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DJ

  • 2012 DJ’s Music

    2012년에 무엇을 들었지? 생각이 하도 안나서 음악폴더를 하나하나 읽어보고 나서야 겨우 추려냈다.추려내면서 느낀건데 점점 음악 듣는 나의 집요함이 조금 덜해진 것 같다.예전에는 정말 한 앨범에 꽂히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안 듣고 그 앨범만 죽자사자 들었다.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 그때 당시에는 그 앨범이 세계최고! 로 들리는 바람에, 좋아서 그렇게 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이번 2012년에는 한 앨범을 죽자사자 듣는 기간도 좀 짧아지고, 다른 앨범들이랑 섞어서도 듣고살짝살짝 듣는 앨범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어떤 앨범은 2012에 들었던 앨범목록에 넣기도 그렇고, 안넣기도 그렇고예전에는 뭔가 분절이 정확했었는데-사실 특정 기간에 한 앨범만 집요하게 파는 게 더 이상하긴 이상했지.매일매일 겪는 일이 다르고 기분이 다른데, 맨날 한 앨범만 죽창 파고 있으니깐 말이야. 2012 앨범들을 추려보니다른 해에 비해 외국음반들이 부쩍 늘었다.그것은 내가, 외국앨범들을 잘 찾아듣는 경향이 아니어서, 일부로 조금 노력한 면이 있다.여름쯤에 유러여행을 갔었는데 그 전후로 해서 부쩍 해외음악이 많은데…영어 가사로 된 음악이라도 좀 들으면 영어구사에 조금 도움이 될까… 한 나의 미약한 희망이 일조한 것이다. (비웃지마!!!!!!!!) 암튼…. 2012년 DJ의 귀를 즐겁게 했던 앨범들.물론, 2012년에 출시된 앨범들만 얘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주의 !(심지어 Radiohead의 OK Computer 까지 있으니 말 다한 것 ㅋㅋ )   * 김목인 – 음악가 자신의 노래 2011년 말에 출시되었지만 간발의 차이로 2012년 초에 나의 귀에 꽃을 피워주었다. 루시드폴과는 다른 또 다른 옹알이 앨범에… 처음에는 생소하기만 했다. 그리고 그 생소함을 넘어서니 “음… 그래도 음악에 몰입된다는 느낌이 별로 없는 것 같아. 하지만 은근히 매력이 있군- ” 하면서 심심할때마다 한번씩 앨범을 돌려듣고, 돌려듣고 했더니 결국 자그마한 꽃을 피워주었다. 담백한 멜로디와 옹알이 창법에 맺혀있는 고민의 흔적들. 음악가로서의 정체성, 현실이란 장벽 그리고 어떤 아련한 낭만성.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조화로울 수 있다는 게 조금 신기하기도 하다.     * 야광토끼 – Seoulight 미리 검정치마의 키보드를 담당했던 멤버였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알고 들어서 그런지… 헛- 이거 진짜 여자 검정치마인데? 라는 수식어를 뗄 수 없게 만드는 강한 매력?! 마력?! 물론- 찌질한 현실에 발 담근 장난꾸러기 검정치마와는 다르긴 다르다. 야광토끼는 다른 대상을 냉소하고 키득거리기보다는 소망해한다. 음…이제 막 독립한 20대 여성이 어떤 대상을 두고 자신만의 소망들을 솔직, 담백하게 이야기한다는 느낌 적 느낌이랄까 ㅋㅋㅋ 매우 다른 테마인데도… 검정치마와 비슷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보컬 느낌이 비슷하고 백그라운드로 깔리는 키보드 쿵짝쿵짝이 비슷하기도 하지만 어디서 이렇게 재주꾼이 숨어있다가 나타나는 거야?! 하는 내 안의 메아리 때문인지도 ㅋ     * 이이언 – GUILT-FREE 내가 한시절 찬양해 마지 않던 Mot의 이이언이 솔로로 돌아왔다. 희안하게 Mot 도 그랬었는데 이이언의 앨범도 듣자마자 좋아졌다. 그의 가냘프게 찌르는 보컬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노닥거리는 전자음들이 기묘한 매력으로 끌어당긴다. 그래도 Mot 일 때와는 느낌이 꽤 달라졌는데 Mot 일 때 주 테마가 개인의 감정이 나락으로 깊숙히 빨려들어가는 것을 다뤄줬다면 이이언의 이번 앨범은 개인안의 감정이 주 타켓이기 보다는 뭐랄까. 그 개인의 정체성 혹은 identity가 폐쇄되어 버리고 다른 타자들과 단절되는, 그런 한계성을 지적하는데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아님 말구 ㅋ     * 정차식 – 황망한 사내 꽤 묵직하다. 그래서 정차식의 앨범을 정말 오랫동안 mp3 재생기 안에 두었지만 즐겨 듣는데까지는 정말 오래걸렸다. 앞의 앨범들의 멜로디가 제법 상쾌한 느낌이라 듣다보면 좋아지는 반면 정차식의 앨범은 제법 그게 안되더라. 