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내 시린 귀를 스치듯
그렇게 나에게로 날아왔던 그대
하지만 내 잦은 한숨소리
지친듯 나에게서 멀어질테니
난 단지 약했을뿐
널 멀리하려 했던 건
아니었는데
난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너무 멀리 가진 마
어쩔 수 없다 해도
또 밤을 샌 어느 날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지금 자버리면, 아예 못일어날 것만 같았다.
오후에 일정이 있었지만, 나는 한번 자면 24시간을 자기도 하는 경이로운 성격을 가지고 있어, 내게 너무 위험했다…
일정이라 함은 한 가지 어떤 것이라 말할 수 없이
정말 수도 없이 많은 것이었다.
기말고사가 다가오면서 레포트들이 밀려오는 것,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 것
(시험공부 같은 것 별로 신경 안쓰는 타입이긴 하지만 국문과를 갈려고 했기 때문에ㅠ)
동아리 행사 때에 틀어야 할 영상 같은 것을 준비하는 것도 있었고
학회에서는 1년지기 발표회가 있었고
동연선거와 총학선거 같은 것들도 있었다.
그 외
내가 각별히 무슨 역할을 맡기보다도
이것저것 불려다니다 보면 하루가 흘러넘쳐
밤을 새게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내가 자초한 일이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던, 서울이란 타지.
대학이란 생소하고도 너른 그 공간.
난 무엇이든 붙잡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학회든, 동아리든, 술자리든, 무엇이든
며칠 밤을 지새우고
몇날 며칠 집에 안들어가고
어떻게든 서울의 밤을, 대학생의 밤을
홀로 지내려 하지 않았던 듯싶다.
이게 ‘낭만주의자’의 삶이라는
조금은 유치한 멘트가
내 잠재의식에 있어왔던 것 같고
그래서 나는 폐인이자 놈팽이라는 자기규정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낭만주의자야!” 하고 나르시스적 미소를 흘리면서,,.
그런데
밤을 새고 밝아오는 아침.
잠에 들어버릴까봐, 눈을 비비며
학교에 올라가는데
아침 태양이 너무 눈이 부셨다.
지쳐가는 몸을 더 지치게 만들던 태양.
학교의 오르막…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라는 물음이 들던 그 때.
평소에 듣지 못하던 생소한 음악을 귀에 꽂았었다.
선배가 동아리 방에 두고 간 mp3에 담겨있던 Lucid Fall 앨범.
어쿠스틱 기타 소리와 잔잔하고 가느다란 목소리.
어떻게든 붙잡으려 했던 내게
Lucid Fall이 떠나감의 슬픔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지치고 부끄러워지는 아침에
울리던 잔잔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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