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DJ

  • 광화문

    살면서 나갔던 집회 중에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인 집회였다.

    그 낌새는 광화문역에서부터 스물스물 몰려왔던 것이

    지하철역에서 내렸는데- 플랫폼에서 통로 있는 곳으로 계단을 못올라가겠는 것.

    사람들 자신들도… 이렇게 사람 많은 것이 신기한다는 듯.

    줄을 서며 계단을 올라가면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집회를 진행하는데-

    발언자나 공연하는 사람이 등장하는 무대는 도무지 어디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어떤 내용이 진행되는지도 몰랐냐? 그건 아니다.

    예상외로 중간중간에 스크린이 잘 설치되어 있어서

    우리 일행은 교보문고 앞 스크린을 보면서 앉아있었다.

    교보문고 앞만 해도 엄청난 일행으로 꽉 차 있어서 앉을 곳 찾기도 어려운 실정인데…

    시청 광장이나- 이순신 동상 앞이 더 사람이 많았는지- 기자들은 다 그쪽에 있었다. ..

    약간의 사운드 딜레이가 있었을 뿐. 스크린과 스피커로… 집회의 진행경과와 호응을 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광화문 바로 앞에 차벽을 세우고 있었다.

    이 말인 즉, 광화문 바로 앞까지 시위대가 있을 수 있었다는 것.

    이것 또한 최초였다…

    지지난주에- 세종대왕상까지 시위대가 진출하는 것 가지고 놀라워했었는데… 광화문 앞에 있을 수 있다니… 오오오.

    여러모로 다양한 최초의 경험들을 했던 노동자대회였다.

    오늘의 일기, 끄읏.

  • 2016 아시아나 단편영화제 국제경쟁 1,2,3 간단감상

    아시아나 단편영화제 초대권 이벤트에 당첨되서 2편의 국제경쟁을 무료로 볼 수 있었다.

    국제경쟁2와 국제경쟁3

    2시리즈 보고 나서… 이 정도 봤으면 됐지?! 했는데 홈피 프로그램 정보의 국제경쟁 1에 속한 것 중 “촬영 중 소음금지”가

    내가 올해 여름 쯤에 써 둔 단편영화를 기획내용이 너무 흡사한 것 아닌가?!  이건, 아이디어로 먹고 가는 건데!!

    그래서… 내 두 눈으로 확인해야겠어 라며 급하게 바로 오늘 국제경쟁 1까지 봐버렸다.

    하하- 내가 가장 많은 영호를 본 영호제가 되버리는 군.

    2시리즈는 보곤 했지만, 3시리즈는 본 적이 없었는데…

    아래와 같이 단평들만 모아본다.

    ● 루나 다이얼
    :: 중국 실험 애니메이션. 아- 실험영화는 이런겁니다- 라고 얘기하듯 계속 딴 생각 나게된다. 이건 비하의 의미도 칭찬의 의미는 아니다. 영상 이미지가 감각적이어서 그 이미지에서 연상되는 다른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런 잡생각들이 겹쳐지는 바람에 총체적으로 이게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게 떠오르지 않는다.

    ● 촬영 중 소음금지
    :: 내가 써 둔 단편과 소재가 너무 흡사해서 보았는데, 출발지점은 비슷한데 끌어가는 방식이 매우 다르다. 말과 소통에 관한 문제로 다루었는데 주인공들이 말을 하지 않고, 만들어내는 얼굴과 몸짓으로 소통하는게 귀엽고 설레게 한다.

    ● 에어
    :: 내러티브 자체는 매우 상투적인데, 영상이 “나 유럽이잖아“‘ 라고 외치듯 예쁘다!! 라고 생각했는데… 멕시코 영화였다…  헐….. 스페인어 쓰길래 스페인인줄 암… 화면과 배우들이 예뻐서 감탄하게 되고, 엔딩 크레딧까지 예뻤다.

    ● 커튼 단
    :: 히치콕의 “이창”을 패러디한 영화인데… 말하려는 것에 비해 너무 오버한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고… 중간중간에 주인공의 반응이 너무 간단하게 정리되어버리니 조금 당황스럽다. 조금 허황되었다고 할까.

