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DJ

  • [추격자-나홍진] 기대 후에

    영화 포스터가 처음 나왔을 때는 3류 액션영화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실화를 소재로 했다고 해서, 더 저질인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것이 대박이 났던 것이다. 실화를 소재로 한 이런 종류의 영화치고 이슈화를 아무리 시키더라도 그 뻔한 스토리 때문에 흥행이 쉽지 않건만…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겠구나 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의 혹평이란… 너무도 끔찍하게 만들어졌고, 왜 이런 영화를 만들어놨는지 모르겠다는…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내심 다른 종류의 기대를 품게 되었다.
    이것이 평범한 액션영화만이 아니라, 색다른 시도를 해 본 작품일수도 있겠다는 것.
    살인의 끔찍함을 흥미로 다룬 것만이 아니라, 소재로만 다룬 것이 아니라… 끔찍함의 극한에 서서 관객에게 직접 들이댔던 것은 아니었을까? 영화라는 매체 앞에 언제나 붙어있는 ‘재미’ 라는 것을 한번쯤 떼어보는 시도는 아니었을까. 하는 기대.

    옛날 어떤 영화는 러브스토리를 그리면서 연인을 기다리는 여인의 마음을 ‘제대로’ 느끼게끔 하기 위해서 관객에게 ‘지루함’ 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것은 초조해하고 있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대략 10분동안 거의 변화없이 보여줬던 것. 요즘 시대에 영화의 강적인 ‘지루함’으로 동감을 얻으려 했다치면 어김없이 관객들은 상큼한 악플로 대응하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아주 원론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영화라는 영상매체가 언제나 재미있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것이 때로는 일상과 함께 호흡하면서 어떤 감흥을 불러일으키면 되지 않는가. 그것이 지루함일수도 있고, 끔찍함일수도 있고 뭐 어떤 것이든 말이지. 제7의 예술이라 불리우는 영화가 언제나 이윤과 대중성 그리고 흥행이란 올가미에 갇혀있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예술이라 부를 수 없는 것. 게임과 다를 바 무엇이랴.

    어찌되었든 간에, 추격자가 끔찍함의 혹평을 들어오는 데 있어서 나의 기대는 이런 종류의 것이었다. 특히 실화를 소재로 했다고 하니 그 가능성도 다분히 있었다.

    헌데, 추격자는 그냥 액션영화였다.

    끔찍함은 흥미를 돋구기 위한, 좀 더 큰 해피엔딩으로 가기 위한 극적요소에 다름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폭력영화가 폭력성을 부추기는 가라는 문제에 있어서는, 조폭영화 시리즈보다 <추격자>가 훨씬 낫다고 본다. 조폭영화 시리즈는 폭력을 대단히 낭만적으로 처리하고, 신화화하기까지 하지만 적어도 <추격자>의 폭력은 대단히 끔찍하여, 적어도 “그래선 안돼” 라고는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끔찍함의 문제.

    적어도 감독은 이런 폭력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돼! 라는 화두차원에서 좀 더 극단적 표현형태를 서슴지 않고 보여주었으나, 나는 폭력과 살인에 대한, 인간의 몸 부위들을 절단하는 행위 그리고 범죄자에 대한 고찰없이… 범죄자를 단순 사이코 악인으로 그리고 그의 행위들을 방지하기 위한 추격자의 추격 액션물로 그친 데 있어 유감을 표하고 싶다. 물론 이것은 나의 섣부른 기대로부터 발생한 것이지만 말이다.

    뭐 기대가 없었다면, 영화는 그리 이상하게 만들어지진 않았다.

    사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표현들’ 때문에 영화가 혐오스러워지거나, 정말 보기 싫거나 그런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거북함을 느끼지는 않았고, 영화 자체가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면서도 김윤석과 하정우의 뛰어난 연기가 그것을 바쳐주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액션영화에게서 너무나 큰 기대를 했고

    그 액션영화라는 것이 이젠 좀 더 먹히기 위해서, 더더 잔인해지고, 더더 인간들을 아무렇지 않게 찢어발기게 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현실을 여과없이 그렸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잔혹한 세상의 실상들을 영화의 액션 레파토리의 일부소재로 써먹어버리면, 그것이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를 제작자들은 생각치 않는단 말인가!

