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김연수]

은희경 책도 그리 많이 읽은 편은 아닌데
은희경과 굉장히 비슷한 느낌을 자아내던 소설이었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말 줄임표의 뒷말은
그것과 상관없이, 너의 의사와 상관없이
너는 어떤 우연 속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우연은 역사의 질곡이라고 이름붙일 수도 있으며
상식적인 기대상황을 뭉개버리는 권력체 및 사회의 폭력이라고 여길수도 있다.

근대사회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개인을 독립시키고, 개인-주체를 확고히 하자하자 했지만
사실은 독립되고, 확정된 것이기 보다는
베제되고, 고립되었다는 상황인식이 보다 정확한 듯하다.
베재되고, 고립된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우연적인 상황들은 우연히 아닌 연유로
다가오고
후에 돌이켜 보건대 그러한 역사의 질곡 속에서
상처입은 수많은 개인들이
얼마나 울부짓고 있던
상황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런 현실인식 속에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
자신의 자기정의와
자신의 상황정의로
내가 누구인지
내가 왜 외로워졌는지
외롭게 만든 것이
단순 감정의 문제를 넘어서서
고립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라고 작품은 주문하고 있다.

그런데 글쎄…
한 편으로 로맨틱하게 들릴 수도 있는
작품 속 현실감각 없는 수사(레토닉)가 역사적 사실과 맞물려 있어서 좀 장황한 면이 있고
같은 이야기를 굉장히 늘여 뺀 이야기로 중언부언 하면서 책 한권을 잇고 있다는 면도 있고
냉소적인 주인공 곁에서 서술자가 줄거리에 너무 도취되어 있는 면도 있다.

수많은 상을 훈장처럼 쌓고있는 작가이지만
조금 더… 조금 더…
침착한 내공으로 줄거리를 엮을 필요가 있는 듯하다.

그리고 주제의식에 목적어가 빠진듯한 공허함은 뭘까..
이게 제일 치명적인 결점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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