    ● 내부의 적
    :: 프랑스 비자를 받기 위해 심사관과 주인공의 대화 위주로 진행되는데, 보면서 심사관 때문에 나도 빡치게 되는 영화. 대화위주로 이끌어나가는데도 몰입이 상당하고, 국가주의와 인종문제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는데도 전혀 허황되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 경계선들
    :: 단순한 선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고 못만들지 않은 우화다.

    ● 메이의 겨울
    :: 일본의 빈곤 청소년의 실상을 다룬 영화인데… 야간학교에 다니는 주인공들이 돈이 없어서 학비를 못내고 지하철역이 끊겨서 화장실에 가서 자고 하는 등의 빈곤한 일상이 잔잔하게 그려진다. 화면구성이나 연기가 좋은데… 배우들은 연기자가 아니라 실제 빈곤 고등학생을 섭외해서 진행했다고 한다. 결말부의 착한 아저씨의 등장은 조금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긴 하지만… 한국의 빈곤 청년이랑 이야기가 비슷하기도 하고 영화를 굉장히 매끄럽게 잘 만들어서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GV때도 이 영화에만 질문이 몰리고, 소감도 나오고 그러더라) 공감했다는 것은… 보면서 계속 가슴 시릴수밖에 없다는 얘기지.

    ● 라스 메니나스
    :: 액자 속의 액자. 서로 바꾸어 보기. 뒤집어보기. 등등의 영화에서 자주 들이대는 상상력이기도 한데… 뭐가 주안점인지 잘 모르겠다. 라스 메니나스라는 그림의 의미를 내가 잘 알고 있었더라면 조금 달랐을까

    ● 장거리 주자
    :: 마라톤 주자가 계속 달린다…. 다큐 아닌 극영화인줄 알았다가… 중반부 접어들면서 아 다큐구나… 하고 알아챈 영화. 어떻게 보면, 다큐멘터리를 저런 방식으로 날로 먹을 수 있다니… 역시 인물과 상황에 맞는 기획의 중요성을 느끼며 촬영보다 사전 준비와 소통에 오랜 공을 들인 것 같다. 간결하면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한 군더더기 없는 다큐였다.

    ● 당신의 안전을 위해
    :: 뭔가 한방을 때려야 한다는 한국적인 단편의 형식과 가장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의 선택은 이해하고, 꽤나 잘 만들어졌고… 공감도 많이 했지만. 이제 이런 이야기 방식이 조금 고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 악의는 없습니다.
    :: 역시 못만들지 않은 우화다

    ● 오래된 상처
    :: 유럽식 유쾌함이란 이런거야. 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경쾌하면서도 묘하게 슬픈 구석이 있는 단편. 마치 아멜리에 같은?!… 이런 영화를 만들 줄 안다는건 정말 어느 정도 실력 이상이어야 가능한 것 같다. 보는 내내 경쾌함에 감탄하면서, 쿨한 결말에- 너 그럴 줄 알았지. 하고 즐겁고 슬프다. 점프컷이 꽤나 많은데도 불구하고, 뮤직비디오 같지만 않고 적당한 리듬감으로 잘 흘러간다..

    ● 오발탄
    :: 내가 본 국제경쟁을 3 시리즈 중에 유일한 한국영화였다만… 만듬새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제법 식상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 제네바 협정
    :: 이것은 유럽식 유쾌함에다가 아이들의 똥꼬발랄함까지 갖추었다. 뭐 대단한 내러티브를 갖춘 것은 아니지만… 일상의 소소함속에서 포착을 굉장히 잘한 것 같고. 캐릭터를 굉장히 잘 살렸고… 대사도 정말 잘 쓴 듯.. 프랑스에서 온 배우분들 때문인지 호응이 꽤나 컸다.

    ● 타임코드
    :: 애틋함과 유머러스함과 설레임까지 듬뿍 담아놓았는데, 현대무용이랄까 그냥 춤이라고 해야하나 까지 풍성하게도 담아냈다. 그렇다고 절대 화려하다는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가 만든 절묘한 승리!

