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크게 홍콩과 상해 두 지역으로 나뉘는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홍콩은 상해보다 채도가 조금 더 높고, 홍콩의 마작 게임이 주로 이뤄지는 공간은 초콜릿 톤으로 저채도 외부환경과 별개로 향락이 벌어지고 있는 고유의 공간성을 드러내고 있다
극중 남녀가 감정이 짚어질수록 채도가 높아지는데, 극중 여자주인공은 호박색, 남자주인공은 퍼플블루를 캐릭터 색깔로 잡았다.
극중 남녀 성행위에서 각 캐릭터가 지니고 있는 고유의 색이 어떻게 섞이는지 유심히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영화가 느와르 영화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리 어두움을 많이 쓰진 않았다. 그 대신 저심도로 표현을 감춤으로써 느낌을 나타내고 있다.
양조위 등장하는 씬
캐릭터의 첫 등장씬은 캐릭터가 어떤 인물인지 설명해야한다. 여기서 양조위의 직업이 자신의 동족을 고문하는 친일파이고, 모든 사건은 양조위의 이 직업때문에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캐릭터 설명이 불가피한다. 보통 이럴 경우 그의 업무공간 한 쪽에서 고문받고 있는 인물들이 으악으악! 하고 있고, 처참한 모습 같은 것을 설명적으로 보여주기 쉬운데 색계에서는 그러한 부분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알게끔 한다. 어떻게? 단순한 업무 대화와 멀리서 들려오는 신음소리 따위로. 하지만 직업 설명은 뭐 그렇다 쳐도 캐릭터 성격은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고문씬이 나와준다면 아, 저 냉혹한 인물이구나.. 하고 느낌을 줄 수 있는데…
빛과 양조위의 행태를 통해서 캐릭터의 성격을 알게끔 한다. 첫번째 캡쳐가 양조위의 첫등장씬인데, 탑에서 내려오는 조명때문에 양조위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걸으면서 스치듯 보여지는 정도로 감추어져 있다. 중간에 대화때문에 잠시 뒤를 돌아보는 것도 있는데 그것도 완전히 몸을 트는 것이 아니라 고개만 살짝 틀어서 얼굴을 감출수 있을만큼 감춘다.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음흉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이후 양조위가 탄 차를 엄호하는 경비들, 집에 들어갈때도 빠른걸음으로 휙 가버리고 들어가자마자 커텐을 친다. 이 모든 게 양조위는 뭔가 음흉한 인물이고 공공의 적 같은 일을 하고 있구나 하고 알게끔 한다.
대학생들의 공작 의기투합
연극에만 몰두하던 대학생들이 친일파 처단이라는 음모를 짜고 의기투합하는 씬이다. 누가 들으면 안되는 이런 은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종종 폐쇄된 공간, 어두침침한 공간에서 하기 마련인데 그렇게 하질 않았다. 그들이 연극을 하는 대학생들이라는 캐릭터를 살리기 위함이었을까… 어쨌든 극장 2층 좌석에서 음모를 짜는 그들. 어떻게 은밀한 공작을 펼치고 있는 느낌을 부여했을까
빛이다. 창가에서 빛이 들어오고 있는데 인물의 얼굴에 닿는 빛이 거의 없다. 보통은 입체감 있는 비쥬얼을 위해 인물 얼굴에 조명을 인위적으로라도 설정하나, 여기선 은밀한 느낌을 위해 과감히 빛을 인물 얼굴로부터 배제하였다.
탕웨이와 양조위의 첫 만남
탕웨이의 시점샷에 들어온 양조위는 눈이 가려져 있다. 차량 창문 프레임에 의해서도 가려졌지만, 거기다가 썬글라스까지 썼다. 서로의 눈 마주침이 없는 첫 만남.
탕웨이에게 성적인 훈련을 요청
탕웨이가 집에 돌아왔을 때, 유일한 여자인 동료 친구는 뭔가 말할 것 있는 것처럼 탕웨이의 방을 찾는다.
