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감상

  • [돈의 맛-임상수] 소재, 소재, 소재

    영화의 대부분은 소재들로 매우고 있었다.
    재벌가의 비인간성, 엄청난 돈거래, 연예인 및 여자관계, 그들이 한국의 보통 서민들을 대하는 경멸 같은 것들.
    사실 어떤 재벌을 인터뷰하지 않아도 다 알게 될 것 아닌가?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고 싶으면 “삼성을 생각한다” 책만 봐도 될 것이다.

    그리고 감독이 곁가지 친 서비스들.
    영화 “하녀”와 연장선에 있다고 한다던지, 쌍용차 진압문제를 들이댄다던지, 삼성가를 연상시키도록 한다던지, 등등.
    이것은 어디까지나 감독의 서비스일 뿐인 것이 이것 또한 소재에 불과하지 않던가.

    대놓고 말하든, 한 층 덮어서 말하든 간에
    이 소재들을 어떻게 엮는가가 중요하지, 이것 자체를 말했다는 것 자체는 무슨 숨겨진 고발이 아닌 이상에야, 그리 대단할게 있겠는가. 다큐가 아닌 영화인걸.

    소재들을 걷어치우고 나서
    재벌가 속으로 들어가보면, 전체 줄기는 돈의 맛에 길들여진 재벌가는 돈 때문에 자기를 소외시키는 역설에 위치하게 된다는 어느덧 조금 평범한 결론. 그리고 이렇게 모욕적으로 살면 안된다며 조금 상투적인 결론.

    현실적인 전제들에 둘러쌓여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냉철해야 하는데 언뜻언뜻 순진한 모습을 하고 관객을 바라보는 바람에 조금 당황스러워 질 때도 있다. 김효진이나 백윤식에게 이중성이 별로 없이 너무 순진한 모습을 보여서 그렇고, 계속 관찰자 모습으로 졸졸 따라다니기만 하던 이강우가 막판에선 에바에게 뭔가라도 하는 듯한 모습. 조금 작위적이란 생각이 든다. 차라리 재벌가 악마 캐릭터 대 모욕에 꿈틀대는 다른 편들. 이렇게 양분할 게 아니라 그 중간지점에 이중적인 사람들을 꽤 배치하고 그 관계를 더 미묘하게 얽어놓았다면 이렇게 허한 느낌은 없을 것이다.
    생각보다 잔인한 장면들이 연출되더라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순진함과 교차되어 버리니 그것 자체의 진정성이 휘발되는 듯.

    블랙코미디, B급 유머를 지향하는 감독 스타일을 알겠으나- 영화가 생각보다 너무 단순했고, 이것저것 다 보여주고 나니 그냥 얼렁뚱땅 결말로 뭉개버리는 느낌.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는 전제였는데,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에서.. 놀랍지 않냐고 해버리니, 놀랍지가 않다.

  • [There will be blood] I finished

    영화가 말하자면 끝이 없을 테지만, 나는 그 끝없는 설을 풀 능력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뭉텅이 중 일부분만 쏘옥 꼬집어 내기에는 뭔가 비위가 상한다. 에라, 그냥 이것저것 갈겨보자.   영화가 어떻다고 이야기할 때 어느 정도 좋은 영화가 갖추고 있는 표준규격 상자 안에 넣어보고 우와, 거기에 한번 넣어봤는데 정말- 군더더기 없이 잘 맞더라, 하는 완성도부터 이야기해야하는데- 이 영화를 일정의 표준규격에 넣기는 영화가 너무 아깝다. 그렇다고 그 표준규격이 아닌 다른… 이 영화에 적당히 빗댈만한 상자를 찾지 못하겠다. 그냥 완성도에 대해선 연기, 장면구성, 스토리, 음악 그 모든 것이 완전했다고만 하고 접어두자.   사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영화는 종일 싸우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 전개는 꽤 길기까지 하다. 영화가 두시간 반 정도 되는데, 곁가지 치는 재미요소들도 별로 없다. 땅은 계속 파이고, 그 남자 앞에 누군가 나타나고 사라지고 죽는다. 때떄로 죽이기도 하고 말이다. 홀로 땅을 파던 집념은, 영화의 최후까지 끊임없이 몰아쳐간다. 나는 그의 집념이 언젠가는 한 풀 꺾이고 자기 반성을 하겠지 싶었는데, 이 주인공에게 그 따위 것은 없었다. 그의 집념, 타오르는 의지 그러면서도 속 안에 타오르고 있던 사랑(가족애?)에의 갈구. 주인공에게 변한 것이라곤 거의 없다. 왜 이렇게 굴곡이 없어? 보통 다른 영화 답지 않게?! 하다가 결말을 맞이하고    “I finished.”   라는 그의 말을 들으면, 헛! 하고 웃음부터 나온다.   “참 대단한 양반이구만!”   그건 주인공에게 나오는 말이기도 하고 감독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영화를 보면, 기부터 죽는다. 세상에 넘사벽이란 이런 거군. 쩐다!

  • [용서는 없다] 살인의 추억과 올드보이의 조잡한 혼합

    그냥 전체적으로 보면 “올드보이” 와 “살인의 추억” 의 이것저것을 가져다 붙인듯한 조잡함이 보인다. 또 일부에선 “추격자” 의 영향도 조금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주된 중심축은 “올드보이” 와 “살인의 추억” 인 듯.

    그냥 조금 추상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두 영화에서 이른 바 차용한 것을 그나마 제대로 따오지도 못했고, 두 개의 다른 느낌이 서루 뒤엉켜 부유하는 느낌이다. “올드보이” 는 조금은 환상적이면서 도시적이랄까. 그런 느낌 속에 강력한 비극에 숨겨져 있는, 그런 매력이 있는 영화이고 “살인의 추억”은 진득하고 비릿한 현실의 아이러니 속에서 뒹굴뒹굴 하는 재미가 있는 것인데… 말이다. 그 어느하나 건져내질 못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어가면…

     “살인의 추억” 같은 느낌.

