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DJ

  •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대단합니다

    MADMAX

    *스포지수 : 약함

    어딘가에서 이 영화의 감상평으로 잘 만든 영화, 재밌는 영화 같은 표현으로는 부족하고 마치 새로운 괴물이 나타난 것만 같은 거대한 경탄을 하게 된다는 얘기를 슬쩍 들었다.

    보통 기대가 크면 아니, 뭐, 얼마나 대단한 영화이시길래요? 라면서 거리감을 두게 되는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괴물같은 영화…. 맞네요… 헐! 이라고 하게 되는 영화라고 해야하나… 하하하

    시각적인 스펙타클이 압도하는 게 큰데 –

    그냥 돈 많이 들이고 그럼 되지?! 가 아니지~ 사실 마이클 베이 영화도 언제나 엄청난 제작비와 CG로 스펙타클을 주고자 부단히도 노력하지만 – 내겐 별로 스펙타클하게 느껴지지 않는 걸.

    어디선가 본 듯한 액션 스케일과 차량전복 빌딩 창문 부수기를 넘어서 – 뇌리에 박히는 강렬함을 주기 위해선, 그 스펙타클에 적절한 스토리텔링이 들어가 있어야 함은 당연할 것이다.

    그 점에서- 매드맥스 액션씬의 스토리텔링은 정말 짱인듯 하다. 액션씬에서 나오는 건 고작 자동차 10대 조금 넘나 하고, 영화적 배경은 화려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사막인데 –

    내가 매드맥스를 보면서 가장 많이 떠올렸던건 바로 반지의 제왕 전투씬들이었다.

    그 화려한 배경과 종족의 다양함과 엄청난 판타지들의 총합에 비견할 수 있다는 거, 대단하지 않은가.

    아마 – 그리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리얼리티 때문인 것 같다. 영화가 가능한한 최대로 cg 없이 찍으려고 했다고 하고, 그게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구현된 듯 싶다.

    반지의 제왕은 완전히 판타지니깐 스펙타클을 보면서도 – 뭔가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이 강하고, 매트릭스도 어느 정도 비슷한 느낌인데 –

    매드맥스의 자동차들은 음? 어떻게 저렇게 하면 만들 수 있을 법한 자동차. 라는 생각이 들어버리고(실제로 영화에서 만들어버렸고) 각종 무기와 액션들이 초능력이 아닌, 인간 몸짓들의 사투니깐 그것이 주는 임팩트가 훨씬 강렬한 것 같다.

    그리고 흔히 볼수 없는, 미쳐버리고 있는 캐릭터들을 바쳐주고 있는 종말론적 세계관.

    영화를 보면서도- 계속 비릿하고 슬픈 감정이 드는데 –

    마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처럼… 사막 저 건너편에도 희망이라는 것이 없을 것 같은 끝없는 방랑… 그게 왠지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겹치기 때문이다.

    은유적으로 보면, 어찌보면 – 현재일지도 모르겠고…. 는 너무 비관적인가.

    어쨌든, 이렇게 비릿한 스펙타클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너무도 잘 만들었고…. 상남자 톰 하디 매력 터진다 ㅋㅋ

  • [내러티브를 위한 촬영설계] 과제 – 컷 분석

    01

    한쪽 손이 없다는 짝귀의 정보를 주기 위해서 내려다 보는 고니의 시점샷.

    02

    전체적인 상황설명 해주주는바스트샷.

    03

    고니의 뭐야 이 인간? 이라는 나래이션 대사에 어울리게 능청맞은 모습

    04

    고니 단독으로 바스트 잡아줘서 기술 걸기 전 긴장감 형성

    05

    고니 기술 걸어서 패를 넘기고 로우 앵글.

    06

    고니가 짝귀의 눈치를 보는 장면. 고니의 눈짓을 보여주기 위해서 타이트한 바스트로 가까이 감

    07

    고니의 시점샷과 같은 느낌.

    08

    (무빙 시작) 고니의 패

    09

    (무빙) 술 먹는 짝귀

    10

    (무빙) 돈 걸면서 분위기 띄워주는 들러리

    11

    (무빙) 들러리 장단 맞춰주며 한껏 여유를 즐기는 고니

    12

    (무빙) 짝귀의 패 (무빙 종료)

    13
    14

    서로 돈 거는 둘의 교차 편집. 오버숄더 없이 타이트한 바스트샷으로 대결하는 느낌.