그냥 그냥 – 좋은지 싫은 지 모르겠다가 어느날 시간이 남아, 긴 산책의 도중에 집중해서 팍- 들어봤더니 무거운 돌덩어리가 천천히 굴러들어오듯, 다가왔다.     * Antony & The Johnson – I am a bird now 정말 서정적이다. 깔끔하게 정공법을 구사하는 멜로디 안에 목소리 만으로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크게 움직일 수 있다니- 정말 기가막히군, 했고 오랫동안 찾아 들으면서 가슴이 우르르르- 떨리는 걸 자제해야 했던 그 앨범. 주요 테마나 주제는 해외앨범들은 가사 번역이 안되서 모르겠고 ㅋ   * Bjork – Post 뷔욕인지, 부욕인지 ㅋ 이름이 어려운 만큼, 난해한 앨범이라고 소문이 나있길래 뭐 얼마나 그렇길래- 하고 약간은 오기로 다가갔다. 정말 난해했다. 뭐 들으면 듣겠지만, 갑자기 소리들을 꽥! 질러대는데 도대체 무엇을 말하길래도 모르겠고, 즐겨지지도 않고 말이다. 하지만 듣다보니 어느새 기억속에 남아있었나 보다. 듣다가 에이 안되겠다, 하고 포기했다가 다른 앨범들과 즐거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데 마치 별미 비빔면을 한번 먹어야 되겠구만 하듯 뷔욕의 이 앨범을 찾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종종 그렇게 찾게 되었다. 듣다보니 꽤 매력있던 앨범.   * Eminem – The Marshal Matehrs LP 에미넴. 다들 좋아하지만 나는 잘 안되던 그. 그의 이름을 들었던 것은 고등학교 때였고 친구들이 나도 외국 노래, 힙합류는 안좋아하는데 에미넴은 좋더라구 해서 추천들을 해줬고, 들을려고 노력도 해봤지만 절대 안되서 역시 나는 힙합은 아니구나, 하면서 몇번을 돌아섰던 그 에미넴. 암튼, 결국 2012년이 되서야 안에 들어왔다. 에미넴의 매력은 뭐랄까. 대신 욕해주는 느낌. 정말 욕 하나는 잘 하고, 돌아이 구나- 라고 느끼게 되는 그런 앨범이 아닐 수 없다. (이 앨범을 들어보면 안다- 알송 재생기 가사 번역창을 띄워놓고 ㅋㅋ) 암튼 한번 귀에 꽂히자 꽤 오랫동안 들어댔고 가끔식 빡치는 일 생길때도 한번씩, 대신 욕하게 시키는 그 앨범.     * 휘루 – 민들레 코러스 3호선 버터플라이 앨범에도 있긴 있었지만 갑자기 “그녀에게” 노래에 꽂혀가지고 휘루 앨범을 꽤 들었다. 앨범이 기묘하게 시린매력을 지니고 있는 느낌적 느낌 ?!     * Radio Head 3 – OK Computer 라디오헤드는 내가 곡 몇개만 들어봤지 앨범 전체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는 맘먹고 한번 이 앨범만 집중해서 파보았다. 명,불,허,전이랄까. 이 십년이 더 된 앨범이- 이렇게도 매혹적일수가!!! 정말 긴 말이 필요없이 너희들 최고구나! 최고란 말이 괜한 게 아니었구나! 라고 감탄할 수밖에 없는. (2012에는 내한까지 해서 내 배를 심히 아프게 했던 !! 내게도 라이브를 보여줘!!!)     * The White Stripes – Elephant 2000 년대를 주름잡았다던 화이트 스트라입스. 역시나 명불허전. 라디오헤드가 완전하다면, 화이트 스트라입스는 살짝 불완전한데 그 불완전한 틈을 이리저리 팔딱팔딱 뛰어서 강한 개성으로 매워버리는 느낌적 느낌 ㅋㅋㅋ     * 버스커 버스커  한국 대중가요 상반기를 삼켜버렸다는 버스커 버스커. 좋다던 대로, 들어봤더니 역시 내게도 좋았다. 슈스케를 내가 잘 안봐서- 슈스케 때는 어떻게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런 능력있는 애들이 슈스케에 나왔었다니, 놀라웠다. 참, 재주꾼.     * 생각의 여름 – 곶 이게 몇년만의 재회인가. 이름만으로 아련해지는 그대. 생각의 여름. 그런데 이번 앨범은 참 특이하게도 원트랙으로 해놓고 그 안에 약 30초 정도의 분절로 곡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다 덜어내고 남은 노래 라는 수식어가 괜히 나온게 아니구나, 싶었다. 사실, 이번 2집은 1집처럼 집중적으로 오래듣지는 않았다. 하지만, 들으면서…. 아… 이 앨범은 내가 계속 그리고 종종 찾게 될 그런 앨범이구나, 하고 생각했다지.     * 그림자궁전  9와 숫자들의 9가 예전에 활동했다던 그림자궁전 (아 현재도?!) 9와 숫자들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쉽게 빨려들지도 않고 그런데 무슨 ‘훅’ 이라도 있던지 듣다보면 아아- 계속 무한 루프 해줘- 하고 외치게 되는 강한 매력의 소유자. 그룹 이름처럼 정말 앨범도 묘하다.     * 무키무키만만수 – 2012 2012 화제의 그룹! 