    살인사건이 벌어진 곳이 전북 군산이다. 거기다가 무대뽀 시골 경찰들이 몇몇 존재하기도 하고, 살인의 추억이 그 민주화 시대 사회상을 배경으로 했듯, 여기도 새만금 방조제라는 사회적 이슈에 살짝 발을 들이고 있다. 그리고 시골을 배경으로 하는 스릴러와 추격전. 한가로움 속에 스물스물 공포를 피워올리고 손에 땀을 쥐게하던 그 아이러니를 이미 살인의 추억에서 맛본적이 있지 않던가. 한가로움 뒤에 숨겨져 있던 전통사회의 완고함 같은 느낌 같은 것. 너희들이 서로 잡으로 댕기든 말든, 나는 땅을 갈 테다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것들이 “용서는 없다” 에서도 등장한다. 그런데 닮은 것들 모든 게 다 맘에 안든다. 무대뽀 시골 경찰은 내용과 관계없이 극 중에서 어디까지나 재미를 주기 위한 오버 캐릭터로 존재하고 말고, 그 나마 리얼리티와 관계없이 필요할 때만 가져다 쓰는 편이다. 우선 지역은 전북 군산인데, 시골 경찰들은 전부다 충청도 사투리를 참 구수하게도 구사한다. 그리고 시골 경찰서와 어울리지 않는 최첨단 취조실과 수사 프레젠테이션 등등. 거기다 주인공은 아무리 봐도 집이 서울인 것 같은데, 서울과 전북군산을 눈 깜짝할 새에 왔다갔다 하는 지 말이다. 그리고 국과수인지 뭐시긴지도 서울에 있을 텐데 이것도 거의 순간이동 수준으로 왔다갔다 한다. 괜히 시골을 끌어들이는 바람에 서울과 전북 군산이 조화롭지 못하게 혼합되어 있다. 그리고, 새만금 방조제 이슈는 왜 끌어들였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진지하게 다루지도 않았고, 오히려 혼란만 가중하였으며 그나마 이것도 스토리하고는 개연성이 없는 조그만한 소재에 불과한데 말이다.

     “올드보이” 같은 느낌.

    이건 스토리의 주요 얼개가 닮았다. 끝까지 보면- 아— 하게 되는 면이 있을 정도로 닮아있는데, 그래도 뭔가 석연치가 않다. 마치 그렇게끔 하려고 억지로 끼워맞춘 느낌이기 떄문이다. “용서는 없다” 내용처럼 진행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우연들을 뚫고, 와야할 뿐더러… 그리고 각자의 캐릭터 구성도 제대로 되지가 않았기 때문에 그래도 그렇게까지 하다니? 라는 의문이 자꾸 살아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올드보이”에선 오대수와 유지태의 캐릭터가 너무도 탄탄하여 그 모든 게 팡- 하고 때림으로 이해될 수 있었다. 그런데 “용서는 없다” 의 류승범은… “올드보이”의 그 느낌을 그대로 가져오는데 별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설경구는 더욱 더 납득이 안된다. 세상에 아무리 국내 최고의 부검의라지만… 그런 대담함은 다 무엇이며, 류승범의 살인사건이 수 많은 부검인 중에서 설경구에게 맞겨지다니… 그런 필연은 도대체 어디서 가져온 것일까. 그것도 서울에서 경찰대 교수로 활동하는 설경구가 갑자기 전북 군산의 살인사건에 투입될 이유가 어디있을까.

    “용서는 없다” 를 보면서… 이거 말이 안되는데, 말이 안되는데 하며서 한 품에 우와- 살인의 추억이란 영화의 영향이 이렇게 컸구나, 올드보이의 영향이 이렇게 컸구나 하고 감탄을 했다. 그런데 끝나고 보니…. 이건 단순한 영향이 아니라 그냥 대놓고 그 컨셉으로 만들어 보려고 한 거였구나. 하는 마음. 그런데 이것저것 갔다 쓰다보니 지저분하기만 하고, 말도 안되고, 촌스럽다.

  • [푸른소금] 예쁘장한 씬들만 남았네요

    벼루고 벼루어왔던 영화 푸른소금을 봤다.
    (벼루고 벼루어왔다는 것은 기대하고, 기대해왔던 것은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우즈벡에서 구해다 보려니깐 좀 늦게 볼 수 밖에 없어서 였다.)

    푸름소금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것은 트위터 여서 였다. 트위터에서 나는 거의 웬만한 영화계 인물들을 팔로잉해서 영화 관련 정보라도 조금 더 얻어볼까 하던 참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트윗을 하는 이현승 감독도 내 팔로잉 안에 있엇다. 이현승 감독 작품 중에 인상깊게 본 영화는 없었지만, 제작에 돌입한다라는 이야기부터 영화가 개봉하고 관객들 평까지 쭉쭉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궁금히자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나름 파격 캐스팅. 송강호과 신세경! 이었고 한국에서 성공작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킬러영화라고 하고, 관객평은 이리저리 엇갈리고 있었다. 좋다는 사람들은 몇 번이나 극장으로 다시 한번 찾아간다고 하고, 뭔가 이건 아니다 하는 관객도 있고 말이다. 암튼 갖가지 궁금증을 가지고 푸름소금을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로다.
    별로인 이유를 간추려 말하면 시나리오에선 큰 줄기는 단순하기 그지 없는데, 그걸 너무 이것저것 상황만 넣는 바람에 우왕좌왕이고, 주된 줄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잔가지들 다 챙기고 가느라 편집은 여유없이 뮤직비디오 처럼 탁탁 끊어진다. 너무 여유가 없는 탓에 스토리도 캐릭터도 다 죽는다. 그런데 그렇게 빠르게 빠르게 가는데도 영화 시간은 2시간이 된다 ㅠ

    그래도 잔칫상을 예쁘게 차려야 한다며 여주인공들 나올때는 예쁜 화면 보여주기에 여념이 없고, 이것저것 내놓을게 많아야 한다며 멜로에 액션에 차량 추격전에 등등- 의욕만 앞서서 흘러가다 보니 어느새 진부한 결말에 다다른다.

    대충 간추려 말해본다 하다가 해야 할 평은 다 말해버린 것 같은 데, 하나만 더 짚어본다면!

    제일 아쉬웠던 것은 아무래도 캐릭터(사실 정확하게 짚으면 시나리오 자체의 문제겠지만)! 캐릭터를 그렇게 많이 배치해놓으니깐 그걸 못 챙기고 갈 수밖에 없다는 것. 건달왕이었던 송강호와 사격선수였던 신세경 하나로도 큰데, 신세경 친구는 또 뭐며 해운대파는 또 뭐며 송강호네 조직 일당에 그에 연계된 정치조직에 살인청부업자까지- 헥헥. 이 모든 것에 개연성을 다 줄 수가 없으니깐 그냥 붕 떠서 줄줄줄 보였다 안 보였다 숨바꼭질 해버리니 정신이 없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실 주연 캐릭터 신세경의 행동부터가 개연성이 없었다. 사격선수였던 애가 한 순간에 조폭 심부름 노릇을 한다는 것 까진 이해하겠는데, 사람을 그렇게 서슴없이 죽이는 것으로 돌변하는데 그렇게 강심장이란 말인가. 근데 그렇게 강심장인 애가 별로 정분도 안 나눈 것 같은 송강호한테 왜 이렇게 질질- 대고 픽픽 쓰러진단 말인가.

    사실, 상을 너무 풍성하게 차리려는 욕심이 보이는 작품이어서 빈틈을 찾으려니 너무 많았다. 결론적으로 몰입감을 주는 깔끔한 대들보는 없고, 신세경을 예쁘게 보이게 하는 햇살조명과 푸르딩딩한 씬들의 복수집합으로 끝나버린 것 같다.

