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감상

  • [워낭소리-이충렬] 가슴이 아렸습니다

    저는 워낭소리를 이제야 보는군요.
    암튼, 독립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과 최고의 스캔들을 불러 모았던 그 논란의 작품입니다.

    뭐, 기사에 나왔던 수익분배를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문제는 별로 중요한 문제같지는 않아요.
    그 당시, 기자들이 왜 이 문제를 그렇게 집요하게 파헤쳤는지… 참 얄밉기만 하네요.

    좀 이야기거리가 될 만한 논란은
    워낭소리에 독립다큐의 진정성이 얼마나 묻어있는가에 관련한 문제였을 것이에요.
    독립다큐에 그다지 접근해 본 적이 없는 저와 같은 일반 관객들은 이미 TV에서 주로 나오는 ‘인간극장’ 류의 다큐에 익숙해져 있을텐데요.
    TV에서 주로 나오는 다큐는 극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이 개입되어 있다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를테면, 슬픈 구간에서 슬픈 BGM을 촤악 깔아놓고, 인물 클로즈업을 싸악~ 해주고… 하는 등의 연출법 같은 것들이죠. 또는 더 심하게는 제작자가 본 상황과 맞지 않게 영상을 짜 맞추어,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버릴수도 있고, 다큐 대상자에게 어떤 행동을 요구할 수도 있겠죠.

    그렇게 될 때, 극적인 다큐의 목적은 이제 대상자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끌어내는가가 되겠지요?

    이에 반해 독립다큐는 이와는 달리 정말 진실성을 간직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건 뭐 누가 딱 못박은 것은 아닌데요.

    한국 독립 영화/다큐의 정의가 역사과 맞부딪혀 오면서 형성되었기 때문이랄까요?
    한국 독립 영화/다큐의 태생과 발전은 독재 정권과 민주화와 맞서 싸우던 전투적인 조건이었습니다.
    90년대 후반에 나왔던 “파업전야” 같은 작품도 상영자체가 불법이어서, 학교에서 틀 때라도 정문에서 학생들과 경찰들과 전투를 치루면서 작품을 봐야 했다고 하더라구요.
    특히나 암울한 시대속에서 독립 다큐는 대중 매체와 언론에서는 절대 다루지 않는 이야기들을 현장에서 싸우는 사람들과 함께 싸우면서… 찍고, 상영하고… 그랬을 테니…

    독립다큐라는 정의 자체가 묘연하긴 하면서도
    독립다큐로서 지켜야 할 가치들이…. 요구되는 것이겠지요.
    (근데 저도 잘 몰라요… 얼핏 듣고, 얼핏 읽은 것들입니다)

    워낭소리는 그리 볼 때 여러 의심을 살 수 있는 촬영화면들이 꽤 있는 것 같아요.
    소가 눈물 흘리는 장면같은 것이나 시위 장면 앞을 지니가는 소
    크레인을 써서 촬영한 씬들이나… 하는 것이지요.
    아마.. 크레인등의 장비를 쓰고, 2년간의 촬영씬들이 모였다면…
    그것을 조금만 조합해서 어느 정도 감정을 극대화시켰던 것은 아닐까 하는 진실성에의 의심이 생기게 되는 것이지요.

    근데… 전 여기에 대해서… 판단을 잘 못내리겠습니다.
    제가 독립영화와 독립다큐를 그리 많이 본 것도 아니고, 따로 공부를 한 것도 없고, 제작해본 것도 아니고… 저는 아직 그런 것 왈가왈부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아요.

    근데… 그냥… 제 마음이 가는 것은
    제작자를 믿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감정을 극대화 했던 것 같지는 않구요.
    딱히 이것저것 뒤섞어서 조합했더라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느끼는 감정, 소가 느끼는 감정을 다르게 해석한 것 같지는 않거든요…. 물론 뭐 소의 감정을 인간이 어찌 알겠습니까만은.

