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 이 영화 정리하기 힘들다.
나는 아직 이런 농후한 심리묘사의 영화는 소화하기가 힘든 것 같다.
영화에서 인물의 감정은 “사랑” “배신” 질투” 뭐 이런 식으로 평면적으로 드러나곤 하는데
그래서 내가 영화를 즐기는 방식은 곧잘도,
그 감정들 사이사이에 얼마나 개연성이 있는가
그 감정들을 얼마나 진실하게 그리고 있는가
그 감정들이 내게까지 공감되는가
라는 식이었다.
그런데 색계의 여주인공의 감정은 진정 다층적이다.
사랑이란 표현도, 복선도, 은유도 없이
그녀는 어느 순간 사랑에 빠져있었고
어느 순간 그것 때문에 목숨을 버렸다.
더욱이 그것은 하나도 로맨틱하지 아니하고
잔혹하다!
그 표면상으로 김기덕 영화의 사랑과 잔혹성의 구조가 상기되는 데
속내는 전혀 다른 것 같다.
색계가 여주인공의 아리송한 심리를 다층구조 그대로 그려내면서도, 그것의 표현을 숨기는 반면
김기덕의 영화는 확실한 감정들의 충돌을 그대로 그려내고, 그것은 극단적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뭐, 주제도 완벽하게 다르지 않은가.
그냥 생각나서 한번 써봤고…
색계는 좀 어려웠다.
내용이 어렵거나, 주제가 어려운 것은 전혀 아닌데
내 앞에 던져진 이 영화를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정말 현실적인 한 인간의 감정과 심리를 지켜보면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
내 감정조차 어렵게 만드는 영화 색계였다.
PS: 그렇다고 매우 뛰어난 영화라는 건 아니다..;;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