    PS : 아, 근데 이거 아이폰하고 어플회사한테 스폰받은 건 아니겠지? 설마?

  • 2011 DJ’s MUSIC

    2011년은 2월부터 쭈욱- 우즈벡에 있었지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DJ’s Music 은 계속된다!
    2011년은 올해 바로 출시된 따끈따끈한 앨범들을 많이 들은 편이었는데, 이유는 정말 기대하던 앨범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루시드폴 2년만에 새 앨범, 검정치마 3년만에 새 앨범, 허클베리핀, 이승열 4년만에 새 앨범까지는 그래도 양반이다.
    델리스파이스가 5년만에 새 앨범을 냈고, 라이너스의 담요는 10년만에 첫 정규앨범을 내지 않았던가. 덧붙여 10cm와 옥상달빛의 첫 정규앨범도 나를 얼마나 흐뭇하게 했던지 말이다.
    쏟아져나오는 새 앨범들 덕분에 원래 갖고 있던 못 들어본 앨범들을 들어볼 기회가 좀 적은 편이었는데… 그렇다고 안 들은 것도 아니다. 음악이라는 게 유행이라는 게 있을리 있나. 그냥 나랑 맞으면, 좋으면 듣는거지. 암튼 2011년 DJ’s Music을 해보자! Ketdik!

    * 10cm – 1.0
    Ep 앨범 초창기부터 좋아했던 10cm. 정규앨범을 기다렸던 밴드중의 하나였다. 결국은 나와주었고, 들어주었지. Ep 앨범에서 “눈이오네” 와 “새벽 4시”와 같은 허스키하면서 내지르는 목소리로 쓸쓸한 노래를 하는 게 내 가슴에 콕콕 박혔었지. 정규앨범은 그런데 Ep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좀 더 밝아졌고, 어쩌면 조금은 더 대중적이이랄까. 개인적으로는 정규앨범보다는 Ep앨범의 느낌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즐거운 음악, 즐거운 앨범이었다. 마치 멜로디를 가지고 노는 느낌이랄까.

    * 나윤선 6 – Voyage

    우즈벡에 와서 현지합숙훈련을 하던 중 들었던 앨범이다. 그때는 웬일인지 새 앨범은 잘 귀에 들어오지 않고, 예전에 들었던 것을 많이 들었다. 혹은 귀에 익은 목소리를 주로 들었다고나 할까. 이때 특히나 “가을방학”과 “생각의 여름”을 많이도 들었는데, 너무 반복해 들어서 지겨워질 때쯤 한번씩 뒤적거리다가 틀었던 나윤선 앨범이 갑자기 좋아졌다. 참 특이하다. 나윤선의 이 앨범을 처음 받아서 들을때는 노래는 좋은데, 듣기가 좀 힘겹고, 잘 들어지지가 않더니만, 이때 들을때는 우와- 우와- 하면서 가슴 졸일 정도로 좋다, 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여름이었고, 이때는 겨울이어서 그런지, 내 기분탓인지. 상황탓인지… 외국이어서 조금은 이국적인 나윤선이 잘 맞아 떨어졌던지, 어떤지. 어쨌든.

    * 이바디 1 – Story of Us

    동기들과 수다를 떨거나, 술을 먹거나 언제부턴가 배경음으로 깔리던 음악이 뭐지? 이바디가 뭐지? 뭔가 익숙한 목소리인데? 했는데. 클래지콰이로 활동했던 호란이 결성한 밴드인지는 나중에야 알았다. 목소리는 여전히 감미로웠고, 내가 좋아하는 기타소리, 북소리(젬베인가?)… 참 편안히 즐겨 들을 수 있는 음악이었다.

    * 옥상달빛 1 – 28

    옥상달빛은 정규가 나온 지 모르고 있던지라, 2011년 초여름 쯤에 들었다. 우즈벡에 와서 이제 내가 거주할 집을 구하고 생활하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어찌보면 밴드의 성향 및 앨범의 분위기와 노래 들었던 시기들이 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자립하는 청년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제 우즈벡에 와서 움을 트려는 나. 어겨맞추기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ㅎㅎ 어쨌든 옥상달빛은 내 세대의 이야기를 진실된 고민으로 해주어서, 들을때마다 위로도 되고, 힘도 나고 어찌보면 내 세대의 고민을 누군가 노래로 해주어서 고맙기도 하고 그런 밴드이다. 전체 앨범에 수록된 곡들도 앙증맞을 정도로 상큼발랄하고, 둘의 목소리 화음도 얼마나 잘 맞는지 말이다. 초여름에 주로 듣긴 했지만, 이후로도 구미가 당길 때마다 자주 들었던 것 같다.

    * 시와무지개 2 – 우리 모두는 혼자

    벌써 2집이라는데 시와의 팬을 자청하면서도 이런 프로젝트 밴드 혹은 앨범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시와의 단독 앨범이 아닌지라, 시와의 앨범과는 성격이 조금 달랐다. Rainbow99 라는 밴드와 협연하는 성격이라 그런지 일렉트로닉 계열이랄까 그 연주가 인상적인 앨범이었다. 개인적으로 일렉트로닉(?) 계열 연주를 그리 즐겨듣는 타입이 아니었던 지라 몇 번을 듣다가 중단하고, 중단하고 그랬던 적이 꽤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시와의 보컬이 강조된 “고개를 들어봐” 라는 노래가 귀에 들어오더니 갑자기 앨범 전체가 다 좋아져버렸다. “고개를 들어봐” 라는 열쇠를 발견한 느낌이랄까. 이 앨범중에 그래도 역시 “고개를 들어봐”를 제일 좋아하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 밤에 누군가 홀로 달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언젠가 그런 영상과 “고개를 들어봐”를 한번 매치시켜 보고만 싶다.

    * Jack Johnson – Sleep Through the Static

    더운 여름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우즈벡의 여름은 꽤나 마르고, 길었다. 우선 해가 길었고, 거의 비 한방울 안 오는 타는 여름이었고, 햇빛은 정말 피부를 찌를듯이 쨍쨍하기만 했다. 처음맞는 날씨들이었고, 우즈벡엔 바다도 없고 말이다. 뭐 그냥 집에 있는 게 최고의 휴양이랄까. 그래도 가만 있을리 없으니 동기들과 여기저가 나다니기도 하고, 이것저것 만들어 먹고, 나다니고 그러는 사이사이에 들었던 편안한 음악이 Jack Johnson 이었다. 나중에야 알았는데 Jack Johnson은 하와이 출신의 음악가로 편안한 음악을 추구한다던가. 역시 뭔가 미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ㅎㅎ

