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에서 처음 나는 연말이기 때문에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본래 매년 안전집체교육 같은 행사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올해에는 여러모로 주의해야 할 것도 있고 있어서 특별히 기획된 것 같다. 뭐 커다란 사건사고가 있거나 우즈벡의 치안이 각별히 위험하게 되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 코이카 파견 국들 중에 2011년 이집트, 튀니지 등등에서 민주화 항쟁이 있기도 하였고, 우즈벡 안 에서는 교통사고 등을 주의해야 하기도 하고 말이다. 뭐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깐.
그래서 Alisher Navoy 극장에 위치한 뷔페식당에 거의 전국 각지의 단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현지평가회의를 제외하고는 이렇게 한꺼번에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쉽지가 않아서 수도 단원들도 그렇고, 지방 단원들도 그렇고 다들 반가워 하는 분위기. 더욱이 연말이기도 해서, 함께 연말모임을 갖을 수 있겠구나 하는 반색들이 돌았다.
안전교육은 먼저 이집트 관련 치안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택시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라…. 그리고 우즈벡에서 각별히 조심해야 할 사항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주로 들었다. 예로 선교활동 이라든지, 정치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하는 기본적인 이야기들. 마지막으로 유사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각 지역별로 연락 담당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기도 하고 말이다. 돌이켜보니 2011년에는 지진도 한 차례 일어났는데, 사람이 다칠 정도의 강진은 아니었지만, 암튼 유사시에 서로 안전한 지를 확인한 적이 있었다. 그런 연락체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겨울철 건강관리에 관한 내용으로 협력 한방의로 활동하고 계신 단원분의 건강관리 비법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연말에 다들 한국과는 조금 다른 감기 증상으로 고생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됐을 것 같다.
마지막 행사는 행운권 추첨. 연말 모임을 기념하여 우즈벡에서 나름 요긴하게 쓰이는 라면을 걸고 행운권 추첨을 하였다. 물론 나는 운이 없어서, 타지 못했지만… 뭐 타슈켄트는 그나마 라면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편이니깐, 하면서 위안했다. 그렇게 안전교육이 마치고는 뷔페식 식사가 우릴 기다리고 있어서, 이번에 뼈와 살에 영양을 채워넣자 라는 일념으로! 흡입(?) 해 주었다.
1년에 한번씩은 우즈벡의 코이카 봉사단원을 파견하는 전체 기관의 기관 대표자를 함께 모으는 행사가 있다.
사실 이 행사는 단원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행사이지만 나는 비디오 촬영을 또 맡게 되는 바람에 곁에서 지켜볼 수가 있었다.
우선 지난 1년간 코이카 혹은 봉사단원이 진행했던 주요 행사 및 현장사업에 관하여 발표를 하고, 기관으로부터는 애로사항 등을 듣기도 한다. 같이 식사도 하고, 약간의 담소도 물론 나누고 말이다. 카르시에 현장사업으로 꾸며진 태권도 체육관 그리고 제2회 한국문화축제 진행에 관한 발표. 이번에 신규 컴퓨터 봉사단원이 파견되었던 사마르칸트 IT 대학 등의 기관 측 발표도 이어졌다.
사실 식 진행이 거의 러시아어로 되었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알아듣지를 못했다.
다만 조금 인상깊었던 것은 각 기관들의 애로사항 등을 듣는 시간에 각 기관들이 서로 추가 코이카 단원 파견이나 문화행사 개최 등등 코이카의 지원 (유치)에 적극적인 태도였다는 것. 다만 그 지원이 상호 협력 관계로 더 발전적으로 이끌어 가는 가, 아니면 단순히 지원량을 넓히고 싶은 것인가에 관한 문제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나도 활동기관에 속해 있기 때문에, 어디 세계경제외교대 총장도 올려나. 했는데 혹시나, 역시나 안 왔다. (역시 바쁘신 모양 ㅠ )
암튼 달리 늘여 쓸 것은 없고, 여러 이야기를 서로 경청하고 나누면서 행사는 무사히 끝났다.
안디잔은 우즈벡의 거의 동부 끝자락에 위치한 도시이다. 안디잔은 도심의 규모도 크고, 인구도 많은 편이고 더욱이 한국 기업들이 거의 타슈켄트 다음으로 많이 진출한 도시이지만, 우즈벡의 여느 지방이 그렇듯 타슈켄트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곤 한다. 즉, 한국처럼 안디잔이 우즈벡에서 제 4의 도시 정도 되니깐 사는 환경이 한국의 인천이나 울산 정도 되겠구나, 생각할 수 있겠는데… 사실 우즈벡에서 삶의 인프라만큼은 타쉬켄트와 사마르칸트를 제외하면 그리 넉넉하지만은 못한 편이다. 안디잔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얘긴인데, 우선 안디잔은 가스가 없고 겨울이면 정전, 단수가 매주 잦은 편이다. 그리고 타슈켄트와 왕래할때도 열차, 버스 등이 없어서 매번 넥시아 택시를 빌려 타고 가야한다는 등등. 아, 그래서 안디잔을 비롯한 지방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다. 조금이나마 좋고 편한 환경에서 살려고 코이카에 온 것은 아니지 않은가? 사실 여러가지 활동을 펼쳐내기에는 지방이 유리한 점들이 꽤 많다. 우즈벡의 주된 문화행사 및 협력활동 등에서 동부지역 학생들의 참여가 적극적이고 수상도 많이 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어느 정도 환경적인 장점들이 존재한다. 아무튼 그 안디잔에 내 동기단원이 한국어 신규 단원으로 파견되어있었다. 그리고 신규 파견지인지라 여러가지 한국어 수업을 위한 환경조성이 안되어 있어서 파견되지마자 고민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한국어 교실 현장사업” 이었다. 기관측으로부터 해서 예전에 사진관으로 쓰이던 빈 공간을 제공받았고, 마침 여름방학과 목화수확기가 있어 해당 기간에 현장사업의 주요 공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물론, 여느 현장사업이 그렇듯 모든 과정이 수월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모두 뒤엎을뻔한 적이 한 두차례. 그래도 지금은 모두 지나고, 새롭게 교실을 열어서…. 정말 수업을 할 만 할 것 같다. 개관식 등등으로 하여 몇 차례 갔었는데, 교실이 정말 예쁘고 아늑했기 때문.