    15

    클로즈업. 짝귀의 패 까보니 7땡

    16

    허탈하게 웃는 고니

  • [Summary] 콘티작화의 실제 수업 내용

    ** 미디액트에서 진행된 송선찬 “콘티브라더스와 함께하는 콘티 작화의 실제” 수강 필기를 재구성한 것으로, 제가 개인적으로 알아둬야겠다고 생각한 부분만 취사 선택한 것입니다.

    • 콘티는 설계도 + 각색

    콘티는 설계도입니다. 건물을 짓기 전에 청사진이 필요한 것처럼 콘티도 도면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콘티작가에 의해 일정 부분 각색이 됩니다.  그 각색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렇게 되겠지요. 시나리오에서는 주인공의 액팅 묘사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그 주변부 상황까지 다 묘사할 수가 없습니다. 주변부 묘사까지 상세하게 들어가버린다면 시나리오가 엄청나게 길어지겠지요. 그래서 그 여백들을 콘티작가에 의해 필수불가결한 각색이 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볼까요. 살인사건 현장검증 현장을 콘티를 그린다고 할 때, 시나리오에는 주인공 배우의 대중에 대한 공포 같은 것만 나타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콘티작가는 그 대중을 시각화해서 나타내야겠지요. 콘티작가가 대중들중 불신지옥 예수천국이란 팻말을 든 사람을 그려냈고, 이것이 실제로 실현되면서 주인공을 둘러싼 주민들에 묘한 특성이 부여됩니다.

    • 콘티 작업환경 : 감독 + 촬영감독 + 스크립터 + 콘티작가  ( + PD)

    일반적인 상업 장편영화에서 콘티 작업환경은 4인 체제. 감독, 촬영감독, 스크립터, 콘티작가. 그런데 예산 규모가 큰 경우 PD가 함께 참여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 PD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보다는 예산부담이 있을 부분에 국한하여 개입할 여지가 큽니다.

    • 코 : 시선방향.  (콘티 그릴 때 가장 중요한 핵심!)

    동그라미 얼굴형에 동그란 볼펜점 눈이더라도 코가 왼쪽으로 삐쭉 솟아있다면, 그 사람은 왼쪽을 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시선방향이 이미지라인을 넘지 않아, 180도의 법칙을 지켜줘야 컷과 컷 사이가 튀지 않겠지요?

    • 눈 : 표정의 핵심

    스마일 마크를 생각해보세요. 눈이 둥그렇게 지붕을 만든 것 만으로 기분좋은 감정을 전달하고 있죠? 눈이 위로 삐쭉 솟으면, 삐진표정.  등등등

    • 천장과 바닥 표시 : 카메라 높이

    인물은 그대로 두더라도 천장, 바닥, 지평선 등의 높이 설정으로 카메라 높이를 쉽게 지시해줄 수 있습니다.

    • 구도의 기본이자 끝은 ? 2:1

    수직으로 선 2, 수평으로 선 2개를 그어서… 바둑판을 만들고, 2의 영역은 시선방향으로 비워두고 1의 영역에 인물을 배치하는게 미디엄 샷의 기본형. 특별히 파격을 줄 필요가 없다면 가장 안정적인 구도. 구도에서 파격을 줘서 구도만으로 어떤 긴장감을 형성하는 사례는 무수히도 많습니다. 하나 예를 들어보자면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이 조직 보스랑 대화하는 씬이 있습니다. 그때 이병현 얼굴이 오버숄더샷으로 표현이 되는데, 보통의 오버숄더샷에서는 어깨가 프레임 긑에 살짝만 걸리는데, 그 컷에 이병헌이 한쪽 구석에 위치하고 조직 보스의 뒷태가 화면을 크게 가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조직 보스에게 압박감을 느끼는 이병헌의 심리상태를 구도적으로 표현한 예입니다.

    • 카메라 움직임과 조작에 화살표가 적지적소에 사용되어야

    틸, 팬, 붐, 트랙인 등 적재적소에 화살표를 그려주는 것. 이것도 매우 중요한 스킬입니다.

    • 인물부터 그리고 그다음 배경을 그려라

    배경부터 그리기 시작하면 배경에 눌려 본래 생각했던 인물의 사이즈가 변경되는 사단이 날 수 있습니다. 먼저 인물 사이즈부터 설정해서 그리고, 그 다음 인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배경을 그리는 것도 하나의 요령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초급 요령으로 팔을 표현하기가 참 어려운데, 그럴 때는 골격의 굴절 부분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표현하면 조금 쉽게 그릴 수 있습니다.

    • 콘티에서 명명하는 인물 사이즈.
    conti_size
    conti_size_d1
    conti_size_d2
    conti_size_d3
    • 카메라 움직임과 앵글
    conti_walk
    conti_angle
    • 작화의 실제-머리통의 15가지 형태를 잘 알아두고 있으면 좋아.
    conti_15ea
    • 소실점 (:: 소실점은 카메라 높이라고 간주해도 무방)

    – 1점 소실점 : 소실점이 프레임 안에 있어

    -2점 소실점 : 소실점이 프레임 밖에 있어

    -3점 소실점 : 흔치 않은데, 2점 소실점으로 양쪽에 있고, 위로 솟는 형태.

