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포스팅은 서울영상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된 프로덕션 디자인 수업의 학습자료를 단순 정리한 것임
1. 빛을 다룬 화가들

카라바조는 빛의 체계의 초석을 만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위 그림을 보면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보통은 빛이 창문에서 와야만 하는데, 창문은 일정의 질감만 제공할 뿐 빛은 오른쪽 위에서 쏟아지고 있다. 마치 인위적인 조명을 친 것처럼 딱 떨어지게 비추는 빛으로 하여금 빛이 닿는 곳의 질감과 닿지 않는 곳의 질감차이가 명확해진다.

렘브란트는 빛의 화가라고 불리울 수 있을만큼, 빛을 잘 다루었고- 빛을 다루는 교과서라 할 수 있다.
렘브란트는 유독 초상화를 많이 그리고 자화상을 많이 그린 것으로 유명한데, 인물을 그릴 때 특징적으로 빛을 다뤄서- 조명쪽에서는 렘브란트 조명이라는 고유명사까지 쓰일 정도다.
위의 자화상을 보면, 빛이 정확히 옆도 아니고, 앞도 아니고 인물의 대각선 방향에서 오고 있다.
그렇기에 인물의 왼쪽 부분은 밝아서 하일라이트를 형성하고, 얼굴 오른편에 그림자가 지게 된다.
하지만, 빛이 정확이 옆에서 오는 것보다는 조금 대각선이기에 오른쪽 뺨 부분을 보면 삼각형 모양으로 살짝 밝은 것을 볼 수 있다.
이 삼각형을 렘브란트의 삼각형이라고 부르며, 삼각형 주위의 코에서 부터 턱으로 이어지는 암부를 형성하도록 빛을 조절하는 것을 렘브란트 조명이라고 한다.
왼쪽 벨사살 왕의 연희에서 빛에 의한 화려한 망토의 질감표현을 유심히 봐 둘 필요가 있으며
오른쪽 명상중인 철학자는 창문으로부터 비치는 빛과 빛이 미치지 못하는 암부에서 묘하게 풍기는 느낌을 봐둘 필요가 있다.

너무도 유명한 그림 벨라크루즈의 시녀들에서는, 오른쪽 창에서 오는 빛 그리고 앞의 캔버스 뒤의 열린 문까지 이어지면서 깊은 공간감을 형성하고 있다.
2. 질감이 두드러진 영화 – 향수
영화 “향수”는 향기에 대한 영화다. 하지만 향기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색상으로? 명암으로? 영화라는게 무엇 하나 떼서, 이런 느낌은 여기서 부터 비롯됩니다! 라고 얘기할 수 없게 모든 게 얽혀있긴 하지만
무엇 하나를 꼽는다고 한다면 질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위의 인서트 컷은 장 그루누이가 태어나자 마자 코를 벌렁거리면서 맡는 시장의 악취이다.
영화는 사실보다 더 사실처럼- 하이퍼 리얼리즘에 가까운 질감 몽타주로 냄새를 전달하고 있다.
내 개인적으로는 영화 “설국열차”의 전투씬에 앞서 피가 뚝뚝 흐르는 잉어를 도끼날로 베던 것도 생각이 난다. 그것으로 냄새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폐쇄되고, 어두운 기차 안에서 펄펄 뛰는 잉어가 피를 흩뿌리는 게 강한 질감으로 각인되었던 것 같다.
3. 질감이 두드러진 영화 – 링컨
영화 링컨이 주요 레퍼런스로 삼은 화가가 페르메이르와 앤드류 와이어스 라고 한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이유는 자세히 보면 그녀의 속눈섭 등이 과감히 생략되어 있고 입술도 경계가 모호하게 처리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입술 오른쪽 끝 부분에 하얀색 점. 이 게 있음으로 해서 입술이 더 매력적으로 도드라진다.
앤드류 와이어스는 창문에서 나오는 빛과 그것으로 드러나는 부드러운 질감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영화 링컨.


창 밖의 빛을 질감있는 속커튼이 끊어주면서, 특유의 온화한 느낌의 빛을 잘 살려내고 있다.그리고 두번째 스틸 컷은, 링컨에서 잘 등장하지 않는 장면인데… 계속 속커튼 레이어를 통해 나오는 빛을 배경으로 삼던 주인공이 속커튼을 걷고 창가에서 직접 빛을 쬐고 있다. 왜냐하면, 이 부분이 영화에서 계속 서스펜스를 일으키던 법률 수정안 통과가 가결되는 벅찬 환희의 순간이기 때문.


주인공과 적대자 간의 회담 장면이다.
여기선 커튼이 아닌 블라인드가 빛의 레이어를 형성하여, 속커튼의 부드러운 느낌보다는 조금 더 센 느낌을 갖는다. 빛이 오는 방향에 스모그 같은 것을 주어서 입체감을 살렸고, 테이블의 질감이 도드라져 보인다. 그 테이블 양편에 앉아있는 상호간이 굉장히 멀어보이기도 한다. 이 시퀀스에서는 시종일관 인물이 측면광을 받아 얼굴 한편은 하일라이트를 받지만, 한편은 거의 대부분이 암부로 드러나있지 않다. 상호 좁혀지지 않는 의견의 충돌이 그러한 비쥬얼로두 부각되고 긴장효과를 배가시킨다.

거의 결말부 링컨이 죽을떄의 모습이다. 링컨 쪽만 빛을 받고 있고 암부로 둘러싸인 사람들의 모습이 매우 익숙하다. 고전회화에서 예수의 죽음 등을 묘사할 때 주로 쓰였던 방법.
여기서 링컨은 오른편에 있는 불씨로 승화되고, 이는 대중 앞에서 연설 장면으로 디졸브된다.
예수의 죽음이 일종의 인간을 위한 대속이었고, 그로 말미암아 인간이 계속 속죄를 거듭해야 하는 운명을 지녔던 것처럼 –
링컨의 죽음도 똑같은 방식의 반성적 성찰을 요구하는 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