개관식 당일. 기관 및 코이카의 축사를 듣고, 안디잔 보스학교의 부채춤 공연도 이어졌다. 그리고 한국어 교실에서 사업 경과에 관련한 보고를 듣고, 사업경과에 관한 영상을 보고, 학생의 편지 낭독의 순으로 이어졌다.
▲ 경과보고를 하는 모습
▲ 부채춤 공연을 해준 보스 학생들
나는 개인적으로 처음 참가하게 된 현장사업 개관식이었는데, 그래도 동기단원이 한다고 하여, 이것저것 미약하니마나 도움을 준 것이, 나 스스로 뿌듯했다. 그리고 코이카 동기단원이 이렇게 잘 해냈구나 하여 자랑스럽게 생각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나도 잘 해야겠네 하면서 부담(?) 스럽기도 하고 말이다. 왜냐면 나도 그 당시 현장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와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현지평가회의란 1년에 1회 정도 수도 및 지방에 있던 모든 단원들이 한 자리 모여서 각 기관 및 분야 그리고 현지생활 등에 관한 갖가지 발표 및 논의를 하는 자리이다. 본래는 활동한 지 1년 이상의 단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였다고 하나, 2011년에는 활동한 지 6개월 이상 정도의 단원들을 모두 불러모았다. 각 기관의 일정이 다들 다르고, 우즈벡 교통이 그리 좋지많은 않은 지라(비행기가 있지만 비싸서) 다들 쉽게 모일 수만은 없는데, 이 현지평가회의 만큼은 거의 모든 단원들이 한번에 모이는 자리가 되는 셈이다.
장소는 수도 타쉬켄트에서 차로 한시간 정도 가야하는 차르박 호수 근처의 Avenue 호텔이라는 곳으로 인원이 많은지라 대형버스 한대와 중형버스 한대가 동시에 출발했다. 약 60여명은 갔었던 것 같다. 장소에 관해서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시설도 깨끗하고, 차르박 근처여서 그런지 뭔가 휴양지에 온 느낌이었다. 비가 오는 등 날씨가 좋지 않아서 여유롭게 풍경들을 노닐지(?)는 못하였지만 날씨만 좋았다면 밤낮으로 풍경을 노니는 단원 무리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풍경이었다.
하지만 놀러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바로 현지어 시험이 시작됐다. 인원수가 많은 지라 예상대로 필기시험.
▲ 현지어 시험을 치루는 모습
▲ 시험 후 막간을 이용한 OX 퀴즈
우즈벡은 사실상 러시아어와 우즈벡어 이중 언어를 쓰고 있기 때문에 그 둘 중 현지합숙기간에 배웠던 언어로 시험을 치루게 되어 있었다. 러시아어 전공자인 모 단원역시 평소에 러시아어를 주로 쓰지만, 현지합숙기간에 우즈벡어를 배웠기 때문에 우즈벡어로 시험을 쳤다. 나름 형평성을 고려한 결정인 것도 같고. 나는 우즈벡어를 배웠고, 현재까지도 대부분 우즈벡어를 쓰고 있기 때문에 우즈벡어 시험을 봤다. 우즈벡어 시험은 난이도가 그리 높은 것 같지는 않았는데, 러시아어 시험을 본 단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러시아어 시험은 난이도가 상당했다고 한다.
시험 후 각 기관들의 현황발표 시간들이 이어졌다.
▲ 기관별 발표를 진행하는 모습(좌)
▲ 외교대 발표자료 표지
단원이 많기 때문에 단원별로 약 3-5분만 해도 몇 시간이 걸리는 발표 시간이었다. 그래도 이 발표들을 들은 덕분에 몰랐던 것을 많이 알게 됐다. 같은 타쉬켄트에 있더라도 친한 동기 기수가 아니라면 그 기관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기관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각 단원들이 어떤 활동을 펼쳐내고 있을지 알리가 만무하다. 임지 및 기관의 분위기가 다들 다르기 때문에 같은 한국어 단원이라도, 혹은 컴퓨터 단원이라도 각자들 다른 색채를 띄는 것 같았다. 예로 초등학교에 파견되어 있는 한국어 단원은 주로 학생들과 함께 한국어 문화수업 등 흥미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한국어 수업을 고민한다면, 대학교 정규과정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어 단원은 토픽, 향 후 진로 및 석박사 과정 등을 고려해야 하는 듯했다. 가장 이색적(?)이었던 것은 협력의사로 파견된 의사선생님들의 이야기들. 평소에 잘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이기도 했고, 어떤 환경에서 활동하고 계신 지도 거의 배경지식이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각 기관별 현황발표 후에는 분야별 회의 시간이었다.
