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일상

  • [2008.9.8.] 프랑스 초등학교에선

    프랑스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 1학년의 문학수업은 이런 식으로도 진행이 된다고 한다.
    선생님이 랭보의 시를 읽어주고, 적혀있는 시를 읽으면서…
    아이들은 그 시에 어울릴만한 그림을 그려본다고 한다.

    라는 말을 듣는데, 그만 전율이 흘러버렸다.

    우리는 고등학교 때까지

    김수영의 풀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민중” 이라는 답밖에 내릴 줄 모르는데 말이다.
    사지선다형 혹은 오지선다형 중에 ‘정답’을 가리키고 있는 번호를 싸인펜으로 칠하기 바쁘고

    더러는 이 문제를 자신이 재빠르게 풀었는가 촛침을 확인할 수도 있고
    더러는 이 문제들의 이합집산으로 자신이 어느 대학에 갈 수 있을지 도표를 그려보기도 할텐데 말이다.

    그래서 어느 비평가가 김수영의 풀을 “여성의 욕망” 으로 해석하였을 때,
    3류 비평가로밖에 욕할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배워먹었으니깐…

    랭보의 시를 오독하는 낙서와 그림을 그리는 초등학교 1학년생이 있다 하더라도
    그는 정말 훌륭한 독자이다.
    그는 자신이 향유하였고, 해석하였고, 자신이 재창조시켰다.

    하지만
    우리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독자들은
    이미 굳어버렸거나, 응고하고 잇는 중이다.
    김수영의 풀을 민중으로 빨리 선택하게끔

    우리는 문학이 아닌 수리영역을 배우고 있다.

  • [2008.9.5.] 그 만 해

    그에게 문뜩 떠오른 한 마디

    이제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솔직한 심정

    모든 흘러가는 것들이

    그를, 목죄고 있는 듯

    정말 빠르게 스쳐지나칠 수 있는 방법을

    그는 놓쳐버렸다

    그래서 외치고 싶었다.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모든 것들이 정적하였을 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 순간이었을 뿐이다

    내일이면 아마도 잊혀져있을…

  • [2008.9.4.] 가을이 온다

    어쩔 수 없이 하늘을 보게되었다.

    구름이 진눈깨비처럼 흩어져있었다.

    쫓기는 듯 흘러가는 그 무리의 낌새가

    추적추적 비를 내려주고, 시퍼런 하늘을 보여줄려고 할 양이었다.

    시퍼런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멀고 먼 천장이 드리우고

    바닥에 바스락 거리는 낙엽이 밟히기 시작하면

    어쩌나…

    나이를 먹어갈수록 가을이 고달퍼지는 것만 같았다.

    아직 그리 많은 세월을 지내온 것도 아니면서

    그도 벌써 ‘상투적인 인생의 궤도’ 에 진입해 있는 것만 같았다.

    ‘사람들처럼’ 슬퍼지고

    ‘사람들처럼’ 기뻐지고

    ‘사람들처럼’ 외로워지기도 한다…

    가을이 벌써 와버리면 어쩌나…

    가슴 한 구석이 텅 비어버린 것만 같은데…

    어쩌나…

  • [군산-선유도] Wild West

    비가 온다고 했다.
    우리가 가는 그 짧은 2박 3일 내내 말이다.
    그렇다고 미룰 수 있는 여유도 없었다.
    그냥 뭐 질러보는 것이 아닌가!

    출발하는 시각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려서
    좀 의기소침한 출발이 되었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던 것이었다.

    부안-김제-군산 코스는
    자전거 도로가 따로 나 있거나 그렇지도 않고,
    거의 1차선으로 되어 있지만
    차가 많이 다니질 않아서
    거의 도로 전체를 자전거 도로처럼 쓰면서 달릴 수 있다.
    게다가 거의 큰 언덕 같은 게 없이 평야라서 제격이었다.

    그렇지만, 비는 푸지게도 쏟아졌다.