    전 암튼..
    워낭소리를 정말 정말 가슴 아리게 봤습니다…

    소를 너무하게 다뤄서 감정이입이 잘 안된다는 비판도 꽤 있는 걸로 아는데…
    뭐 할아버지와 소의 관계가 그런데 어찌하겠습니까.
    그리 비판을 할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 늙은 소를 어떻게 그리 험하게 다룰 수 있느냐는 비판은 그리고 조심할 필요가 있어요.
    애완견을 키우는 환경과 생업환경에서 동물을 키우는 환경은 이해하는 잣대를 좀 달리 해야 합니다.
    애완견은 기를 조건이 되는 사람이 순전히 인간화한 동물을 반려자로 키우는 것이지만
    할아버지의 소의 경우에는 그런 것이 아니잖아요.

    암튼, 암튼, 암튼
    할아버지와 소가 교감하는 그 특이한 방식이

    한국 농촌, 한국인, 늙음과 죽음

    을 아주 제대로 포착했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보는 내내 가슴이 너무 아렸습니다.

    PS: 워낭소리 촬영장을 놀러가셔서 무례를 저지르는 분들이 꽤 있다고 하던데요. 거기 그리도 가고 싶을까요? 워낭소리에 담긴 현장은 한국의 시골 어디에도 널린 걸로 생각되는데 말이죠.

  • [블랙-산제이 릴라 반살리] 평점이 너무 높지 않던가요?

    친구들하고 새벽에 영화 한편 때리자고 했는데, 각자 한편씩을 고르고 무비스트 평점이 제일 높은 것으로 보자구 했죠. 각자 좋아하는 영화 스타일들이 너무 달라서요. 제 친구들과 저는 자주 이런 유치뽕짝한 게임을 하면서 놀아요.

    제 친구 하나는 “동사서독”을 딜을 했고
    제 친구 또 하나는 “7인의 사무라이”로 딜을 했고
    저는 평점 높은 걸로 한다는 말에 승부욕이 생겨 잘 알지도 못하는 영화 “블랙”으로 딜을 했죠.
    요즘 개봉하고 있던 “블랙”의 평점이 꽤 높았던 것 같았거든요.
    결과는? 명작들과의 대결에서…. 결과는 제 압승이었습니다. 제 기억에 “동사서독”은 7점대, “7인의 사무라이”는 8점대였는데… “블랙”의 평점은 9점대였죠. ㅎㅎ

    그래서 친구들과 알콩달콩 “블랙”을 보면서 새벽을 보냈습니다.
    영화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봤는데, 거의 이야기는 완전히 “헬렌켈러”입니다.
    시각, 청각, 언어 구사 장애까지 함께 있는 아이와 그의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이죠.
    영화를 보면서 왜 평점이 높은 줄을 알겠더군요.
    대단할 것 없는 영화라도, 장애인에 관한 영화는 유독 평점이 높아요. 왜 하필 장애인일까요? 이주노동자에 관한 영화는 민족주의라는 장벽을 넘어서야 하고, 여성에 관한 영화는 페미니즘에 대한 안좋은 인식이 자리잡고 있겠죠? 노동자에 관한 영화는 좌빨이라는 빨간딱지를 넘어서야만 합니다. 그런데 장애인은 그런 장벽이 없겠지요. 사람들은 장애인에 대해서는 무조건 뭔가 ‘봉사’ 해야만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이야기도 주목해보아야 합니다. 제가 한 이야기는 아니구요, 어떤 영화 평론가가 한 이야기인데요. 대강 요지는, 영화 “말아톤”이 흥행과 영화제 상들을 쓸고 다닐 때, 영화 “말아톤”의 현상은 영화 자체가 훌륭한 면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평소에 장애인과 장애인 문제를 회피하였던 자신들의 죄의식 때문에 마치 수혜를 베풀듯이 영화 “말아톤”에 무엇이든 주려고 한다… 라고 했어요.
    생각나는 일화가 있는데요. 제 주위의 누군가가 자기 생애 최고의 감동적인 작품이 “말아톤”이라고 했을 때, 다른 이가 자신은 “파이란”이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말아톤”을 언급했던 그 친구가 겨우 사랑 이야기의 감동과 “말아톤”이 일으키는 감동의 수위는 급이 다르다고 하더군요. 그 친구의 그런 심리 기저 속에도 비평가가 언급했던 것과 유사한 현상이 일어났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딴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요. ㅋㅋㅋ (제가 뭐 그렇죠)
    암튼 영화 “블랙”의 평점이 고전 명작들과 붙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영화가 별로 였다고 한다면 나쁜 사람, 이기적인 사람으로 몰릴 것 같은 위기의식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뻔하고, 한국적 정서에 그리 잘 맞지 않을 듯한 신파였거든요.
    인도 영화를 이걸 처음봐서 그런지, 인도 영화풍이라 확신할 순 없는데요. 뭔가 연출이나 음악 사용이나 이런게 너무나 과장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추측이지만 뮤지컬 위주의 영화가 많이 발달한 인도영화의 영향일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별 다른 일이 아닌데도, 엄청나게 웅장하고 스펙타클한 효과음이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끊이질 않습니다.
    또한 영상도 거의 초광각렌즈를 주로 사용하여서, 뭔가 뮤직 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이에요. 인물을 잡을 때도, 조명을 확실하게 때려서 차분한 맛이 없죠.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도 그런 분위기로, 과장되어 있습니다.
    금방 흥분학고, 너무 처참하게 묘사하고… 너무들 환히하고… 감정들이 좀 격정적입니다.