▲ 분야별 토의중(좌)
▲ 우수 발표팀 투표
컴퓨터라면 컴퓨터 단원끼리 논의를 하고, 한국어 단원이라면 한국어 단원끼리 논의를 해야하는데, 한국어 단원이 워낙 많은지라 한국어 단원은 대학교 정규학과/제2외국어/방과후수업 등으로 분화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활동을 하면서 이런 이런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컴퓨터 단원의 논의에서는 학생들의 동기부여에 관한 이야기가 주로 나왔고, 수료증 발급 등등의 아이디어와 체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각 분야별 토의 후에는 어떤 분야가 가장 왕성한 토의를 했는지 스티커로 투표하는 간단한 이벤트를 갖기도 했다.
그렇게 첫 날이 지나가고, 둘쨰 날. 둘째 날은 파견 분야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현지생활 팁, 스트레스 해소법, 현지어 습득 방법, 현지인과의 소통 등등 주로 생활에 밀접한 이야기들을 서로 공유하는 자리를 가지고, 현지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시상을 하기도 했다.
▲ 현지생활 노하우를 발표하는 중
▲ 현지어 우수 수상자들
우즈벡 전국에서 거의 1년 넘게 생활하다 보니 각자들 생활 팁들 혹은 노하우들이 쌓여있었나 보다. 정말 유용한 정보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이 아닌 우즈벡이기 때문에 직접 경험해서 아는 것들은 이렇게 서로 육성을 나눠야 알게 되는 것 같다. 나도 많이 배웠다.
그리고 그렇게 현지평가회의가 모두 끝났다. 물론 계속 회의만 했던 그런 자리는 아니었다. 중간중간에 현지 문화 관련한 OX 퀴즈도 하고, 게임도 진행하고, 저녁에는 술과 함께 도란도란 모여 놀기도 하고 그랬다.
아마도 나는 2012년 현지평가회의에 다시 한번 참가하게 될 것이다.
그때는 활동한 지 거의 1년 반이상이 지나있을 것이다. 그때는 나의 첫번째 현지평가회의보다 더 하고푼 이야기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겠지.
안디잔, 페르가나, 나만간. 우즈베키스탄 동부 3개 지역에 파견된 코이카 한국어 교육 단원이 주축이 되어 기획하였고, 2011년 10월의 행사가 2회째를 맞는 행사였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아울러서 한국어를 체험하는 하나의 문화마당 및 축제의 장을 열어보는 1박 2일이었다. 1박 2일 동안 비는 시간 없이 행사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짜야하고, 학생들 인솔 및 통솔도 해야하니 당연히 동부지역에 파견된 거의 모든 코이카 단원이 다들 힘을 합쳤다. 그리고 각 종 부스 행사에는 가깝게는 타쉬켄트부터 멀게는 서부의 끝이나 다름없는 누쿠스에 있는 코이카 단원까지 와서 도왔다. 나는… 언제부턴가 행사 영상 촬영 담당 전문인력이 되었나 보다. 부스 행사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1박 2일 내내 영상 촬영을 도맡기로 했다. 영상 쪽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면, 이 행사의 영상 규모가 조금 컸다. 저번 제2회한국문화축제때는 그저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을 찍어주고, 적당하게 공연 앞 뒤로 해서 준비와 후기 같은 것을 찍어주면 되는 거였고, 사마르칸트 외대 행사도 어쨌든 실내행사고 반나절 조금 넘는 행사였지만 이번 것은 1박 2일로 스케일도 컸고, 야외행사였고 행사 특성상 장소가 수시로 바뀌거나 여러 곳에서 동시 진행이 되는 거라 했다. 거기다가 편집본은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모두 나눠 줄 예정이라고 하니, 부담이 없을 수가 없었다. 사실 내 카메라가 화질은 화끈하게 뽑아준다지만, 엄격히 말하면 비디오 캠코더가 아닌 하이브리드 카메라이기 때문에 장시간 촬영에는 여러 애로사항이 있을 법 싶었다. 나도 여러모로 배울 것도 있겠고, 고생도 하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임했다. 행사 당일에 바로 가선 허둥지둥 댈 수 있으니 행사 며칠 전부터 가서 분위기 파악좀 해보기로 했다. 행사 3일전에 안디잔에 갔는데 사실 이 때는 제작물, 부착물 같은 것들은 거의 다 준비가 완료된 상태였다. 쉬엄쉬엄 부착물들을 정돈하는 정도. 하지만 문제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어서 버스 대절 문제로 문제가 엉켜서 기획단이 행사 전 날 밤에 맘고생을 꽤나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방법이 없겠어 설마… 하는 마음으로 나는 맘 졸이는 기획단 모습을 찍고 있었는데… 결국 극적으로 해결됐다. 여기저기 전화하고 따지고 사정하던 기획단들에게서 그제야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예감이 좋았다.