    해외 단편을 보면서…

    느낀 건… 단편은 단편 나름의 미학이 있다는 것. 뭔가 그 안에서 대단한 한방 때리기를 하려는 강박을 벗어나고…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메시지나 풍경을 진성성있게 보여줘도.. 그 자체로 메시지와 느낌은 충분히 전달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반성을 좀 하게되고 ㅎㅎㅎ

    더 헌트를 가장 마지막에 보여줬던 고마운 분께서 편집이 가장 아쉽다고 했을 때…  도대체 어떤 부분이 아쉽다는 걸까… 라는 의문에 시달렸었는데…

    이 단편 시리즈를 보니깐… 아 어떤 부분을 얘기하는 건줄 알겠다… 라는 어렴풋한 이해를 하게된다.

    내가 본 것 중에 최고의 단편 하나를 뽑는다면…. 내부의 적,  메이의 겨울,  제네바 협정,  타임코드 중 고민되긴 하는데…

    타임코드를 뽑겠다.

    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가치들을 지닌 거긴 한데… 타임코드 같은 단편이 내가 가장 지향하는 단편영화 인 것 같아서…

    솔직히 난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메이의 겨울이나 제네바 협정 같은 것은 못만들지 않을까 싶다.

    못 보신 분들 때문에…  후려처서…  한국영화 중 비슷한 걸 찾아본다면

    메이의 겨울은 한공주 같은 영화고

    제네바 협정은 사돈의 팔촌 같은 영화다…

    암튼 내가 선정한 최고의 단편 타임코드의 트래일러를 대표이미지로 올려보며 마무리!

  • 2016 아시프 펀드 프로젝트 피칭 구경

    2016 아시아나 영화제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아시프 펀트 프로젝트 피칭을 구경하러 갔다.

    나는, 여기 지원하거나- 아는 사람이 지원한 게 아닌 순수하게 구경만 하러 간 것.

    요새 피칭, 피칭 그러는데… 한번도- 어떻게 진행되는지 본 적이 없었기에- 좋은 기회다 생각하고 간 순수 관람기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보다 더 유익하고 느끼는 게 많았던 것 같다. 단순히 발표형식이나 트렌드가 어찌 되는 것일까를 기대하고 간 거였는데

    영화 기획자들과 심사위원들과 질의응답하면서 오가는 얘기들을 듣다보니- 단편영화에 있어서 이런 점을 참 주의해야하는 구나 하고 느낀느 바가 많았다.

    그리고 – 단순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 이렇게 미리 한번 본 게 참 잘했다, 싶었다.

    일전에 – 피칭을 한번도 보지 못한 상태에서 발표준비를 했더라면… 난 그냥 파워포인트 발표자료 준비하듯

    목차,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파워포인트에다가 텍스트만 마구 넣어버렸을 것 같은데…

    피칭은 그런 발표자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수업발표는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전달을 해야 하기 때문에 텍스로 정리된 내용을 체계적으로 기재해두는게 좋겠지만

    영화 피칭은… 사실… 관람자가 영화 내용을 외울 필요도 없고, 중요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 영화가 어디에 주안점이 있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이 영화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게 주안점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부분이- 텍스트 위주보다는 이미지 중심적이고… 스토리를 소개할때도… 단순 줄거리 요약이 아닌… 영화를 상상하게끔- 더불어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분위기와 말걸기가 매우 중요한 것 같다.  발표를 하며 적절한 사운드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고.

    느끼는 바가 많아서… 피칭을 들으면서 아래와 같이 즉석에서 메모를 해뒀다.

    – 이미지 중심의 피칭이 주요 내러티브를 설명하되 주인공의 상황및 의미적인 부분을 놓치지 말것(너무 뭉뜽거려 분위기만 잡으면 그것들의 가치를 놓칠 수가 있다) – 톤앤매너와 분위기를 나타내주길   – 초반에 질문을 제시하면 고민의 영역을 만들어좋아   – 이 영화는 이겁니다 가 아닌,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면 좋겠다 라는 관람자 입장의 표현이 더 호소력이 있는듯   – 영화를 규정하는 캐치 프래이즈 같은 한 단어 예로 “멋있는 양아치” 같은 것을 뽑아내주면, 영화의 포인트를 캐치하기가 좋음   – 심사위의 질문 아닌 의견에도 발표자가 부연해주어서, 어떻게 맥을 짚고 있는지 나타내주는게 좋고, 심사위의 질문에 무조건 대립각을 새우는것보다는 질문에 우선 공감해주고 다른 결이 있다고 대답해주기   – 스토리를 설명할 때  주인공 위주로 진행하고, 관객에게  주인공 되보기를 제안해보는게, 줄거리의 이해를 위해 좋음   – 스토리의 전환포인트에 있어서는… 극 진행의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해서… 강조점을 둬야 함. 줄거리의 무미건조한 요약 및 진행을 해버리면 영화의 핵심이 되는 전환 포인트를 놓치기 쉽상   – 초반 기획의도는 질문 정도로 제시하고, 상세한 기획의도는 후반에 제시해서… 틀에 박힌 생각하지 않도록   – 나쁜 주인공이라도 일단 주인공은 사랑스러워야한다…  