    그래도, 영화가 그리 심각하게 나쁘진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좋은 의도로 만든 작품이고, 일상생활에서 체감하기 어려운 장애인의 어려운 문제를 접근할 수 있게 된니깐요.
    그런데 이 두 점을 쏘옥 빼고 생각한다면, 그리 잘난 것이 없는 영화임에는 분명합니다.
    스토리가 좀 신파적으로 흘러가구요, 감동을 주자라는 감독의 집념이 좀 집요하다고 까지 생각되거든요. 그리고 영화가 대단히 종교적입니다. 인도에서 만들어졌는데, 대단히… 기독교적이에요. 제가 종교를 갖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기독교적인 감성들이 곳곳에서 발견될 때마다 그리 달갑지는 않더군요.
    좀 절제의 미덕이 여러모로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이 드는구요.
    9점대의 높은 평점은, 제가 함부로 뭐래 저래 할 처지는 아니지만…. 쵸큼 많이… 높군요…;;

  • [김씨표류기-이해준] 웰메이드 했습니다

    “김씨표류기”의 영어제목은 Castaway On the Moon입니다. 캐스트어웨이죠? 근데 뭐 어차피 모두 로빈슨 크루소 계열이니 정통성을 따질 필요는 없을거에요. 모두 동일한 구조입니다. 표류하고, 혼자 이것저것 다 해먹고 살고, 외로움에 못이겨서 사물들한테 인간성을 투여해서 같이 살기도 하고, 그러다가 거기서 나오죠. 나온 후에는 변화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인 캐스트 어웨이가 완전히 그 구조를 준수하면서 현대화한 영화를 만들었다면 김씨표류기는 그 규칙들에서 한참을 빗겨납니다.

    로빈슨 크루소와 캐스트 어웨이의 주인공들은 어쩔 수 없이 낙오되어서 진정 구조만을 기다리는 갇힌 인물인데 반해
    김씨표류기의 김씨는 갇혀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는 단지 사람들이 사는 도시에서 떨어져 나와있는 사람이에요. 그는 나올려면 얼마든지 나올 수가 있습니다. 단지 한강의 밤섬이라는 데 있을 뿐이니깐요. 영화 중간에는 짜장면 배달까지 됩니다.

    김씨는 암튼 밤섬에 표류되는데, 나가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에게 도시는 너무도 잔인한 세상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 잔인한 도시에 살기에 제 자신은 너무도 무능력하죠.
    여기서 김씨 표류기가 로빈슨 크루소에서 빗겨나간, 아이러니적인 재미가 도드라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커다란 빗겨감이 있는데요.
    여배우와의 로맨스에요.
    저는 포스터와 예고편만 보고 그 밤섬에서 우연히 만남 남녀가 같이 표류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로빈슨 크루소처럼 표류를 하는 건 김씨 혼자 뿐인 건 맞는데 여배우 려원이 그것을 시종일관 관찰하고, 편지를 통해 소통하는 것으로 했더군요.
    그리고 그 개연성은 여배우의 독특한 캐릭터 설정으로 기가 막히게 해결해 버립니다.

    로빈슨 크루소는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생각이 잘 안나는데요.
    적어도 캐스트 어웨이는 아마 결혼을 앞둔 주인공이 그 떨어진 시간 후 약속했던 여자의 변화를 목도하는 이별 이야기인데요.