    • 작화연습 :: 선생님이 그리는 것을, 따라 그림
    conti_draw
    • 작화실습 :: 주어진 글 콘티를 가지고 그려보는 실습

    미쓰 홍당무의 엘리베이터 씬을 가지고 실습했는데, 제일 칭찬받았다 ㅎㅎㅎ 그 이유는, 내가 그림을 잘 못그리기 때문.

    다른 수강생들은 제법 그림 실력이 있으신 분들이어서- 짧은 시간안에 그림으로 보이게끔 드로잉에 신경을 쓰시는 데

    난 드로잉 실력이 꽝이기 때문에, 그런 건 안중에 없고 배웠던 데로 적용하켜 정보전달을 위해 그렸기 때문.

    여기서 주요 정보전달을 해주는 것은 바로 코! 코가 바로 시선방향을 지시해주기 때문에 그 시선 방향을 콘티에서 확실히 전달해주는게 중요하기 때문.

    그리고 이미지라인이 엉키지 않게 해야하고.

    conti_hong

    끝.

  • 러시아여행기

    비행기에서 내려서, 제일 먼저 확인했던 것은 얼마나 추운가,입에서 입김이 솔솔 나오긴 했지만 음? 이 정도면 여행을 못할 정도는 아니지 않나?! 원래 가고 싶었던 러시아와 북유럽을 강행할 것 그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시간에 이 정도니깐 낮에는 더 따듯하겠지…. 하면서- 공항에 들어갔다. 나를 좀 초조하게 만들었던 것은 비행기 안에서 무슨 입국신고서 같은 것을 나눠주던데 – 그게 다 소진되는 바람에 못받은 것. 그래도 꽤 줄을 섰는데 –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어쩌지 라면서 – 서 있다가, 한 십오분쯤 돼자 내 차례가 왔다. 무뚝뚝하게 생긴 공항 직원이
    앗 꾸다? 라고 물어보네. 한국이라고 했다가 – 아무래도 어떤 비행기로부터 왔는지를 더 궁금해할 것 같아서 – 우즈베키스탄이라고 했다.빠침무 – 어쩌고 하는 거 보니 왜 왔냐고 묻는것 같아서. 투어리즘. 이라고 했다. 그리고 끝. 입국신고서 같은 게 자동으로 기입되어 내게도 한장을 준다.
    러시아에 입국했으니, 이제 아에로 익스프레스를 타러 가야한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트랜짓과 입국 간 통로도 잘 안내가 안되어 있던데 이것도 마찬가지 물어물어 엘르베이터 타고 3층으로 가라고 해서 가보니 이제야 아에로 익스프레스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참을 가서 티켓도 사고 그래야 했는데 –  인터넷에서 살핀대로 짐을 맞기고 가고푼데 – 기차를 타기 직전에 – 짐 맡긴는 곳이 보인다. 그런데 한쪽은 한국지하철에 있는것과 같은 자동락커, 그리고 한쪽에는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수동(?)보관소가 보인다. 할아버지에게 말 안통하는 러시아로 알아본 결과 할아버지네는 하루씩 계산이 되고, 자동 락커는 시간당 되는데 – 3시간이 넘으면 할아버지네가 이익이다. 그래서 쓰빠씨바를 외치며 짐을 맡기고- 무사 아에로 익스프레스 탑승
    차창 풍경으로 보이는 것들이 – 우즈벡의 것들과 흡사하다.우즈벡이 러시아의  것을 베낀 짝퉁이라면 러시아는 오리기날 이랄까…공항에서 입국심사 앞에 줄 선 조금 주눅든 우즈벡 사람들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러시아란 대국 앞에서  주눅들어 줄 선 저 사람들..저건 미국 입국 심사 앞에서 주눅들어 줄 선 한국 사람들과 비슷한 풍경인 것 같다고.근데 한국 사람들 참 이상한게 – 중국이란 대국에게는 또 다른 태도를 취하곤 하지.
    미국과 중국의 차이는 단순히 국력으로부터 비롯되기보다는 -역사적인 배경이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그런 것은, 우즈벡과 러시아도 마찬가지…
    암튼 스치는 풍경 앞에서대학교때 몇가지 에피소드를 떠올리다가 부끄러워 해보기도 하고한국에 다시가면 뭐부터 할까. 이런저런 가능성을 생각해보고 하다보니 금방이다.
    지하철은 표사는 시스템만 다를 뿐, 시설은 우즈벡과 거의 같아별 혼동없이, 무사히 크렘린 궁 앞 도착.새해맞이라며- 붉은 광장에 이것저것 공사를 하고 있다..크렘린궁을 두리번두리번 하다각 – 사람들 줄 많이 선 곳에 따라섰다가 엉겁결에 레닌의 묘를 보고나니 – 너무 춥다. 굼 백화점으로 대피해서 요거트와 차를 먹으며 시간을  때우고보니 11시가 넘어 크램린에 들어갈 수 있다.
    크램린도 역시 여러가지 황금색 문화재들. 특징적인 것은 벽과 천장 등에도 특유의 문양을 새겨두고 있다는  것.  경탄을 자아낼 정도는 아니었지만, 크램린 내부의 분위기는 느낄수 있었다.
    크램린 이후에는 크램린 맞은 편의 역사 박물관에 들어가봤다. 우리나라로 치면 국립중앙박물관 정도 되는 것처럼 선사시대부 근대 이전까지 유적과 문화재를 전시해뒀는데 , 문화 역사적 배경도 모르겠고 아무리 들여다봐도 그냥 돌과 검 같은 것들이라서 휙휙 지나쳤다.
    휙휙 지나치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다.왜, 여행을 하러 오면 사람들은 꼭 박물관에 오는 걸까.박물과에서 어떤 쾌함을 느끼는 걸까. 아니면- 모두들 이 나라에 그만큼의 학습의지를 갖고 있는걸까. 그냥 유명하다고 하니깐?!
    난 사실 이런 박물관 같은 곳을 오면, 어떤 쾌함도 별로 없고, 배우게 되는 것도 별로 없다. 좀 시간을 내서 들여다 본다고 해도…. 한 3-4일이 지나 잊어먹고 만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매번 박물관을 오는 이윤는…. 일정의 산책 – 이라고 하는 게 솔직한 이유인 것 같다. 여행지 안에서 다양한 실내 풍경을 지나는 산책…. 뭐 조금 더 속물적인 내심으론는 – 여기에 발도장찍었단는 것, 도 있겟지…
    미술관도 – 어떤 작가를 통틀어 하는 미술관.달리랄지, 마티스랄지… 하는 미술관은 좋아핮지만 – 오르셰나 루브르 등등의 종합세트는 휙휙 산책하듯 지나쳐서 지금은 기억나는 게 하나나 있으려나…. 그건 아마 내가 미술사적 배경지식이 부조해서겠지…. 암튼 그렇다는 게지.
    날씨가 추우니 여유있게 보고가겠다는 마음이 생기질 않고 – 이 정도면 됐다 싶어 크램린을 등졌다. 점심 먹을만한 데를 찾아보겠다고 볼쇼이 극장 근처를 돌았는데 – 거리 분위기가 다른 유럽과는 새삼 다른 것 같다…. 다른 유럽은  골목골목 오밀조밀한 가게들이 있어서 아기자기한데 – 여긴 땅덩이가 넓어서 그런지 길도 널찍널찍하고 상점도 큳다. 그런데 번성하는 상점이 띄엄띄엄 있다보니깐 – 스케일이 크다 – 라는 느낌보다는 – 좀 휑하다 라는 느낌이 더 난다…. 대충 인터넷에서 이름과 대략적인 위치만 알고있던 곳을 – 용캐도 찾아서, 식사를 하면서 – 모스크바 반나절 여행은 끝이났다.
    모스크바 라는 강렬한 이름이 주는 것에 비해도시가 주는 느낌은 조금 휑한것 같다….. 이따금씩 레닌 조각이 있고, 상점에는 푸틴의 각종 영웅스러운 모습을 팔고있다.
    길은 넓고, 채워져 있는 게 부족하다는 인상…강한 나라, 러시아 라는 자긍심때문에 문화적 활력이 숨죽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러시아 곳곳에 자본이 침투했듯이 다양한 문화적 열정들이 반작용으로 끓어오르길 바래본다.
    어쩌면 상트 뻬쩨르부르크는 좀 다를 지 모르겠지만…