    제법 잘쓰인 시나리오, 하정우와 김윤석의 뛰어난 연기라는 껍데기 때문에
    ‘재미있는’ 추격자에게 그래서 마음 놓고 박수를 보낼 수는 없는 것이다.

    아 그리고 영화 자체에 대해서 몇 가지 덧붙인다면, 김윤석의 연기는 그야말로 최강이었으되, 캐릭터 설정에서 계속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 보인다. 일면일면 송강호의 모습이 보인다고나 할까. 그게 좀 안타까웠다. 연기는 뛰어난데… 쩝… 하면서…

  • [2008.7.10.] 잠시

    통근버스에서 정신없이 뛰쳐나와 1층의 테이블에 앉았다.
    항시 남는 30-40분을 그는 책을 읽거나, 졸거나, 흐리멍텅하게 버타다가 사무실로 향했는데
    가끔씩 책 몇 페이지를 넘기면 홀로 뿌듯해하기도 한 아침의 짜투리 시간이었다.

    잠이 아직 덜 깨었는지
    정신을 못차리고 멍하니 앉아있다가
    어제 잠시 외출한답시고 가방에 넣어두었던 MP3를 보게되었다.

    괜히 귀찮게 되었다.
    보안상의 문제로 MP3는 반입금지였던 것이다.
    보안, 보안 그러지만 얼마든지 FTP 프로그램으로 자료유출을 할 수 있음에도… 이런 귀찮은 절차라니.

    그는 먼저 짜증이 돋았지만, 뭐 오늘 하루 퇴근 길엔 음악을 들으며 갈 수 있겠군 하며 이어폰을 꽂았다.

    거리를 걸으면서
    차에 타고 있으면서도 아닌

    가만히, 그저 가만히 앉아 음악에만 집중해보았다.

    콘서트 예매를 이미 해둔 터라, 예습삼아 이상은, 한영애 그리고 말로의 음악만을 넣어두었는데…

    이상은과 한영애의 음악은
    집중해서 들을 음악으로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침의 짜투리 시간동안
    그는 잠시 벅차올랐다.

  • [2008.7.9.]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도

    시집을 손에 드는 순간 거의 의식을 잃은 것처럼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요즘은 피곤해서가 아니라
    그저 습관성으로 자게 되는 그였다.

    점차 생각이 짧아지고 있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어쩌면
    돈 뿐이었다.

    걸으면서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인생이 멈추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몇가지 취미를 가졌던 청년이었다고 추억하면서…

    더운 날씨가 그를 지치게 하고
    또 역설적으로는 너무 강한 에어콘 바람이 그를 지치게 하였다.

    그가 여름을 좋아했던 것은

    여름 밤이었다.

    여름 밤에 풀벌레 소리와 함께 걷는 것을 좋아했고

    근처에 사는 사람들과 간단하게 편의점에 모여 맥주 한 캔씩 들이키는 것을

    좋아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도

  • [2008.7.6.] 낙산공원에서

    낯익은 중견배우들이었다. (후에 알아본 결과 그것은 김혜선과 손현주였다)

    김혜선의 눈에 금새 눈물이 맺혔다.
    감독인것 같은 사람은 금새 큐사인을 하고, 다른 각도에서, 또 다른 각도에서…

    트레일러와 조명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모니터에서 비춰지는 영상은 거의 TV에서 보이는 것과 흡사했다.

    이것이 “촬영” 이라는 것이구나.

    그는 오늘 이 뜻하지 못한 구경에 괜시리 흥이났다.

    대학로로 집을 잡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성큼성큼 계단을 내려갔다.
    땀으로 온몸이 젖어있었다.
    더욱이 모기가 달려들어 사정없이 물어댔나보다.

    연거푸 다리를 긁으면서도

    그래도 좋았어
    그래도 좋았어

    라고 되내였다.

    그리고 또한
    그 자신이 큐! 사인을 외치는 그 누군가가 되는 환상을 빠트리지 않았다.