    김씨 표류기는 둘이 같이 사는 것도 아닌데
    관찰하고, 관찰당하고
    편지쓰고, 답장쓰는 것으로

    새로운 만남을 이야기해줍니다.
    둘이 러브러브할지 안할지는 모르겠는데요.
    그것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닌듯해요.

    중요한 것은, 소통을 통한 두 주인공의 ‘변화’ 이죠.
    도시 속에서 떨어져 살던 두 주인공이
    어떻게 자신을 극복해나가는 가 하는 바의 이야기가
    보는 이로 하여금 훈훈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꽤나 잘만들어졌어요.
    전체적인 흐름도 그렇고, 디테일적인 섬세함들이 돋보입니다.
    영화 곳곳에 숨어있는 유머들은 단순한 몸개그가 아닌 대단히 아이러니적인 시사 개그급이에요. 하나하나 우리의 경험들과 맞닥드리게 하거나, 주인공들의 캐릭터와 딱 맞아떨어지죠.
    앞뒤가 정말 잘 맞아 떨어지는 시나리오에요.

    정말 매력이 곳곳에서 넘쳐흐르는 영화라고 생각하는데요.
    흥행에선 왜 그리 큰 재미를 못보았을까요… 좀 아쉽습니다.

    적어도 과속스캔들보다는 훨~~~씬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되는데요.

    그런데 딱 한 가지 지적 아닌 지적을 해보자면 나래이션이 너무 많고, 좀 어투가 부자연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건 그리 결정적 단점이라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 [히로시마 내 사랑-알랭 레네] 히로시마에서 벌어진 풍경

    이 영화가 나왔을 때 이 영화를 보고 전세계 사람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고 하네요. 믿을 수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나요.
    참, 제 1세계 사람들의 천연덕스러움은 참 놀라워요.
    난 몰랐어, 너희가 그럴 줄은…
    뭐 그래도 이렇게 말해주면 다행이겠지요.

    암튼 이 영화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여를 당한 히로시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매우 매우 고단수입니다.
    보여줄 것은 다큐멘터리 화면처럼 초반부에 다 보여줘놓고
    또 다른 서사를 이끌어 나가요.
    역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병사와의 첫사랑하였던 여주인공의 이야기
    느베르의 이야기입니다.

    그 이후 끊임없이
    여주인공의 느베르의 이야기와 여주인공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느베르의 상처와 히로시마의 상처는 서로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고단수 명작 영화를 제가 이렇다 어떻다 평가할 역량이 안됩니다.
    전 고전 명작을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거야 하는 것 때문에 지금도 한참을 헤매고 있습니다.
    별로 본 것도 몇 편 안되구요. 많이 안 봤어. 하면선 한 50편 하는 그런 구라가 아니에요. 지금까지 본 고전명작이 5편이나 될려나요…?! ㅋㅋㅋ

    그래서 히로시마 내 사랑이 내 마음을 어떻게 움직였는가
    무엇이 효과적이었고, 무엇이 좀 그랬다 라고 말할 처지가 아닙니다.

    그래도 글을 쓴 것은
    영화를 한번쯤 보시라고 써봤어요.

    히로시마의 상처에 대해서 이야기하여서
    보는 한국인들로서는 어떤 충돌을 경험할 것 같아요.

    그럼 우린 뭐야. 우린 일본에게 당하고 아직도 제대로 된 반성조차 듣지 못했다구.

    저도 그런 충돌을 경험했는데요.

    내가 사과를 받지 못한 그의 아픔에 대해서 도외시 하고, 쎔통이다 라고 하는 것은 너무도 어린아이 같은 태도가 아닐까요?

    그래서, 히로시마 내 사랑이란 영화를 한번쯤 봐주었으면 좋겠네요.
    우리는 우리가 맨날 아프다고 징징대기만 하지, 타인의 상처에 대해선 좀 무심했던 것 같아요.

    PS: 영화를 보는 중에 어떤 헐리우드 액션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는데요. 그 액션영화는 핵폭탄을 적군쪽에 쏴주고 남자 주인공이 그 풍경을 멀리서라도 지켜보면 실명할 수가 있으니 여 주인공의 눈을 가려주면서 매우 로맨틱한 키스를 하죠. 키스 뒤편에 버섯구름이 뭉게 뭉게 피어오르구요. 참 섬뜩하지요?