무키무키만만수, 나도 들었다. 독특하고, 재미있지만 한 앨범만 오래듣기는 조금 힘든 그런 앨범이었음.     * Adele – 19, 21 올해 이리저리 꽤나 화두에 올랐던 Adele. 주위에 은근 한국팬들도 많았던 그 Adele. 처음 들을때는 어쩔 수 없이 Amy Winehouse 를 상기시키고 Amy Winehouse보다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또 그녀만의 글래머스러운 멋스러움이 있구나, 하고 듣게 되더라.     * 전기뱀장어 – 최고의 연애 원래 여름에 Ep 앨범을 들었고, 가을에 정규 앨범을 들었지. 사람들에게 들려줬을 때, 인디스럽다- 라고 이야기하더래지만 (뭐가 인디스러운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듣기에는 오, 이건 정말 대중적인데?! 오 거기다가 꽤나 좋은데, 오 꽤, 꽤- 가벼운 마음으로 듣기 시작하다가, 조금씩 조금씩 깊게 밀어 넣으려고 하던 전기뱀장어. 처음에는 보컬의 한계가 있는 듯 싶다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도 나름 매력인 것 같다.     * Maroon 5 – Overexposed 언제나 비주류를 지행하는 나. 모두들 싸이를 듣고 있을 때 나는 싸이의 바로 앞에서 수많은 한국인들을 애태우던 마룬 5를 택했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싸이 앞에 있다던 개네들이 뭘까? 했었고 처음 들었을 때는 완전 거부반응. 뭐야, 완전 팝이네. 그런데 스트레스 좀 쌓이고 생각하는 거 싫을 때, 한번씩 쿵짝쿵짝에 기묘한 음역대의 보컬이 그리워서 찾았는데 언제부턴가 맨날 듣고 있더라. 빌보드 1위한 얘네게 진정한 메인스트림이라 할 수 있으니 내 취향이 언제나 대중적이지 못한 것은 아니지 않나? ㅋ     * Muse – The 2nd Law 스펙타클 웅장함의 대명사 뮤즈. 뮤즈는 원래 지산에서도 한번 영접하기도 했고 그래서 계속 지켜봐야지 해서… 새 앨범이 나오자 마자 찾아 들었다. 역시나 여전히 술취한 목소리에 웅장함. Madness는 조금 예외지만 ㅋ 암튼, 별 이견없이 좋았다.     * V.A – 블루스 더, BLUES 트위터에서 이 앨범 광고들을 많이 하셔가지고 궁금해서 받은 컴플리이션 앨범인데 다양한 목소리로, 담은 꽤나 이색적인 컬플레이션 앨범이었다. 원래 내가 블루스를 그리 많이 접하는 타입이 아닌데 이 앨범으로 이것저것 접하니 아… 블루스라는 게 이런건가 보다, 하고 감을 좀 잡게도 되고 색다린 보컬들을 만나게 되서 기뻤다.     * 3호선 버터플라이 – Dream Talk 허클베리핀과 3호선 버터플라이가 웬지 비교대상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나에게는) 언제나 내게 갑은 허클베리핀이었다. 왜냐면 허클베리핀은 2011년에 낸 앨범을 제외하고, 모든 앨범을 내가 매우 사랑해주었지만 3호선 버터플라이는 초기 앨범을 내가 잘 듣지 않았기 때문. 그리고 허클베리핀의 노래는내가 이입되어서 공감을 할 수 있는데 3호선 버터플라이는 그런 이입의 여지가 별로 없는 분위기였다. 뭔가 몽롱하고 난해해서 말이지.   그런데 이번 앨범은 완전 마음에 쏙- 들었다. 이제야 3호선 버터플라이의 매력을 알겠다면서… 3호선 버터플라이가 이제 더 갑의 위치에 둬야겠는데- 라고 생각할 정도. 특히 이번 앨범에서 보컬 남상아의 매력이 도드라지는데- 마치 물 만난 돌고래처럼 쭉쭉- 뽑아주시는데 어디 견줘도 엄지손가락을 내밀 수 밖에 없을 듯. (역시 나에게는)     * 빅베이비드라이버 / 김목인 + 빅베이비드라이버 – 사려깊은 밤 먼저 들었던 것은 김목인과 함께했던 “사려깊은 밤” 이었다. 오오- 이거 꽤나 좋은데- 해서 정규앨범도 찾아들었는데 역시나 꽤나 좋았다. 그런데 요상하게 빅베이비드라이버는 곡 별로 개성은 조금 적은 것 같다. 앨범을 듣고 있으면 꼭 그냥 곡 한덩이를 듣고 있는 것만 같다.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     * 9와 숫자들 – 유예 2012년 마지막을 장식했던 영광의 앨범은 9와 숫자들 2집 “유예” 첫 곡을 틀자마자 짜르를르- 가슴을 짜앙- 하게 하는 이 느낌. 그래, 바로 이 겨울에 널 기다려왔던거야- 라면서…. 들었지. 1집같은 다채로움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더욱 깊어진 곡들도 꽤 있다. 그리고 1집에 수록되있던 “낮은침대” 를 리메이크(다시 만들었다고) 했는데 오오 – 이 노래가 이렇게 좋은 노래였어! 라면서 새삼 놀랐다. 1집에서 연날리기와 캠버스 부기를 제일 즐겨 들었던지라… 다만 아쉬운 것은, 곡이 조금만 더 많았더라면 ㅠ  

