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DJ

  • 2020

    2020년이라니, 1999에서 2000을 넘어갔을 때처럼 꽤나 생경한 숫자가 되버렸다

    2019년 한해, 생각했던 것보단 단조로운 해는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확실해진 것도 아니었다.

    새해 다짐 같은 걸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2020년 또한 희뿌연 안개 속에서 서성일 것만 같네

    2019년 가장 많은 위로를 주었던 친절한 냐옹씨. 추운 겨울에도 무탈하시길 ㅠ

  • 동네

    추워지면 활동량이 극도로 제한되는데 오늘도 그랬다.

    일어난 시각부터 오후

    오전에 알람을 부지런히도 꺼두고… 지금이 도대체 몇시지 하면서 깨니 오후였다. 깬 후로도 계속 누워서 꼼지락대는데 공사장 소음 같은게 날카롭게도 들린다. 이 주변이 다 시끄러울텐데 끊이지도 않는 소음

    지금 살고 있는 집이 구조나 공간크기나 그런 것들은 다 큰 불만이 없는 편인데 저런 느닷없는 소음이 간헐적으로 계속되는게 문제다.

    모든 걸 만족하면서 싼집은 서울이 없겠지만서도

    그런데 또 도봉구란 곳을 떠나려고 하니,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든다.

    별 네트워크 형성한 것도 없고, 아는 사람 새로 만든것도 별로 없지만-

    여기는 서울 치고는 그래도 동네 느낌이 나는, 좀 한적한 곳이라서- 다른 곳에 비해 ‘동네’ 라는 느낌이 들어 뭔가 좀 더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보다.

    시골 동네 살 땐 그리도 익명성이 보장되는 도시를 원했건만

    또 북적북적한 도심 속 외로운 골방보단 다른 형태의 삶이 내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 여름종료

    아침과 밤의 느낌이 제법 다르다

    사계절중 여름을 제일 좋아하는데, 제법 여유로운 시간도 갖지 못하고 지나보내는게 아깝다, 라고 생각하던 차에

    담양에 가게 되어 시선 위로 겹겹이 두른 나뭇가지를 쳐다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쳐다보고 또 눈 감으면서 왜 여름은 지난 시절이 아닌 현재의 시간대에도 ‘아련함’ 이란 감정과 맞닿아있는걸까? 란 생각을 잠깐 했다.

  • 따릉이

    지난주 버거킹을 먹고 이제 창동으로 가야건만 걸어가는 길이 너무 더울 것 같았다. 마침 따릉이 정거장이 눈앞에 있어 앞으로 여름도 덥고 그러니 많이 쓰겠지 하곤 180일짜리 정기권을 결제해버렸다. 180일이라고 해도 만오천원이니깐.

    그 이후, 생각했던 것보다 따릉이의 쓰임새는 꽤 넓었다. 출퇴근 와중에, 밤산책에, 딴데 갔다 돌아오는 중에 수유쯤에 내려서 이것저것 훑어보고 따릉이를 타고 돌아오기도 하고.

    오늘은 수유에 있었는데 어느새 저녁시간. 저녁 뭐 먹지? 하다가 그냥 집에 가서 먹자, 하고 가던 와중 얼마전 지인이 줬던 치킨 교환권 생각이 났다. 포장은 20분 기다리라는 말에 근처 공원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따릉이까지 빌려갔다. 배도 고푼데 치킨 포장을 들고 걸어가는 고통의 시간을 줄이고자. 포장된 치킨을 따릉이 앞바구니에 넣고 집까지 가는 그 짤막한 시간, 이것이 바로 그 소확행?! 인가? 라는 생각이 스쳐지났다

  • 신촌

    아, 아까운 토요일의 내 시간. 이라며 노트북을 켜고 별 딴짓을 다했다. 매우 귀찮지만 시간 쓰기 싫었던 일들. 종종 들어가는 사이트의 아이디, 비밀번호 찾기를 한다거나, 공인인증서를 노트북에도 복사해둔다거나 하는 등의 잡일들로 시간을 때우고 있었는데 휙 둘러보니 노트북을 쓰고 있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서른명은 족히 될 법한 수강생 중에 나만 노트북을 쓰고 있다니, 모두 경청하고 있잖아?! 왜.. 왜?