    * 허클베리핀 5 – 까만 타이거

    정말 날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던 앨범이었다. 출시설이 없었다면 모를까 거의 2010년 가을부터 새 앨범 출시설이 모락모락 나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내가 어떤 가수의 팬이냐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말하는 밴드 중 하나였다. 지금껏 나온 그들의 모든 앨범을 사랑했다. 밴드의 모든 멤버들을 좋아했고, 공연을 수차례 따라나가 보기도 했다. 어쨌든 그들의 앨범이 나와주었다. 정말 수많은 기대와 함께 들었던 새 앨범. 그런데 어랏? 해진다. 분명 앨범은 훌륭한 것 같다. 흠잡을 곳이 별로 없고, 매력적인 곡도 몇몇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잘 안들어진다. 내 스스로 막 찾게되고 그렇지 않는다. 좋아하는 밴드의 새 앨범이니까 들어봐야지, 들어봐야지가 계속 간다. 한 앨범을 좋아하게 되면 내 몸이 그 앨범을 자동적으로 찾게 되던데… 이번 앨범은 그렇지가 않았다.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제는 내가 Rock을 즐기지 않는 나이가 된 건지. 허클베리핀의 이번 앨범이 나랑 묘하게 안 맞는 부분이 있었던지. 뭐 그런것까지 골치아프게 싸맬 필요는 없다. 음악은 즐기는 건데 뭐. 다른 맞는 음악 찾아나서면 되지 뭐.

    * Jason Mraz – Mr. A-Z

    Mraz의 몇몇 곡을 좋아하기도 했고, 앨범을 한 두번 들어본 적은 있었으나, 한 앨범을 집중적으로 들어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이건 일부러 한번 들어보려고 mp3에 넣고 다녔다. 역시 시원시원 나불대는 느낌이 좋고, 신난다. 그런데 역시 외국곡은 가사가 뭔 말인지를 몰라서 그런지 한국노래보다 쉽게 가슴에 팍! 꽂히지는 않는 것 같다. 앨범과 가수의 느낌은 알겠는데, 뭔가 동질감을 느끼거나 그런 것은 별로 없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느낌은 그 가수와, 그 앨범과 동질감 비스무레한 것을 느끼면서 함께 노래하는 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때이기 때문. 노래도 좋고, 신나긴 한데… 말이지. 영어공부라도 열심히 해보면 나아질까? ㅋㅋㅋ

    * 검정치마 2 – Don’t You Warry Baby (I’m Only Swimming)

    솔직히 아무리 좋아하는 밴드의 앨범이어도 나는! 한번만 듣고 우와, 좋다 이러기는 쉽지 않은데, 검정치마의 새 앨범은 달랐다. 오랜만에 듣는 이 뺀질뺀질한 목소리가 얼마나 달작지근한지 말이다. 검정치마의 노래는 뭔가 우수꽝스럽게 끌어당기는 맛이 있다. 같이 무언가 딱딱한 것들을 비웃어 제끼면서 함께 키득키득대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음악이 쏘-쿨! 하면서도 가볍지만은 않고, 마치 블랙코메디 같다. 파고 들어가다보면 여기랑도 끼워맞춰지고, 저기랑도 끼워맞춰지고… 의미의 다층적인 것 같다. 그것은 이리 비벼꼬고, 저리 비벼꼬느라 머리를 굴린 것 보다는 원래 갖고 있는 센쓰로 잔머리를 굴린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래도 앨범 전체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젊은 우리 사랑” 에서는 꽤나 애틋하단 말이지. 암튼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다. 우선 앨범이 훌륭했던 것 같다!

    * 라이너스의 담요 1 – Show Me Love

    꽤나 익숙한 이름인데 이제 첫 정규앨범이 나왔다. 그것도 10년만에. 그렇다고 내가 10년동안 기다려왔던 것은 아니다. 그냥 싸이월드 무슨무슨 클럽 같은데서 BGM으로 되있는 것을 가끔 우연히 들었을 뿐이고, 하드디스크 있는 몇몇 싱글앨범도 가끔 우연히 들었던 것 같다. 암튼 10년만에 정규를 냈다던데 한번! 하면서 들었고, 상큼하고 발랄하고 시원시원했다. 마치 한 잔의 시원한 아이스티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너무 스위티한걸 들으면 금방 질리는 타입인데 라이너스의 담요는 그렇진 않았던 것 같다. 달콤하게 굴러오는 멜로디가 편안하게 했다.

    * 델리 스파이스 7 –  Open Your Eys

    하이에나처럼 음원 사이트들을 뒤지고 있던 사이에 우연히 발견한 신보소식이었다. 나는 거의 얘네 해체했나? 라고 의심하고 있었기에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다. 특히나 델리스파이스 아닌가? 내가 정말 오랫동안 좋아해왔던, 완전 빠돌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근접하다고는 이야기할 수 있는 델리스파이스. 그것도 이게 몇 년만인지 말이다. 5년만, 5년만이었다. 암튼 수 많은 기대를 품고 들어보았다. 보컬의 목소리는 여전히 가슴 한 구석에 얹히는 그런 아련한 매력. 여전하다. 아, 오랜만에 접신(?)하는 구나…. 아아~ 그런데 몇몇 좋은 곡들이 있긴 했지만, 5년만의 결과물 치고는 조금 섭섭한 것들이 있었다. 앨범이 물이 졸졸졸 흐르듯 흘러가지가 않고, 좀 끊긴다 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앨범 전체가 주는 느낌이랄지 냄새(?)랄지 이런게 별로 없다. 특히 타이틀곡은 그냥 너무 평범했고, 약간은 유치하기까지 했다. 전의 델리스파이스이기보다 마치 TOY의 앨범에 있있어 어울릴 것 같은 타이틀곡이었다. 분명 좋은 곡. 몇 개가 있었지만은 앨범 자체가 나를 끌어당기는 맛이 별로 없었다. 보통 다른 가수의 앨범이었더라면 이런 느낌 안가졌었을텐데 기대하고 기대하던 델리스파이스의 새 앨범인지라 기대도 컸었나 보다. 그런가보다.
    * 이승열 3 – Why we fail

    허클베리핀과 델리스파이스의 아쉬운 귀환 후, 찾아오신 이승열 아저씨. 이승열은 정말 새 앨범 안낼 줄 알았다. 전 앨범을 낸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뭔가 잠잠히 계셔서 그냥 거의 반은퇴하신 줄 알았다. (죄송 ㅠ) 그런데 어쩌다보니 이승열 아저씨의 새 앨범이 나와있었고, 가을녘에 주로 들었다. 근데 너무너무너무 좋았다. 한 길을 걸어가는 꿋꿋함이 이런 데서 역량으로 발휘되는 구나. 음악을 그냥그냥 즐기는 것도 아니고, 음악을 잘하려고 애쓰는 것도 아니고, 음악이라는 것을 인생의 동반자로 여기고 노래부르는 것 같은 느낌. 연륜이라는 것에서 오는 성과물의 차이는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정말 오랫동안 음악하시는 분들이 다 이의 경우과 비슷하진 않아 이승열 아저씨의 이번 앨범은 더욱 값진 것 같다. 때로 관록있다는 가수들도 관성화된 노래를 부르고, 조금 먹힐 것 같은 곡을 보란듯이 내놓고, 아니면 그것을 우회하려고 새로운 시도라고 이것저것 조합해보려는 등 꼼수를 쓰곤 하는데 이승열은 그대로 정면돌파하면서 보란듯이 너무도 명반을 만들어 낸 듯. 그 꿋꿋한 매력. 내 중년의 아이돌이랄까. ㅋㅋ