  • 노트 @ El Vendrell

    여행은 기간동안 나 자신을 즐거움을 목적으로.하니 어디로가든 어떻게가든 “좋은 여행”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닐까. 피그말리온이나 플라시보 같은 것이 아닌 순수하게 생각하더라도 말이다. 아니 먼저 불순하게 생각해볼까.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은 그냥 떠나는 여행의 시간들은 오롯이 나 자신의 즐거움만이 그것의 목적이 될 수밖에 없다. 거기엔 어떤 속박도 강제도 있지 아니하다. 무엇을 하는 와중에 짬짬이 즐거운 무언가를 찾아내야 하는 게 아니라 여행의 계획 그리고 거기에 투여되는 경비까지 모든 것이 나 자신을 즐겁게 하는 것에 복무하게 된다. 계획이 빡빡한 것이든 무계획이든 그것은 모두 나의 선택에 의한 것이며 그것 자체가 즐겁든 즐겁지 아니한가 하는 책임은 내가 지게되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낯선 곳에 가게 되고나의 평판에 영향을 미칠수있는 감시자들이 모두 사라졌다. 미술작품을 이해못하든 건축물이 흥미를 끌지못하든 날씨가 음울하기 짝이 없던간에 즐거움을 좇아 날아 온 자유로운 몸이 즐겁지 아니할 이유가 없다. 모든 상황이 극악을 달린다하더라도 나 자신이 연출해놓은 이 공연은 어찌되었둔 나 자신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하지.못한다하더라도 그 기저의 해방감만은 선사할것이다. 그리고 이 해방감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어딜 가서 무엇을 하던 간에 여행이라고 하는 것을 통해 내 자신의 몸의 시간에 해방의 시간을 주고 즐거움을 추구하는 공연의 적극적인 연출가가 될 필요가있다. 그것이 내 언제까지일지 모를 내 인생의 시간을.위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자신의 연출작품이 후졌다, 돈을.낭비했다고 말하는건 꽤나 큰 자존심의 상처아닌가. 그래서 온갖 인터넷 여행기에서 그리고 지인들의 후일담의 엔딩이… 그래도 좋았다라는 일률적인 해피엔딩이 아닐까 싶다. 전자의 이유와 후자의 이유가 반반씩 섞인 정도가 아닐까. 