    뭐 달릴 때야 그냥 그냥 이를 악물고 가면 되는 것이지만…
    금강하구둑을 거쳐서 군산항 근처에서 텐트를 쳐야 할 때가 좀… 그랬다.
    군산항 근처는 그리 시가지가 왕성하게 발달해 있지는 않아서

    무슨 쓰다 만 폐가 같은 곳이 많았지만
    막상 텐트를 칠 수는 없었다.
    겨우 겨우 찾아 헤맨 곳이 월명공원 이라는 곳 이었는데..
    아파트 주민들의 아침운동 코스로 활용될 듯한 곳 그저 평평한 곳만 잡아 우린 텐트를 쳤다. 그런데 비가 이제 오다말다 오다말다 한 그 때쯤에 얼마나 모기가 많던지…

    모두 텐트치는 대략 30분의 시간동안 10방정도 물린 듯, 했다.

    첫날에 금각하구둑을 찍고 군산항을 진입하긴 하였지만
    그리 감흥을 주는 여정은 아니었다.
    비 바람 속에 열나게 달렸다는 것 정도였고,
    우리의 진짜 목적지는 선유도 였으니깐.

    다음 날, 배를 탈려고 보니깐.
    선유도 행 배를 탈 수 있는 선착장은 월명공원 근처의 군산항이 아니라
    군산 시내가 뭐 커봐야 얼마나 클려고 하면서 군산항에서 선착장으로 가는데… 자전거로 열나게 2시간을 밟았던 듯하다. 군산은 정말 컸다..

    선착장에서 선유도 행 배를 타고, 가는데..
    비 구름이 아직 잔잔하지 못해서, 배는 돌아가 대략 1시간 정도를 가게되었다.
    극도로(우리의 관점으로) 휘청휘청하던 뱃속에서 우리 4명 쭝 배멀미를 안 한이가 없었다…;;

    배멀미의 신음속에 선유도에 도착하여 지도를 보니,
    선유도 혼자 달랑 있는 게 아니라, 선유도-무녀도-장자도 이렇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었다.
    또한, 선유도도 그렇지만 지도속에 무녀도는 크기도 클 뿔, 무슨 갖은 관광지와 캠프장부터 호텔 등등이 놓여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린 무녀도를 한바퀴 찍고, 선유도에서 자기로 하고… 곧장 무녀도로 가 봤는데…
    갖은 관광지, 캠프장, 호텔은 커녕 제대로 된 슈퍼하나 찾기가 힘들었다…
    알고보니, 섬 선착장 바로 앞에 놓인 그 관광지도는 계획도 였던 것이다!!

    완전 낚인 것.
    그런데 이건 정말 항의받을만 하게 생긴 계획도였댜.
    설립 준비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그런 것을 가지고, 지도인양 제일 앞에 버티고 있기 때문에 혼동하기 ㄸㅑㄱ 좋게 생긴 것… 자연 관광지에 그런 거대한 시설이 놓이는 것을 그리 찬성하지는 않지만, 보고 찾아갔다가 우린 얼마나 낭패를 보았는가 말이다…..
    그 계획도 아닌 “희망도”는 빨리 철거해버렸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소망을 남겼고…

    뭐 그렇게 낚이긴 낚였지만… 선유도와 무녀도의 풍경들까지 우리를 낚은 것은 아니었다.
    아줌마 아저씨들의 골프차(섬 안에 정말 많다)들이 섬을 종횡무진하고 다녀서 좀 성가시긴 했지만…

    비 개인 하늘 아래
    펼쳐진 바다와 무녀도의 정취는 뭐라할까….

    정말 드넓으면서 평온했다고 해야 할까.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길이 섬을 한바퀴 휘 돌게 놓인 것이 아니라, 끊어져 있어서 이쪽 저쪽으로 들어들어 가야한다는 것이 있겠지만… 뭐 그것은 인간들의 욕망이고…

    자연을 훼손하는 것보단, 인간들이 돌아다니는 게 나으니깐 말이다.

    암튼, 이러 저리 찾아 들어간 풍경들이
    대단히 판타스틱한 것은 아니지만
    여유를 갖고 노닐기에, 꽤 장엄한 풍경들이 많았던 듯하다.