행사 첫째 날
사실 첫 날이 거의 모든 행사들이 있는 날이었다. 둘째날에는 롤링페이퍼와 해단식 및 단체사진 정도만 잡혀있었으니깐. 아침에 학생 스탭 몇명이 늦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 현수막을 다는 모습
▲ 부스 게시판 준비
차근차근 시작 전에 코이카 단원들과 학생스탭들이 홍보물 및 행사관련 물품들을 배치했다. 본래 행사 전에는 왜 이건 여기에 없나요? 왜 사람이 여기엔 없어요! 하고 소리 빽빽 나기 일쑤던데, 어울림 행사에선 거의 그런 모습을 보지 못한 것 같다. 미리미리 준비를 열심히 한 듯, 조용하고 부지런히 행사의 시작을 준비하고들 있었다.
– 팀짜기 –
발단식에서 간단한 소개와 규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나자, 바로 팀을 짜는 일정부터 시작했다.학생들 모두가 각자 소속팀의 구성원으로 일정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 팀 깃발을 만드는 모습
▲ 팀 단체사진
각자 팀 이름을 정하고 팀 깃발도 만들고 발표까지 들었다. 참가하는 학생들이 주로 대학생이 아닌 초등학생, 중학생이기 때문에 한국어 실력이 그리 능숙한 편은 아니었지만 한국어와 한국에 관한 관심 하나는 다들 대단해 보였다. 어떻게 “무궁화” 라는 노래도 알고, 한반도도 그리고, 태극기도 그리고 그러는지 말이다. 일 순간 참- 예쁜 학생들이구나- 하는 마음이 안들 수가 없었다.
– 체육대회 –
▲ 꼬리집기
▲ 풍선 터트리기 시작 전
사실 이것은 달리 문화 관련 내용이다기 보다는 각 팀별로 단합한다는 의미로 준비한 것 같았다. 풍선 터트리기, 꼬리잡기 등등을 진행했는데, 학생들의 열기가 정말정말 붙타올랐다! 특히 풍선 터트리기 할 때는 여학생들까지도 서로 발로 차고 정말 치열한 격투 광경(?)이 벌어지기도 했고, 끝없는 도주와 추격이 이뤄져서 시간이 지체되기 까지 했다.
– 한국어 마을 부스행사 –
그리고 거의 메인 행사라고 할 수 있는 한국어 부스 행사가 점심식사 후에 진행됐다. 부스라 함은 영화관, 우체국, 노래교실, 예절교실, 방앗간, 음식점, 버스 등등 인데 각 장소에 가서 그 장소에서 주로 쓰는 한국어 어휘를 배우고 그것을 직접 해보는 과정이다. 일종의 한국어 마을을 하나 만든 것이다.
예를 들어 영화간에 갔다 한다면
“무슨 영화를 보고 싶어요?” “저는 *** 가 보고 싶어요.” “그럼 보고 싶은 영화 포스터에 가서 스티커를 붙이고 와주세요.”
라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단순히 말을 해보는 것 뿐이 아니라 방앗간에서는 떡을 떡매로 직접 쳐볼수도 있고, 예절교실에선 절 하는 법을 배울 수 있고, 노래교실에선 한국어 노래를 배울 수 있고, 전통놀이 부스에서는 윷놀이를 직접 해보는 체험요소도 많았다. 팀별로 각 부스를 한번씩 휘돌게 되어 있는데 체험활동 등을 열심히 한 학생에게는 가상의 돈을 지급하기도 하였다. 가상의 돈은 왜? 그것은 부스행사 바로 다음에 펼쳐 질 벼룩시장 때문이다!
– 벼룩시장 –
벼룩시장은 학용품, 한국어교재, 한국과자, 코이카 단원들이 기증한 의류 등등으로 꾸며졌다. 부스행사에서 나름 열심히 돈을 모았던 학생들은 벼룩시작 개시라는 호각이 울리자마자 뛰어 달리기 시작했다.
▲ 벼룩시장 시작과 함께 뛰는 학생
▲ 학용품을 판매하는 좌판
나는 개인적으로 과자 코너 같은 데 학생들이 관심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곳은 학용품 코너였다. 그야말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의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리고 그 다음은 비싸서 잘 못 사곤 했지만 학생들에게 어떤 물품을 가장 갖고 싶냐고 물으면 꼭 한국어 사전 등을 이야기 하곤 했다. 아이들이니깐 과자나 사먹으려고 하겠지, 했던 내 어리석은 생각을 반성해야 했다.
– 레크레이션, 장기자랑 –
저녁식사 후에는 레크레이션 위주의 장기자랑 시간이 이뤄졌다. 각 학교별로 준비해 온 학생들의 노래와 춤을 보고, 즉석에서 몇몇 끼 있는 학생들의 춤 솜씨도 봤다. 우즈벡이 축제 문화이자 춤 문화여서 그런지 학생들이 춤 추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고 정말 잘 췄다. 어디 꼭 무대가 아니더라도 그냥 음악만 틀어줘도 그 자리에서 몸을 흔들어 댈 정도였으니.
▲ 캠프파이어
▲ 레크레이션 진행 중
그리고 마지막에는 서로 포옹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 때는 웬일인지 학생들은 해맑은 웃음을 지으면서 다들 얼싸안고 그러는데, 코이카 단원 선생님들의 눈에 다들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 눈물의 의미는 뭘까…. 이제 거의 행사가 끝났다는 어던 감회 때문일까, 학생들에 대한 고마움 때문일까, 지내왔던 지난 시간들의 어떤 기억들 때문일까…. 사실 그것마저 이렇게 추측하려는 나도 참 잔인하다 ㅎㅎ 어쨌든 그 또한 굉장히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코이카 선생님들은 이렇게 학생들이랑 함께 있을 때… 가장 빛나는 모습이구나, 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행사 둘째 날
롤링페이퍼를 주고 받는 시간에 코이카 선생님들은 그야말로 스타나 다름 없었다. 학생들이 너도 나도 와서는 선생님 롤링페이퍼 써주세요 하고 달려들 곤 했다. 어떤 선생님의 경우 옆에 학생들이 줄을 서 있을 정도랄까.