  • 르레브 Le Reve – The Dream

    세계인(?)의 기준인지, 한국인만의 기준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블로그 등을 중심으로 라스베가스 쇼라고 치면 일명 “라스베가스 3대 쇼” 라며 불리는 게 오쇼, 카쇼 그리고 르레브다.미국 스톱오버 일정을 짜면서 라스베가스에 꼭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이 바로 쇼를 관람하기 위해서였는데 – 라스베가스 쇼들은 이번 여행 일정 짜는 것과 관계없이 예전부터 꼭 가서 보고야 말겠어 라면서 벼루고 있었던 것이었다.
    예전에 한예종과 함께 지역 실경 수상공연 기획 업무를 맡은 적이 있었는데 (실제 맡은 실무쪽은 기획이기 보다는 제작파트 업무였지만) 그때 실경 수상공연 기획회의를 하면서 주요 레퍼런스가 되었던 게 바로 라스베가스의 태양의 서커스단 공연과 중국의 장예모 감독이 전두지휘했다는 하이난 일대의 실경 수상공연이었다.
    다들 감탄을 하면서 – 해당 공연의 몇가지 연출을 언급하곤 했는데, 쇼를 보지 않은 나로서는 그게 뭔지 당췌 알 수가 있어야지.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구로 흘리는 척 했지만 – 속으로는 (부글부글) 꼭 언젠가 저 레퍼런스들을 보고야 말겠어 라고 생각하곤 했다
    남미 여행 일정에 미국 스톱오버 기회가 생긴김에 쇼를 보기 위해서 라스베가스 일정을 넣었다. 돈과 시간만 된다면 태양의 서커스단에서 하는 오쇼, 카쇼, 르레브를 모두 보고 싶었지만 티켓 가격도 가격이지만 우선 시간이 여의치가 않았다. (그랜드 캐년도 가야하니깐!)
    그래서 2 쇼 정도만 볼 수 있었는데 – 이런 부류 쇼의 원조 격인 오쇼는 무조건 보기로 했고, 카쇼와 르레브 중 갈등을 많이 하다가 – 결국엔 프로모션 티켓창구가 일찍 열린 르레브로 결정했다.
    오쇼와 르레브가 둘 다 물을 소재로 했지만 카쇼는 불을 소재로 했다기에 -가서 시간만 된다면 어떻게든 당일 티켓이라도 구해서 보고 싶었지만 – 결국 시간이 워낙에 빡빡했던 지라 카쇼는 예정없는 다음을 벼룩도 했다. 그나마 오쇼와 르레브도 같은 날 저녁에 2편을 봐서 가능했던 것.
    * 르 레브- 장소 : Wynn 호텔- 티켓가격 : 15만원 상당
    공연 시작 전 입장이 가능해지자 마자 들어갔는데 일단 무대가 마음에 들었다. 원형 무대였는데 어느 위치에 앉던 간에 먼 느낌없이 잘 보이는 위치였기 때문. 무대에서 조금 먼 좌석에 앉더라도 충분히 잘 보일 것 같았다.그 덕에 앞뒤 좌석 간격이 조금 빡빡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을 때만 불편하고, 일단 공연 시작 후에 가만히 앉아서 보기에는 문제 없는 정도니깐.
    르 레브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사랑에 빠져있는  여자가 꿈을 꾸게 되고, 꿈 속에서 3개의 축(선, 악, 조커) 이 여자를 유혹하기도 하고, 희롱하기도 하는 그런 줄거리. 사실 줄거리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고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쇼의 관건인데 –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름돋으면서 시작했고, 우와 굉장하다- 라는 감탄의 연속이었다.
    무대는 수면을 왔다갔다 하는 변형무대인데 무대가 위 아래로 오르락 내리락 하기에 무대는 그냥 바다가 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분수 혹은 독특한 건축물이 되기도 한다. 아래부분에서보면 그렇고, 또 상단에서 보면 위에 뻥 뚤린 천장으로부터도 케이블에 이것저것을 싣어서 오르락 내리락해서 끝임없이 수직 상승하강하는 연출물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원형 중심에서부터 3개의 축으로 퍼져나가는데 – 한쪽면만 바라보고 연기하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어떤 섹션에서 보더라도 배우들의 뒤 혹은 옆퉁수만 보게 될 일은 별로 없다.우선 공연장 자체가 르 레브를 위해서 특수설계되어있는데, 그게 대단히 정교하고 할 수 있는 웬만한 것들은 다 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르레브 공연은 배우 한명한명에게 시선을 이끌기보다는, 중앙에 중심을 이루고 그로부터 꽃처럼 퍼져나가는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그래서 서커스 몸짓이 정교하기 보다는 다 함께 통일을 이루면서 하기에 박력있는 특징이 있다. 더욱이 그렇게 느끼게 되는 것은 남성 출연진들이 실한 갑바와 식스팩을 기본 탑재하고 있다는 것….. ;;; 정말 너무 벌크를 키운 몸도 아니고, 딱 군더더기 없는 상단 근육의 스탠다드를 보여주는 것 같은 남성 출연진들의 웃통을 보며… 그날 오후에 아울렛에서 스몰 사이즈 옷을 사야만 했던 나 자신에게 작은 한숨을 선사했지 ㅠ( 미국 사이즈가 크게 나오더군. 한국에선 보통 L 인데 ㅠ)
    출연진들은 끊임없이 다이빙하고, 물 속에서는 또 수중발레 해주시고 갑자기 사라져서 – 또 어디선가 나타나고
    무대는 이리저리 신통방통 변하고, 물은 컬러 조명에 맞춰서 이리절 뿌려지는데 –
    정말 이거야 말로 스펙타클! 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 이런 고도로 훈련된 대규모 출연진에 무대 세팅이 엄청난 특수효과 공연을 매일 하는 것은, 미국 이니까 가능한거구나! 라는 감탄이 절로 들었다. 다른 곳으로는 중국 정도가 있겠지… 이미 대규모 실경 수상공연을 성황리에 하고 있듯이…
    르 레브는  정말 –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것, 느끼고 싶어하는 스펙타클 비쥬얼을 보란 듯이 구현하고 – 그 모든 집합들을 정교하게 르 레브라는 공연 안에 쏟아져 내놓은 것 같은 공연이었다. 내가 이런 쇼를 처음 본 놀라움에 경이로움이 더 컸던 것 같긴 하지만 – 공연을 보면서 이따금식 전율을 느끼기도 했다.
    왜 15만원 상당의 티켓가격이 되었는지 알게 만드는 공연이었고, 돈이 아깝지 않은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공연이었다.

