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하도 천만관객을 잘도 넘보니 그 수식어가 압도하는 힘이 줄어들긴 했어도, 어쨌든 이만하면 웬만한 사람들은 다 본 영화. 흥행 초대박이라고 할 만하다. 너나할 것 없이 다 보고 난 한참 후에야 난 이 영화를 접했다. 어디보자~~! 음… 먼저 흥행 초대박이란 선입견이 내 자세를 조금 비뚤게 만들었음을 고백한다. 그래 네가 얼마나 잘만들어졌는지 보아주마 라는 자세라 할까. 그래도 난 영화에 잘 몰입하는 타입이라 영화를 아무리 분석해보려고 노력해도 좋은 영화, 재밌는 영화를 보다보면 약 10분 정도 지나버리면 분석이고 뭐고 영화에 완전히 빨려들어가는 타입이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광해는 그렇지 않았다. 광해의 스토리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왕과 서민 바꾸기 게임이다. 상놈이 왕이 되어서는 나름대로 궁궐에서 좌충우돌 에피소드도 만들어보고, 그러다보다가 자신이 어떤 위치에 서있는지 자각하게 되고 나름대로 백성을 위한 왕노릇도 해보고 하지만 결국 자신은 대역이었다는 한계에 부딪쳐 내려오는 일련의 이야기들. 스토리 전개와 호흡은 사실 흠잡을 데 없이 매우 깔끔하다. 기승전결,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 너무 깔끔해서 꼭 교과서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이제는 슬슬 위기로 빠져줘야하는데, 하면 정말 당연히도 그렇게되고, 결말은 아마 이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면 또 당연한 시점에 당연히 그렇게 된다. 그리고 소재. 전반부 주요 소재는 상놈의 왕궁놀음이다. 이는 사실 너무도 익숙한 이야기이다. 광해와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나는 왕이로소이다” 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화장실 소재와 식사 그리고 중전과의 동침에 관련한 소재가 나오기도 했다. 그래도 광해 쪽이 “나는 왕이로소이다” 보다 나은 것은 광해는 기본적으로 코미디 장르가 아니기에 개그 욕심을 꽤나 절제해주었고 억지로 웃기려 드는 욕심은 별로 보이지 않았던 것. 개그보다는 “백성을 위한 진심정치” 로 줄곧 나아가고자 하고 막판에는 “한중관계에서 자주외교” 와 같은 메시지를 넣으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이건 매번 한국의 사극마다 나오는 주요 메시지인데 사실 좀 식상하기도 하고 별로 공감도 안 가는게 사실. 그 당시 존속하던 신분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인양 만인평등주의의 주창이나, 사대주의를 지양하고 자주적 조선이라는 깃발은 사실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소망에 불과한 것 아니던가. 그런 메시지와 문제의식에 진정성이 조금이라도 담겨있었더라면 주인공이 사대부들을 향해 눈물 그렁거리면서 쩌렁쩌렁 호령하고 장황한 BGM을 까는 식으로 단말마에 해결하려 들지 않았겠지. 암튼 이야기 전개는 매우 깔끔하였고, 배우들도 주연부터 조연들까지 이미 검증된 명연기자들로 꽉꽉 채워두었고, 촬영, 미술 등에도 흠을 찾기가 어려운 매우 깔끔한 영화였지만 – 소재는 조금 식상했고 메시지는 공감할 수가 없었다. 영화를 뭉뜽그려 인상으로서 보자면 영화 자체는 큰 흠이 없지만 또한 관객으로서 나를 이끄는 매력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던 영화라고 해야할까. 마치 검증된 배우, 검증된 소재, 검증된 메시지, 검증된 개그로 채워넣은 한류 기획 수출용 영화같았다는 게 내 최종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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