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DJ

  • [2009.1.2.] 서울횡단

    그의 기억 속에 서울이란 도시는

    각 지하철역으로 분절되어 있어서

    새로운 지하철역에 내리곤 할 때면

    어떻게든 기억해두려는 듯 주변 상점이고, 지나가는 사람이고

    유심히 봐두곤 했었다.

    그것은, 은근 재미있는 것이었다.

    마치 RPG 게임의 마을 순례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수많은 지하철역마다 펼쳐져 있는 건물들, 사람들, 거리, 길… 등등

    “서울이란 그러고 보면 얼마나 풍요로운가!”

    그렇게 생각했을 적도 있었다.

    어쩌면 2003년 겨울을 떠올리면서,

    자전거 폐달을 밟기 시작한 여정이 서울의 끝에 도달했을 때

    이토록 허무하게 종결될지는 몰랐다.

    혜화에서 안양직전에까지 폐달을 밟아오면서

    그의 머릿속을 맴돌던 연속하고 있는 서울이란 공간의 형상은

    ‘이 괴물같은 도시’

    란 것이었다.

    끝없이 성장하려고만 하는 그 거대한 금속 유기체에게는

    인간이란 안중에도 없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그렇기에…

    서울 안 사람들의 삶에 매력이 있는 것은

    그 괴물과 대결하면서

    현재를 버텨내는

    그 다양한 풍속사에 있지 않은가 싶다….

  • [2008.12.28.] 겨울의 기억

    국민학생이었을 때
    주번이랍시고
    양동이 한 가득
    석탄을 받아오는데
    눈덩이처럼 맺힌 그 한 덩이
    얼마나 탐스럽게 빛나던지
    불쑥
    주머니에 넣어오던 기억이 난다

    훔쳐 온 그때의 온기가
    식어버린 건
    이십대 어느 무렵
    희미해져버린
    어느 겨울
    아마도
    서울의 변두리
    그 곳에 마주 서 있던 내가
    그만

    내가 그만

  • [2008.12.19.] 겨울 나무는 살아있을까?

    횡단보도는 금지되어 있었다

    온갖 무심한 입김들만

    거리를 휘돌아

    삐에로에게 닿았다

    풍선 개수를 세며

    건너편 제과점에 눈길을 주던

  • [2007.11.28.] 그래 한걸음씩이라도 걸어가면

    된다

    오늘은 예정된 시간에 일어났지만
    결국 아침먹고 다시 잤다.

    일어나보니 점심시간.

    운동을 조금 하고
    영화평을 조금 쓰고
    인터넷 쇼핑을 조금 하고

    아! 소비로 충족되는 나의 생활이여.

    그리고 다시 알바.

    오늘은 뒷풀이가 있었던 날인데
    생각하면 할수록 나는 내가 불만족스럽다.
    왜 나는,

    모든 구성원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때
    아무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일까
    그리 마음이 편하지 않는 것일까

    요즘따라 술이 물처럼 팍!팍! 들어가는데
    나는 좀 더 침묵하고 있다.

    핑계없는 무덤없다고
    사람들이 모두다 내게 맞추어서 살고 있는 건 아니잖아.

    나는 조금
    바뀌어야 한다고 느낀다.

    변화를 두려워 하지 말자.

    내일도 일찍 일어난다면 소원이 없겠다.
    내일은 오전에
    차를타고 도서관으로 고고씽 한번 해보자! 냐핫!

  • [2008.12.11.] 기말고사 기간

    여느때와 달리 조금 바쁩니다.

    시험공부는 원래 안 하는데

    숙제가 너무 많거든요

    방금 28개의 레포트를 요구했던 그 수업의 논문을 썼습니다.

    논문도 8장 내지 9장짜리를 써놨으니…

    그 수업 참 대단하지요

    수업시간에는 딴짓하고, 시험공부는 안하더라도

    숙제만은 다 하기로 다짐했었거든요

    전부 피가되고 살이 되겠지요

    공부도 할 수 있는 시기가 제겐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암튼 그 살인적인 수업의 숙제도 완수할 것을 앞에 두고 있다니

    쵸금 뿌듯하네요….

    그런데 설마 C+ ??

    ㅋㅋㅋㅋㅋ

  • [2008.11.24.] 미키 사토시의 영화는 정말 엉뚱하다

    <텐텐> <인더 풀>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를 본 셈인데…

    느낀 점은 영화를 정말 기가막히게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영화는 대개들 거대규모의 헐리우드 영화를 막 추종하려는 모습인데

    일본영화는 일상성에 천착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다

    미키 사토시의 영화는 엉뚱함으로 뭉쳐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질 코미디 소재를 마구 흘려놓지 않는다.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듯이,

    고난이도 은유를 흘려보내기도 하고, 진짜 알 수 없는 상황을 그냥 노출시키기도 한다.

    그럼에도 일관된 흐름을 유지하면서

    영화 자체가 이야기 하려는 것을 결코, 놓치지 않고 있다.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지 아니하고

    휘돌아가면서 웃고 있는 사이

    관객들은 자신의 일상들을 다시 돌아보게 될 것이다.

