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옴니버스] 미셸 공드리, 레오 까락스 그리고 봉준호의 일본포착!

“도쿄!” 는 도쿄를 배경으로 미셸 공드리, 레오 까락스, 봉준호 감독의 옴니버스 영화에요.
미셸 공드리의 <아키라와 히로코>, 레오 까락스의 <광인>, 봉준호의 <흔들리는 도쿄> 이렇게에요.

공드리의 작품에선 인간의 기능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인간이란 동물은 그냥 가만 있을 때 별로 유용한 것이 못되죠? 인간이란 동물은 식물처럼 자연에 가만히 생존할 수 있는 조건도 아니고, 도구들처럼 그것 자체가 기능이 있어 유용한 것도 아닙니다. 인간이란 동물은 그래서 기능을 계발해야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기능을 계발하는 것을 꿈을 꾼다고 이야기 합니다. 인간에게는 이것저것 취미생활이 많아봐야 다 필요도 없구요. 착해도 달리 이로울 게 없는 것 같아요. 지금 현실에서는요. 우선, 직업이 있어야 사람 구실을 합니다.
주인공 여자는 직업과 꿈 그리고 인간의 기능에 대한 고민에 빠집니다. 그녀는 어느 정도의 교양을 갖추고 있고, 취미생활도 많은 것 같지만 특별히 잘 하는 것은 없고, 직업으로 삼을만한 것도 없어요. 그녀는 남자친구의 꿈을 응원해주는 것을 잘하고, 그것을 최대한 서프트 해주지만 그것만으로는 안된다고 해요. 현실이요. 그래서 그녀는? 의자가 됩니다. 이제 그녀는 걱정이 없어졌어요. 의자는 존재가 기능을 이미 가지고 있는, 즉자존재이죠. 그녀는 다재다능한 어느 남자의 집에 들어가는데요. 거기서 그 남자의 삶을 응원해주기도 하고, 의자로서의 기능을 최대한 발휘합니다. 그녀는 만족합니다.

까락스의 작품은 광인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예수의 이야기입니다. 예수가 왜 나타났을까요? 인간들이 자신이 지은 죄를 몰라서 그것을 깨우쳐주기 위해, 구원하기 위해 나타난것이겠죠. 거리를 돌아다니는 뻔뻔한 사람들에게 회개하라 라고 말했던 게 아닐까요? 저는 무신론자이지만, 대충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도쿄에 나타난 광인은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 뻔뻔한 ‘죄인들’ 일본인들 사이에 나타나요. 근데 예수와는 정 반대죠. 예수는 치료하고, 용서하고 그렇지만, 현대판 예수 광인은 일본인이 남긴 폭탄으로 테러를 합니다. 왜냐구요? 그 광인 말로는 일본인이 역겹게 생겼다고 했던가요? 못생겼다고 했던가요? 자세히는 기억이 안나는 군요. 암튼, 일본인들은 그런 광인을 받아들일 수가 없죠. 그래서 결국은 재판에 붇히고 목을 매답니다. 근데 예수와 같이 광인은 죽었다가 부활도 해요. 그리고 결국 없어집니다. 광인의 이야기는 그 독특한 설정과 이것저것 실험적인 카메라들이 매우 세련되고 이색적이었어요. 전 까락스의 작품을 처음 본 셈인데… 굉장히 놀랬습니다.

봉감독의 작품은 히키코모리의 이야기입니다. 히키코모리란 부모님한테 돈 타면서 집에서 나오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죠. 여기서 주인공은 사람 많은 것도 싫고, 더운 햇빛도 싫어서 그랬다고 말해요. 암튼 혼자 사는 데 어느날 피자배달부가 나타납니다. 당연히 뿅가죠. 그래서 주인공의 최초의 외출. 그런데 10여년만에 도쿄가 너무도 달라져 있는 거에요. 다들 히키코모리가 되어 있고, 배달부는 로봇들이었던 거에요. 그리고 여자를 만나서 웬지 로맨틱하게 영화가 끝납니다.

세 감독 모두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어떤 중요한 포착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건 이거였고, 저건 저거였다라는 딱딱 떨어지는 기능으로 말하기는 힘들 것 같구요.

셋을 뭉뚱그려보면..
고도화된 후기 산업사회 일본 속, 일해야 하는 일본인.
일 외에는 아무것도 자아실현 할 수 없고, 자기 정체성 없이 소외되고 배제되어 있는 일본인.
사실은 자기 정체성을 못 찾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잊으려 애쓰는 것 뿐이라는 역사적 인식까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예술가들을 서로 비교해서는 안되지만요.
여기서 단연 특출났던 것은, 레오 까락스였던 것 같아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포스가 정말 남다릅니다. 거장은 거장인가 봅니다. 미셸 공드리도 적극적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내는 것 같은데요.

오오, 내가 좋아하는 봉감독은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봉감독의 특기와 장점은
어떤 그릇에 담던지 자기 색깔을 낸다는 것인데
봉감독의 색깔은 항시 시사적이면서, 현실 관련성이 있었죠? 그리고 색깔이 대단히 한국적이죠…

그 색깔을
잘 모르는 나라 일본에서까지 발휘하긴 힘에 겨웠나 봐요.
그렇게 이상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까락스와 공드리와 함께 묶어 두니깐… 좀 그런 감이 느껴진네요.

그래도 괜찮아요 ㅋ
전 <도쿄!>를 본 다음에 <마더>를 봤거든요. 히히

PS: 광인을 연기했던 드니 라방 연기 잘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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