하지만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고, 담배만 피다가 만다. 그리고 좀 지난 뒤에… 그 친구가 탕웨이에게 성관계 어떻게 하는 지 아느냐고 묻는다. 여기에서 대사로 저기 말이야… 뭐 이런식으로 뜸을 들이지 않아도, 탕웨이의 등장 전에 동료들끼리 – 아니 이렇게 해야하지 않을까 뭐 그런 얘기를 설명적으로 나타내지 않고도 앞의 뜸들인 타이밍이 한번 있었기 때문에 그게 이해될 수 있다.
탕웨이-호박색, 양조위-퍼플블루 색의 엉킴
https://youtu.be/JMAKxC9_Er4
가학적인 성관계 후다. 관객들은 다들 아… 여주인공 어떡해… 하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을 잘 읽은 듯, 인위적인 무빙으로 인물에게 들어간다. 여기서 풀샷에서 바로 클로즈업으로 여주인공을 잡을 수 있겠지만, 인위적인 무빙을 통해.. 그 움직임을 기다리게 만들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왜냐하면 그 호기심 끝에 나타는 것이 여주인공의 반전의 미소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탕웨이의 옐로우가 가미된 빛이 다리 부분에 닿는다. 얼굴까지 미치지 못하면서, 이 성관계가 감정없는 행위였음을 나타낸다. 그런데 밖은 푸르스름하다. 양조위의 색이다. 이 색의 대비는 쌩뚱맞게 따라오는 창문 인서트샷에서 더 선명하게 부각된다.
위의 숏은 집에서 이뤄지는 두번째 성관계. 낮이지만 다른 사람이 볼까 커텐을 쳐두고 은밀하게 이뤄지는 성관계이기 때문에 별도의 외부 빛이 닿지 않는 조건이다.
그럴 때는 미술로 색을 낸다. 커텐은 옅은 호박색 및 그린계열 그리고 이불의 퍼플색. 둘의 몸 움직임에 따라 저 색들이 묘하게 얽힌다.
세번째이자 영화 속에서 둘의 마지막 성관계. 이때는 조명이 들어오는데 현식적으로 말인 안되게 퍼플 계열의 조명과 그린 계열의 색이 뒤엉켜있다.
보석가게. 조직원들이 양조위를 암살하기로 한 장소이자, 탕웨이가 변심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보석가게는 2층으로 되어 있는데, 1층 2층 다 노란색 벽지에 텅스텐 계열의 조명으로 가득하다. 이것은, 탕웨이의 색… 탕웨이를 비롯한 조직원들이 양조위를 암살하기 위한 계략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게 주인이 하나씩 꺼내놓는 보석들. 첫번째 꺼내는 보석. 호박색. 두번째것은 옅은 호박색. 세번째것은 거의 투명에 가까운 것. 뜻밖에 튀어나온 보석들을 보고 탕웨이는 얼이 빠져 멍하니 있으니, 가게 주인은 이게 밀당인 줄 알고 그녀에게 특별한 보석을 꺼내 보여준다.
바로 양조위의 색- 퍼블블루 보석이 박혀있는 반지. 그리고 탕웨이는 이 반지를 택한다.
이 반지를 찾으러 간 날, 양조위를 암살하기로 약속했던 바로 그 날이다. 동요하던 탕웨이. 반지를 앞에두고 자기가 택한 이 반지 예쁘냐고 양조위에게 묻는다.
그러자 양조위는 반지에는 관심없다고 한다. 다만, 반지를 낀 탕웨이에게만 관심이 있다면서
위의 캡쳐 사진처럼 보일듯 말듯한 웃음을 보여준다. 영화 색계에서 처음으로 보이는 양조위의 밝은 모습.
이 미소 때문일까… 탕웨이는 양조위에게 도망가라고 속삭인다…
색계의 엔딩
https://youtu.be/y1hMR0yu45o
양조위의 부하 직원들은 이미 탕웨이를 비롯한 공작원들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양조위가 왜 그것을 자신에게 일찌감치 보고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양조위와 공작원들 간 관계를 믿지 못하여서라고 답하는 부하직원… 양조위 또한 그쪽 무리와 연이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신뢰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수를 둘 수는 없는 노릇… 양조위는 사형 결정을 내린다.
부하직원은 양조위가 자기 것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그 퍼플블루 반지를 책상위에 내려놓고 나가는데..
나무 책상 위에서 반지가 참 오랫동안… 흔들흔들 거린다… 이것은, 바로 양조위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양조위. 이전에 커텐을 닫고 하는 조심성을 보이지 아니하고 커튼을 열어젖히고 휙 들어와서는… 빈 방을 찾는다.