    나도 그런 감독이 되고 싶은데~~~

  • [2008.11.11.] 하지만 그렇게 쉽게만 정의하진 마

    나는 영원성을 믿지 않기 때문에

    한 순간의 찰나가 지나갔을 적의

    존재의 과거와 존재의 현재는

    일치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다

    물론 머릿속의 생각과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어떤 엉켜진 털실 같은 것이 항시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그에게 맺어진 모든 사람들에게

    어떤 다른 가능성이 놓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싶은데

    어떨 적엔

    트루먼쇼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그의 주의를 빙-빙-빙- 맴도는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뭐지?

    결론적으로

    그것은 전적으로 그의 잘못이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만 정의하진 마

    동정을 원해

  • [2008.11.3.] 그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만족하지도 않고
    이탈하지도 않고

    사랑하지도 않고
    분노하지도 않고

    인정하지도 않고
    인정할수가 없던

    붕붕 부유하면서 떠다니는

    일종의 “괴물” 이었다

  • [맘마미아-필리다 로이다] 사람들이 다들 좋다고 했는데…

    나는 음악영화, 뮤질컬식 영화면 거의 먹고 들어간다.

    사운드 오브 뮤직부터 해서

    시카고, 물랑루즈, 헤드윅 같은 뮤지컬 영화부터

    샤인, 불멸의 연인, 아마데우스 뭐 이런 음악 소재로 한 영화까지

    고루 사랑해주시는데

    그 찬탄이 대단하시던 맘마마아는 솔직히 별로였다.

    뭐라해야하나…

    좋은 음악과 함께…
    거기에다 영상미도 그리스의 푸른 바다와 맑은 날씨와 함께 게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별로 없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그 자유로움, 그 미소들과 춤사위가 내겐
    나를 동경해봐 하는 미소로 보이는 것은 왜일까.

    그리고 어디선가 그것을 보고 있을 어떤 뉴요커(?)들이 대단한 것을 봤다는 둥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라고 외치고 있을 것 같은 것은 왜일까.

    단순하게 취향의 문제이겠지만.

    행복과 기쁨의 충만에 진심이 없어보이고
    진실된 사람이 있는 것 같지 않고

    결정적으로

    행복과 기쁨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충만해있어서, 싫었다.

    인생은 그렇게 기쁜 것만으로 일관된 것은 아니야.
    그래서 아름다운 거야.

    적어도 내겐…

  • [못mot-비선형] 상실, 그 지독한 매혹으로…

    널 처음 봤던 그날 밤과 설렌 맘과
    손톱 모양 작은 달 셀 수 없던 많은 별 아래
    너와 말없이 걷던 어느 길과 그 길에
    닿은 모든 사소한 우연과 기억

    널 기다렸던 나의 맘과 많은 밤과
    서툴었던 고백과 놀란 너의 눈빛과 내게
    왜 이제야 그 말을 하냐고 웃던 그 입술과
    그 마음과 잡아주던 손길과..

    (모든) 추억은 투명한 유리처럼 깨지겠지
    (날카롭게) 유리는 날카롭게 너와 나를 베겠지
    나의 차가운 피를 용서해

    뭐지? 신선하고 고급스러우면서… 이… 지독함이란…

    Mot 의 앨범은 상실에 관하여 ‘지독하게’ 노래하고 있다.
    그들이 노래하는 “What a woderful world” 는 가사 하나 바꾸지 않고도
    얼마다 노래를 지독하게 만들 수 있을 지 알게 한다.
    몽롱한 목소리도 목소리지만
    배경으로 깔리는 일레트로닉이 그야말로 압권인 듯…

    가사는 마치 주문같아서… 자아의 슬픔을 위로도 없이 불러내고 있는데….
    나는 거기에 막 빨려들어가다 탁! 하고 벽에 부딪힌다.
    나는 아직 그런 상실을, 그런 절망을, 그런 저주(자기 자신에 대한)를 품어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보인는 듯하다…

    Mot 은 끝 모를 심연으로 자꾸만 빠져든다.

    떨어지고, 떨어지는 데…
    무서운 점은
    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기대 혹은 의지 같은 것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아직 바닥이 아닌가봐, 더 깊이 떨어지자 라고 주문을 외우는 것만 같다.

    그들에게 상실은 극복의 대상으로 인식되지 않는 것만 같다.
    상실한 자, 상실하고 있는 자는
    지금의 상실감을, 오히려 “향유” 하고 있다.

    지독한 슬픔을, 지독한 자괴감을, 지독한 저주를
    향유하고 그것을 노래로 승화시킨다.

    노래는 나를 이해해주고 동정해달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노래는 단지 상실하는 자의 잔인한 미소만을 보여준다.

    Mot의 앨범에서는 마치 더 슬픈 미소를 짓는 자가 더 우월해지는 것만 같다….

    이런 악마적 잔혹함의 매혹같으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