  • [Lucid Fall-새] 햇빛이 쨍하던 지친 아침에

    새벽녘 내 시린 귀를 스치듯
    그렇게 나에게로 날아왔던 그대
    하지만 내 잦은 한숨소리
    지친듯 나에게서 멀어질테니
    난 단지 약했을뿐
    널 멀리하려 했던 건
    아니었는데
    난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너무 멀리 가진 마
    어쩔 수 없다 해도

    또 밤을 샌 어느 날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지금 자버리면, 아예 못일어날 것만 같았다.
    오후에 일정이 있었지만, 나는 한번 자면 24시간을 자기도 하는 경이로운 성격을 가지고 있어, 내게 너무 위험했다…

    일정이라 함은 한 가지 어떤 것이라 말할 수 없이
    정말 수도 없이 많은 것이었다.

    기말고사가 다가오면서 레포트들이 밀려오는 것,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 것
    (시험공부 같은 것 별로 신경 안쓰는 타입이긴 하지만 국문과를 갈려고 했기 때문에ㅠ)
    동아리 행사 때에 틀어야 할 영상 같은 것을 준비하는 것도 있었고
    학회에서는 1년지기 발표회가 있었고
    동연선거와 총학선거 같은 것들도 있었다.

    그 외

    내가 각별히 무슨 역할을 맡기보다도
    이것저것 불려다니다 보면 하루가 흘러넘쳐
    밤을 새게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내가 자초한 일이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던, 서울이란 타지.
    대학이란 생소하고도 너른 그 공간.

    난 무엇이든 붙잡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학회든, 동아리든, 술자리든, 무엇이든
    며칠 밤을 지새우고
    몇날 며칠 집에 안들어가고
    어떻게든 서울의 밤을, 대학생의 밤을
    홀로 지내려 하지 않았던 듯싶다.

    이게 ‘낭만주의자’의 삶이라는
    조금은 유치한 멘트가
    내 잠재의식에 있어왔던 것 같고

    그래서 나는 폐인이자 놈팽이라는 자기규정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낭만주의자야!” 하고 나르시스적 미소를 흘리면서,,.
    그런데

    밤을 새고 밝아오는 아침.
    잠에 들어버릴까봐, 눈을 비비며
    학교에 올라가는데
    아침 태양이 너무 눈이 부셨다.

    지쳐가는 몸을 더 지치게 만들던 태양.
    학교의 오르막…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라는 물음이 들던 그 때.

    평소에 듣지 못하던 생소한 음악을 귀에 꽂았었다.
    선배가 동아리 방에 두고 간 mp3에 담겨있던 Lucid Fall 앨범.
    어쿠스틱 기타 소리와 잔잔하고 가느다란 목소리.

    어떻게든 붙잡으려 했던 내게
    Lucid Fall이 떠나감의 슬픔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지치고 부끄러워지는 아침에
    울리던 잔잔한 감동.

  • [2008.6.30.] 맑고 튼튼한 유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앉아서 동대문까지 가자, 동대문에서 바로 갈아타서 혜화로 가는거야. 집에 들어가서 무조건 컴퓨터를 켜는 거야. 미친듯이 인터넷을 하는거야. 재테크가 잘되고 있는지도 확인해보고, 들어 온 생활비로 뭘 살 수 있는지 알아보기도 하는거야. 오늘은 회사에서 저녁도 먹었어. 별 다르게 다른 데서 시간 때울 곳도 없어. 그리고 내일 아침도 6시에 일어나야 할려면 오늘 지금 이 시각부터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생활을 망가트리는 일이야.

    자꾸만 되내여 보면서 지하철이 어서 가기를 바랬다.

    그런데 언뜻 스치는 생각이, 1호선 종로쪽으로 가지 않던가?

    그는 지하철 노선도를 꺼내보았다. 그리고 한참을 보았다.
    역시나 시청역을 지나고 있었다.

    그래, 구경하는 셈 치고 가자.

    먼저 호기심이 강했던 셈이었다. 오후 내내 주억거렸던 그 인터넷 기사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지금 도대체 시청광장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런데 막상 시청역도 그렇고, 출구로 나와서도 별다른 기색이 없었다.
    단지, 시청광장이 빈틈없이 닭장차들로 둘러쌓여 있었다.