  • 바로 올리는 첫 일기

    DJinside 홈페이지를 워드프레스로 바꾸고 – 처음 올리는 일기다.

    원래 XE를 쓰고 있었으나,

    XE 업데이트를 했더니, 홈페이지가 글 작성이 안되는 불능 상태로 접어들어서 바꾸게 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줬다.

    (내 활용도에 있어선) XE에 더이상 미래가 안보인다는 것도- 한 몫했다.

    왜냐면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각종 충돌과 버그가 생기고… 그러한 충돌과 버그는 업데이트를 하다보면 어떤 것은 자연스레 나아지겠지 했건만 그러기는 커녕 더 축적되기만 했다.

    블로그 저작 툴로 초반에 개발할 때는 꽤나 공을 들인 것 같던 텍스타일은 업데이트 된 지 삼만년….

    모듈 개발자들의 POOL이 제한적이어서- 다양성도 부족했고- 이렇게 숙련자가 적고, 쓰려고 시도하는 사람은 많다보니

    질문답변 게시판에 이것저것 질문글을 올려도 답글을 득하는 것은 요원한 일… ㅎㅎㅎ

    현재까지의 XE는 도무지 미래가 안보이고, 내 홈페이지는 XE 버그로부터 어디서 부터 어떻게 뜯어고쳐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그냥 워드프레스로 다 갈아엎어버렸다.

    지금 – 대충 틀만 만들어져 있는 상태인데, 워드프레스는 우선 블로그 형태로 활용하기에는 매우 쉽게 만들어져 있어서 – 우선 기능상 문제는 별로 없다.

    그리고 워드프레스만의 신세계를 경험해보니… 아 XE만 써보던 내게는 정말 – 다 휘황찬란해 보일 수밖에…

    암튼 지금, 현재는 내 개인 홈페이지 같은 컨셉을 못만들어주고, 그냥 테마설정해서 쓰지만… 차근차근 수정해서 잘 활용하고자 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전 홈피의 게시물을 하나하나 노가다로 옮겨오고 있다….

    일기 쪽은 싸이월드 일기마저 이 쪽으로 아카이빙 하고 있으니, 이것은 실로 – 대규모 작업.

    올해는- 바쁠 시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날들이 더 많을 것이므로 – 올해 안으로는 다 마무리 되겠지.