    * 타바코 쥬스 1 –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요

    다큐멘터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을 봤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원래 잘 알고 있던 밴드였고, 조금 생소한 타바코 쥬스가 아니 궁금해질 수 없었다. 컴퓨터에 있는 줄 알았는데, “타카피”와 헤깔렸던 것이다. 한국의 아는 누님께 구걸해서 받아냈다. 다큐의 권기욱 보컬이 얘기하던 “내가 어제 나루토를 봤는데, 정말 열심히 안 하면 안될 것 같더라구. 그런데 우린 열심히 안하잖아. 그래서 우린 안될꺼야.” 라는 자학 3단 논법은 이미 인터넷에서 봤던 것이었다. 열심히 해도 안 될판에 한량 찌질이짓을 하면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하면서 호기심에 틀어보았던 음악이었다. 사실 다큐에서 워낙 찌질하게 나왔기에 조금 깔보면서 들어봤는데, 어랏? 좋네, 그것도 상당히 좋네! 싶었다. 맨날 핸드폰 게임을 하고, 술병으로 앓아눕던 보컬 권기욱의 내지름도 시원시원하면서 뭔가 울분을 토해내는 듯한 비릿함도 있고 말이다. 멜로디는 신나고 신나면서, 뭔가 애틋하게 구는 구석이 있다. 서글픈 현실에서 나 자신이 찌질해서 더 슬프고, 그렇다고 간지 안나게 징징 울고 싶지는 않고 그래서 이래저래 막 노래하는 애들 같았다. 역설적으로 굉장히 한국적인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너무도 순하게도 이것저것 아프게 하는 것들에게 적의를 드러내지를 않고, 나 아퍼서 노래한다, 저기 나 처럼 아픈 사람도 징징짜더라 이렇게 군다. 꼭 순한 강아지들(?) 같기도 하다. 주인이 괴롭히는데 주인이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귀여움 못 떠는 내 탓이지 뭐. 어익후 신나게 한번 짖어보자 하는 것 같다. 암튼 말이 길어졌는데 암튼 이래저래 의외로 너무 좋은 노래들로 꽉꽉 차 있어서, 꽤나 오랫동안 들은 앨범이기도 하다. 아직 2집을 안 들어봤는데 시일내에 구해서 들어보리라.

    * 시와 2 – Down To Earth

    내 또 다른 기대주였던 시와다. 첫 노래에 별 다른 전주없이 목소리가 잔잔하게 울려퍼지는데, 아~~~ 이거야~~~. 시와의 이 울리는 목소리. 가끔씩 침 섞인 목소리. 하악하악~ 정규 2집. 1집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는데 어찌보면 조금 세련되진 것도 같고, 그래서 더 좋은면도, 조금 아쉬운 면도 있었다. 1집과는 다른 특색으로 매력을 발산하는 2집이었는데…. 가장 아쉬웠던 점이라고 하면… 앞에 이야기와는 별개로… 곡 수가 너무 적어요!! 정규라고 해서 꽉꽉 들어차 있는 앨범을 간절히 기다렸는데, 곡 수가 적으니 이제 배부르려던 참이었는데, 쩝 하는 느낌이 없지 않은 것은 사실. 암튼 이것은 내 팬심 때문에 비롯된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노래들은 좋았다.

    * Lucid Fall 5 – 아름다운 날들

    2011년은 시와의 앨범이 마지막일 줄만 알았다. 그런데 의외의 복병이 있었으니, 갑자기 혜성처럼(?: 나에겐 혜성처럼이었음) 새 정규앨범을 발표한 루시드 폴. 루시드 폴은 어찌된게 매년 DJ’s Music의 한 자리를 꿰 차는군.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난 이미 루시드 폴 팬이 됐나보다. 처음에 다른 작업들을 하면서 BGM 으로 한답시고 틀었을때는, 곡들이 다 똑 같은 것만 같더니만 주의깊게 들어보니 곡 마다 특색이 다 있고, 또 다른 느낌의 루시드 폴 앨범이었다. 전의 앨범보다 한결 성숙했다는 느낌이었다. 전 앨범들이 뭔가 다들 나름의 컨셉을 쥐어잡고 있으면서 그 분위기에 맞춰 아슬아슬 흘러갔다 치면, 이 앨범에는 앨범의 컨셉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전의 것들이 고국에 대한 향수, 사랑 감정 그리고 외로움, 감정이입해보기 등등의 컨셉으로 단색이 칠해져 있었다라면 이번 앨범의 색이 더 다채로운 것 같다는 이야기. 뭔가 소년스러움을 벗고, 푸근한 아저씨가 되어서 돌아온 것 같았다. 특히나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그리고 눈이 내린다” 에서 혼자 흥얼거리고 있는 루시드 폴을 상상하면 마음이 다 푸근해진다.

    전 연도에 비해 들은 앨범의 수가 그리 많지만은 않다. 외국에 있는 탓도 있는 것 같고,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지 않는 탓도 있는 것 같고, 산책을 오랫동안 다니지 않는 탓도 있는 것 같고, 혼자 다니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그런것도 같다. 앨범의 수가 많든 적든 그래도 이렇게 정리를 해보니 아, 지난 2011년도 음악과 함께 지내왔구나 싶어진다. 2012년은 또 어떤 음악과 함께 시간들을 보내게 될까 기대하다 보니 앞으로 올 2012년도 그리 두렵지만은 않구나!

    마지막으로 약간의 보너스로, 다른 음악 전문 웹진 같은 데서 하듯이 올해 들었던 앨범 중에 베스트 앨범을 하나 뽑으라면…. 사실 말하기 전에 너무 부담스럽긴 한 것이 내 주제에, 뭐 그런 것도 있고, 나는 뭐 귀에 들어오면 듣는거고 딱히 음악을 분석하고, 비평하면서 듣는 처지가 아니긴 하지만, 그냥 장난 반으로 하나 뽑으라면… 이 글을 쭉 읽으신 분들이라면 예상할 수 있듯이 이승열의 – Why we fail 을 뽑겠다.

    그럼 2011 진짜로 안녕 !

  • [황해-나홍진] 뒤죽박죽거리네 !