    둘러 볼 셈으로 광장을 삥 둘러 가니, 그때서야 조그만 닭장차들의 틈새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니었다. 틈새를 넘어서니 수많은 사람들의 운집이었다. 신부들과 수녀들도 다수 보였고, 스님도 몇몇 보였다.

    오늘 인터넷 기사에서 보았던 그것임을 알 수 있엇다.

    그리고 그는 한쪽켠에서 천주교 미사를 관조했다.

    나약한 사람들이 의지하는 어떤 판타지라고 종교를 정의내린 바 있는 그는…

    그 광경이 조금 생소했다.

    권력자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는 미사라니…
    찬송가 대신 “대한민국 헌법 1조” 를 부르자는 미사라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수많은 신앙인들이 운집해 기도를 드리고, 성격을 주어 삼겼지만

    신앙인이든 비신앙이든 염원은 한결같았다.

    우리가 바로 민주주의!

    오늘 그의 눈에 비친 깃발은 광우병대책위 깃발 하나였다.

    거의 대학생들끼리 모인 것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신앙인이 다수였고, ‘시민다운 시민’ 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던 그 시청광장.

    그는 시민의 행동력을 대단하다고 여기면서

    자기 자신만 예외적인 존재라고 여겼던 것일까?

    그래서 망설였던 것일까?

  • [2008.6.29.] 두팔과 두다리를 가진 짐승이다

    그는 갑자기 어떤 형상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그 자신이었는데, 어떤 부위였고, 미세한 조직같은 것이었다. 점점 윤곽을 나타내는 것은 이음새 같은 것이었다. 자신의 피와 뼈와 근육으로 된 이음새가 선명하게 눈앞으로 다가왔다. 심장박동소리와 함께 박동하면서 달려들던 그것이 눈앞에 온 순간, 그는 눈을 감아버렸다.

    그리고, 그 자신과 그 자신이 바라보던 그.
    이렇게 둘이 아닌 하나가 됨을 알 수 있었다.

    경직된 근육과 뼈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지만, 계속했다.
    오늘 하루가 그에게는 너무도 불만족스러웠던 것이다.

    서울의 상쾌하지 못한 공기가 거뿌 달려들었고
    모기같은 것들이 다리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창 하고 소리가 났다.
    쇠와 쇠가 부딫히는 그 소리가 마치 그의 이음새 근육에서 나는 듯했다.
    한번 힘을 더 내보다가 그도 그만 앉아버렸다.

    헤드폰에선 전에 즐겨듣던 음악이 그를
    전의 그 감정으로도, 지금의 즐거움으로 안내해주지 못했다.
    뻐근한 몸이 힘을 잃었는데, 그리 상쾌하지 못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는 지금의 그 상태가 맘에 들었다.

    생각이 오늘하루를 넘어서고 있던 것이다.
    드디어 벗어나고 있던 것이다. 가장 아픈 자학으로부터.

    서울의 야경과 이질적으로 배치되는 서울성곽, 그리고 수다를 떠는 사람들.
    항시 전에 관찰자처럼 느껴지며 봐왔던 것들이 이질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두팔과 두다리를 가진 제 자신이
    그래도 지금 이 순간, 힘겨워 하고 있다는 게 제법 살아있다고 느꼈던 모양이다.

    그는 그 이후 산책을 했다.

    가깝지만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한성대에 들어가보았고
    그 근처의 아파트 단지에도 들어가보았다.

    짐승이 자기영역을 넓히듯이
    홀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지겨웠고, 나태했고, 자학했던
    오늘 하루를 씻어냈다.

    그리고
    언젠가 여행을 떠난다면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 달리 사진뿐이 아니라
    스케치북과 수채물감등을 챙겨서

    못 그리는 그림으로나마 남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들어 그가 떠올린 그 어떤 생각보다
    참신했던 생각이었다.

  • [2008.6.28.] 雨日풍경


    떨어지는
    소리,
    위에
    떨어지는
    눈물.

    말라가던 빨래들이
    다시 젖기 시작하고

    누군가 베란다 위에서
    그 모든 기억의 추억의 토사물들을
    한꺼번에 게워내기 시작한다.