    피칭에서 이해영, 김태용 감독님이 매번 피칭 발표자들한테 먼저 질문해주고, 개인적인 감상의견도 상세하게 얘기해주는데

    피칭 들으면서… 이거 뭔가 어딘가 불편한데… 이 불편함의 이유가 어디일까? 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정확하게 짚어내줘서… 아 이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두분이 후배들을 대하는 마음으로… 애정섞인 조언도 해줘서… 와… 나도 저런 조언 한번 들어보고 싶다… 하고 부러워하기도…

    그리고 내가 시나리오도 안봤기 때문에 판단하기는 좀 이르지만

    피칭 자체도 그렇고… 작품 기획안도 괜찮고.. 해서 조심스레 “체험! 이것이 인생” 이란 작품이 피칭 당선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 오늘 모 대학 입시설명회를 다녀왔는데-

    그 대학원에 가고자 하는 의지가 더 떨어졌다…

    등록금 비싼데다가, 장편연계과정은 없고, 다니면서 단편은 계속 찍어야하는데…

    문제는 돈 ㅠㅠㅠ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 상태로… 그 대학원을 졸업할 여건이 안되는데다가…

    졸업을 한다해도… 뭐 보장된 게 없으니깐- 어디서 빌려서 쓸 수도 없고…

    장범준 아저씨가 아아아~ 으허허~~  해줬으면 좋겠다

  • 세 인상

    해뜰 쯤에 자서, 해질 쯤에 일어나는 최악의 패턴을 고치고자

    하루 밤을 새고 어느 정도 ‘정상화’ 시켜두는 시도가 두번 정도 반복되었지만

    또 다시 늦어지고 있다. 지금 새벽 5시네.

    일어난 것은 2시경 정도였는데…

    2시부터 7시까지 뭐했니? 라고 물으면… 우물쭈물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밖으로 뛰쳐나가야 뭐라도 한다며, 나갔는데… 추움.

    청년허브를 가면 공짜인데- 너무 늦은 시각에 나가기도 했고

    좀 덜 추운 동선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에.

    연신내 할리스에 가서 민트초코를 먹는 사치를 부려봤다.

    옛날에 써뒀지만,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는 시나리오 하나를 가지고 조금 쓰다가 카톡 짤방 따위를 보다가 여유만만 부려보니 할리스에서 새벽 2시를 맞이해버리네.

    하지만 전혀 새벽2시 답지 않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노트북을 켜놓고 뭔가를 작업중이다.

    인상적인 사람 중 한명은 내 맞은 테이블에 자리잡으신 분이었는데… 오자마자 엎드려서 주무시더니(조는게 아님) 적어도 세시간 가량 자세 바꾸어서 주무시던 혼자 오신 분.

    술 취한 것 같지도 않던데- 왜 꿀잠을 할리스에서…

    다른 인상적인 사람 한명은 저만치 멀리 있었는데, 30대 중후분의 부부 같아 보였는데 노트북을 나란히 하고선, 둘이선 뭔가 계속 협업하신 분들.

    부부가 같이 협업하니… 참… 부럽구나. 란 생각 했음

    다른 인상적인 사람들 중 하나는. 내 옆테이블에서 어딘가 가게를 내겠다고 상담 같은 거를 하시는 분들이었는데.

    남자분이 제천에 가게가 있다. 은평구 어디에도 있다. 내가 차려놓고 넘긴게 몇개 있다. 돈 벌려면 제주로 가야된다. 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시는 분.

    남자분이 내 또래정도 됐던데… 나는 엄두도 못하는 건물주들의 세계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양을 보니깐… 저분은 어떻게 해서 저렇게 할 수 있게 된 걸까.. 라고 신기하게 엿들었다지.