바로 탕웨이가 묵었던 그 방의 엔딩씬. 위 동영상의 것과 같다.
참담한 심정의 양조위는 절제된 빛 꾸부정하게 침대위에 앉고, 그의 커다란 뒷모습 그리고 거울에 비친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가 어떤 표정을 띠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다… 그게 제일 두드러지는 것은…
방을 나간 후다… 10시 종이 치고… 머뭇하면서 방을 나가는 양조위… 그의 직접적인 감정을 드러내고자 했다면, 침대를 다시 뒤돌아보며
어제 단국대 지원서류를 다 써두었다. 이제 이번 주말에 있을 영어시험만 차근차근 준비하면 되는데, 유형 및 기출문제에 관련 정보가 없어서 어떻게 대비를 할 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해리포터 책을 심심풀이로 읽으면서 영어 멀미 증상을 조금 완화시켜볼까 하는데 어떤 유형으로 나와줄지.
오늘 성대에 갈 일이 생겨서- 오랜만에 모교를 찾았다. 캠퍼스 부지가 건국대 호수에 빠질수도 있다는 아담함에 번지르르 건물들이 들어서서 내가 지난번에 멋대가리 없는 캠퍼스라고 하긴 했지만, 가을에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은행나무와 단풍나무가 유독히 많아서 길 곳곳에 색깔을 내주고, 특히나 성균관 유적에는 정말 오래된 은행나무가 위용을 뽐내고 있는지라… 제법 운치가 난다.
시간이 어정쩡하게 남아서, 학교 곳곳을 돌아다녀봤는데… 건물을 통채로 새로 짓거나 한 곳은 없고, 조금씩 유지보수를 해뒀는데 – 아무튼 겉 모습은 거의 이전과 흡사하다. 학교식당과 까페가 바뀐 것 외에는 큰 변화는 없는듯. 뭐 오랜만에 학교를 찾긴 했지만- 몇십년만에 찾고 그 정도는 아니고 한 6-7년 만에 찾은 정도니깐.
게시판 등에 붙어있는 대자보들을 유심히 봤는데, 국정교과서 비판 대자보가 꽤나 많았다. 인상깊은 것은 내 재학시절에는 대자보를 내더라도 개인 명의로는 감히 생각을 못해보고, 과학생회/단대학생회/동아리 등의 단위별로 대자보를 내곤 했는데- 국정교과서 관련으로 15학번 새내기까지 개인 명의로 붙어있는 대자보들이 꽤나 많았다. 갈기갈기 휘갈겨쓴 매직글씨부터, 풍자 그림을 그려넣기도 하고. 학생회 등의 단위별로 입장을 통일하기 어려웠던 것일까, 학생회가 다들 무너진 것일까, 그냥 세태가 바뀐 것일까, 국정교과서 이슈에는 개인별로 입장을 내는 게 트렌드 처럼 된 것일까. 이유는 모르겠다. 이전의 학생회 대자보들이 일정의 형식을 갖고 있었기에 조금 천편일률적인 면모가 있긴 했지만… 각 개인이 저렇게 대자보를 하나씩 붙여내버린다면- 게시판이 모자랄텐데… 공공재로서의 게시판 활용에 관한 것도 고민해봐야되지 않나?!