▲ 롤링페이퍼를 써달라는 학생들
▲ 코이카 참여단원 단체사진
도란도란 롤링페이퍼를 쓰고, 간단한 감회를 듣는 해단식을 하고 단체사진을 찍는 시간을 가졌다. 어떤 코이카 선생님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학생들은 환하디 환한 미소를 대답해주었다. 마지막 전체가 다 같이 찍는 단체사진에서는 모두 다 활짝 웃었던 것 같다.
행사가 끝나고 DVD 제작
행사는 끝났지만 내게는 이제부터 시작이나 다름 없었다. 1박 2일 동안 찍은 영상은 모두 100기가 였다. 편집을 하는데에만 약 2주 정도가 소요되었다. 성능좋은 데스크탑이 있었다면 조금 짧아질 수 있었을까. 노트북 프리미어는 자꾸만 실시간 재생을 실패하는 바람에 재부팅을 수십번 거듭해야만 했다. 그래도 2주 정도가 흐르니 결과물이 나오긴 나왔다. 약 70분짜리 영상으로 나와주었다. 감회가 남달랐다… 아- 이제야 됐구나… 하지만 다 된게 아니었다. 이걸 학생들에게 배포해야 하니 약 200장의 DVD으로 만들어야 한다. 내가 애초에 기획단한테 도와달라는 부탁을 들었을 때 요구사항이 하나 있었는데, 그냥 파일만 주게끔 하지 말고 DVD 케이스까지 갖춘 DVD 타이틀 처럼 만들어 보자는 거였다. 일전에 사마르칸트 외대 행사나 한국문화축제때 해보니깐 케이스도 DVD도 잘 갖추지도 못하고, 배포 자체도 주체가 명확하지 못해서 누구는 계속 못받고, 누구는 누가 못받았냐 하고… 엇갈리기 일쑤였던 것이다. 어차피 이번 행사는 스케일부터 크니 하는 김에 좀 제대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제작해주는 업체를 어떻게 찾지? 우즈벡에서? 하는 물음이 나왔고 그 물음만을 해결하는데 또 2주가 지나고, 그 업체에서 200개를 제작해주는데 또 2주 정도가 흘렀다. 사실 한국이었으면 인터넷에서 찾아서 약 3-4일이면 될 일이었지만, 여긴 한국이 아니니깐. 그래도 제대로 된 게 어디냐 했다.
▲ 완성된 DVD
그래서 어울림 행사는 10월 1일에 끝났지만 내 일은 그로부터 약 한달 반을 더 갔다. 그래도 많은 걸 배웠고, 느꼈던 행사였다. 사실 1박 2일동안 내내 여기저기서 비디오 촬영을 하는 게 쉬운일은 아니었지만, 다른 편으로 보면 촬영일을 맡았기 때문에 기획단이 아니면서도 행사 곳곳을 다 보고, 듣고 할 수가 있어 좋았다. 학생들 및 기획단 인터뷰도 해볼 수 있었고 말이다. 편집은 내가 프로도 아니고, 적당한 편집 기자재도 없어서… 정말 시간이 너무 많이 들었던 중노동이었지만 DVD를 보고 정말 감동했다는 기획단 및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모두 감수할 수 있다할까. 기획단 코이카 단원들이 행사 그리고 행사 이 후 학생들과 마주하면서 뭉클뭉클해 했다면, 나는 DVD를 손에 쥐어주던 순간들 그리고 정말 잘 봤다던 학생들을 보면 뭉클쿵클했다.
2011년 8월. 한국 대통령이 우즈벡을 방문했다. 사실 한국 대통령이 우즈벡을 방문하는 것이 그리 희귀한 일은 아니라 한다. 우즈벡과 한국 간 경제-문화 교류가 많기도 하고, 한국도 우즈벡을 CIS 국가의 주요 거점 중 하나라고 인지하고 있어서 거의 2년에 한번 정도는 한국 대통령이 우즈벡을 방문한다고 한다. 어떤 부분에서 교류가 많냐고 묻는다면, 내가 그쪽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닌지라 수치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눈에 보이는 것만 말해본다면 다만 거리를 지나다니는 차의 거의 절반정도 GM 대우의 차이며, 그 중 마티즈가 매우 압도적이라는 점. 에어컨 실외기의 거의 1/4 정도는 LG에어컨 실외기라는 점. 주몽과 대장금의 인기가 매우 높을 뿐더러 우즈벡 공영방송 저녁시간대에 방영되는 드라마는 거의 한국 드라마라는 점 등등이다. 아무튼 이렇게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그런지 한국 대통령이 2011년도 역시 우즈벡을 방문하였다. 그런데 보통 이렇게 해외순례를 하면 달랑 대통령만 오는 법은 없고, 가깝게는 대통령의 가족, 경호, 주요 보좌진 조금 멀게는 청와대 출입기자들까지 해서 거의 50명 정도는 함께 오는가 보다. 그렇게 대규모 손님들이 우즈벡에 오다보니 우즈벡에 주재한 대사관부터 해서 코이카까지 손님맞이를 아니할 수가 없는 것이다. 코이카 단원들도 일부 통역, 안내, 차량관리 등등으로 배치되어 일을 돕게 된 것. 그리고 나는 차량 CP 팀이라는 데서 일을 하게 됐다. 그게 뭔가 뭔가 했더니 주요 거점 지역 예를 들면 투숙하는 호텔, 공항, 주요 방문 장소 등등이 우즈벡에 있지 않겠는가 그 주요 거점들에 사람들이 이동하기 좋도록 차량을 보내주고 관리하는 일이었다. 사실 한국이었다면 크게 문제될 게 없겠지만 여기는 우즈벡. 온 손님들은 현지어 및 주요 장소의 주소를 알 터 없으니 미리미리 기사아저씨들한테 행선지를 말해주어야 했다. 그리고 현지 사정에 맞게 일정도 거듭 변경되기 나름이니 그 변경사항이 있을 때마다 일정을 조율하고 소통하는 일도 필요한 듯 싶었다.