  • [2013.1.16.] 염

    여기 쓴 적이 있었나 ?

    연말에 정말 심하게 아팠었다.

    위염, 위마비, 위경련이 겹친거라 하던데-

    정말… 제일 심했을 전성기 때는…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누워있지도 못하고— 정말 떼굴떼굴 구르면서

    “으으으으—  ” 하고 신음만 꾸역꾸역 지르고 있었다.

    이건 분명히! 위암이야!!!

    라고 여길만큼- 아팠다가-

    먹는 걸 조금 조절하고, 시간이 지나니… 한 일주일이 지나니 대충 밥도 먹겠고

    한 열흘 지나니 대충 라면도 먹겠고

    오오오 – 한 이주 지나니.

    술도 먹겠고-

    그랬더니

    바로 장염님이 오셨다 ㅠㅠ

    설마했는데…

    금요일 밤, 약간의 보드카로 밤을 불지르고 나서…

    대기타고 계신 장염님께서 완전히 시동을 거신 거지.

    그나마 주말동안에는

    막 배도 아프고, 열도 나고 그러더니만…

    그나마 지금은 열은 없어지고 복통도 조금은 완화되었다

    물론 ㅅㅅ 는 여전하지만 ㅋ

    그래서- 다시 죽으로 연명하면서

    밥 시간이 아닐때는 스멕타를 먹고 있다.

    아… 어렸을 때-

    어른들이 겔포스를 먹는 걸 보면..

    저렇게 짜먹는 약은 분명…. 뭔가 엄청난걸꺼요.

    엄청난 병이다!!!!! 라고-

    생전 내가 저거 먹을 일은 없겠지 했었는데

    겔포스보다 한급 위인 스멕타를 쪽쪽 빨으면서

    배를 문질러주는 게 내 요새 일상이다 ㅠ

    연말과 연초가 정말, 험란하다 ㅠ

    이게 다 관리를 안해서 그런게지.

    위염 걸리고 며칠 지났다고 바로 맥주에 보드카에 와인에 ㅠ

    미안, 내가 다 잘못했어

    위와 장아 , 플리즈, 일트모스 ㅠ

    (PS : 사진은 신규 선생님 OJT 기간 중 집에 초대했을 떄… 삼계탕을 해드리고 고기를 빨리 해치우게 한 뒤에 나는 닭죽만 먹었다. 저때는 위염의 절정을 지난지 얼마 안됐을 떄라 ㅠ)

  • [2013.1.11.] 라구요

    참, 이상하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빨리 한국 못가서 안달난 사람처럼

    한국가면 이것도 할 수 있고, 이것도 할 수 있고, 이것도 먹을 수 있고, 누구도 만날 수 있고…

    하면서 손꼽아 기다리던 것이 –

    이제 한달반정도 남아버리니깐.

    한국가더라도 이런 제약이 있고, 바로 무엇무엇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거이거 이렇게 하려면 돈이 얼마가 들고…

    하는 걱정이 들면서

    그냥 마음이 차분해졌다.

    한국보다 우즈벡에 있기 때문에

    불가능의 영역속에 속한 것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그 불가능의 영역속에 있는 것들을 한국간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 인생플랜에서 그것들을 할 필요도 없는 것들일 때가 많다.

    어찌보면 그 불가능의 영역속에 있던 것들의

    가짓수를 세었던 것은

    그래서 – 내가 우즈벡에서  이렇게 힘든거야, 그래서 내가 특별한 것을 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거야

    라면서 투정을 부리고 싶었던 마음의 발로였던 것 같다.

    사실 –

    그저 글을 좀 써야 한다면-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면 영화에 앞서 그것의 줄기를 구성하는 글을 먼저 써야하니깐)

    어디에 있던 그게 무슨 상관일지언가.

    그냥 텅 빈 공간안에 있었다고 해도-

    그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아주 옛날에 그런 일기를 쓴 적도 있었지.

    나를 아무도 모르는 방 안에 두고

    그 안에서, 마치 썩은 동물처럼…. 바닥을 쳐가면서-

    지독하게 글을 썼으면- 좋겠다는

    뉘앙스의 일기를.

    이어령씨가 작가 김승옥씨에게 권유했던 것처럼

    어떤 낭만성에 휘말려서 썼던 일기였지만-

    우즈벡에 있든

    한국에 있든

    한 구석 방안에서 뭔가를 해야한다면

    나는 우즈벡이든, 한국이든 그것은 아무런 제약조건이 되지 않는구나.

    마치 나는 허공에 떠버린 사람처럼 지내도 괜찮을 정도구나.

    내겐 아무런 핑계라곤 있을 수 없구나.

    라고-

    라고-

  • [2013.1.4.] 지갑을 찾았다

    몇개월 전에 갑자기 지갑이 없어졌었다.

    우즈벡에서는 최고단위의 화폐가 우리돈 500원에 해당하는 천숨인지라… 한장한장이 아니라 덩어리로 가지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한국 지갑은 사실상 쓸 수가 없다.

    그래서 한국지갑에는 간단한 카드 몇개랑 달러를 넣어두고, 집안 서랍 한 구석에만 놓아두고 있었다.

    그걸 가지고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는 얘기.

    그런데 갑자기 지갑의 실종….

    가지고 밖에 나간적이 없으니… 집 안 어딘가 있겠지 하면서…

    약 3일에 걸쳐 집을 탈탈 털었으나 없었다…

    지갑안에는 신분증, 카드는 물론 500달러 정도의 돈도 있었건만!

    어디 생각나는 데는 없고… 그냥…. 모르겠다… 하고 궁핍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드문드문… 틈이 나는 데로 … 그래도 지갑이 집안 어디엔가 있을 꺼야 하면서

    한번씩 여기 들춰보고 저기 들춰보곤 했었다.

    오늘은 한국갈 시즌도 얼마 안남았기 떄문에-

    이것저것 짐들을 버리고, 정리도 좀 하는데…

    손전등이 있길래… 에이 정리하는 김에 한번 또 여기저기 들춰볼까, 하고 봤다.