    이렇게 산만하게 작업하다 돌아와서는 컵라면 하나 먹고

    더 헌트의 마무리 정산작업을 완료했다.

    우즈벡에서 열나게 하던 정산을 오랜만에 하니깐 재미지는군.

    난 고딩떄 사회보다 과학을 좋아하기도 했는데 – 어떨 때 보면 참 이과취향이야.

    오늘의 일기 끄읏

  • 실로 오랜만에 집회

    박근혜 정권의 본질이 드러나면서

    거리에 사람들이 쏟아졌다.

    응, 그렇구나… 하면서 유투브로 볼 뿐이었는데- 친구가 가자고 해서 갔다 왔다.

    여름이었는데, 어느새 계절은 겨울이었고…

    옛날 생각나게 박근혜 하야, 박근혜 퇴진…  이라는 구호들이 보였다.

    나 대학때는 노무현 퇴진과 이명박 퇴진 MB OUT 을 부르짖은 적이 있었더랬지.

    MB OUT은 하도 유명해서리 뭔지 다 알 것인데… 노무현 퇴진?! 으잉?! 하는 반응들이 있을 수도 있겠는데..

    당시- 노무현 퇴진을 대학생들이 부르짖었던 것은 이라크 파병 이슈때였을 것이다.

    10년도 더 된 그 시절에도 학생운동은 다 쓰러질 만큼, 쓰러진 상태였는데…

    그래도~ 남은 사람들이, 그래도~ 대학생들이 가장 급진적인 구호를 부르짖어야 한다는 어떤, 책임감 혹은 편승하는 뭐 그런 분위기가 있었던 것도 같다.

    왜냐하면 – 대학생들은… 노동과 삶의 현장과 거리를 둔 나름의 자유시민(?)으로 가장 앞서서 이슈를 내놓을 수 있으니깐?! (으잉?!)

    실제로 노무현이 바로 대통령직에서 내려와야한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고…

    이런 짓을 하면서도 당신이 정말 대통령으로서의 정말 자격이 있는가 정도를 물었던 것이고

    노무현 퇴진이 바로 눈 앞의 핵심목표처럼 작동하는 그런 성격은 아니었던 것 같다.

    마치 목숨걸고 싸우자!!! 라고 하지만 진짜 목숨을 걸지는 않는 것처럼.

    그리고 오늘 박근혜 하야! 박근혜 퇴진! 구호를 많이 봤는데

    구호를 외치는데 있어서 하야와 퇴진의 정치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라고 잠깐 고민했었고…

    현실적으로 그… 하야가 되는 것에 대해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라고 고민을 좀 했는데…

    현실적으로가…  내가 정치권을 잘 몰라서… 뭐라 할 순 없지만…

    나는 도대체가 궁금하다…. 대통령과 그의 주변부의 이권 다툼이 얼마나 비상식적으로 이뤄줬는지, 얼마나 시스템이 붕괴되었는지

    그 풍경화가 가장 궁금한데…. 그게 그 하야를 거치면서 더 자세히 파헤칠 수 있으면 그래야만 할 것 같고

    하야와 함께, 마치 연예인들이 자숙하겠습니다. 하고 입 닫고 들어가듯이… 싹 들어가버린다면 유지하면서 졸라 파헤치는 쪽으로 되었으면 좋겠다는 입장.

    어쨌든 오늘도 이미 겨울이 된 종로 거리에서

    다양한 풍경과 목소리를 들어봐서 좋았고 –

    뜻밖에도 세종대왕상까지 전진하다니…. 하며- 감개무량했다~

  • 의외의 시작들

    요새 좀 한량시즌인데 갑자기 제안이 하나 들어와서 생각치도 못했던 꽤 의외의 작업을 하고 있다.

    근데… 되려나… 너무 성급하게 들어 온 제안이라서 실현이 안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는데..

    그건, 내일쯤 어케 될런지 알게 될 것 같다.

    아, 그리고 내일이 아니라.. 몇시간후… 부터…

    난 캘리그라피를 배워보기로 했다.

    원래 그림은 똥이지만… 대학시절 대자보와 플랜카드 좀 썼지 않았는가?

    물론 글씨체 조절의 실패로… 잘 먹힐때가 가끔 있고… 웬만큼 대자보를 똥으로 만들어두긴 했으나.