    그렇게 선유도-무녀도의 볼 거리들을 보고..
    우린 선유도 어느 해수욕장에 텐트를 치고, 이제 고기나 푸지게 먹자 하는데…
    미리 조사한 인터넷 정보들과는 달리…

    선유도에 슈퍼는 그럭저럭 있지만, 쓸만한 슈퍼는 없다느 것을 절감했다.
    가격을 거의 1.5배로 받을 뿐만 아니라, 파는 고기는 얼마나 시들시들한 냉동고기던지..

    농협 하나로 마트 하나만 믿고 갔다가
    해수욕장 슈퍼만 배부르게 했다…
    횟집은 많더만…;;

    암튼 그렇게 우리의 짧은 여행은 끝났다….

  • [2008.8.18.] 무슨, 어떤 …

    그는 허리를 꺾으면서 지나치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본 그 성문의 뒷편에 있어야 할 개들이 보이지 않았을 뿐더러

    그것은

    폐허였다.

    폐허였고, 쓰레기더미였고, 철거의 현장이었다.

    며칠 전부터 항시 집 앞에 지루한 듯 앉아 있던 개들이 보이지 않긴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달 전 찾아가 본 그 산동네가 너무 흉몰스럽다고는 생각하긴 했다.
    그리고 그 흉몰의 몇몇 집들 대문에 붙어있는 철거 통지문을 보긴 했다.
    그리고 집들을 허물고 낙산공원을 확장한다는 안내문을 보았던 기억도 났다.

    그는 성문 뒷편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온갖 조각의 벽돌, 시멘트부터 해서
    생활집기들, 쓰레기들….

    더이상 쓸모 없을 3.5인치 컴퓨터 디스켓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저 편에선 어느 아주머니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었다.

    다들 어디로 가게 된걸까?

    그리고 그 개들은?

    라는 궁금증과

    “도대체 지금 나는 무슨 생각을,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거지?

    무슨 생각을, 어떤 감정을 느껴야만 하는거지?”

    라는 궁금증

    그는 언제나 비켜서만 있어서……

    난해한 것들을 곧잘 피해만 가지만

    너무 쉬운 것들을 곧잘 난해하게 받아들이곤 하는 듯하다

  • [2008.8.7.] 2년 전에

    다른 계절은 모르겠지만, 여름은, 여름만은
    그 만의 냄새가 있다고 생각한다.

    풀벌레들 때문인지
    더위 앞에서 진액을 흘리는 나무들 때문인지

    그 특유의 식물성 냄새

    그것이 처음 맡아져 올 때
    이젠 반팔을 입어도 되겠구나 하고
    그것이 절정에 달하였을 때
    한껏 기승을 부리던 모기는 그 기세를 조금 굽힌다.

    실뭉치처럼 엉키고 있던 그의 생각들이
    나무계단을 오르는 도중에
    그 도중에
    어느 한 줄기 가닥만 빼꼼 나와 하늘거렸다.

    그것이 오늘의 냄새는
    그때의 여름냄새를 정말 닮았어!

    라고 외치는 듯했다.

    그것은 딱 2년전 쯤이었다.
    중복과 말복 사이의 제주도.

    그는 3박 4일의 외박을 제주도에서 보내기로 했었다.
    제주도에서 별다른 관광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다지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고
    우선은 홀로 있는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싶었고
    무엇보다도 그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대산대학문학상과 중앙 신인 문학상이던가..

    시 부분 응모는 이미 몇개 추려놓았던 상태였는데
    단편소설 부분이 문제였었다.

    도저히 마무리가 되지 않고 답보 상태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래 3일동안 누구 눈치 안보고 한번 써보자. 그러면 뭔가 되겠지.

    라고 하며, 핸드PC 하나만 가방에 넣어 가지고 떠돌아 다녔다.

    그 무더움이 거의 그를 탈진하게끔 만들었지만

    그는 그래도 그때 “남겨진 사람들” 과 “섬 위에서” 라는 단편소설을 마무리 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는 문장들의 조합에 불과하였지만

    그에게 있어서 생애 처음으로 쓴 소설이란 글이었다.

