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그는 어제 새벽4시에 집에 들어갔고 잠에 든 시각은 새벽5시쯤 되려나 보다. 오늘 약속시간은 1시였기에 마음 놓고 잘 수가 없었다. 오전 9시쯤 한번 깼다가, 아- 조금 더 돼, 하면서 오전 10시, 11시. 이런 식으로 설잠을 연장해가면서 겨우 12시에 집을 나섰다. 약속은 별 거 아니었다. 어떤 물품을 전달해주기만 하면 되는 것. 일단 학교까지 나와서 물품을 전달해주고 나니, 아- 이제 뭐하지? 덥고 졸린 기운은 남아있고, 뭔가 생산적인것을 할 수는 없는 체력상태고… 민생지원영화할인쿠폰이 발급되기 시작했으니, 킬링타임용 영화라도 싼맛에 봐볼까- 하면서 동네극장에 상영작들을 살펴봤는데 딱히 뭐가 당기진 않았다. 그래도 극장에서보면 나름 재미있게 볼 수 있을지도 몰라- 라며 그는 F1 을 예매했는데 쿠폰까지 먹이니 결제금액이 1천원 밖에 되지 않았다. 오, 진짜 이 정도라면 진짜 사람들 영화 많이들 보는 거 아니야? 극장의 활기, 다시 불어이나??? 라고 잠깐의 의문이 들었지만, 상영목록을 보니… 그런덱 뭔가 후킹이 당기는 컨텐츠가 없긴 했다. 최근에 전지적 독자 시점이란 영화가 블록버스터 인 것 같던데- 좋지 않은 평을 더 많이 봐 온 터였다. 그는 앞으로 한두시간만 더 시간 때운 뒤에 영화 상영시간에 맞춰서 봐야지~ 하면서 시간 때우고 있는데, 서울아트시네마의 “얼굴과 시선” 이란 영화제목과 스틸컷이 눈에 확 들어왔다. 요한 판 더르 쾨컨 이란 생소한 감독의 회고전이고 필름 상영이라고 한다. 서울아트시네마의 프로그래머는 이번 필름 상영전을 다시 볼 수 없을 수도 있다고 자신의 SNS에 글까지 남겨두고 있었다. 대학로에서 서울아트시네마는 273버스가 한번에 가니까 교통도 좋았다. 그는 지체없이 동네극장의 F1 을 예매취소하고, 서울아트시네마의 얼굴과 시선을 예매했다.
서울아트시네마의 극장에 들어가서 앉자마자, 그는 위기감을 느꼈다. 아- 졸린데? 그런데 그는 아주 가끔씩 정말 잠도 많이 못자고 체력이 없는 상태에서도 자지않고 영화를 본 적이 기적처럼 있었던 것을 기억했다. 스크린 오른에 빛이 투사되고 있는 것을 보니 세로자막이었다. 그가 최근에 세로자막으로 본 영화는 거의 100% 확률로 잠과의 사투를 벌이다가 패배한 적이 있었다. 불길했다. 사영까지는 약 15분 남아있었다. 그래, 차라리 영화 시작 전에 자두자- 그러면서 그는 호흡을 정렬하고 눈을 감았다. 잠깐 5분 정도 잠에 들었나보다. 그는 영화의 첫 장면을 본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는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영화 상영이 끝나고 그는 자신의 의자에 초코렛 따위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는 그 초콜릿을 주워먹었다. 그는 극장을 나오면서 고양이를 한마리 발견했다. 그 고양인는 왠일인지 자신의 고양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그 고양이를 데려가려고 했지만, 고양이가 그를 원치 않았다. 그는 그래서 깨달았다. 아, 이 고양이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키우는 고양이였지?!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서울아트시네마를 나섰다. 그리고 그는 꿈에서 깼다. 영화는 계속되고 있었다. 질환으로 죽음을 앞둔 남편 그리고 그의 아내가 서로의 얼굴을 맞대고 침대에 맞대에 있었고 화면은 두 얼굴을 가득 차게 프레임에 담았다. 카메라는 이따금씩 움직였는데 그것은 핸드헬드가 같지는 않았는데 픽스 카메라 특유의 딱딱한 느낌도 아니어서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나래이션으로 누군지 모를 이가 자신의 작품에선 사랑을 담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출산 장면이 나왔고, 항해를 시작하는 배와 그걸 배웅하는 사람들의 애절한 장면이 나왔다. 그리고 바다를 배경으로 영화가 끝났다.
분명 첫씬을 보긴 했었으나, 도중에 개꿈까지 꾸면서 휘발되어 버리고- 그에게 남은 것은 끝나기 전에 3씬 정도? 이것을 영화를 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좀 있다가 저녁 7시 타임에는 같은 감독의 16미리 필름 영화를 상여한다고 하는데, 그는 그것또한 괜히 들어갔다가 수면시간만 늘릴 것 가탕 두려웠다. 결국 허수아비돈까스에서 코돈부로를 먹고 그는 자전거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