    어쨌든… 결과물과는 별개로… 글씨 예쁘게 쓰는 걸 좋아하고… (내가 예쁘게 쓴다는 얘긴 아니고)

    캘리그라피 글씨 보는것도 좋아하고

    또, 우리집에서 약 5분거리에 있는데서 엄청 저렴한 가격이 수업을 한다니깐.

    왠지 아줌마들만 가득할것 같지만 –

    함께 해주겠다는 구세주까지 등장했으니깐.

    시작 안해볼 이유가 없지 ㅎ

  • 패턴 맞추기는 영화로

    너무 낮밤이 바뀐 생활을 하고 있어서

    또 하루를 희생하자, 하면서 밤을 새서 패턴을 맞추기로 했다.

    잠을 참는 동안…

    체력은 저하되어 있고, 뭔가 집중력이 필요한 일을 할 수가 없어서..

    집중력 많이 안 필요한 영화 위주로 내리 봤다.

    지금은 후아유 란 영화를 보고 있으니…  후아유까지 같이 세면

    최악의 하루
    해에게서 소년에게
    수어사이드 스쿼드
    사돈의 팔촌
    10분
    후야유

    정말 쉼 없이… 영화를 봤다…

    최악의 하루는 김종관 감독에 포스터도 이쁘고, 한예리에 이와세 료까지 나온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내 기대보단 별로…

    해에게서 소년에게와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평균 이하 별로..

    하지만 별 기대 없이 봤던

    사돈의 팔촌과 10분 이 대박이었다.

    어떤 영화는 왜… 연기자들이 다 연기를 잘하지?? 이건 만드는 이들이 안목 차이인지…

    게다가… 디테일한 연기 연출에 입이 쩍 벌어질 뿐…

    근데 주는 느낌은 정반대다.

    사돈의 팔촌은…  처음부터 끝까지 설레임에 몽실몽실해버려서 보면서 너무 기분 좋은 영화

    10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하고, 어쩌면 너무 아득해져버리는 영화.

    요 근래 단편 촬영하고, 편집하느라 영화를 통 못봤는데..

    막, 몰아서… 보다보니…

    세상은 넓고 좋은 영화는 참 많구나!!

    라는 생각에, 또 다시 겸손해질 수밖에 –

  • 캘리그라피를 의뢰

    오늘은 영문번역 감수를 하는 분과 홍대쪽에서 미팅이 있었다.

    점심먹자마자 나와가지고- 연신내에서 점심 먹고 남대문에 수리된 카메라를 찾고…

    이때부턴 다급하게 움직여줘야한다!

    왜냐하면, 홍대로 가는 교통편을 빨리 이용해야 환승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시청역으로 가기 위해… 빠른 걸음을 움직여주는데…

    대로 한편에- 노점을 깔고 앉으신 어르신이 눈에 띄었다.

    마음에 드는 글씨 써드려요… 라고 현수막을 대강 걸어두고… 희안하고 형형색색의 글을 도장 같은 기구를 이용해서 글씨를 만드시던 분.

    어?!

    아… 저거네…

    단편 더 헌트의 타이틀 폰트가 영 구리구리해서 맘에 안들던 찰라…

    게다가 홍대에 가는데… 미팅시각까진 약 3시간의 텀이 있는 이 찰라…

    홍대에도 어딘가 노점을 깔고- 캘리 써 드려요~ 하는 천막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연듯 지나친 것이었다.

    마치 인사동에서 캘리 도장을 즉석에서 파주듯이 말이다.

    그래서 홍대에 도착하자마자 젊음의 거리 따위를 지나쳐보는데…

    노점이 대학로보다도 없다… 하하하

    혹시나… 해서… 지도 어플을 켜고, 그냥 캘리그라피 라고 검색해보는데..

    어랏?! 캘리 화방… 뭐 이런식의 상호명으로 몇 군데가 뜬다…

    그래서… 발 가는대로… 한번 찾아가보았다.

    2층엔 까페가 있고, 1층 같기도 하고 반지하같기도 한 작은 캘리그라피 화방 앞에 두 여인께서 구름과자를 드시며 이야기를 나누시길래..

    내가 어리벙벙하게 다가가.. 어… 여기가… 캘리….?! 하니깐… 지금 안 계시는데… 라고 하며 목적을 묻는다.