    그것이 2년 전이었고

    그 기억들을 끄집어 추억하는

    현재의 그는

    그때의 여름에 마음은 참 충만했었더라고 생각해본다

  • [2008.8.5.] 일주일 아르바이트를 끝내며

    회전문을 통과하는 순간

    5초에 한번 꼴로 고개숙여 인사하는 경비 아저씨의 감정은 어떤 것일까

    엘르베이터를 타는 순간

    ‘똑바로’ 서 있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무실로 들어서는 순간

    퀘퀘한 냄새와 함께 마우스 클릭하는 소리와 한숨 소리

    모든 것이 ‘창백하고’ ‘늙어가게 하고’ ‘권태로운’ 이 버티기를

    사람들은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들을 남기고 그의 일은 오늘 끝났다.

    사실상 뭔가 특별한 것을 예상하던 그에게서

    그들이 준 경험들은

    학교 사업을 진행하면서 겪을 수 있는 것들을

    좀 더 전문화하고, 과격화하고, 어쩔 수 없게 만드는 것에 다름 아니었는데

    그래도

    예상하고, 상상하고, 건너듣는 것이

    직접 겪어보는 것을 뛰어넘을 순 없으리라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었어도

    그는 그 자신이 인생에 있어서 겪을 수 없는-상관있는 분야가 아니니깐- 것을 해보았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그 다양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현대 샐러리맨들의 공통점은

    옆 건물 옥상에 심겨져버린 아슬아슬 거리고 있는 소나무들 처럼 위태해 보인다는 것과

    그 자신의 위태함을 자신도 알고, 타인도 알지만

    언제나 ‘멋진 일탈의 모범 사례’ 들을 판타지로 장식하며

    만나는 손아래 사람에게 교양하려 한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이렇지만, 너는 다르게 해봐”

    라고 속삭이는 그대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쿵푸팬더> 가 약간의 도움이라도 될까?

    그는 ‘재미있고, 멋진’ <쿵푸팬더> 가

    그들에게 미칠 영향력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그만큼 그들은 지쳐있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들에게 현실은 너무 끔찍하다.

    그에게도 현실은 끔찍한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지만
    그는 모든 것을 끔찍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재주가 있었다.

    아주 어이없게도…

  • [2008.8.1.] J를 생각하다

    그는 쉴틈없이 일하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고
    더 절실한 이유는 필요로 하는 것이 너무도 많았다.

    캠코더, 노트북 부터 해서 일상 생활용품까지…

    그가 일한 곳들은 예전에 비해 비교적 다채로웠다.
    LG전자에서 SK텔레콤(물론 본사 쪽은 아니지만)

    어찌보면 대기업 릴레이겠지만, 그저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선 그것은 그 어떤 것도 아닌 단순 아르바이트 였던 것이며

    그것도 정말 초단기 아르바이트 였으며

    무엇보다도 그를 의기소침하게 만든 것은

    그가 만들 수 있는 ‘인적 재산’ 이라는 것이 그에게 별로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 였고
    짧게 나마 배우게 되는 관련분야의 이야기들이 정말 이공계 ‘현장 이야기’ 라는 것이었다.

    그는 어찌되었든 문과대생이었다.

    설거지 할 때는 설거지 생각만 하여라 라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물론 그는 지금 설거지 생각만 하고 있긴 한데

    그저 J가 떠올랐다.

    독학과 희곡 비평 수업에서
    본 늙다리까지 졸업않고 남아있는 학생이 바로 J었다.

    소규모 과인 만큼 강사/교수와 친분이 두터운 학생들의 분위기라
    수업방식이 비교적 자유롭게 그러면서도 발표수업으로 진행이 되는 데
    비평 토론 수업이니 만큼 발표조와 토론조의 논점에 따라
    수업이 몰려가는 그런 분위기였다.

    그런데 독문과 학생들의 마인드는 얼마나 경영학 혹은 경제학적 마인드인지
    발표조이든, 토론조이든
    모든 것을 계량화시키고, 도표화시키고, 비쥬얼화시키기에 바빴다.
    토론 주제는 그것이 맞느냐, 틀리냐에 대한 사실 확인 여부에 불과하였는데 그것은 하나도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 속에서 그나마 전체 줄기를 잡아 주었던 것은
    항시 J였던 것이다.