    -최승자 <雨日풍경>

    난 비가 좋다.
    뭔가 차분해지는 것 같아 좋다.

    나는 항상 멀리 있는 일 때문에 걱정해서
    이것도 저것도 못하고
    집 안에서도 우왕좌와 그러고 마는데

    비가 쏴아하고 내리던
    딸꾹질하듯 내리던 간에
    그것들을 곁에 두고 있으면

    멀리있던 시선이 내 안으로 향하는 것만 같다.

    지나간 일을 후회할 것도 없이
    멀리 있을 일을 걱정할 것도 없이

    잔잔해진다.

    언젠가, 비오던 날 뭘 생각했었더라 하는
    종류의
    추억들과 함께

  • [2008.6.27.] 어제는 시집을 한권 샀는데

    바람이 독점한 세상.
    저 드센 바람 함대,
    등 푸른 식인 상어떼.

    반사적으로 부풀어오르는 내 방광.
    오늘 밤의 싸움은 팽팽하다.
    나는 그것을 예감한다.

    그리하여 이제 휘황한
    고통의 춤은 시작되고,
    슬픔이여 보라,
    네 리듬에 맞추어
    내가 춤을 추느니
    이 유연한 팔과 다리,
    평생토록 내 몸이
    얼마나 잘
    네 리듬에 길들여졌느냐.

    -<고통의 춤>

    최승자의 시어들은 죽음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그 죽음은 슬프지 않다.

    죽음을 소망하기도 하고, 더러는 애원도 한다.

    죽음은 부활과 맞닿아 있을수도, 더러는 아예 끝장일수도 있다.

    그것은 작자도 우리도 모를 일.

    하지만, 작자는 죽음을 소망하고 죽음으로 가는 고통의 과정또한

    겸허하게 맞아들인다.

    마치 고통에 익숙한 듯,

    그러나 벌어진 틈새를 가격하면 더 큰 고통이 오듯

    그것은 역시나 고통을 수반한다.

    그럴수록 강인해지는 주체.

    죽음과 맞닿으면서 용기를 얻는듯한 주체.

    작자의 이야기는 결코 체념이나 포기가 아니다.

    죽음을 통해 끝내거나, 넘어서거나…

    죽음을 베개곁에 두고 있으면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고통속으로 직접 들어가면서, 비명을 지르고

    그리고 춤을 추는 것이다.

    그녀의 고통의 춤의 사위가

    그리하여

    감동적인 것이다.

  • [기억의 집-최승자]

    바람이 독점한 세상.
    저 드센 바람 함대,
    등 푸른 식인 상어떼.

    반사적으로 부풀어오르는 내 방광.
    오늘 밤의 싸움은 팽팽하다.
    나는 그것을 예감한다.

    그리하여 이제 휘황한
    고통의 춤은 시작되고,
    슬픔이여 보라,
    네 리듬에 맞추어
    내가 춤을 추느니
    이 유연한 팔과 다리,
    평생토록 내 몸이
    얼마나 잘
    네 리듬에 길들여졌느냐.

    -<고통의 춤>

    최승자의 시어들은 죽음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그 죽음은 슬프지 않다.

    죽음을 소망하기도 하고, 더러는 애원도 한다.

    죽음은 부활과 맞닿아 있을수도, 더러는 아예 끝장일수도 있다.

    그것은 작자도 우리도 모를 일.

    하지만, 작자는 죽음을 소망하고 죽음으로 가는 고통의 과정또한

    겸허하게 맞아들인다.

    마치 고통에 익숙한 듯,

    그러나 벌어진 틈새를 가격하면 더 큰 고통이 오듯

    그것은 역시나 고통을 수반한다.

    그럴수록 강인해지는 주체.

    죽음과 맞닿으면서 용기를 얻는듯한 주체.

    작자의 이야기는 결코 체념이나 포기가 아니다.

    죽음을 통해 끝내거나, 넘어서거나…

    죽음을 베개곁에 두고 있으면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고통속으로 직접 들어가면서, 비명을 지르고

    그리고 춤을 추는 것이다.

    그녀의 고통의 춤의 사위가

    그리하여

    감동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