    (몇달이 지났는데도 집요하게 ㅋㅋㅋ )

    그런데…

    정말 지갑을 찾았다.

    지갑은… 어디 있었냐하면…

    정말 있을 수 없는 곳에 있었는데-

    그것은 우즈벡 특유의 온열난방시스템이 되어 있는 벽박이 안에… (바로 사진)

  • [2013.1.23.] 지각, 흔적

    20130123-1

    일어나 보니 8시 50분.

    수업시작시각은 9시였다.

    거기다가 오늘은 기말고사인데 !!

    세수생략, 머리감기 생략

    부랴부랴 나가서 택시잡아타고

    내려서는 헐레벌떡 교실까지 뛰어가니 9시 15분.

    그래도 양호한 셈이군 ㅋㅋㅋ

    학생들은 기말고사라서 문 앞에서 전부 다 기다리고 있었다.

    우즈벡에서 거의 뛰어본적이라고는 없던 내가, 한 200미터 뛰어왔다고

    거의 숨넘어가 죽을 듯이 헐떡대고 있으니… 학생들은 싱긋 웃으면서들 교실로 순순히 들어간다 ㅋㅋㅋ

    시험날인지라- 좀 엄하게 나가야는데

    내가 늦는 바람에…

    늦어서 미안하다… 로 시작하다니, 기선제압 기회를 놓쳤어 ㅠㅠㅠㅠ

    그래도, 포토샵인지라-

    뭐, 이것저것 서로들 공유해봤자 할 수 있는 애들은 하고 못하는 애들은 역시 못하는 군.

    역시나 시간 내내…. 말하지마, 조용히해, 알아서들 해. 의 연속.

    역시나 끝없이 이거 하나만 알려줘라, 이거 왜 안되냐… 의 연속이었기 때문.
    시험에서 알려달라고 하는 것도 잘 이해가 안 가긴 안 가지만..

    시험에서 아는 부분이 있고,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모르는 부분은 제끼고 아는 부분부터 해야지.

    그냥 하고 싶은데로 하는 건지, 뭔지 모르는 부분이 하나 앞에 있으면 그냥… 계속 그것만 붙잡고 있다 …;;;

    이것도 정말 이해가 안간다.

    그래서 평소와 지난 시험에서랑 좋은 성적을 내서 거의 페이스만 유지하면 A를 유지할법한 학생 하나는.

    모르는 부분 하나를 가지고, 계속 고민고민을 하다가- 결국 제출한 것은 아무 개체도 없는 빈 psd 작업파일..

    그 학생이 하려던 것은 제일 어려운 부분에 속하던 것이었고, 나머지 정말 기본적인 것들도 있었는데… 그거라도 먼저 할 것이지!!!

    에휴, 답답해- 이것도 우즈벡 멘탈인지… 이 극단적 학생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그런 경향들이 있다 ;;;

    그래서 채점을 해보니 그 학생의 이번 시험점수가 거의 0점에 가까웠기 떄문에 B 등급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이제 이번 주가 거의 활동으로 치면 마지막 주에 해당하기 때문에 서류정리를 조금 했다.

    그래서 예전 컴퓨터 단원 하나가 남겼던 수많은 파일철들에서 샘플들만 뽑아내서

    파일철 하나로 정리를 하고

    내가 활동했던 내용들도 전부 출력해서 파일철 하나로 남겼다.

    현장사업 관련 문서, 제출했던 수업계획서들, 시험문제지와 수업자료, 반기보고서,

    여러 발표했던 자료와 소식지에 남겼던 글까지 모조리…

    20130123-2

    파일철 하나에 내 이름을 붙이고 라벨링을 하니…

    아… 이렇게 여기 내 흔적이 하나 남겠구나-

    하고 뭔가 오묘했다-

    내 모든 활동이 이 파일철 하나에 정성껏 담겼으니…

    이 후에 이걸 누가누가 보고, 이 ‘옛 단원’ 에 대해서 뭐라고 평가할까…

    라고 므흣! 궁금해지기도 하고…

    놀고 먹고 그런것남은 아니구나 –

    하고 조금 위안하기도 하고, 말이다.

    모조리 하나로 몰아서 보니…

    다 문서철인데도 불구하고… 사진 앨범을 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어서

    아, 갖고가고 싶어….

    이런 기분이 나기도 했다지…

    휴… 암튼 한 세시간동안 서류정리만 한 것 같다…

    그렇게 하고 집에오니 뭔가 일좀 하고 온 것 같아 조금 뿌듯 ㅋㅋ

    PS : 사진은 오늘 나의 상태를 남겨보기 위해 ㅋㅋ

  • [2013.1.3.] 마치

    2013 이라는 숫자는 그리 낯설지 않은데

    30 이란 숫자는 정말 낯설다.

    스물아홉과 서른의 느낌은 정말 다르구나.

    내 현재 그리고 미래에… 뭔가… 확실한 게 하나도 없어

    이 느낌이 이리도 오묘한가 보다.

    어떤 느낌이 드냐하면

    마치 나이라는 괴물과의 싸움에서 완전히 져버린 것만 같다-

    꽤나 착찹하군.

    나이라는 과물, 시간이란 괴물

    나 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는 대상인데 말이야.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이-

    곧 익숙해지겠지.

    PS 1 : 학생들이 새해 선물이라면서 초코렛과 양초를 줬다! 타슈켄트 앙큼쟁이들이라서 말썽부리기 일쑤지만, 이럴 때는 조금 착해보이는 구나.