이것저것 차량관리를 시각적으로 배치하기 편하게 게시판도 하나 그럴 듯하게 만들고, 각 기사아저씨들한테 전화하고 위치를 확인해야 하니 연락처를 빼곡하게 써두기도 하고, 간단한 러시아어 회화를 준비해두기도 하고, 지도에 주요 거점을 표시하기도 하고 하는 등의 사전작업을 해뒀다. 뭐 별다를 게 있겠어? 그냥 노는 차 필요한 곳에 보내주면 되지. 했었는데…
▲ 기사들 연락처 게시판
▲ 차량 현황판
사실 항상 현실은 기대보다 조금 더 냉정한 법. 기사아저씨는 갑자기 연락이 안되고, 뭔가 조금 타이밍이 안 맞는 때도 있고 일정과 계획은 거듭거듭 변경되었다. 그래도 순발력 있는 차량 CP 팀으로 인해 거의 문제없이 임무를 완수했다할까. 사실, 차량 CP팀이 코이카 전용팀이라 소장님, 관리주임님에 러시아어 잘하는 고참(?) 단원들까지 빠방해서 그렇게 문제없이 가능했으리라 싶다. 사실 나는 지금지금 뭘 해야하는거지 하면서 헤매기 일쑤였다 ㅎㅎㅎ 암튼, 하면서는 좀 피곤하다 하면서 불평을 하기도 했지만 이것저것 해보려고 하면서 새로운 곳도 가보고, 이런저런 대사관 일하는 분도 만나, 우즈벡 경호원들도 만나 봐 나름 경험이 됐고 배울 수 기회가 된 것 같다.
곧 여름방학이 오겠구나 싶을 때. 무슨 문화행사가 있다고 했다. 니자미 사범대에 활동하고 있는 단원들이 기획 주체가 되어서 하는 행사인데, 우즈벡 전국구 행사이기 때문에 거의 1년행사 중 가장 큰 행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내용인 즉, 코이카 단원이 파견되어 있는 우즈벡의 전 기관에서 일종의 문화경연을 벌이는 행사였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전통공연이면 전통공연 등등. 코이카 선생님과 열심히 연습해 온 우즈벡 학생들이 끼를 마음껏 발산하는 각축장이 바로 “한국문화축제” 였던 것! 각 기관을 대표해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사전에 각 기관에서는 어떤 팀을 선발하여 나갈 것인지 예선전까지 치루고 온다고 한다. 나는 파견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교대 팀들과 이것저것 준비했던 것은 별로 없었다. (사실 행사 당일에야 외교대에 이 팀이 나왔구나 하고 알았을 뿐) 단지 기획단에 동기 단원도 있고 그래서 행사 기획단 쪽 일만 조금 도와줬다. 이것저것 사전 유인물 디자인이랑, 행사 전날에 음식준비 하는 것 조금이랑, 행사 당일에 영상 촬영하는 것 정도.
▲행사 전에 나갔던 유인물
행사가 가까워지자 지방에 있던 각 단원들이 타슈켄트로 모이기 시작했다. 유속소는 물론 타슈켄트의 각 단원들 집집이 시끌벅적해진 것은 물론. 기획단 주최쪽에선 음식대접하는 것 때문에 행사 전날에는 음식 준비를 대량으로 해야해서, 유속소와 몇몇 단원의 집은 명절인 것처럼 지지고(지짐이) 말고(김밥)가 계속됐다. 나는 주로 유속소에서 호박전과 파전 붙이는 데 곁에서 조금 거들기도 하고, 준비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지방 각지에서 올라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새벽까지 음식 준비해에 다들 구슬땀들을 흘렸다.
▲유숙소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코이카 단원들
그리고 행사 당일, 한국교육원.
