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리즈 보고 나서… 이 정도 봤으면 됐지?! 했는데 홈피 프로그램 정보의 국제경쟁 1에 속한 것 중 “촬영 중 소음금지”가
내가 올해 여름 쯤에 써 둔 단편영화를 기획내용이 너무 흡사한 것 아닌가?! 이건, 아이디어로 먹고 가는 건데!!
그래서… 내 두 눈으로 확인해야겠어 라며 급하게 바로 오늘 국제경쟁 1까지 봐버렸다.
하하- 내가 가장 많은 영호를 본 영호제가 되버리는 군.
2시리즈는 보곤 했지만, 3시리즈는 본 적이 없었는데…
아래와 같이 단평들만 모아본다.
● 루나 다이얼 :: 중국 실험 애니메이션. 아- 실험영화는 이런겁니다- 라고 얘기하듯 계속 딴 생각 나게된다. 이건 비하의 의미도 칭찬의 의미는 아니다. 영상 이미지가 감각적이어서 그 이미지에서 연상되는 다른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런 잡생각들이 겹쳐지는 바람에 총체적으로 이게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게 떠오르지 않는다.
● 촬영 중 소음금지 :: 내가 써 둔 단편과 소재가 너무 흡사해서 보았는데, 출발지점은 비슷한데 끌어가는 방식이 매우 다르다. 말과 소통에 관한 문제로 다루었는데 주인공들이 말을 하지 않고, 만들어내는 얼굴과 몸짓으로 소통하는게 귀엽고 설레게 한다.
● 에어 :: 내러티브 자체는 매우 상투적인데, 영상이 “나 유럽이잖아“‘ 라고 외치듯 예쁘다!! 라고 생각했는데… 멕시코 영화였다… 헐….. 스페인어 쓰길래 스페인인줄 암… 화면과 배우들이 예뻐서 감탄하게 되고, 엔딩 크레딧까지 예뻤다.
● 커튼 단 :: 히치콕의 “이창”을 패러디한 영화인데… 말하려는 것에 비해 너무 오버한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고… 중간중간에 주인공의 반응이 너무 간단하게 정리되어버리니 조금 당황스럽다. 조금 허황되었다고 할까.
● 내부의 적 :: 프랑스 비자를 받기 위해 심사관과 주인공의 대화 위주로 진행되는데, 보면서 심사관 때문에 나도 빡치게 되는 영화. 대화위주로 이끌어나가는데도 몰입이 상당하고, 국가주의와 인종문제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는데도 전혀 허황되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 경계선들 :: 단순한 선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고 못만들지 않은 우화다.
● 메이의 겨울 :: 일본의 빈곤 청소년의 실상을 다룬 영화인데… 야간학교에 다니는 주인공들이 돈이 없어서 학비를 못내고 지하철역이 끊겨서 화장실에 가서 자고 하는 등의 빈곤한 일상이 잔잔하게 그려진다. 화면구성이나 연기가 좋은데… 배우들은 연기자가 아니라 실제 빈곤 고등학생을 섭외해서 진행했다고 한다. 결말부의 착한 아저씨의 등장은 조금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긴 하지만… 한국의 빈곤 청년이랑 이야기가 비슷하기도 하고 영화를 굉장히 매끄럽게 잘 만들어서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GV때도 이 영화에만 질문이 몰리고, 소감도 나오고 그러더라) 공감했다는 것은… 보면서 계속 가슴 시릴수밖에 없다는 얘기지.
● 라스 메니나스 :: 액자 속의 액자. 서로 바꾸어 보기. 뒤집어보기. 등등의 영화에서 자주 들이대는 상상력이기도 한데… 뭐가 주안점인지 잘 모르겠다. 라스 메니나스라는 그림의 의미를 내가 잘 알고 있었더라면 조금 달랐을까
● 장거리 주자 :: 마라톤 주자가 계속 달린다…. 다큐 아닌 극영화인줄 알았다가… 중반부 접어들면서 아 다큐구나… 하고 알아챈 영화. 어떻게 보면, 다큐멘터리를 저런 방식으로 날로 먹을 수 있다니… 역시 인물과 상황에 맞는 기획의 중요성을 느끼며 촬영보다 사전 준비와 소통에 오랜 공을 들인 것 같다. 간결하면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한 군더더기 없는 다큐였다.
● 당신의 안전을 위해 :: 뭔가 한방을 때려야 한다는 한국적인 단편의 형식과 가장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의 선택은 이해하고, 꽤나 잘 만들어졌고… 공감도 많이 했지만. 이제 이런 이야기 방식이 조금 고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 악의는 없습니다. :: 역시 못만들지 않은 우화다
● 오래된 상처 :: 유럽식 유쾌함이란 이런거야. 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경쾌하면서도 묘하게 슬픈 구석이 있는 단편. 마치 아멜리에 같은?!… 이런 영화를 만들 줄 안다는건 정말 어느 정도 실력 이상이어야 가능한 것 같다. 보는 내내 경쾌함에 감탄하면서, 쿨한 결말에- 너 그럴 줄 알았지. 하고 즐겁고 슬프다. 점프컷이 꽤나 많은데도 불구하고, 뮤직비디오 같지만 않고 적당한 리듬감으로 잘 흘러간다..
● 오발탄 :: 내가 본 국제경쟁을 3 시리즈 중에 유일한 한국영화였다만… 만듬새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제법 식상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 제네바 협정 :: 이것은 유럽식 유쾌함에다가 아이들의 똥꼬발랄함까지 갖추었다. 뭐 대단한 내러티브를 갖춘 것은 아니지만… 일상의 소소함속에서 포착을 굉장히 잘한 것 같고. 캐릭터를 굉장히 잘 살렸고… 대사도 정말 잘 쓴 듯.. 프랑스에서 온 배우분들 때문인지 호응이 꽤나 컸다.