    하하하

  • [국제시장] 감독의 투철한 서비스 정신?

    *스포지수 : 보통

    우파들의 영화라는 이슈와 함께 천만관객을 가뿐히 넘어주었던 바로 그 영화 “국제시장”. 이 영화에 대한 본격적인 영화 비평을 읽어본 적이 없지만, 영화 국제시장을 둘러 싼 말말말… 들의 기사 헤드라인이 하도 범람했던지라, 아무 선입견없이 투명한 마음가짐으로 보았다고 말하긴 힘들다. 그래- 솔직히 말하건데

    우파들의 영화라지… 그래, 얼마나 잘 만들었나 내가 함 봐주지

    라는 쫀쫀함이 깔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윤제균 감독이 크레딧으로 들어간 영화 중에 내가 좋게 본 영화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으니 어땠으랴.

    영화를 보면서, 음… 보수적 주제가 쫘악 깔려있긴 하지만. 단순히 진영논리로 우파들의 영화라고까지 얘기했던거에 비해 생각보다 정치성을 강요하는 영화까지는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애국보수 진영 쪽에서 주로 이야기 하는 나라사랑, 민족사랑, 자유주의 만만세!, 공산주의 싫은데?! 라고 이야기할 줄 알았던 거다. 그런 영화였다면 이 영화가 천만관객이 보러 오지 않았겠지.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긴 했지만.

    주인공이 한국사의 굵직굵직한 부분들을 기막힌 우연처럼 맞닥드린다는 부분에는 별 거부반응 없었다.

    그리고 영화 곳곳에 까메오처럼 한국사회의 유명인사들(정주영, 앙드레김, 남진)이 나와서 유머를 구사하는데도 그리 큰 거부반응은 없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사실 이보다 더했으니깐.

    스토리보다 내가 정말 마음에 안들었던 부분은, 연출에 보이는 감정을 몰아붙이려는 욕심이었다.

    그 부분을 어떻게든 몰아가려고 리얼리티도 떨어트리고, 왜 관객한테 어?! 이거 끝내주지?! 어?! 엄청 슬프죠?! 라고 온 몸을 흔들 생각만 하느냔 말이다.

    제일 뜨악했던 부분은 독일에서 탄광이 무너지는 씬 같은 경우.

    차분히 드라마 구조로 잘 가던 영화에서 마치 재난 액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유려하고 화려한 카메라 무빙에 컴퓨터 그래픽, 우좡촹촹 울리는 음악…

    볼 거리는 풍성하지만, 뭔가 영화 장르가 바뀐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광산 쪽에 대해서 더 얘기해보자면…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지 아닌 지는 잘 모르겠지만 –

    간호사인 김윤진이 병원에서 일하다말고  탄광 무너졌다는 소리 듣고 한숨에 뛰쳐나가고, 탄광 사측 사람들한테 지금 구조를 해야한다고 떼를 쓰는 모습에 공감이 잘 안되었다.

    중환자가 엄청나게 병원으로 몰려왔는데, 어디 있을지도 모를 썸남을 찾겠다고 부상자들은 다 내팽개치고 탄광앞까지 뛰쳐나가는 무책임한 간호사가 어디있으며…

    탄광 안에 메탄가스가 가득 차 있어서 구조하는 사람들도 위험에 처할수도 있는데, 왜 탄광으로 못내려가게 하냐고 한국인이 불쌍하지 않느냐고 호소하며 떼를 쓰는 모습도 고개를 갸우뚱 하게 하던 부분.

    이런 것들은 우선 개연성보다는- 이 부분에선 소재를 이렇게 적극 활용해서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는데, 왜 그 기회를 놓치겠느냐. 하는 조금은 뻔한 의도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가족지키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주인공이 월남전에 참전하게 되는 것도 – 어거지스럽고 , 이산가족상봉 씬은 눈물을 짜게하려는 욕심이 보이고…

    내가 욕심, 과욕이라고 계속 했지만…

    어쩌면, 연출자는 이게 하나의 서비스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돈을 내고 극장까지 들어 온 관객에게, 이렇게 저렇게 잘 버무린 검정의 덩어리들을 골구로 내놓아야지 도리 아니겠습니까….  하는 것.

    근데 그런 얇은 스킬로 너저분하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있고, 깊게 파고드는  서비스도 있지.

    그리고 깊게 파고드는 게 더 기억에 오래남는 영화들이 되었지.

    PS 1 : 가장 아쉬웠던 부분 중 하나는 김윤진 쪽에서도 뭔가 강한 이야기를 끄집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황정민의 부인으로만 제한되었다는 점.

  • [쎄시봉-김현식] 클리셰를 낭만이란 이름으로 포장한 나태함

    쎄시봉에 대한 추억이 전혀 없는데, 이 영화를 봐도 괜찮을까 라는 생각을 갖는다면 걱정가질 것이라곤 없다. 왜냐면 이 영화는 쎄시봉에 관한 영화가 아닌 것 같으니깐.