각 기관을 대표해서 나온 팀들은 마지막 동작을 맞춰보고, 노래들을 맞춰보느라 부산이었고, 기획단은 기획단 나름대로 이것저것 확인하고, 진행하느라 부산하고, 각 기관 선생님들은 학생들 준비 잘 하고 있나 확인도 해야하고, 오랜만에 만난 다른 코이카 단원이랑 인사도 해야하고, 다들 바빴다. 나는 이래저래 바쁜 모습들 찍고, 긴장과 기대감이 동시에 얼굴에 번지는 학생들 모습도 찍어주고 하다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
▲ 외교대 참가팀
▲ 파르보스 참가팀
축사와 사회를 지나고, 동방대학교의 “페스티발” 을 첫무대로 하여 본격적인 경연이 시작됐다. 주로 노래와 춤을 선보인 팀이 많았는데, 템포가 빠른 한국어 대중가요를 거의 완전히, 그것도 격렬한 안무(?)와 함께 선보여 주었다는 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이때까지 나는 타쉬켄트에만 있었기 때문에, 다른 지방이라고 해봐야 사마르칸트 가봤던 게 전부여서 각 학교의 정보나 각 학교의 학생들이 어떤지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동쪽으로 저 멀리는 안디잔부터 서쪽으로는 저 멀고도 먼 누쿠스까지 해서 우즈벡 곳곳에서 이렇게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는 우즈벡 학생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에 감회가 남달랐다. 조금은 고마운 마음이 든다할까. 내 모국어 한국어를, 내게 익숙한 한국문화를 이렇게 좋아해주고, 공부해주려고 하다니…. 하는 마음에.
▲ 동방대학교 참가팀
▲ 사물놀이 축하공연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끼가 넘치고, 열심히 연습한 티가 나는 팀도 있었고, 조금은 아쉬운 팀도 있었지만 아무튼 나와 준 팀 모두가 그리 큰 실수없이 자신들이 연습했던 것을 보여주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물론, 내려올 때는 관중의 박수와 함께!
그리고 시상의 순서가 돌아왔다. 모두 열심히 했지만, 모두에게 1등을 줄 수는 없는 법. 탈춤을 선보였던 페르가나 2번학교, 런데빌런을 불렀던 니자미 사범대학교, 그리고 “얼쑤” 라는 노래를 선보였던 안디잔 아사카 릿째이 순으로 1,2,3 등을 거머쥐었다. 기왕이면 좋은 결과가 나오면 마음이 배로 기쁜 법. 수상을 한 팀들은 정말 환희로 가득 찬 웃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문화경연이 끝나고 나선, 한국교육원 너른마당에서 제기차기, 투호, 줄넘기 등의 간단한 민속놀음 그리고 코이카 단원들이 바로 당일 새벽까지 준비했던 음식을 대접하였다. 그렇게 제2회한국문화축제가 마무리 지어졌다.
외국어대학교를 뜻하는 Inyaz. 그리고 ‘함께, 같이’의 뜻을 지닌 bilan. “외국어대학교와 함께” 라는 뜻이다. 사마르칸트 외국어대학교에 한국어 정규학과가 생긴지 10년이 되었다고 한다. 20주년을 기념할 겸 해당 기관의 코이카 선생님들을 주축으로 행사를 준비했다고 한다. 나는 영상을 찍어줄 것을 의뢰받기도 했고, 행사에서 한국어 대회를 여는데 거기에 외교대 학생들이 참가하게 되서 외교대 한국어 선생님과 함께 참여하게 됐다. 필드트립때 방문하고 두번째 사마르칸트 방문이 되었다. 기차 한 칸에 외교대 학생들 그리고 한국어 선생님과 나란히 앉으니 꽉 찼다. 필드트립때는 가벼운 점퍼라도 걸치고 있어야 할 날씨였는데, 지금은 체리와 딸기가 나오는 계절. 당연히도 기차안은 무더웠다. 에어컨을 어딘가에 틀고 있다면서 창문도 잘 못열게 했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 라고 생각했다. 기차 안은 더웠고, 기차는 서행을 하다가도 자꾸만 쉬었다 가기 일쑤였다. 그래도 이것저것 농담따먹기 하면서 가니 그 시간들이 그리 지겹지만은 않았다. 학생 집에서 하루 자고, 짐을 좀 날라주고 바로 사마르칸트 외대로 향했다. 행사장은 커다란 실내강당. 그리고 더웠다. 오늘 행사의 최대의 적은 바로 ‘더위’ 겠구나 싶었다.
▲ 행사 현수막
▲ 행사장 모습
총장과 학과장 등 관계자 및 코이카 등등에 관계자 축사가 이어졌다. 그리고는 부채춤을 시작으로 해서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행사들이 이어졌는데 정말 놀라웠던 것은 정말 이것저것 많이도 준비했고, 열심히도 준비했다! 라는 것. 하나하나 열겨해보면 부채춤, 사물놀이, 동요에 맞춰 하는 무용, 노래. 등등. 축하 공연의 성격만 이 정도였다.
그 밖에도 연극 “흥부와 놀부”를 직접 하기도 했고, 편지 읽기를 하기도 했는데. 역시 외대의 한국어 정규학과라서 그런지 급이 다르구나 싶었다. 한국어를 잘하는 학생들이 정말 많았다! 외교대에는 몇몇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한국어를 정말 잘하지만, 정말 잘하는 학생들은 10명 중 1명이나 될까 말까 한 것 같았다. 이건 주전공과 제2외국어의 채울 수 없는 간극이랄까.
▲ 부채춤 공연
▲ 남매의 열정적인 춤
축하공연의 성격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게 있었다면 어느 남매의 춤이었다. 사회자가 어디서 공주를 불러온다고 하니 빨간 드레스를 입고 스르르륵- 나타나서는 매우 열정적인 춤을 추는 것이었다. 이 공연만을 위해 동작을 하나하나 섬세하게 맞춰본 것 같진 않고, 마치 뭐랄까 평소에 남매가 그러면서 노는 것만 같았다. 그 정도로 춤을 잘 췄고, 춤을 서로에게 즐기면서 추는 듯 보였다.
