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일로 어제 일찍 잤다.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저녁이 종종 있다. 이럴 때 그냥 방바닥에 누워버리면 이상하게 누운 채로 한두시간 뻐근하게 일어나 새벽까지 좀비모드일 게 틀림없었다. 한 10시나 됐을까, 했는데 그냥 각잡고 누워버렸다. 딥슬립을 위해서 책도 좀 펼쳤다. 역시 몇 페이지 못 넘기고 기절
너무 이른 잠을 자서, 몸이 잠이 아니라고 여겼는지 딥슬립 구간도 있었지만 중간중간에 약간 설잠 모드도 같이 쉐잌 해주며 가뿐한 몸으로 아침 9시에 일어났다. 나이스.
아침 일찍 일어난 이 모드를 놓칠 수 없다, 라는 생각에 오전에 이리저리 조금 정리를 하다가 바로 외출을 해버렸다. 요새 외출도 잘 안했는데, 아침공기라는 것을 마셔보는구나. 아침에 못일어나서 그렇지, 막상 일어나보면 아침에 일어나는 게 몸에는 맞는 것 같기도 해. 일어나면서부터 하아… 하는 자책은 안해도 되니깐.
아파트부터 갔다. 로케이션 협조요청을 하기 위함인데 그냥 빈손으로 갈까 하다가 이 아파트 아니면 대체할 수 있는 곳도 없는 절실한 곳인데, 뭐 1%의 호감이라도 더 얻기 위해 음료수 세트도 하나 가져갔다. 그런데 아파트 관리소장은 없고, 관리직원이 자기네들끼리 궁시렁거리기도… 이런 거 잘 안해주지 않나? 하면서 뭐라뭐라 하는데 철렁… 관리소장은 이른 점심 약속이라도 갔는지 기다려서 올 수 없었던지.. 그냥 서류만 두고 가라고 한다. 이런 일은 얼굴 보고 사정사정 하지 않으면 안되던데 그래도 문서라도 만들어서 온 게 다행이다, 얼굴 보러는 또 와야겠구만, 하면서 발길을 돌렸다.
오랜만에 오피스에 왔다. 일단 해야할 것은 노트북 수리. 혹시 몰라 윈도우 포맷도 해봤지만, 이건 아무리 봐도 지난번 꿈의학교 수료식때 연결했던 그 불량 스피커로 인한 쇼크다. 이상한 전기소리 낼 때부터 알아봤어야는데… 바로 노트북 수리를 맡기로 가고 싶었지만 오피스 정수기 물통 아저씨가 한번 들른다고 하는 바람에 포맷 후 기본 프로그램 이것저것 설치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물통아저씨가 다녀가신 후, 아직 의정부에 갈 시간이 남았다. 서울외곽은 강남보다 의정부가 가까운 이점… 가는 길에 감사하게도 해결되지 않은 로케이션 후보지를 두 키스탭분께서 알아봐주셔서 카톡질을 하는데, 그것 조금 하다가… 의정부역을 지나쳐버렸다… 아… 1호선 경기도는 한번 놓치면 하염없이 기다리던데..
노트북 맞기고 돌아오는 길… 의정부역 근처는 참 희안하게 생긴 빌라들이 많았다. 낡디 낡은 빌라들 주차장에 어디 쇠사슬이 쳐져 있나 유심히 보았지만… 서울이 아닌 의정부로 바뀌면 맥락이 조금 바뀌어버리는데… 흠… 게다가 저 정도 녹슨 철문과 벽 주차장이 배경이면 너무 신파지 않나? 하는 생각도 좀 들었다. 어차피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겠지만
다시 오피스에 왔는데, 노트북이 없어서 전에 쓰던 데스크탑을 또 포맷해버렸다. 오늘은 포맷을 두번이나 하네. 포맷하고 나니… 워드 프로그램도 없고 할 것이 없어서 사실 일기를 쓴 거다. 근데… 지금 쓰고 있는 이 키보드는 좀 너무하는군. 아무리 싸구려라지만 이렇게 쇳소리를 낼 것까진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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