    PS 2 : 위병이 걸려있을 때라 그런지… 초췌하기 그지 없구나ㅠ 그리고 이 놈의 머리 ㅠㅠ

  • [2012.11.28.] 학교 활동 관련

    요새 내 일기를 보면

    화두라곤

    글쓰기 그리고 활동종료와 서른에 대한 불안과 초조 뿐이더라 ㅋㅋㅋ

    아닌 것은 아니지만 –

    이번 학기도 여전히 기관 수업은 하고 있다.

    다만 지난번에 잠깐 언급했듯

    조금 권태로워서….

    맨날 학교 가기 전날,

    아 – 준비하기 싫어

    맨날 학교 가는 날.

    아- 일어나기 싫어

    를 반복하고 있지.

    오늘(이젠 어제)은 프레젠테이션 발표 시험을 치뤘다.

    어차피 컨닝도 많이하고, 시험 점수도 나중에 올려줘야 할 정도로 좋지 않으니깐

    집에서 발표 준비를 해오라고 시키고… 그걸로 점수도 좀 후하게 주고… 컨닝 방지 및 노력한 애들이나 점수를 잘 줘야 겠다는 심보 ㅋ

    문제는 내가 발표하는 내용을 못알아먹는다는 거지만 ㅋㅋㅋ

    뭐 대충, 요구했던 파워포인트 효과들만 구현들을 하고, 미리 잘 준비한 티만 내면 점수를 잘 줄 생각.

    역시나 두명 정도는 준비했는데 집에 있어요, 하는 등의 뻔한 수작을 부렸지만

    나머지는 대체로 열심히들 준비해왔다.

    우즈벡 회사, 우즈벡 연애인, 목화, 한우관계 등등

    내가 관심있는 주제들로 했는데 – 나름 얻는 정보도 있고

    파워포인트 시험을 발표시험으로 한 것은 꽤 – 좋은 선택이었다 –

    뭐, 대충 발표로 시험을 끝내고…  시간이 조금 남았는데

    학생들이 신년휴일때 어디가냐고 묻는다.

    겨울방학이라고는 없고, 열흘 남짓한 휴일, 뭐 수도 타슈켄트에 짱박혀 있어야지 뭐 하겠느냐 –

    라는 식으로 대충 대답.

    한국에 안 가냐고 물어서

    2월에나 갈 거라고 대답.

    그런데 어떤 학생이 끝나고

    나에게 새해 선물을 뭐받고 싶냐고 묻는다.

    알아들었지만, 당황해서 못알아들은 척.

    ‘웬 선물?! 나한테?! 뇌물인가?!’

    라고 만감교차중인데

    초코렛을 좋아하냐고 묻는다.

    그냥 그렇다고 하니… 웃으면서, 그럼 됐다고 한다.

    새해 선물로 초코렛이라도 하나 줄 모양.

    ^^

    다른 한국어 수업에선

    매번 선물과 우즈벡 전통음식들이 오가는 게 보통이지만

    외교대 애들이 얄짤없기도 하고, 컴퓨터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과 교감을 하기가 쉽지가 않아서

    나는 정말 해당사항이 없었다.

    그런데도 –

    뭘 준다기 보다도…. 그냥 그런 마음이 좀 고마웠다.

    별로 잘 해준것도 없는 나한테-

    맨날, 수업준비하기 싫어, 일어나기 싫어 하는 나한테 말야 –

    암튼, 고마움 ~ 헤헤헤 ~

    PS : 사진은 어디 내야 할 때가 있어서 찾다보니, 하나 나온 옛날사진 올려봄.

  • [2012.11.24.] 새롭게

    내 습성을 보니 보통 연말연시에 일기를 참 많이 쓰더라.

    반성, 성찰 그리고 새로운 각오들을 위해서 겠지.

    일기를 많이 쓸스록-

    뭐 이것저것 오만 쓰잘데기 없는 것들을 쓰긴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현재 느끼는 것들을

    지나치고 나면 – 나중에… 내가 그때 어떤 생각을, 느낌을 가졌었지 하고 궁금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항상 옳은 결론을, 마치 경전의 구절같은 것을 쓰면 재미없잖아.

    때론 엉뚱한 소리도 좀 하고… 돌이켜보면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괴로워하는 모습도 좀 보여주고

    그런 것들을 조금씩 이곳에 고이게 만드는 게…

    나중…. 내 인생의 재산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네.

    한참 전에 오천만원짜리 그리고 얼마전에 일억짜리 공모전 결과가 발표가 났고

    예상했던대로 떨어졌다. 예상은 했지만…

    뭔가를 응모한 기분은… 마치 로또를 사놓은 기분과 흡사한 것만 같아.

    기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결과를 기다리는 무언가 있었는데

    막상 결과가 나와버리면 – 내가 쥐고 있던 한 가닥 희망의 끝 같은 것을 강제로 빼앗겨버리는 느낌.

    그 허망함을 감추기는 힘들군. 결과 발표 날이 특히나 그랬지만… 뭐 지금은 괜찮아.

    왜냐면, 또 새로운 장편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할거거등!

    아직 시놉까지는 못들어가고 대충… 생각나는데로 막 갈겨쓰면서 정리중이닷.

    나름 재미가 있다.

    저번 첫 장편은…”멋진 한 세상”은

    뭔가 내가 예전부터, 내 안에 담겨있던 어떤 미해결의 문제같은 것이 있었지.

