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의 말도 안되는 꼬투리를 잡아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려 든다면 저도 사무소에 똑같이 대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코이카 우즈벡키스탄 사무소가 저지른 명명백백한 잘못에 대해 그 잘못을 엄중히 추궁할 것입니다.”
그가 보낸 내용 중에 이런 내용도 있었다.
그가 짜증은 나게 만들었지만
그에게 사실 그다지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그한테 내 감정을 드러낸적도 없고, 전화통화해서는 일방적으로 얘기 듣고, 규정에 관한 얘기만 했을 뿐.
오랫동안 고민했던 것은, 이것을 어떻게 풀 것인가 – 하는 걱정때문이었던 게지.
서로 좋은 해결책을 코앞에 두고서도 –
감정같은 것들을 컨트롤 하지 못해, 기싸움을 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다.
그저 원칙이라는 게 있었던 것이고
다들 그 원칙에 맞추어서 행동을 하고 있었는데 –
자기는 그 원칙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겠으니, 무조건 가겠다고 우겼던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조금이라도 사유를 만들려고 한다던지, 단 하나도 양보하지 않았다.
거기다가 나도 사무소도 그에게 뭐 캥기는 것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는데
무슨 공갈협박처럼 시한까지 정해가지고 그때까지 서면으로 답변 못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협박은 무엇이냔 말이냐.
주말동안, 종종 이 이메일에 대해 생각해봤지만
결론은, 이렇게 나올수록 – 원칙에 맞게 대응을 하고…
그 원칙에 불만사항이 있더라면, 그 원칙에 관한 의견을 천천히 들어서 서로 고쳐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뭐 어디에 뭘 꼬질르든, 잘못된 절차도 부당대우라고는 몇발자국 양보한다고 해도 나올만한 게 없었다.
그렇게 생각을 가다듬고, 월요일로 향했는데 –
엉뚱한데에서 이미 일은 틀어져 있었다.
이미 윗선에서 지난 토요일에 이메일 답장을 보낸 것.
그것도 – 감정을 다독이고자 사과의 뜻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마치, 나랑 그랑 뭔가 감정싸움이나 한 것처럼
서로 조금씩 물러서면 된다고 들어주는 척 … 뭐 내 입장을 묻는데 – 이미 이메일까지 그렇게 발송된 이상 결론은 정해져 있었던 것.
그냥 나는 조심스럽게 내 입장만 말했고, 별 소용은 없었다.
그 때문에 원칙 자체가 즉시 폐기되었고
그냥 그는 하고 싶은데로 하도록 내버려 두기로 됐다.
똥이 더러워서 피한다고 하는 말은 좋지만 그다지 정의롭지 못한 것 같다.
그냥, 우습기 짝이 없는 것 같다.
제일 마음에 걸리는 것은
다른 단원들이 다른 일들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원칙에 맞추어서 일정들을 조정했던 것은 간신히 간신히 승인이 나고
이렇게 공갈협박조로 나오면, 아무리 무고하더라도 인터넷에 올리거나 민원넣으면 큰일이니깐 – 그냥 하라는 대로 해주자라는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하고….
그 무엇보다도
실망스러워서, 힘이 빠지는 하루였다.
PS : 이 일기장은 배설통로와 같은 곳 ㅋㅋㅋㅋㅋ 업무상 불만사항이 있으면 바로바로 올려야지. 기획사에 있을 때도 – 그때그때 불만사항들을 올리지 못한게 두고두고 후회된다 ㅋㅋㅋㅋ 나중에 모든 게 정리되면 재미없다구! 지금, 바로, 여기에서 내가 어떻게 빡쳤는지가 중요한거 아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