    영화가 전체적으로 좀 늘어진다는 느낌이다.
    그것은 하정우의 목표가 정확히 무엇인지 혹은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것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을 못잡고 계속 쫓기고만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대결해야 하는 대상도 계속 바뀌는 것만 같았다. 이건 영화가 단선적으로만 가면 너무 싱거우니까, 이리저리 꼬기도 하고 여러 갈래의 이야기들이 뭉쳤다가 풀어졌다가 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려고 한 의도가 있는 것 같은데, 그리 성공적이진 않았던 것 같다. 전 영화 “추격자”에서 경찰, 하정우, 김윤석 그리고 희생자. 이런 다양한 각도에서 쫓고 쫓기듯 하면서 몰입도가 상당했는데… 이번엔 짜임새 자체도 엉성했고, 불필요한 것도 많았고 거기다가 모호하기 까지 했다. 그리고 영화의 컨셉 자체도 확실하지가 않은 것 같다. 서로 캐먹으려고 하는 악의 구렁텅이에 놓인 한 남자의 수난사인지, 애틋한 목표 하나를 가지고 돌격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지… 말이다. 휴먼스토리인지, 액션인지… 흠.

    첫 출발, 중국에서는 뭐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정우는 어디까지나 파괴된 자신의 가정을 되살리고자 빗도 갚고, 아내도 함 찾아서 어떻게든 해보자 하는 강력한 목표 하나로 들끓고 있었으니깐. 죽여야 할 대상을 다른 사람이 해치우면서부터 이야기가 틀어지기 시작한다. 새로운 주변인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김윤석은 거기다가 하정우를 배신하고… 하정우는 결국 목표를 잃는다.

    아내는 만나보지도 못하고, 찾을 길도 묘연하고, 누군가 아내를 위협하는 것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그냥 지명수배자가 되서 쫓기기 시작한다. 하정우는 배신이고 뭐고 이제 그냥 여기서 탈출해서 중국으로 돌아가야겠구나 싶은 마음 뿐이다. 그래서 하정우는 경찰의 눈을 피하는 데에만 급급. 그런데 김윤석이랑 한국 조폭들이랑 갑자기 힘을 합치기도 하고, 서로 뒤퉁수를 때리기도 하고… 하정우는 그냥 도망가기만 하고… 주인공의 목표와는 빗겨 간 것들이 서로 뒤엉키고…

    액션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대결구도가 어떻게 되는 지를 몰라 긴장감을 놓쳐버린다. 그냥 모든 게 언젠가 한번에 풀리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려보면, 조폭두목 죽고, 김윤석도 그냥 죽고, 하정우는 배 위에서 자살한다.

    제일 뜬금없었던 것은 경찰들.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경찰들이 대대적인 수사에 들어가 하정우의 최고의 강적으로 부상하지만 결말부분으로 치닫으면서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나는 경찰의 몇몇 인물을 그래도 중견배우도 쓰고, 약간의 추리도 하고 그러길래 사건의 말미에 뒤치닥거리 하는 역할로 쓰겠구나 싶었는데, 클라이막스 이후부터는 종적없이 사라져버렸던 것.

    흠… 느와르와 액션 그리고 약간은 애틋함 그리고 콧등 시린 인생의 애환까지 담아보려 하기에는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조금 부족했던 듯 싶다.

    PS :  갑자기 이렇게 리뷰를 쓰는 것은… 너무 안 써서, 이제부터 좀 써야겠구나 하고 반성하는 의미임. 근데 잘 안 써지는 군 ㅠ 그래도 하정우는 연기 참 잘하더라 !

  • [모퉁이의 남자-이진우] 서로 헤매이는 욕망의 덩어리들

    철수와 영희는 연인이다. 연인이라는 말은 참 이상한 게 관계를 지칭하는 것도 같고, 상대방을 지칭하기도 한다. 철수는 연인이기 때문에 영희를 소유하고 있는 것도 같고, 사실은 그게 아니고 철수는 단지 영희와 ‘연인관계’ 만을 소유하고 있는 것도 같다. 대게 철수는 영희 전체가 아닌 ‘연인관계’만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철수는 그렇게 두고 싶지만은 않은 것 같다. 철수는 끊임없이 영희를 소유하려 하고, 철수와 영희의 이야기를 영원히 진행시키고자 한다.
    무서운 진실은 ‘변치 않는 진실 하나는 변치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 이듯, 철수는 영희가 될 수 없고, 철수는 영희를 알 수 없고, 철수는 영희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영희는 떠난다. 영희가 떠날수록 철수는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가 않다. 그가 단지 ‘철수와 영희의 관계’만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철수와 영희의 이야기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철수는 끊어진 ‘관계의 실’만을 손에 쥔 채 끊어진 이야기의 단힌 골목, 미로를 헤매인다.
    골목을 빠져나오는 방법은 욕망을 버리는 것 뿐. 그러나 뻘건 벽돌 담장에 빽빽하게 솟아나는 나무들처럼 욕망은 쉽사리 빠져나오지 않는다. 길을 잃고 헤매는 욕망의 덩어리들이 각기 다른 모퉁이에 서있다. 욕망들에게 둘러쌓인 영희는 어떻게 할 지 모르겠고… 이 이상한 구도를 푸른 하늘이 깔깔대면서 웃어댄다.

    ** 중요한 이미지들 **
    관계의 이미지들 : 단추, 골목골목 그리고 모퉁이, 빽빽하게 자란 나무 그리고 식물들.

  • [시-이창동] 시란 뭘까요?

    * 여기에는 스포일러가 매우 많이 있습니다

    써보고는 싶은데 쓰기는 좀 무서워지는 그런 리뷰군요.

    영화 “시”입니다 .

    좋은 작품성을 인정받아 웬만큼 좋은 비평과 리뷰가 나왔을텐데

    헛소리하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제 역량으로 감당이 될 작품인지도 잘 모르겠네요.

    암튼 밑밥은 이 정도 깔았으니 충분할테고 (ㅋㅋㅋ)

    “시” 로 들어갈볼까요?

    멋쟁이 윤할머니는 시 라는 것을 접해보고

    시 라는 것을 한번 써보고 싶습니다.

    시 라는 것은 지고 지순한 아름다움의 결정체 같거든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멋쟁이 윤 할머니는 소녀다운 마음으로

    시 라는 것에 한 걸음 내딛고 싶어져요.

    그런데 자꾸 더러운 것들이 그녀의 옆에서 아른거리네요.

    하나밖에 없는 손자녀석이 집단 성폭행의 가해자라 하고

    또 가해자들의 학부모님들은 별 탈 없이 마무리 지으려고 돈으로 틀어막을 궁리를 하네요.

    윤할머니는 이 더러운 것들과 멀어져야 해요.

    윤할머니는 아름다운 시를 써야 하니깐요.

    그래서 윤할머니는 돈을 구할 궁리도 별로 하지 않고, 가해자 대책위(?) 회의를 할 때도 번번히 꽃 보러 가고 딴청 피우기 일쑤지요.

    그리고 윤할머니는 그 소녀를 동정하기 시작합니다.

    성당미사에 다녀오고, 사건장소인 과학실에도 가보고, 집에도 찾아가보고, 자살한 장소도 가보고 심지어는 성폭행(?)까지도요.