    그래서 다른 걸 쓰려고 해도… 꼭 그걸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내 안의 당위 같은 게 먼저 작동을 했었어.

    자기 안에서 나오는 글은-

    어던 것이라도, 나를 반영하나봐. 내 안의 문제를, 나의 트라우마를, 나의 관점을.

    제주도에 있을 때 습작겸… 단편소설을 세편 정도 썼었는데

    시작할 때는 단지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을 뿐이고

    뭔가 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내 이야기를 쓰겠다 이런 게 없었는데

    써놓고 보니…. 다 내 이야기더군!

    (사건 자체가 같았다는 게 아니라… 문제의식이나 캐릭터 성격같은게)

    암튼… 그런 것 같은데

    “멋진 한 세상” 은 온통 내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들 투성이였어.

    써야 한다는 당위는 내 속에서 넘쳐 흐르는데

    새로운 것도 없고, 별로 쓰는게 재미도 없더군.

    어서… 어서…. 이것 좀 끝내자 하는 목표로만 끝까지 밀어부쳤던 것 같아.

    그런데… 이번 것은 아직까지는 조금(?) 재미난 것 같아.

    역시나 캐릭터들이 나를, 나의 특이성을 닮아서 불쑥불쑥 튀어나오긴 했지만

    이번엔 새로운것들, 내가 미처 경험하지 못한 것들, 잘 모르는 생소한 것들을 쏙쏙 집어넣었거든.

    저번 “멋진 한 세상” 을 쓰면서는…. 이 영화를 내가 직접 만들고 싶은 생각은 별로 안들 것 같다…. 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것은… ‘만들어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물론… 이번것은 이제 시작단계라… 구상단계라 여러모로 가능성들을 모조리 열어놓고 있는 거고

    가지를 쳐내기 시작하면. 더 딱딱해질지 모르지.

    그리고 구상단계가 가장 재미난 단계이기도 하고 말이야.

    어쨌든 새로 장편 시나리오를 시작했어.

    이번것 역시 2013년 초에 있을 시나리오 공모전을 목표로 하긴 하는데…..

    지금 구상해놓은 덩어리를 보니깐…. 참 공모전에 제출하기에는 적합치 않은 것 같아…

    왜냐면…. 2013년 초에 있는 공모전은 좀 대중적이고 장르적인 공모전인데

    지금 구상하고 있는 덩어리는………. 뭐랄까……..

    이상해, 특이해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엄청 야해 ㅋㅋㅋㅋㅋㅋㅋ

    뭐, 그래도 데드라인 시점이 있어야…

    나는 하니깐. 그걸 바라보고 해보겠어-

    PS: 일기를 첫 문장을 쓸 때는 안철수 및 정치 이야기도 좀 해볼까 했는데…. 시나리오 이야기만 하다가 끝나버렸네.

  • [2012.11.22.] 오늘은 2013년 달력을 받았다

    얼마전에 같은 기관에서 활동하던 ㅈㄴㅇ 이도 가고

    연장한 단원들을 제외하고는 이제 우즈벡에서 가장 늙은 기수가 되었다.

    코이카 연령대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이제 새로 오는 봉사단원들도 대부분 나보다 어린 분들이 오고

    이번 주 금욜, 그러니깐 내일모레엔 내 활동을 이어서 하실 후임 단원도 올 예정이다.

    귀국까지 3개월 남았고

    오늘은 코이카 사무소를 갔다가 2013년 달력을 받아왔다.

    연을 지시하는 숫자가들이 이제 쉽게 익숙해지지가 않아 –

    예전에 1996년이란 숫자가 참 예쁘고, 안정감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1997 이란 숫자가 되버리고… 1997은 내내 뭔가, 안정적이지 못하다 – 내게 익숙치 못한 숫자라고 생각.

    그게 1999까지 가고…

    앞자리 두자리를 20으로 바꾸고 난 이후부터는…

    꼭 현재가 아닌 미래에 사는 것만 같은 두둥실 뜬 듯이 살아온 것만 같다.

    이천년대 이후 … 그게…  입에 붙기 시작한 것은 앞의 20을 빼버리고

    03 학번이라는

    학번을 지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리고 학교에서 덜렁 뛰쳐나오고 –

    이것저것 숫자들을 보내긴 보냈는데 –

    내게 스물 세살때 뭐했더라?

    2007년에 뭐했더라?

    라고 불연듯 생각하려 들적에

    자꾸만 – 생각이 나지를 않는다.

    나의 나이, 이천 몇년도라는 시간을 지시하는 숫자들과

    나의 기억들은 퍼즐처럼 맞아들어가지가 않는다.

    언제부턴가 – 그냥 놓아버린 것 같아.

    붙잡으려 하지 않고

    그냥 생경하게 지나가는 숫자들을 너울너울 보내기만 한다.

    그 중간중간에

    꽤나 아린 기억들도 있고

    꽤나 아린 사람들도 있고

    그냥, 그렇겠지 – 하면서…

    어쨌든 –

    11월은 일주일을 남기고

    12월이 오고

    2013년이 오는 구나-

    그런데, 입맛이 이리도 쓴 것은

    지금까지 너울너울 보내왔건만은

    2013이란 생소한 숫자가 되었든

    서른이란 조금 섬뜩한 숫자가 되었든

    한국으로 귀향이되었든 간에

    그 전에…….