    나는 쎄시봉은 잘 모르지만 송창식은 잘 알고- 더러 좋아하기도 하는데.

    보면서- 아무리 그래도 저건 아니지… 란 탄식이 절로 나오는 영화였다.

    사극이나 역사물을 보면서는 저게 역사에 대한 고증이 잘 되었네, 안되었네 누구는 평가절하되었네. 문제있네. 하는 식의 접근법을 곧잘 시도하곤 하는 것 같은데-

    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종종 시대재현이라는 것을 은근슬쩍 뒤로 제쳐두고 그저 낭만이라는 물감으로 벅벅 덫칠해버리는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

    오히려 오래 지나지 않았기에  재현을 더 엄밀하게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 그런 태연함이 나오는 것은 왜일까.

    80년대는 대부분의 관람객들에 기억 속에 담겨 있는 것이니깐.  그 기억들을 마냥 예쁘게만 꺼내 주면 돼,  라는 식으로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그저 통금, 미니스커트 단속, 통기타, 미도파 백화점 같은 것들이 나와주면-

    아 저때 저거저거 있었는데. 그 기억 새삼 나고, 재미있네. 라는 정도로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80년대를 표현할 때 꼭 반복되는

    경찰들, 건물들, 통금단속, 통기타, 테이프 같은 것들이 몇개 쏙쏙 나와주고 그 주위를 맴돌고 있는 것들은 전혀 어느 시대의 것들도 아닌 영화의 클리셰 같은 전형들만 채워버리고 만다.

    공연장을 메운 빠순이 여고생들의 반응 클리셰, 해안가 옆에 앉아서 순박한 노래를 부르고 여자 꼬시려고 하는 상황 클리셰, 경찰과의 추격전, 비오는날 우산 같이 쓰기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이 없던 것들은 아니지만, 그 상황들을 다루는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 뻔한 상황에서 주인공들이 예전에 봐왔던 연기만을 계속하고 있으니깐. 영화를 보는 재미도 없고, 그냥 아- 주인공의 관계설정이나 감정의 정도가 이 정도에 이르렀구나. 스토리 전개가 앞으로 이렇게 되겠구나 정도만 느껴게 된다.

    그렇게 쎄시봉이 아닌 것들의 러브스토리의 아련함으로 그냥 그냥 주요 얼개들을 채워놓고 –

    마지막을 당신의 추억 한켠에 있을, 아름다워서 지금은 슬플 것을 – 저희가 이렇게 잘 포장해서 드려요…

    라고 하면 감동할 줄 아는가!

    의도를 위한 스토리는 너무도 작위적이고,

    마지막 공항에서 씬은 도저히… 아니 저게 뭐 어쨌다구, 하는 탄식이 나오더라.

    차라리 써니 처럼 가던지?!!!!

    가수 쎄시봉이 이렇게 소모되다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 장편시나리오워크샵 네번째 수업

    항상 – 과제를 해가면서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라곤

    이건 여기서 더이상 발전시킬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 같다-. 아마 이제 시놉시스를 확정하고, 시나리오를 쓰게 되는 단계가 되지 않을까.

    라는 오만한 생각을 하곤 한다. 이야기가 주는 매력을 별개로 하더라도 – 우선 내가 구상한 테두리 안에서, 형태적으로 완전해진 게 아닐까? 라고 혼자서 생각한다는 말이다. 왜냐면,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서 더 수정할 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시나리오 수업에서 내 시나리오 차례가 돌아왔고, 몇 마디 듣자마자 – 아, 그랬구나…. 그래도 뭔가 찜찜하게 느겼졌던 것이 거기 있었구나, 항상 반성하게 된다.

    저번 시간에는 주인공이 단순히 욕망만을 가지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서 그걸로 끝까지 끌고 나가는 바람에, 주인공 욕망이 변주되지도 못했고 주인공이 뜬구름 잡는 상황을 만들었었다. 그래서 주인공이 더 현실적이 되었고, 더 세속적인 욕망을 갖는 걸로 이번엔 바꿔보았던 것.

    욕망과 목표와 전제 등등 커다란 골격은 어느 정도 된 것은 맞다 칠 수 있겠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적대자가 없었던 것.

    정확히 적대자가 없었기에… 계속 우왕좌왕 갈피를 못잡고 에피소드를 찾아 해매였던 것다.

    이번에 – 국회의원 성 스캔들의 피해자를 조명했으면, 이후에 당시 국회의원으로 더 파고들어야지. 그건 그냥 접어버리고, 이것저것 아이디어만 내버린다고 – 내러티브를 끌어갈 수 있음이 아닌데도- 하하.

    이런 건, 조금만 더 체계적으로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인데..

    꼭, 써본다 치면 – 에잇. 지금도 충분히 매력있어. 라면서 나 혼자서 도취하곤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를 기억하고자 오랜만에 글을 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