그런데 내가 그런 꼰대심을 발휘한 의문을 제기해선 안되지. 재학시절에 우리 동아리는 새내기 공개모집 시즌에 대자보 물량공세가 주요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이름이 이름인지라, 우린 노오오오오력 없이는 문닫는다… 는 사명감으로, 모집시즌에 대자보 적어도 20장, 작은 홍보물 100장, 띠자보 20장 정도를 집중 다량 살포했다. 별 내용도 없는 노동문제연구회 새내기 공개모집! 뭐 이런 걸로다가…
위와 같은 대자보를 써서 걸은 적도 있었다. 저기 사진은- 당시 후배였던 새내기의 사진을 붙여놓고 저런 만행을 저질렀더니, 문제의 저 새내기가 삐져버렸지만… 그래도 난 꿋꿋이 대자보를 붙였다. 그래서 동아리 3대 고집이라는 화려한 칭호를 얻은 걸까…
암튼, 그렇고… 총학생회 선거도 진행중인지 선거 대자보도 붙어있는 걸 구경하기도 하고-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가 학내 까페에서 책을 좀 읽다가 약속 시간이 되서 학교를 나섰다. 그래도 모교라고 걸음에 거침이 없고, 곳곳의 공간에 기억들이 서려있다… 저번달에 몇번 산책했던 연대는… 지나다니면서도… 뭔가 위축이 되었었는데…
학교 발전 이런 것에는 크게 관심없지만, 이 공간에 학교가 계속 있어주면, 나로서는 추억과 함께하는 산책(꼰대심까지 동반한)을 하기엔 좋을 것 같다…
오늘은 의도적으로 늦게 일어났다. 일찍 일어나봐와 어떤 상황일지가 뻔했다. 설레발을 치면서,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맴맴- 돌다가 공상과 현실을 들락날락했겠지. 그래서 일어난 시각이 2시 정도. 오늘이 명필름 1차 합격자 발표날이기 때문이다. 명필름의 최종합격자가 2명 밖에 안되는 곳이기에, 가장 기대하지 말아야 할 곳이긴 하지만. 그래도 시나리오 전문으로 전형을 치루는 유일한 곳이었기 때문에 의도하던 의도치 않았던 어찌 보면 가장 열심히 준비했던 곳이기도 하다. 명필름 합격을 위해서 열심히 준비했다기 보다는, 시나리오를 완성을 목표로 한 것이긴 하지만.
최종합격을 바라지 않는다는 거짓말이지만, 어쨌든 1차 합격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어디든 1차에서 족족 떨어지기도 했거니와, 1차에서 라도 붙는다는 건 그래도 내가 낸 전문 시나리오가 어느 정도 매력을 지니고 있긴 하구나- 라고 생각해 볼 여지가 생기니깐.
2시에 일어나서 빈 속을 대강 채우고, 컴퓨터 앞에 앉아 시간을 때우는데- 발표를 앞두고 있기에 뭐 하나에 집중도 못하겠고 그래서 영화나 내리 봤다. 명필름 발표의 단점은 홈페이지 같은데 공지로 올려주질 않고 개별연락을 취한다는 것. 공지로 딱 못을 박아주면 좋은데- 그렇지도 않으니 더 답답한 노릇이다. 영화 몇편이 끝났음에도 핸드폰은 울리질 않는다. 저녁을 먹고 나서, 명필름 페이스북 계정에 들어가보니 면접대상자는 이미 개별연락을 완료했다는 짤막한 게시물이 떠 있다. 그랬구나. 합격자들은 전부 개별연락 받았겠구나.
속절없이 다시 한번 멘탈에 스크래치가 나면서- 한예종 홈피라도 한번 들어가본다. 여러가지 공지가 떠 있는데- 이번 주말에 실시할 영어시험에 부적격자를 공지하고 있다. PDF 파일에 수험번호가 쭈욱 있는데 정말 이때는 가슴이 벌렁벌렁. 연출전공은 서류심사를 하고 발표를 하는 게 아니라, 서류심사 플러스 영어시험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사실 서류미비나 대학원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만 적격자가 아니라고 공지를 띄우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 한켠에는 설마 여기까지 떨어지면 끝장이라구! 제발! 이런 외침이 울리고 있었다. 확인해보니 부적격자는 아니었다. 우선 영어시험까지는 칠 수 있는 것. 휴…
그리고 단국대 홈피를 들어가본다. 2016년도 대학원 공지가 떠있다. 한예종 1차 결과를 기다리는 중에 진학원서를 내는 일정이다. 우선 입학 지원 서류 양식만 다운로드 받아뒀다. 아직 쓸 지 안 쓸 지는 모르겠다. 전형료도 10만원이나 내던데…
지금 같은 상황에선… 단국대도 쓸 것 같다. 절망을 유예하기 위해서 뭐 하나라도 기다리게끔 하는 걸, 번갈아서 남겨둬야만 한다.
저녁 수업이 있어서 외출하는 김에, 낮에도 뭔가의 무료 이벤트가 있으면 좋겠다. 하고 CJ에서 하는 신인 스토리텔러 등을 대상으로 하는 특강을 들으러 갔다.