    뭔가라도 꽉 쥐어보고 싶은

    갈망들 때문이겠지 –

  • [2012.11.13.] 3가지 결론

    얼마전에 약 4일동안

    산업인력공단에서 하는 한국파견(?) 노동자 선발시험 비슷한 것에 참여하게 됐다.

    난 뭔지는 잘 모르고… 그냥 촬영 하는 거라고 하기에… 아, 그냥 또 카메라나 만지작 거리겠구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 시험이란 이미 일정의 한국어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는데

    왜냐하면 한국어 시험을 통과해 자격을 획득했더라도 한국 고용주로부터 초청을 받아야만 한국에 가서 일을 할 수 있는데

    각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원정 면접을 볼 수는 없고… 어떤 데이터가 있어야 초청을 하든지 할 것 아닌가?

    그래서 그 데이터 마련을 위해 산업인력공단이 면접과 체력시험을 치고, 그 데이터를 고용주들에게 배포하는 것.

    그래서 산업인력공단 측에서 출장자들이 왔고

    그들의 통역 및 보조업무 인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내가 맡앗던 것은 면접이었다.

    면접 전에, 면접 진행 일괄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면집 진행 과정을 일일이 동영상으로 찍고

    면집 진행 후반부에 경력사항이 진짜인지 확인을 해주는 일.

    동영상 촬영은 삼각대에 놓인 것을 누르고 줌만 당겨 주면 되는 것이었고

    그것보다 어려운 것은 면접 설명과 경력사항 진위확인을 우즈벡어로 하는 것.

    면접설명은 보여주면서 하면 되니까 어느 정도 그냥그냥 못하는 우즈벡어로다 그냥 하겠는데

    경력 진위확인은…. 질문은 우즈벡 학생에게 물어봐서 준비를 했지만…. 대답하는 것들을 못 알아먹는다는 게 문제.

    특히나 제조업 관련이라 일상회화보다… 어떤 제품을 만들었다, 무엇을 절단했다 뭐 이런 늬앙스인 것 같은데… 말이지 ㅋ

    산업인력공단은 코이카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고..

    우리가 현지어를 매우 잘하는 줄을 알고 있어서..

    대충 못알아 먹는 것도 알아듣는 척 했다 ;;

    (아마 그래도 눈치는 좀 챘을듯 ㅋㅋ)

    면접 진행하면서 놀랬던 점은

    1차로 한국어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어를 모르는 지원자가 너무 많았다는 것.

    그건….소문으로만 들었지만…. 한국으로 가는 한국어 시험은… 정말 정말 컨닝과 부정행위와 대리시험, 돈을 주고 감독관과 짜기도 하고…

    등등이 만연하다는 증거였다. 왜냐하면 한국어를 잘 못한다 정도가 아니라

    한글을 전혀 읽을 줄 몰랐으며,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정도인 사람이 절반 이상이었기 때문.

    그리고 조금 씁쓸했던 것은

    면접을 볼때 …. 그들의 눈빛, 그걸 계속 보고 있어야하는데,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

    나이 지긋한 분들까지… 마치 죄를 지은 죄인처럼 면접관앞에 서있으면서…

    반성하겠다, 그래도 한국만은 보내주었으면 좋겠다는 표정으로 서 게셨다.

    심지어 잘 하지도 못하는 내 우즈벡어 질문에도

    긴장들을 하셔가지고 더듬더듬 잘 대답들을 못하곤 했다.

    그것은, 내가 평소에 우즈벡에서 잘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보통 우즈벡 사람들은 자기 프라이드가 강하기도 하고

    내가 외국인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내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적이 거의 없었다, 아니 아예 없었다고나 할까.

    중간/기말고사를 칠 때도 엄청 떳떳하게 부정행위들을 했으며

    내게 답 말하기를 요구했으며, 안 알려주면 화를 내는 등 ㅋㅋㅋ

    그리고 거리에서도… 우수꽝스럽게 우즈벡어를 나불대는 나를

    놀리듯 신나하는 그들이었다.

    그러다가

    약간은 비굴하고 남루한 그 표정들을 보니…

    마음이 좋진 않더라.

    단지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소망 하나 때문에

    저런 표정과 모습을 보여야 한다니.

    나로서는

    한국은 참……… 살기 징글징글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건만….

    아 내가…. 어떤 기준이든지… 한국보다 못 사는 공간에 있는 구나..

    라고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잘 산다, 못 산다… 이건 어떤 기준에 따라 다를 것이겠으나….

    그냥, 그들의 표정을 보고 있으려니, 한국인 면접관의 꼰대같은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려니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지나가더라….

    그리고 옛날에 어느 기업의 수시채용 업무 보조를 한달반정도 알바했던… 경험도 떠올랐다.

    그때… 우연히… 대기업 인사팀 수시채용 업무 전반을 보조했었는데…

    그때… 아… 참 인사팀 업무란 것을 오래하면 성격 버리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건 거기서 일하는 인사팀 사원들의 어떤 경향 때문이었는데-

    그들은 마치 습관처럼 사람을 계량화/수치화 시키고 그 수치화에 대해서

    합격과 불합격을 자기 스스로 끊임없이 계산하고 있었다.

    그냥…. 면접업무라는 이색적인 경험을 하면서

    그런저런 것들이 떠올랐다.

    결론은 3가지.

    내가 활동하는 대학이란 공간은 우즈벡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이미 꼰대가 되버린 어른들하고는 참 같이 일하기 힘들다는 것.

    하루일당 100달러씩. 400달러 수입을 올렸다는 것.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