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지수 : 보통
우파들의 영화라는 이슈와 함께 천만관객을 가뿐히 넘어주었던 바로 그 영화 “국제시장”. 이 영화에 대한 본격적인 영화 비평을 읽어본 적이 없지만, 영화 국제시장을 둘러 싼 말말말… 들의 기사 헤드라인이 하도 범람했던지라, 아무 선입견없이 투명한 마음가짐으로 보았다고 말하긴 힘들다. 그래- 솔직히 말하건데
우파들의 영화라지… 그래, 얼마나 잘 만들었나 내가 함 봐주지
라는 쫀쫀함이 깔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윤제균 감독이 크레딧으로 들어간 영화 중에 내가 좋게 본 영화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으니 어땠으랴.
영화를 보면서, 음… 보수적 주제가 쫘악 깔려있긴 하지만. 단순히 진영논리로 우파들의 영화라고까지 얘기했던거에 비해 생각보다 정치성을 강요하는 영화까지는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애국보수 진영 쪽에서 주로 이야기 하는 나라사랑, 민족사랑, 자유주의 만만세!, 공산주의 싫은데?! 라고 이야기할 줄 알았던 거다. 그런 영화였다면 이 영화가 천만관객이 보러 오지 않았겠지.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긴 했지만.
주인공이 한국사의 굵직굵직한 부분들을 기막힌 우연처럼 맞닥드린다는 부분에는 별 거부반응 없었다.
그리고 영화 곳곳에 까메오처럼 한국사회의 유명인사들(정주영, 앙드레김, 남진)이 나와서 유머를 구사하는데도 그리 큰 거부반응은 없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사실 이보다 더했으니깐.
스토리보다 내가 정말 마음에 안들었던 부분은, 연출에 보이는 감정을 몰아붙이려는 욕심이었다.
그 부분을 어떻게든 몰아가려고 리얼리티도 떨어트리고, 왜 관객한테 어?! 이거 끝내주지?! 어?! 엄청 슬프죠?! 라고 온 몸을 흔들 생각만 하느냔 말이다.
제일 뜨악했던 부분은 독일에서 탄광이 무너지는 씬 같은 경우.
차분히 드라마 구조로 잘 가던 영화에서 마치 재난 액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유려하고 화려한 카메라 무빙에 컴퓨터 그래픽, 우좡촹촹 울리는 음악…
볼 거리는 풍성하지만, 뭔가 영화 장르가 바뀐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광산 쪽에 대해서 더 얘기해보자면…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지 아닌 지는 잘 모르겠지만 –
간호사인 김윤진이 병원에서 일하다말고 탄광 무너졌다는 소리 듣고 한숨에 뛰쳐나가고, 탄광 사측 사람들한테 지금 구조를 해야한다고 떼를 쓰는 모습에 공감이 잘 안되었다.
중환자가 엄청나게 병원으로 몰려왔는데, 어디 있을지도 모를 썸남을 찾겠다고 부상자들은 다 내팽개치고 탄광앞까지 뛰쳐나가는 무책임한 간호사가 어디있으며…
탄광 안에 메탄가스가 가득 차 있어서 구조하는 사람들도 위험에 처할수도 있는데, 왜 탄광으로 못내려가게 하냐고 한국인이 불쌍하지 않느냐고 호소하며 떼를 쓰는 모습도 고개를 갸우뚱 하게 하던 부분.
이런 것들은 우선 개연성보다는- 이 부분에선 소재를 이렇게 적극 활용해서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는데, 왜 그 기회를 놓치겠느냐. 하는 조금은 뻔한 의도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가족지키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주인공이 월남전에 참전하게 되는 것도 – 어거지스럽고 , 이산가족상봉 씬은 눈물을 짜게하려는 욕심이 보이고…
내가 욕심, 과욕이라고 계속 했지만…
어쩌면, 연출자는 이게 하나의 서비스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돈을 내고 극장까지 들어 온 관객에게, 이렇게 저렇게 잘 버무린 검정의 덩어리들을 골구로 내놓아야지 도리 아니겠습니까…. 하는 것.
근데 그런 얇은 스킬로 너저분하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있고, 깊게 파고드는 서비스도 있지.
그리고 깊게 파고드는 게 더 기억에 오래남는 영화들이 되었지.
PS 1 : 가장 아쉬웠던 부분 중 하나는 김윤진 쪽에서도 뭔가 강한 이야기를 끄집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황정민의 부인으로만 제한되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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