    이것은 일종의 슬픔의 위장술입니다.

    윤할머니는 죄책감도 없이 훌라후프나 하는 손주녀석이나 피해자쪽은 생각치도 않고 자기 자식 걱정만 하는 부모들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거죠.

    그리고 이런 슬픔의 위장술이 그녀에게서 죄책감을 덜어주고, 더러운 것에서 피하게 할 수 있으니깐요.

    이렇게 더러운 현실에서 멀어져서 착한 존재 그리고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하는 존재가 되어야 시를 쓸 수 있으니깐요.

    이런 행동은 일종의 ‘허세’ 와 같습니다.

    싸이월드에서 맨날 쎈티멘탈과 생사를 오락가락하는 듯한 메세지를 남길때 “허세 쩌네!” 하는 그 허세요. 문학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극도로 극단화 시키거나 과장해서 표현하는 그런 허세요.

    그런 허세는 기존 시에서도 아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름다움만을 그린 시는 이제 누구도 쉽게 유치하다는 것을 아니깐

    전문 시인들이 잘 쓰지 않는데요.

    특히 전문 시인에게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허세는… 도인이 된 듯한 허세랄까요

    마치 다 깨달았다는 듯 자연의 무한함을 찬양하고, 자신은 자연과 하나인 듯하고, 소유의 덧없음을 말하고, 노장사상에서 컨셉을 조금 베껴 온 그런 허세지요.

    진실로 어느 정도는 그리 느끼는 순간이 있을지라도…

    그런 허세는 글쎄요.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말을 하긴 쉬우니깐요.

    어려운 건 현실 그리고 행동이죠.

    어쨌든 다시 윤할머니.

    윤할머니는 그렇게 현실에서 떨어져 나와서 열심히 시를 추구하는데

    어? 이상하다? 시가 써지지가 않네요.

    여기서 시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쉽게 문학 및 예술은 순수해야 한다. 정치색이 들어가선 안된다

    뭐 그런 논쟁이 80-90년대에 있었는데요.

    저는 순수예술 및 순수문학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서도 회의적입니다.

    예술은 어떻게든 현실 위에 곧바로 서 있는 것이지, 예술이 어떻게 자기 혼자 떨어져 존재할 수 있답니까?!

    만드는 것도 현실, 읽히는 것도 현실인데요.

    제 생각에는 시 라는 것은

    ‘현실 위 이 몸뚱이가 토해내는 말’ 인 것 같아요.

    갖은 수사적 미학은 그 말 위에서 행해져야지

    수사가 몸뚱이를 점령하면서 ‘순수’ 를 주장해서는 안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윤 할머니는 현실과 거리를 둔 채

    아름다움을 추구하지만, 시는 결국 써지지가 않고 고심하다가요.

    피해자의 어머니와 부동산 사무실에서 만납니다.

    윤할머니는 가해자의 할머니로

    피해자의 어머니는 피해자의 어머니 그대로.

    윤할머니는 그녀와 마주할 수가 없습니다.

    윤할머니가 피하려고만 했던 자신의 죄책, 그리고 피하려고 한 그 몸부림 자체도 모두 죄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거든요.

    그녀는 뛰쳐나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순수함을 위해 성폭력까지도 체험하게 했던 그 할아버지한테서

    돈을 뜯어내죠. 그리고 손자를 경찰에 넘깁니다.

    윤할머니는 이제 자신이 책임져야 할 것, 그리고 자기 자신이 안아야 할 죄를 받아들인거죠.

    그리고 그날 밤에야

    그녀의 시가 쓰여집니다.

    그녀가 진정 현실위에 바로 서서, 피해자를 볼 수 있게 됐거든요.

    그녀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을 인정했거든요.

    그래서 그녀가 쓴 소녀의 시는 이제 허세가 아닐 수 있습니다.

    내용외의 이야기를 좀 하자면

    정말 완성도가 탁월한 영화였습니다.

    꾸민듯한 그리고 만들어 낸 듯한 효과가 거의 없었어요.

    보통 젊은(?) 감독들이 미장센 효과를 줄 때는 그것을 연출한 티가 납니다.

    아, 저 화면구성을 위해 이렇게 카메라를 무빙시켰구나.

    아,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해 저런 미장센을 취하는구나.

    그것을 맞추는 재미 또한 퀴즈 같아서 재미가 쏠쏠하죠.

    특히 박찬욱 감독은 그런 퀴즈를 많이 내줘서 좋아하는 편이기도 해요. 거기다가 답이 보통 명확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이창동 감독의 “시”는

    곰짚어보면 화면구성, 미장센, 상황묘사 등등의 디테일이 너무 완전해서 영화 속에 모두 녹아들어가 버렸어요.

    퀴즈를 찾을 수조차 없습니다. 찾는다하더라도 답이 이건가, 저건가 싶습니다. 다 연결되어있거든요.

    그냥…. 아…. 역시 거장인가 싶었습니다 ㅠ

    ( 그렇다고, 미장센 퀴즈를 내는 감독들이 덜 숙련됐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냥 스타일이 다른거죠.

    근데 요즘 제게 이런 스타일에 좀 꽂혔나봐요 )

    PS : 제가 2010 최고의 한국영화를 뽑으라면 “시” 를 뽑겠습니다. 그런데 최신영화를 못본 게 많아서 그리 선택의 폭이 넓진 않았습니다 ㅋㅋ

  • [지산 ROCK 페스티벌 -1] 롹페티발 갈꺼야 !

    • 가기 한참 전

    난 락이란 장르라고 해야할지 스타일이라고 해야할지

    암튼 락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매료된 타입은 아니다.

    “락 없으면 죽겠어! 락이 진정한 음악이다!”

    라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으며
    만일… 락이 없어진다면, 그냥 락 아닌 다른 좋은 음악 듣지 뭐. 그냥 이런 타입이다.

    그래서 누구나 전설처럼 꾀는 너바나, 롤링 스톤즈, 지미 핸드릭스 등등
    난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얼마나 대단한지도 잘 모른다…
    그냥 우연이 알게 된 (나한테 듣기) 좋은 노래들만 듣다보니
    요즘 나온 국내 인디계열만 알 뿐….
    락 정통계보니, 해외 유수의 락밴드이니 이런 것에 대해 아예 문외한이다.

    그러던 차에
    이상은에 빠심을 발휘하면서, 갑자기 델리스파이스와 언니네이발관이 좋아지고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에 놀라워하다가, 허클베리핀의 빠돌이가 되어 버렸다고나 할까.
    한참전이든 지금이든 락의 전설이니 락의 계보이니 하는 것은 잘 몰라도
    (조금씩 알게되고 있긴 해요)

    내가 즐겨듣는 음악의 대부분이 락 부류가 돼버렸다.
    조금 널럴하게 봐준다면
    그렇게 보면 락을 좋아한다고도
    할 수 있겠지?

