무 순진한 모습을 보여서 그렇고, 계속 관찰자 모습으로 졸졸 따라다니기만 하던 이강우가 막판에선 에바에게 뭔가라도 하는 듯한 모습. 조금 작위적이란 생각이 든다. 차라리 재벌가 악마 캐릭터 대 모욕에 꿈틀대는 다른 편들. 이렇게 양분할 게 아니라 그 중간지점에 이중적인 사람들을 꽤 배치하고 그 관계를 더 미묘하게 얽어놓았다면 이렇게 허한 느낌은 없을 것이다.
생각보다 잔인한 장면들이 연출되더라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순진함과 교차되어 버리니 그것 자체의 진정성이 휘발되는 듯.

블랙코미디, B급 유머를 지향하는 감독 스타일을 알겠으나- 영화가 생각보다 너무 단순했고, 이것저것 다 보여주고 나니 그냥 얼렁뚱땅 결말로 뭉개버리는 느낌.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는 전제였는데,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에서.. 놀랍지 않냐고 해버리니, 놀랍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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