  • [사랑니-정지우] 오랜만에 감동적인 영화 한 편을 본 듯 합니다

    보는 내내 가슴을 살그머니 흔들어 놓다가
    끝나고 나면, 가슴이 뭉클뭉클 해서

    마음이 그냥 푸짐해져버리는 느낌.

    그야말로
    감동.

    첫사랑과 기억 그리고 현재라는
    누구라도 알고 있을 법한 상투적인 상황을
    기가 막히게 풀어 낸 영화이다!

    영화 “러브레터”의 영향이 조금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어쨌건, 영화 “사랑니”는
    열렬하고도 애절한 첫사랑의 기억을 갖지 못한
    가련한 나도
    감동시켜주었다.

    특색있는 카메라 구도도 멋졌고
    내가 그리 좋아하지 않는 배우 ‘김정은’의 새로운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현실에서 그리고 현재에서
    마음이 황폐화되고 있다면

    여유를 갖고
    영화 “사랑니”를 보기를 추천한다.

  • [선물-김지운] 26분짜리 광고영상

    협찬사의 의뢰로 만들어졌을 것이다라는 상황논리를 고려하더라도
    이건, 감히 정도를 넘어섰다 할 수 있겠다.

    BMW와 샤넬, 루이비통이 넣어야 한다는 감독의 자괴감이 너무 컸을 것인가?
    글쎄… 글쎄다….

    그래도 그리 강제된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라 추측하게 하는
    이 영화는 그야말로 욕할 것 투성이다.

    진정으로 발로 쓴 시나리오
    때깔나는 장소와 분위기만 좇아가는 카메라
    발로 하시는 연기

    그나마…
    김아중은 그냥 대충하지 뭐 정도의 연기를 보여주시는데
    정우성은 쟤가 연기한지가 몇 년이 됫는데 아직도 저러고 있나 하고 싶을 정도로
    대사를 교과서 읽듯이 읽어주시고 있다.

    김지운 감독
    이거 다시 보게 됬음….

  • [이상은-외롭고 웃긴 가게] 나 뿐만이 아니야, 너 뿐만이 아니야

    눈 꼭감고 바라보는 해 혼을 열고 일렁이는 불
    생각없이 느껴지는 바람 입을 닫고 깨물은 달빛
    다른 빛은 죽이지 못해 내 안에 있는 붉은 빛
    겉모습은 노랗지만 나의 시적인 꿈은 너무 붉은거야
    그대 안에 있는 그것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걸
    숨기자. 지금도. 어디를 가든 오목하면서 둥그렇게 붉은 활
    반사작용인 줄 알고 들여다 봐도 아직 거기에
    그대는 새빨간 활 그대는 새빨간 활
    우리안에 있는 붉은 빛 늘 항상 따라다니고 있지
    아무도 모르겠지 나의 광적인 꿈들안에 있으니까
    -[새빨간 활]

    내면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외로움, 그리움 같은 잔인한 감정들이

    지부깽이같이 자신을 휘휘- 저어버리고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불안해져서
    사는 꼴이 우스워져 버렸다.

    그런데,
    7집 앨범이 무엇보다도 호소력이 높은 이유는
    회괴망측한 내면과 리듬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날생선처럼 오롯이 들어내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이상은 앨범중에
    내가 제일  자주 찾는 앨범이 바로 이 7집 “외롭고 웃긴 가게”이다.

    진정
    이 앨범은 나를 위로해준다.

    책 “88만원 세대”가 나왔을 때
    우리 세대를 ‘88만원 세대’ 라고 인식해주기는 하는구나
    와 같은 냉소 섞인 위안처럼

    그녀가 외로움에 몸을 떨때
    그래, 나 뿐만이 아니구나 하는
    동질감 안에서 끌어 올려지는 어떤 유희

    그녀는 나를 그렇게 위로하고
    나는 그녀를 또한 달래준다.

    나 뿐만이 아니야
    너 뿐만이 아니야.

  • [똥파리-양익준] 진정성의 힘!