    수업이 끝날때쯤 대여섯명씩 모여 앉아 서로 인사와 자기소개를 간단하게 하면 어떻겠느냐고 강사가 제안했다. 머쓱하게 모여 앉은 6명의 사람들. 이럴 땐 나서주는 이가 고맙다. 각자 인사를 하는데

    양평해서 오셨다고 한다

    아이맡기고 춘천에서 오셨다고 한다

    군인인데 철원에서 오셨다고 한다

    안산에서 오셨다고 한다.

    대전에서 오셨다고 한다.

    나만 서울시 소속이었다. 나도 나름 도봉구라고 아, 멀어 8주간 토요일마다 또 어떻게 아침일찍 일어나냐? 라고 궁시렁 대고 있었는데-

    수업 들으로 이렇게 멀리서들 오셨으니 딴청을 피울리가…

    한국사람들은 다들 너무 열심히 살아서 문제다

  • 휴일

    빨래를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시간이 너무 늦어 할 타이밍을 놓쳐버렸고

    이제 내일을 위해 자야는데 그럼 난 오늘 하루 뭘 했지? 라고 돌이켜봤더니 영화 한편을 게으르게 보았고, 멸치볶음을 했고, 화장실 청소를 했다.

    돈이 좀 생긴 주말엔 갈비찜이라도 해서 냉동실에 얼려둘까

  • 건강

    오래도록 미루고 있던 증상이 있어 피부과에 한번 갔더니 피지낭종 이라고 했다.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내 몸에 오랫동안 곪아있던 덩어리 하나를 빼냈고, 의사께선 그걸 직접 보여주며 터트려주기까지 했다. 웬 오징어 눈깔같은 것이 짓이겨 터지는 모양은 인터넷 짤의 극혐주의란 라벨링에 딱 맞아 떨어질 듯 싶다.

    피부과에 이어 찾아간 안과에선 내 증상이 중심성 망막염이고, 치료는 해당 안과에서 진행할 수 없으며 큰 병원에 가봐야 한다고 했다. 증상과 의사 스타일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를 수 있는데 약물로 할 수도, 레이저로 할 수도, 눈에 주사를 놓을 수도 있다고 했다. 피지낭종과 달리 눈 질환 문제는 꽤 걱정스러운 진단이었다.

    어딜 찾아갈때마다 질환이 체크되니, 덩달아 몸 여기저기가 다 걱정스럽다. 작업을 할 때마다 시큰거리는 오른 손목이 얼마나 소모되었을까 걱정스럽고- 왼쪽 무릎은 왜 또 찌릿찌릿한지도 걱정스럽다. 내시경 검진을 한 지 2년이 좀 넘었으니, 내 내장들은 또 온전히 건강할지. 또 들여다 볼 때가 온 것 같다.

  • 돈까스를 만드는 시간

    다시 서울에 왔다.

    꼭 서울에 다시 와야하는 거야? 에 명료한 대답을 내놓을 수는 없는 그런 사정인데 서울이 아니어서 이렇게 되버렸어. 란 핑계를 대버릴 것 같았다. 그래, 일단 서울에 가자. 다음 번에 다시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되더라도 일단 가는 거야.

    특별히 서울 어디든 간에 이유가 없던지라 일하는 곳의 초근접 지역으로 가버려서 시간도, 교통비도 아껴야지. 라고 계획잡았다.

    가산디지털단지 쪽에 집을 한창 보던 와중에 도봉구로 급선회하게 됐다.

    서울 외곽이고, 지하철역도 제법 먼 곳에 집을 구했는데 소음 문제가 좀 있지만 집 물가는 서울답지 않아서, 나름 투룸인지 쓰리룸인지 하는 스타일의 집에 왔다. 대신 옵션이라곤 냉장고, 세탁기조차 없는 곳이어서 집 단장에 출혈이 크다.

