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전체적으로 보면 “올드보이” 와 “살인의 추억” 의 이것저것을 가져다 붙인듯한 조잡함이 보인다. 또 일부에선 “추격자” 의 영향도 조금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주된 중심축은 “올드보이” 와 “살인의 추억” 인 듯.
그냥 조금 추상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두 영화에서 이른 바 차용한 것을 그나마 제대로 따오지도 못했고, 두 개의 다른 느낌이 서루 뒤엉켜 부유하는 느낌이다. “올드보이” 는 조금은 환상적이면서 도시적이랄까. 그런 느낌 속에 강력한 비극에 숨겨져 있는, 그런 매력이 있는 영화이고 “살인의 추억”은 진득하고 비릿한 현실의 아이러니 속에서 뒹굴뒹굴 하는 재미가 있는 것인데… 말이다. 그 어느하나 건져내질 못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어가면…
“살인의 추억” 같은 느낌.
살인사건이 벌어진 곳이 전북 군산이다. 거기다가 무대뽀 시골 경찰들이 몇몇 존재하기도 하고, 살인의 추억이 그 민주화 시대 사회상을 배경으로 했듯, 여기도 새만금 방조제라는 사회적 이슈에 살짝 발을 들이고 있다. 그리고 시골을 배경으로 하는 스릴러와 추격전. 한가로움 속에 스물스물 공포를 피워올리고 손에 땀을 쥐게하던 그 아이러니를 이미 살인의 추억에서 맛본적이 있지 않던가. 한가로움 뒤에 숨겨져 있던 전통사회의 완고함 같은 느낌 같은 것. 너희들이 서로 잡으로 댕기든 말든, 나는 땅을 갈 테다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것들이 “용서는 없다” 에서도 등장한다. 그런데 닮은 것들 모든 게 다 맘에 안든다. 무대뽀 시골 경찰은 내용과 관계없이 극 중에서 어디까지나 재미를 주기 위한 오버 캐릭터로 존재하고 말고, 그 나마 리얼리티와 관계없이 필요할 때만 가져다 쓰는 편이다. 우선 지역은 전북 군산인데, 시골 경찰들은 전부다 충청도 사투리를 참 구수하게도 구사한다. 그리고 시골 경찰서와 어울리지 않는 최첨단 취조실과 수사 프레젠테이션 등등. 거기다 주인공은 아무리 봐도 집이 서울인 것 같은데, 서울과 전북군산을 눈 깜짝할 새에 왔다갔다 하는 지 말이다. 그리고 국과수인지 뭐시긴지도 서울에 있을 텐데 이것도 거의 순간이동 수준으로 왔다갔다 한다. 괜히 시골을 끌어들이는 바람에 서울과 전북 군산이 조화롭지 못하게 혼합되어 있다. 그리고, 새만금 방조제 이슈는 왜 끌어들였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진지하게 다루지도 않았고, 오히려 혼란만 가중하였으며 그나마 이것도 스토리하고는 개연성이 없는 조그만한 소재에 불과한데 말이다.
“올드보이” 같은 느낌.
이건 스토리의 주요 얼개가 닮았다. 끝까지 보면- 아— 하게 되는 면이 있을 정도로 닮아있는데, 그래도 뭔가 석연치가 않다. 마치 그렇게끔 하려고 억지로 끼워맞춘 느낌이기 떄문이다. “용서는 없다” 내용처럼 진행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우연들을 뚫고, 와야할 뿐더러… 그리고 각자의 캐릭터 구성도 제대로 되지가 않았기 때문에 그래도 그렇게까지 하다니? 라는 의문이 자꾸 살아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올드보이”에선 오대수와 유지태의 캐릭터가 너무도 탄탄하여 그 모든 게 팡- 하고 때림으로 이해될 수 있었다. 그런데 “용서는 없다” 의 류승범은… “올드보이”의 그 느낌을 그대로 가져오는데 별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설경구는 더욱 더 납득이 안된다. 세상에 아무리 국내 최고의 부검의라지만… 그런 대담함은 다 무엇이며, 류승범의 살인사건이 수 많은 부검인 중에서 설경구에게 맞겨지다니… 그런 필연은 도대체 어디서 가져온 것일까. 그것도 서울에서 경찰대 교수로 활동하는 설경구가 갑자기 전북 군산의 살인사건에 투입될 이유가 어디있을까.
“용서는 없다” 를 보면서… 이거 말이 안되는데, 말이 안되는데 하며서 한 품에 우와- 살인의 추억이란 영화의 영향이 이렇게 컸구나, 올드보이의 영향이 이렇게 컸구나 하고 감탄을 했다. 그런데 끝나고 보니…. 이건 단순한 영향이 아니라 그냥 대놓고 그 컨셉으로 만들어 보려고 한 거였구나. 하는 마음. 그런데 이것저것 갔다 쓰다보니 지저분하기만 하고, 말도 안되고, 촌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