    이 영화는 시종일관 불편하게 만든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때렸고
    아들은 아버지를 때린다.
    아버지가 딸에게 칼을 들이대고
    남동생은 누나의 머리통을 쳐댄다.

    이것은 단순히 복수의 차원이 아니고
    단순히 사랑받고 싶은 마음도 아닌듯하다.

    아주 아주 깊이 배어버린 상흔
    같은 것이 아닐까?

    서로를 욕하고
    서로를 때려서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게끔 되어 있는
    학대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어떻게해도 해결 볼 수 없을 것 같은 깊은 늪들.

    상흔과 늪들은
    보통의 사람들에게 너무도 이질적이거나
    완전히 쉬크하게 보자면
    TV 드라마속 ‘찌질이’ 극에서 몇 번 다루었기 때문에 상투적일수도 있는데

    영화 ‘똥파리’ 는 진정성으로
    이질성과 상투성을 극복해낸다.

    아아~ 진정성!
    기본기이면서
    정말저엉말정말 어려운 것.

    그 어려운 것을 해낸 영화 ‘똥파리’를 보라!

    PS 1 : 난 이걸 아주 한참 전 시사회때 봤는데, 이제야 리뷰쓴다… 영화를 보면, 꼭 감독 실화인 것만 같은데, 시사회때 감독이 그러길 자기는 쌈 한번 잘 안해봤다고 한다… 절대 그렇게 안보이는데 말이지 ㅋ 아, 그리고 여기 나온 배우들 연기가 다 끝내주긴 하는데, 특히 ‘이환’이란 배우를 주목해보면 좋을 듯하다. 아역배우도 너무 귀여워 ㅋ

    PS 2 : 이 영화를 다시 본 것은 내가 갖고 있는 캠코더 HVX-200 으로 찍었다는 말을 들어서였다… 보고나니, 아~ 웬지 뿌듯하다.

  • [미선이-Drifting] 내 맘에 평화를

    다시 진달래 피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봄을 타고
    개같은 세상에 너무 정직하게
    꽃이 피네
    꽃이 지네
    올해도

    돌아 올 수 없는
    시간의 저 밑으로
    우리 나라 떨어지네
    세상은 아직도
    자꾸 미쳐가네
    떨어지네
    우릴 조여오네
    그들은

    이땅에 봄이 오네
    겨울을 밀어내고
    다른 세상이 피네
    진달래처럼
    진달래처럼

    해마다 봄이 오면
    나는 꿈을 꾸네
    눈물없는 이 세상을
    하지만 언젠가
    나는 노래하네
    슬픔없는
    진달래 피는 봄에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은 절감하지 않는 시절이 없지만

    복학 후에는 시간 참 빠르네 정도를 넘어서서
    그게 2008년이었던지, 2009년이었던지 분간도 잘 안될 정도다.

    2008년부터 2009년의 기간동안 내 일상이 그리 버라이어티한 시기도 없었고, 새로움도 없었고, 뭐 모든 게 여전해서 그럴 수 있다..
    그 동안 나는
    학교는 다니되 학교공부는 잘 안했고
    영화를 꿈꾸되 준비는 잘 안했고
    제법 그런데도 이것저것 고민할 게 많다면서
    밤만 되면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다.

    포터블 음악을 귀에 꽂고 서
    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사람들은 잘도 살고 있구만

    할 때, 꼭 함께 듣던 음악이 있었다.
    그게 바로 미선이 1집이었다.

    미선이 음악은 아주 예~~ 전에 우연히 한번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우연히 들었던 노래가 <진달래 타이머> 였다.
    근데 듣고서, 아니 가수가 뭐 노래를 저렇게 못하나… 하고 말았다…;;
    그때 가끔 루시드폴을 듣곤 했는데, 미선이가 루시드폴인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왜냐면…. 이름이 “미선이” 였으니깐… ㅋ

    암튼, 그러다가 언제 미선이를 듣게 되었냐면
    전역을 하고, 이제 막 서울에 자취방을 잡았을 때였다.