    집에서도 제법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해서 이것저것 마련하느라 매일같이 택배상자가 문 앞에 놓여있었다. 그리고 오늘 식탁까지 와서, 세탁기를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 큰 것들은 집 여기저기를 채우게 됐다.

    생각해보니 이 집에 오면서 난생 처음 사게 되는 것들이 참 많다.

    새 냉장고, 식탁, 소파, 옷장, 발매트, 수건 모두 난생 처음 사보는 것들이다. 냉장고는 중고 냉장고를 한번 사본적이 있지만 두달만에 물을 줄줄 세다가 완전히 고장나고 말았던 지라. 그리고 수건은 거의 10년 넘게 각양각색의 기념문구 타이포가 있는 수건을 쓰고 있던지라, 새 수건을 사본 일이 없었다.

    오늘은 노동절이라 쉬는 날. 냉장고도 있으니, 가득 채워버리겠어 하면서 시장과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번갈아 왔다갔다 하더니 냉장실은 몰라도 냉동실은 거의 차버렸다. 게다가 밤에는 돈까스까지 만들어서 냉동실에 넣어버리니- 냉동실은 더이상 들어갈 자리도 없어 보였다. 1인 가구에게는 냉장실대 냉동실 비율이 1;1 정도는 되야 할 것 같은데- 아쉽네. 냉장실은 아직 여유가 많아.

    오전 10시에 일어나서 바로 시장에 갔다가, 밤 10시에는 돈까스까지 만드는 하루. 참 오랜만에 의미 따지지 않는 내 소소한 일상만으로 가득 채운 날이 되었군. 노동절이.

  • 꽃사진

    오랜만에 꽃사진을 찍었다.

    밝은 햇빛때문에 액정도 희미한데

    조각조각 금도 나 있었다

    바로 어제 아파트에서 나오다가 크게 안타까워 하지도 않고 폰을 또 떨궜다

    원래 반쯤은 금이 가 있었건만그나마 아직은 버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했던 나머지 반마저 지저분한 금이 가 있었다.

    이제 정말 어쩔 수 없이 바꿔야만 하는 시점인가봐이제 폰을 바꾸는 게 큰 사치는 아니잖아라고 생각하며 다음달 10일 이후정도에 바꾸면 되지 뭐.이랬다.

    근 한 2주 정도는 더 써보지 뭐.어쨌든 괜찮아.당장 볼 땐 금 가 보여도메모리에는 멀쩡하거든.

    시간이 아직 있으니깐

  • 겨울부터 미세먼지로 흐리멍텅한 하늘이 오랜만에 파래졌더라.

    봄이 됐으니 황사에 더 뿌여만 지겠지 했었는데- 그래도 계절 바뀐 티 한번은 내주네.

    이렇게 오랫동안 일기를 쓰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쓰지 않았던 이유는 대학원 마지막 학기 종료즈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좀 음울하게만 지내고 있어서였다.

    뭔가 쓴다고 하더라도 신세한탄 같은 것만 늘어놓을 것 같아서, 홈피에 접속 자체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홈페이지에 들어도 와보고 하니 홈페이지 모듈도 업데이트가 되어서 인터페이스가 많이도 바뀌었네. 물론 보는 사람 입장에선 똑같겠지만.

    근래에 그래도 조금씩 낮은 텐션을 회복하고 있으며

    5월 1일에 어쨌든 이사를 하리라고 결심했다.

    그리고 3월부터 자격증이라고 하나 따둬야 하는 게 아닐까- 하고 알아보고, 교육도 듣기로 했다. 아니 오늘 사실 첫 교육일정에 가보았다.

    완전히 새로운 공간에서 참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르 들어보니-

    역시 이제 난 어디서든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하는 군. 하는 생각도 하게 되기도 하는데- 그래도 뭔가 새로 시작하는 설레임 같은게 돋아나기도 한다.

    봄날. 맑은 하늘 가능한한 오래 지속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