그리고 한국어 경연대회가 열렸다. 동방대학교, 부하라국립대, 세계경제외교대 그리고 사마르칸트 외국어대학교가 참여하였다. 우리 학생들에게 무조건 1등하라며 농담을 치곤 했는데, 외교대 학생들은 정규학과가 있는 학교들에게 밀려 최종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다.
▲ 한국어 대회에서 외교대 학생들
▲ 한국어 대회 전반전
최종 결승은 사마르칸트 외대와 동방대학교. 두 곳 다 한국어 정규학과가 있는 학교들이었다. 그리고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동방대학교 2학년 학생이 1위를 하였다는 것. 한국어 경연대회와 편지읽기 대회 시상, 그리고 함께 준비해줬던 준비단 등에 박수를 보내며 행사는 마무리됐다.
내게 있어 Inyaz bilan이 처음 참가한 행사였는데, 좀 놀란 것은 우즈벡에는 한국어를 잘 하고, 관심있는 학생들이 의외로 정말 많다는 것. 그래서 여기 우즈벡에서 코이카 선생님들에게는 여러가지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행사 내내 가슴 한 구석에 피어오르던 것, 부정할 수 없는 부러움의 감정이랄까. 한국어 코이카 단원이 부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국어를 매개로 하여 학생들과 맺는 끈끈한 유대관계가 느껴졌다 할 까.
벼루고 벼루어왔던 영화 푸른소금을 봤다. (벼루고 벼루어왔다는 것은 기대하고, 기대해왔던 것은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우즈벡에서 구해다 보려니깐 좀 늦게 볼 수 밖에 없어서 였다.)
푸름소금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것은 트위터 여서 였다. 트위터에서 나는 거의 웬만한 영화계 인물들을 팔로잉해서 영화 관련 정보라도 조금 더 얻어볼까 하던 참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트윗을 하는 이현승 감독도 내 팔로잉 안에 있엇다. 이현승 감독 작품 중에 인상깊게 본 영화는 없었지만, 제작에 돌입한다라는 이야기부터 영화가 개봉하고 관객들 평까지 쭉쭉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궁금히자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나름 파격 캐스팅. 송강호과 신세경! 이었고 한국에서 성공작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킬러영화라고 하고, 관객평은 이리저리 엇갈리고 있었다. 좋다는 사람들은 몇 번이나 극장으로 다시 한번 찾아간다고 하고, 뭔가 이건 아니다 하는 관객도 있고 말이다. 암튼 갖가지 궁금증을 가지고 푸름소금을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로다. 별로인 이유를 간추려 말하면 시나리오에선 큰 줄기는 단순하기 그지 없는데, 그걸 너무 이것저것 상황만 넣는 바람에 우왕좌왕이고, 주된 줄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잔가지들 다 챙기고 가느라 편집은 여유없이 뮤직비디오 처럼 탁탁 끊어진다. 너무 여유가 없는 탓에 스토리도 캐릭터도 다 죽는다. 그런데 그렇게 빠르게 빠르게 가는데도 영화 시간은 2시간이 된다 ㅠ
그래도 잔칫상을 예쁘게 차려야 한다며 여주인공들 나올때는 예쁜 화면 보여주기에 여념이 없고, 이것저것 내놓을게 많아야 한다며 멜로에 액션에 차량 추격전에 등등- 의욕만 앞서서 흘러가다 보니 어느새 진부한 결말에 다다른다.
대충 간추려 말해본다 하다가 해야 할 평은 다 말해버린 것 같은 데, 하나만 더 짚어본다면!
제일 아쉬웠던 것은 아무래도 캐릭터(사실 정확하게 짚으면 시나리오 자체의 문제겠지만)! 캐릭터를 그렇게 많이 배치해놓으니깐 그걸 못 챙기고 갈 수밖에 없다는 것. 건달왕이었던 송강호와 사격선수였던 신세경 하나로도 큰데, 신세경 친구는 또 뭐며 해운대파는 또 뭐며 송강호네 조직 일당에 그에 연계된 정치조직에 살인청부업자까지- 헥헥. 이 모든 것에 개연성을 다 줄 수가 없으니깐 그냥 붕 떠서 줄줄줄 보였다 안 보였다 숨바꼭질 해버리니 정신이 없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실 주연 캐릭터 신세경의 행동부터가 개연성이 없었다. 사격선수였던 애가 한 순간에 조폭 심부름 노릇을 한다는 것 까진 이해하겠는데, 사람을 그렇게 서슴없이 죽이는 것으로 돌변하는데 그렇게 강심장이란 말인가. 근데 그렇게 강심장인 애가 별로 정분도 안 나눈 것 같은 송강호한테 왜 이렇게 질질- 대고 픽픽 쓰러진단 말인가.
사실, 상을 너무 풍성하게 차리려는 욕심이 보이는 작품이어서 빈틈을 찾으려니 너무 많았다. 결론적으로 몰입감을 주는 깔끔한 대들보는 없고, 신세경을 예쁘게 보이게 하는 햇살조명과 푸르딩딩한 씬들의 복수집합으로 끝나버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