앞 2시간은 한국 역사를 콘텐츠로 연구하시는 분이 와서, 고전 자료에 숨겨놓은 이야기들을 가볍게 소개해주었다. 고전, 한문, 역사 비슷한것에 영 꽝이어서 아는 바가 없었던지라… 아- 정보를 이렇게 찾으면 좋겠구나. 하고 고전에서 소재찾는 방법을 일면 배운 것 같다. 그 중 인상깊었던 것은 “영영일기”의 대목을 소개해주는 부분이었다. 영영일기는 조재호란 분이 지방관리로 재직하면서 관련 내용을 일기를 쓴 것인데, 관리로 재직 도중 곡식을 싣은 배가 침몰하고 말았다. 배가 침몰하자 조재호는 인근의 잠수부를 총동원해서 끝까지 시신을 수습하라고 했으며, 결국 시신을 수습하여선 죽은 이의 이름을 자신의 일기인 “영영일기”에 꼬박꼬박 나이와 함께 적어둔 것. 강연자가 이 내용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때 소개를 해, 사람들의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고 정말 간단하게 소개하고 넘어가는데도 몇몇 사람들의 손이 눈가로 가더라…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람들에게 아직 치유되지 않은 상처로 참 깊게도 남았구나… 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뒤 2시간은 명량의 김한민 감독 특강이었다. 그의 작품은 명량 본 게 다인데, 그 마저 내가 그리 좋게 보질 않아서 별 기대없이 들었고- 듣고 난 소감은 아- 기대 안 하길 잘했구나. 하는 것. 주요 골자는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영화를 기획해야 한다는 것에 관한 짧은 이야기와 나머지는 최종병기 활과 명량의 DVD 코멘터리를 틀어버렸던 것. 난 명량의 코멘터리는 이미 본 거여서… 저건 각자 집에서 봐도 되는 건데, 굳이 여기 와서까지 봐야할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영화를 기획하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면서도, 매우 경계해야 하는 명제인데- 강연자로서 자신이 그 길을 가고있다고 해서 그것만 얘기해버리면 그게 전부인양 여길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대중의욕구에 충분히 부합하는 영화를 만드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고, 그런 필름메이커들의 가치 또한 매우 소중하지만 –
저번주에 조금 민망했다. 신촌에서 오전 컴퓨터 수업이 끝나고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나면, 이제 딱히 뭔가 데드라인 걸린 것도 없고 그래서 171 버스를 타고 영상자료원에를 갔다. 돈 없어서 보지 못했던 극장영화인데다가, 고전명작을 보지 않은 게 너무 많은지라- 레퍼런스를 쌓자는 마음가짐으로. 그리고 영화 시작과 끝에 영상도서관에서 책도 좀 보고 뭐 여러모로 좋은 곳이었다.
그래서 구로사와 기요시라는 생소한 감독의 영화 “거미의 눈” 초반 10분 정도 보다가 잠의 수렁에 빨려들어갔다.
민망해하면서… 다음날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붉은 수염” 도전. 이것은 무려 3시간짜리 영화인지라 중간에 인터미션까지 있었던 영화인데… 나는 영화 시작 전 안내 영상 같은 것 나올때부터 잠들어서… 민망해하며 인터미션에 나왔다.
그 다음날 또 가봐야, 잠만 자겠구나… 이 시에스타를 없애야해… 라며
낮 시간동안 패스트푸드 점에서 있어봤는데… 거기서도 깜박 잠들었다… 패스트 푸드는 그래도 보는 눈이 있는지라, 영상자료원처럼 2시간 팍 때리고 그 정도는 아니었고… 한 10분 정도 잠들었나 싶다…
그리고 주말.. 주말에는 컴퓨터 수업 대신에 촬영미학 수업이 있어서 역시나 오전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또 영상자료원 가봤자,, 잠이나 자겠지… 해서 집에 와버렸다.
도서관을 갈까 하다가… 거기서 잠들까봐 집에서 책좀 본다고 있어봤는데… 한페이지 넘기기 전에 잠들었다… 오오 시에스타여!
내일은 과연, 어떤 대안을 고안하고… 시에스타는 어떻게 나를 점령할 것인가…. 두근두근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