    • 가기 전에

    여름이 되니 바다는 못가도 어디라고 가야되겠다는 마음은 일고
    일정 안 맞아서 허클베리핀 공연 들 놓친것도 서러우니
    락 페스티벌이나 가보자, 하는 마음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주변엔 락페 가본 사람도 없고, 나도 가본적이 없어서
    어떤 분위기인지, 어떤지 전혀 모르고… 그냥 인터넷 검색만 좀 했더니
    미친듯이 노는 인파들이 검색됐다.

    01

    아아~ 저 동물성! ㅋㅋㅋ

    더 가고 싶어져서 친구를 꼬드겨서
    지산으로 굳혀냈다.
    나는 음악을 한번 들어선 잘 즐길 수가 없어서
    예습철저! 하는 모범생의 마음으로 듣다보니
    원래 기대주들 이었던 국카스텐, 언니네이발관, 이승열, 브로콜리너마저,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 외에
    뮤즈와 뮤스매스가 추가됐다.
    졸라 유명한 뮤즈라지만 난 지산 예약하고 나서 처음 들어본 뮤즈였다 ㅋㅋㅋ

    • 간다! 간다

    금요일이 좀 문제였는데
    예비군 훈련이라고 뻥쳤다… ㅠ
    ( 혹시나 관련 지인들은 모두 입을 다물어 주시길 !)

    티켓비용은 캠핑권까지 포함해서 19만 1천원인데
    예스 24 쿠폰신공으로 1만 5천원 할인.모아뒀던 적립금 3만원 써서. 14만 6천원 카드결제.
    물론 버스비 2만 5천원과 수영장 하루 이용 1만원은 따로다. 펜타포트에 비하면 무척 비싼 가격… ㅠ

    서울역에서 약 1시간 반 걸려서 도착했는데, (아직!) 사람은 생각보다는 많지 않았다.
    기다리는 것 싫어하는 나로서는 잘된 일이었고
    캠핑존도 A구역이 아닌 일반인지라
    텐트치는 곳 선정하는 것도 무척 빽빽할 줄 알았는데 별로 그렇지도 않았다.


    이건 A존의 모습으로 추측. 여긴 빽빽하다

    다만, 캠핑존을 정확하게 지정해두지 않고, 안내하시는 분도 없어서 수영장측과 약간의 분란이 있긴 했다.
    그래도 시큐리티가 엄격하게 지키는 것보단
    그냥 무방비로 놔두는 게 훨씬 분위기상 나을 것 같긴 하다.

    다만 3일동안 열심히 캠핑권 팔찌를 하고 다녔는데,
    검사를 하나도 안해서 배가 아파졌다는 것.. ? ㅋㅋ

    자 그럼! 우리의 첫 기대주 불나방스타소세즈클럽이 있는 그린스테이지로!

  • [방독피] 늑대소녀, 미군, 정치인, 수퍼히어로

    보는 내내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늑대소녀, 수퍼 히어로, 정치인, 미군”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그리고 이들은 서로 어떻게 엮일까.

    그러나 영화가 끝날때까지 이들 넷은 서로 엮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늑대소녀의 안면에 왜 털이 났는지는 나오지 않구요.

    영화가 끝나버렸습니다.

    도대체 무얼, 어떻게 엮어내라는 거지?

    라는 질문이 남아버렸습니다.

    어떻게 보면 텍스트는 너무 풍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GV가 시작됐습니다.

    감독님이

    늑대소녀는 자신이 강간당했다고 생각하는 불쌍한 인물.

    수퍼히어로는 그것 그대로

    정치인도 그것 그대로

    미군은 오리엔탈리즘이다.

    라고 이야기 해줍니다.

    그리고… 영화가 이야기 하고 싶은 바는 “불안” 이다.

    으악. GV 를 보지 말걸.

    뭔가 풀어보는 재미가 몽땅 사라져버렸습니다.  흑흑.

    암튼. 맞는 것 같습니다. (감독이 이거라는데, 딴 게 뭐 있겠습니까)

    머리가 복잡했는데, 그렇게 정리를 해두고 보니 그리 어려울 게 없는 영화가 됐습니다.

    – 늑대소녀 –

    늑대소녀는 자신이 강간당했다고 생각하는(그렇게 생각해야만 하는) 소녀입니다.

    그녀는 자신을 동정함과 동시에 혐오합니다. 그래서 그녀 자신을 파괴하고 싶어하기도 하고 구원하고 싶어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중성 속에 그녀는 이상한 사이비 단체를 하나 만들어서 사람들과 함께 죽음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런데 도시가 가스로 가득 찼을 때… 그녀는 숨을 헐떡거리면서 달려갑니다.

    그것은 도망침이기도 하고, 누구를 찾아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구원을 향한 도망침이며, 찾아감이며

    파괴를 향한 도망침이며, 찾아감입니다.

    그녀는 죽을힘을 다해 뜁니다.

    도시를 휩쌓인 불안 속에서

    –  미군 –

    그녀는 순수한 여중생을 그대로 지켜내지 못함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여중생에게 사죄를 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이 사죄의 방법은 또 하나의 도착증입니다.

    끊임없이 순수함을 순수함 그대로 지켜내는 것의 무의식 속에는 지독한 소유욕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순수함이라는 첫번째 지층 아래에 있는 온갖 리얼들을 그는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기 떄문이죠.

    그리고 그가 느끼고 있는 ‘순수함’ 은 ‘오리엔탈리즘’과 동질의 것입니다.

    그는 ‘순수함’ 에  가장 순수한 행동 (=동양적인 행동) 으로 사죄하고자 하지만

    가장 순수한 행동은 순수함이라는 첫번째 지층을 벗겨내고 온갖 리얼들을 그 앞에 전시합니다.

    그는 이를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방독면을 쓴 채 온갖 리얼들에 칼을 박습니다.

    – 정치인 –

    그는 정치인입니다.

    그는 자기 자신이 신 처럼 위대한 존재라고 여깁니다.

    그리고 반면에는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는 ‘적’ (=좌익세력, 북한) 에 대항하며, 나라를 수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는 그를 노리는 것만 같은 위협 때문에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는 그가 가장 경멸하는 방독면을 지참하고 다니기 시작합니다.

    – 수퍼 히어로 –

    그는 자신만이 이 세상을 구제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수퍼 히어로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역사적인 소명이자, 개인의 이해를 넘어선 거시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는 그가 무찌를, 무찔러야 할 적을 찾아나섭니다.

    그런데 그가 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연쇄살인마 또한 자기 자신이 수퍼히어로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연쇄살인마 또한 수퍼맨 티셔츠를 입고 있더군요.

    그는 이제… 자신은 어떤 적을, 찾아야 될 지 몰라 혼란스러워집니다.

    영화는 이 네 인물을 보여줍니다.

    각자의 이중성속에서 누군가를 쫓고 동시에 쫓는 네 인물.

    적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를 무찔러야만 이 불안에서 해소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