    캘리그라피가 필요해서 찾아왔다고 하니… 지금 수업가시긴 했는데…. 음…. 하며 전화를 하시더니만… 곧 오실꺼라며 나를 안쪽으로 안내해주신다.

    아아- 감사하셔라.

    결국, 작업을 하다 오신 듯.

    미술용 앞치마를 매고 오신 캘리 디자이너(?)님…

    이렇게- 연락없이 찾아온 건 거의 처음이라며 어떻게 알고 찾아왔느냐고 물으신다… ㅎㅎ

    이러쿵, 저러쿵해서… 독립영화의 영세함을 어필하며 굽신굽신하며… 캘리 의뢰를 드렸다…

    말씀 드리면서도… 아… 왜 나는 항상… 작업을 도와주시는 분들께… 작업의 영세함을 어필하면서… 도움을 요청해야만 하는가… 하는 작은 자괴감을…. ㅠ

    (이따가 만나는 번역 감수하시는 분께도 똑같은 얘기를 드렸었는데….ㅠ )

    언제… 영세한 이 여건을 탈출할 수 있을런지…흑흑…

    어쨌든… 감사하게도 이렇게 불연듯 찾아온 가난한 독립영화인의 요청에 잘 맞춰주셨고…

    캘리를 내일까지 받기로 했다.

    원래 캘리그라피까지는 계획에 없었는데…

    뭐, 현재 타이틀 폰트가 구리구리하기도 하고… 이번 작품은 이것 저것 다 해보면서 배운다 생각하지 뭐..

    어쨌든… 이번에 새로 해보는 게 많아서(번역도 해, 번역 감수작업도 해,  타이틀 캘리 작업도 해, 색보정도 외부 맡겨… )

    이것저것 경함상 배우는 건 꽤 많을 것 같다…

    어쨌든… 오늘은 이렇게 갑자기 든 생각을 실행에 옮겨봤는데… 생각보다 우연처럼 일들이 잘 풀려서- 꽤나- 괜찮은 날이었다는 것.

    오늘의 일기 끄읏.

  • 따릉이와 함께

    며칠 연속 폐인처럼 집에 박혀 있지만, 이유는 있다.

    하고 있는 단편의 디데이를 맞추기 위해서… 열혈 편집중인거지.

    우선 완료는 됐는데, 여기서 한번 손 놓으면 다시 수정할 수 없기 때문에… 계속 프리미어를 켜두고 효율 떨어지는 편집을 계속하고 있다.

    그 덕에… 밤낮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는데… 보통 아침 8시 쯤 자서, 오후 3시쯤 일어나는데… 오늘은 왠지 모르게 몸이 피곤하다… 싶더니만

    똑같이 8시쯤 자놓고선 일어나는 건 저녁 6시…. 중간에 자다 깨다 반복하긴 했지만… 누워있는 건 마찬기자였고..

    일어나서 보이는 바깥 풍경이 어두워지기 시작해버리니… 뭔가 허망하고… 허리는 아프고…. 찌뿌등했다.

    또 프리미어를 켜놓고 효율 떨어지는 편집을 하다가 보니 어느새 새벽2시가 넘었고..

    또 구파발 쪽의 실개천이나 걸을 요령으로 밖으로 나섰다.

    근데… 가다보니 메뚜기 다리 근처에 한창 따릉이 자전거 거치대를 설치한다고 뭔가 해놓더니만..

    오늘 보니깐, 설치가 완료되어 자전거가 도열해있는 것.

    설치된지 얼마 안됐는지, 자전거 안장에는 비닐도 다 씌워져 있더라.

    미리 깔아 둔 따릉이 어플로 자전거를 빌려서…

    평소에 멀어서 못 가던… 구파발 더 깊숙히 질주해보았다..

    차도 없고, 인적도 없는 새벽길에 새벽공기를 지르는 자전거는 역시 재미가 있다.

    찌뿌둥한 두통도 왠지 가시는 것 같고…  기분도 나아지는 것 같고…

    한번도 못가봤던 은평한옥마을이란데도 자전거로 빙~ 돌아다니고…

    제법 괜찮은 자전거 산책이었다.

    지금은 다시 집.

    다시 프리미어를 켜자.

    효율은 떨어지더라도, 지금 해야지, 언제 또 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