    그때는 ‘기대감의 끝’ 과 ‘불안감의 시작’ 이 중첩되어있던 시기였다.
    언제나 나에게 자유(?)만 주어진다면, 무엇이든 해낼 것만 같다는 나 자신에 대한 기대감과
    막상 밖으로 뛰쳐나와버린 한심한 존재안 나 자신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이런 내 바깥을 휩싸안고 있던,

    ‘서울이란 도시, 겨울 끝자락 2월, 좁은 골목’

    그렇게 골목골목을 휘돌아 다니고
    사람들을 지나치다 보면

    “그런데 언제 봄이 올까?” 라는 질문이 먼저 들고
    “그런데 봄이 오면 뭐하나?” 라는 약간의 자괴감이 들고
    암튼 시간은 지나는데, 나는 지금 배회하고 있네….. 뭐 이런 궁시렁 궁시렁 하는 나의 알 수 없는 멜랑꼴리와 함께 해주었던 앨범이 바로 미선이 1집이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도 미선이의 앨범을 찾게 된다.
    나는 여전히 배회중이다.

  •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추천할게요! 좋은 한국 영화!

    웬만하면 좋은 영화를 더 리뷰를 많이 써야 할 텐데, 좋은 영화를 리뷰쓰는 것이 더 어렵고 귀찮은 일이라… 오히려 욕 먹을 영화 욕하는 게 더 많아진 내 영화 게시판.

    욕하는 것은 욕 먹을 끄나플만 찾으면 되는데
    좋은 영화는 좋은 이유를 막 나열할 수도 없고
    내가 그 영화가 왜 좋고, 재미있었는지 언어화 시키는 것도 쉬운일도 아니고..

    뭐 그래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랜만에 본 ‘좋은 영화’ 리뷰를 한번 써 본다.
    쉬레기 영화들이 마구마구 쏟아지는 한국 영화의 빙하시대에 신생 감독들의 ‘좋은 영화’ 들이 나와주어 너무 기분이 좋다. 은근 너무 시샘이 나기도 한다. 이게 첫 작품 혹은 초기작인데 이렇게나 잘 만들어버리다니! 헉! 이런 시샘.

    미쓰 홍당무가 자꾸 떠오르는데, 미쓰 홍당무가 안심하고 웃을 수 있도록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주었다면 <지금..>은 웃음보다는 대단히 감동적인 작품이다.

    <지금..>의 감동이 너무도 특별했던 것은 감독의 세심한 의도가 곳곳에 잘 배어져 들어있었다는 것이며, 조금은 기발한 소재를 기발함 자체의 보여주기로 접근했던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심도깊게 접근해주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맺음이라는 문제는 도저히 어떤 한 단어로도 풀어낼 수 없는 미묘하고도 어려운 문제면서 어찌보면 너무나도 단순한 문제이기도 하고, 머 암튼 궁시렁 정시렁 별 이야기를 다 쏟아낼 수 있으면서도….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헥헥헥.

    왜냐면 그 관계의 제일 이상적인 형태에 대해서
    우리는 알면서도, 행동을 언제나 불일치시키며
    그런 불일치의 경험 속에서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상처받았고, 언젠가는 상처받은 누군가를 위로해주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기 ㄸㅒ문이다.

    “왜 알면서도 잘 안되지?”
    그건 어쩌면 관계의 문제에서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인간이 가진 감정의 문제가 그리 단순하다면, 삶이 너무 재미없지.

    앗! 영화 이야기 하다가 좀 딴데로 셌다.
    이건 내가 영화를 보면서 관계의 문제에 대해서 느낀바가 좀 있어서… 센 것이니… 좀 이해를 바라며..

    음… 영화는… 줄거리를 막 이야기하면 스포일러 가능성이 커서 줄거리를 이야기하진 못하겠다. 누구든 이 영화를 한번쯤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고 있으니..

    암튼, 나는 대단히 감동받았다.
    단순한 구조이면서, 그 엮고 엮임을 대단히 자잘자잘한 부분까지 신경써준 세심함이며
    감정선을 처리하는 것도, 신파로 가기보다는… 어느 정도 절제해주는 노력도 보여주었고
    무엇보다도… 감독이 사람과 사람, 관계를 대하는 데에 있어…. 너무도 따뜻한 자세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영화는 따뜻한 가슴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라면 결코 만들 수 없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영화를 추천하리.

    공효진은 역시나 역할과 자신의 캐릭터에 충실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신민아도 이전에 비해서는 나은 연기를 보여주고는 있으나…. 조금 미진하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