    J는 작품의 화두는 물론
    강사/교수가 의도하고 있는 커리큘럼을 아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J는 체계적이고 논리적이면서 또한 독창적이었기 때문에
    강사/교수는 물론 학생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학우였다.

    그렇게 항시 수업을 주도하고, 새로운 비평적 관점을 꺼내주었던 J는
    중간고사가 끝나면서부터 정장을 입고 오기 시작했다.

    거의 매일같이 입사지원서를 냈던 곳에 면접을 보고 오는 길이었던 것이다.
    미리 작품을 읽지 못했던 J는
    그 이후. 손을 들지 못하였으며
    기말고사조차 10분만에 나가버리고 말았다.

    J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강사/교수에게 시험지를 제출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때는 시험보던 모든 학생들이 그를 쳐다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J는, 답안을 쓸려면 쓸 수 있었던 것이었다.
    비평문제였기 때문에, 얼마든지 핀트가 조금 어긋나더라도 어느 정도 점수를 맞을 수 있는 글을
    그는 제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J는 10분만에 교실을 나섰다.

    그는 J가 떠올랐던 것이다.

    언제나 밝은 얼굴로 토론 수업을 진행하던 문과대생 J는
    마지막 시간에 미안한 얼굴을 보이면서 교실을 제일 일찍 떠났던 것이다.

  • [2008.7.20.] 떠올리다

    비가 너무 거세게 내려서 잠을 잘 못 이룬 밤이 지나고
    일요일이었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유난히도 하루가 길었던 토요일을 생각하며
    아침에 기운을 차리려고 했으나 도통 몸이 말을 듣질 않았다.
    일어나보니 11시경.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거의 퍼부어대는 식으로 쏟아지는 비 때문에
    집밖으로 한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온통 눅눅함 뿐인 집 안에서
    그는 맴돌거나, 컴퓨터를 보고 있거나 그랬는데

    그래도 그 퍼붓는 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답답한 기분은 없었다.

    그래 차라리 훌쩍거리지 말고 쏟아져버려라

    하고는 망연자실했던 하루였다.

    언젠가 그가 홀로 지낼 때
    밤을 홀로 지새우게 되었을 때

    헤드라이트를 켜고 날쌔게 다가오는 굉음의 차를 보면서

    ‘저것이 내 옆구리를 시원스레 받아주었으면’

    하고 생각했던 것이 떠올랐다.

  • [2008.8.19.] 바람부는 날

    집을 나서는 데 부는 바람은
    꽤나 가을바람이었다.

    하늘에서 부는 것 같은 바람

    여름의 바람은
    대지에서부터 열기를 품고 지글거리며 사람을 밀쳐내버린다 치면

    가을의 바람은
    하늘에서부터 횡 하고 스쳐 지나가 버리지

    머리칼이 붕 뜨는 잠깐의 시간동안만
    하지만 강하게
    그것을 느낄 수 있지
    그래서 가을이 더욱 외롭게 느껴질지 몰라…

    그는 꼭 어디라도 가야할 것 같은 사정이었다.
    그렇지 않고 있는 동안은
    계속 마치 몸이 가려운 것 같은 지경이 될 것 같았다
    아무것도 집중하지 못하고

    그의 방을 영영 맴돌게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무작정 서울을 걸었다.

    동대문과 종로를 번갈아 지나는 꽤 오랜시간 동안

    그 자신과, 그 자신의 현재와, 그 자신의 계획과, 예상할 수 있는 미래 같은 것도 어김없이

    그를 찾아왔지만

    그 일상적 문제들보다

    그에게 더 흥미로왔던 것은

    마주치는 행인들의 ‘그 어떤 것’ 들이었다.

    서로의 시선을 의식하며

    어김없이 무표정으로 찔러대는 그들.

    서로 피를 흘리면서 속울음을 삼키고 있을 지 모를 그들.

    언제

    “난 피를 흘리고 있는 처참한 짐승이야!” 라고 외칠 수 있을까

    그는 딱 스무살 때 밤바다 앞에서

    “평범하게 사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고 말겠어!”

    라고 외친 적이 있건 만…

    그 외침이 많이는 아니더라도 조금 틀어져버린…

    스물다섯.

    어느 바람 부는 날의

    그,의,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