● 타임코드 :: 애틋함과 유머러스함과 설레임까지 듬뿍 담아놓았는데, 현대무용이랄까 그냥 춤이라고 해야하나 까지 풍성하게도 담아냈다. 그렇다고 절대 화려하다는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가 만든 절묘한 승리!
해외 단편을 보면서…
느낀 건… 단편은 단편 나름의 미학이 있다는 것. 뭔가 그 안에서 대단한 한방 때리기를 하려는 강박을 벗어나고…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메시지나 풍경을 진성성있게 보여줘도.. 그 자체로 메시지와 느낌은 충분히 전달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반성을 좀 하게되고 ㅎㅎㅎ
더 헌트를 가장 마지막에 보여줬던 고마운 분께서 편집이 가장 아쉽다고 했을 때… 도대체 어떤 부분이 아쉽다는 걸까… 라는 의문에 시달렸었는데…
이 단편 시리즈를 보니깐… 아 어떤 부분을 얘기하는 건줄 알겠다… 라는 어렴풋한 이해를 하게된다.
내가 본 것 중에 최고의 단편 하나를 뽑는다면…. 내부의 적, 메이의 겨울, 제네바 협정, 타임코드 중 고민되긴 하는데…
타임코드를 뽑겠다.
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가치들을 지닌 거긴 한데… 타임코드 같은 단편이 내가 가장 지향하는 단편영화 인 것 같아서…
솔직히 난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메이의 겨울이나 제네바 협정 같은 것은 못만들지 않을까 싶다.
요새 피칭, 피칭 그러는데… 한번도- 어떻게 진행되는지 본 적이 없었기에- 좋은 기회다 생각하고 간 순수 관람기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보다 더 유익하고 느끼는 게 많았던 것 같다. 단순히 발표형식이나 트렌드가 어찌 되는 것일까를 기대하고 간 거였는데
영화 기획자들과 심사위원들과 질의응답하면서 오가는 얘기들을 듣다보니- 단편영화에 있어서 이런 점을 참 주의해야하는 구나 하고 느낀느 바가 많았다.
그리고 – 단순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 이렇게 미리 한번 본 게 참 잘했다, 싶었다.
일전에 – 피칭을 한번도 보지 못한 상태에서 발표준비를 했더라면… 난 그냥 파워포인트 발표자료 준비하듯
목차,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파워포인트에다가 텍스트만 마구 넣어버렸을 것 같은데…
피칭은 그런 발표자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수업발표는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전달을 해야 하기 때문에 텍스로 정리된 내용을 체계적으로 기재해두는게 좋겠지만
영화 피칭은… 사실… 관람자가 영화 내용을 외울 필요도 없고, 중요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 영화가 어디에 주안점이 있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이 영화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게 주안점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부분이- 텍스트 위주보다는 이미지 중심적이고… 스토리를 소개할때도… 단순 줄거리 요약이 아닌… 영화를 상상하게끔- 더불어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분위기와 말걸기가 매우 중요한 것 같다. 발표를 하며 적절한 사운드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고.
느끼는 바가 많아서… 피칭을 들으면서 아래와 같이 즉석에서 메모를 해뒀다.
– 이미지 중심의 피칭이 주요 내러티브를 설명하되 주인공의 상황및 의미적인 부분을 놓치지 말것(너무 뭉뜽거려 분위기만 잡으면 그것들의 가치를 놓칠 수가 있다) – 톤앤매너와 분위기를 나타내주길 – 초반에 질문을 제시하면 고민의 영역을 만들어좋아 – 이 영화는 이겁니다 가 아닌,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면 좋겠다 라는 관람자 입장의 표현이 더 호소력이 있는듯 – 영화를 규정하는 캐치 프래이즈 같은 한 단어 예로 “멋있는 양아치” 같은 것을 뽑아내주면, 영화의 포인트를 캐치하기가 좋음 – 심사위의 질문 아닌 의견에도 발표자가 부연해주어서, 어떻게 맥을 짚고 있는지 나타내주는게 좋고, 심사위의 질문에 무조건 대립각을 새우는것보다는 질문에 우선 공감해주고 다른 결이 있다고 대답해주기 – 스토리를 설명할 때 주인공 위주로 진행하고, 관객에게 주인공 되보기를 제안해보는게, 줄거리의 이해를 위해 좋음 – 스토리의 전환포인트에 있어서는… 극 진행의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해서… 강조점을 둬야 함. 줄거리의 무미건조한 요약 및 진행을 해버리면 영화의 핵심이 되는 전환 포인트를 놓치기 쉽상 – 초반 기획의도는 질문 정도로 제시하고, 상세한 기획의도는 후반에 제시해서… 틀에 박힌 생각하지 않도록 – 나쁜 주인공이라도 일단 주인공은 사랑스러워야한다…
피칭에서 이해영, 김태용 감독님이 매번 피칭 발표자들한테 먼저 질문해주고, 개인적인 감상의견도 상세하게 얘기해주는데
피칭 들으면서… 이거 뭔가 어딘가 불편한데… 이 불편함의 이유가 어디일까? 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정확하게 짚어내줘서… 아 이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두분이 후배들을 대하는 마음으로… 애정섞인 조언도 해줘서… 와… 나도 저런 조언 한번 들어보고 싶다… 하고 부러워하기도…
그리고 내가 시나리오도 안봤기 때문에 판단하기는 좀 이르지만
피칭 자체도 그렇고… 작품 기획안도 괜찮고.. 해서 조심스레 “체험! 이것이 인생” 이란 작품이 피칭 당선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