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DJ

  • [2007.2.13.] 싸이월드 일기

    오늘로 하여금 내가 삼양검문소에 온 지 딱 일년이 되었다.

    벌써 일년입니까?

    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누구도 그렇지 않으려고… 쯔쯔

    비평가 이명원씨의 군대 이야기가 떠오르네(별로 상관은 없지만)
    비평가 이명원씨는 군대에 가서 고참으로 나타난 고등학교 후배에게 군홧발로 짓밟히면서 속으로 이런 되내임을 했다고 한다.
    ‘이건 너무 상투적이야. 아아, 이건 너무 상투적이야.’
    말이 군홧발에 짓밟히다지 정말 아팠을 텐데…사람 참,

    각설하고…

    한동안 암울한 이야기만 일기장에 써왔으니 이번에는 좀 좋은 이야기만 골라서 써봐야겠다.
    그 일년동안 그래도 고마운 사람들 참 많았다.

    딸기를 한 소쿠리씩 갔다주시고, 또 매일같이 도둑질하는 경찰놈들(소장이 시킨적도 꽤 있으니)을 모르는 척 하시는 딸기밭 아저씨.(이제 곧 또 시작이겠군)
    무엇이든 해 먹으라고 갔다주시는 앞집 아저씨(아저씬 부자니깐 ㅋ)
    길을 돌아가면서 까지 붕어빵과 호떡을 매일같이 갔다 주시는 붕어빵 아저씨(제일 고마워요!)
    제사음식이라고 이것저것 갖다 주시는 분들(제주도는 제사지낼 때 빵을 올린다)
    팔다남은 컵라면과 김밥을 종종 갔다 주시는 어디선가 매점을 하시는 분들(거의 유통기한이 달랑달랑 한 것들이지만)
    군대 간 아늘녀석 생각난다고 뭐든 갔다주시던 어떤 어머님.
    인사만 하면 어디든 공짜로 태워다 주시는 버스기사 분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시는 바로 옆집의 재선충병아저씨.
    삼양파출소의 항상 친절하고 착한 송종옥 경사,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주는 송창훈 순경, 같이 노닥거려주는 이철우 순경

    special thanks to… 입니다….^-^


    같이 지낼때는 끔찍했지만 지나보니
    애니메이션에나 나오던 악당 성격의 현존을 증명하던 이병윤 경위(정말 존재 자체가 놀라웠다)
    나이를 거꾸로 먹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소유아적 유치함을 자랑하던 홍선욱 경위.
    나태, 이기심, 무지의 삼박자로 경찰의 무능력을 그대로 대표하던 백기겸 경위.
    몸에 밴 뺀질뺀질함과 불륜을 취미로 여겼던 이상만 경사.

    조차도 이젠 흑백사진 컷들처럼 보이네…
    어느새 추억이 되어버린 건가?

    지금 함께 지내는 악마적인 현존들도
    언젠가 추억으로 보일런지 모르겠다
    감정이라는 것은 따지고 보면
    한 줌 덩어리로도 존재할 수 없는 것.
    그저 관계일 뿐이라서… 어떤 식으로 싸움을 진행하든
    승자는 없을 것만 같다.
    구조적 한계? 공간적 한계? 때문인지, 아닌지

    어쨌든 대응이라는 것을 할라치면 상대자와 눈높이를 맞추어야 하는 것.
    나를 속물로 만들어서는 안돼지-
    난 소중하니깐 ㅋ

    나는 하던대로 그냥 쭉 지내야겠다…

    앞으로 여기서의 하루들은 Replay 되는 계절이라서 조금 더 식상하겠지만…

    흐르는 시간은 나의 힘.

    여기서 점프하듯 뛰쳐나갈 그 때를 생각한다면
    더, 더 바쁘게 지낼 일이다.

  • [2007.1.18.] 싸이월드 일기

    책 읽으러 가야지..

  • [2006.12.12.] 싸이월드 일기

    2006. 12. 07

    2년동안 논술을 가르쳐주시며 신자유주의와 미국의 횡포를 알려주셨던 선생님.
    5월이 되면 너무 쉽게 진압되었던 5월 17일의 전주를 이야기 하시곤 교단에서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시던 선생님.
    5번 투옥되고 후에 국가유공자와 배상금이라는 시혜를 단호히 거부하신 그 분.

    이제 수능을 끝낸 나와 올튼, 윤호,학수에게 정치경제학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려주신 선생님.

    그 선생님이란 매개가 없었다면 나와 올튼은 어느 때에 마주치지도 못했을 수 있고, 내가 노문연에 들어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평소에 그 극악함에 치가 떨려 잘 쳐다보지도 않던 조선일보를 그 날은 그저 무심코 들어보았던 것은 무슨 예감이었을까? 진정, 조선일보를 보느니 차라리 제민일보나 한라일보를 보자는 생각으로 조선일보를 두달가까이 쳐다보지도 않았던 것을 그날은 그저 ‘무심코’ 들어보았다.

    역시나 1면 헤드라인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저들의 선정적인 문구들
    빨치산이니 주체사상이니 친북세력이니 뭐니 하는 것들. 전교조가 옆에 나란히 써있는 것을 보아 그들의 상습적인 취미인 전교조 죽이기를 하고 있구나 싶었다. 뭐 무슨말이나 하는지 좀 보자라고 훑어보는데 선생님이 있었다….조선일보 1면과 3면에 이어 아주 대서특필되고 있었다.

    임실 K교사라고 나왔지만 나는 단번에 그게 선생님인줄 알 수 있었다.
    조선일보에 의하면 순진한 중학생들에게 반미감정을 부추기고, 반전뱃지를 의무적으로 달게하고, 빨치산과 접촉케 했으며, 6.15 공동선언문을 암송시켰던 전교조 소속 친북반미교사가 존재한다는게 놀랍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선생님이 학생들과 운영하던 반전 카페 주소까지 공개되어 있었다.

    바로 인터넷으로 찾아봤는데 그 카페는 애국자라고 자칭하는 우익세력들의 테러를 받고 있었고
    한겨레에 인터뷰하면서 찍은 선생님의 사진은 꽤 지쳐보였다. 하루 500통 가량의 항의전화를 받고 계신다고 한다…

    언론은 저렇게도 무섭다…
    파견논술과 중학교 교사직을 겸하고 있었을 때부터 학교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힘든 상황을 여러번 말씀하시다가 근래 들어서 학생들과 다방면의 활동을 펼치시고 있는 듯 했는데… 그 모든 것을 조선일보가 물거품으로 만들려고 한다.

    제 입맛에만 맞추어서는 그렇게 이야기를 해놓고 조선일보는 미래를 향해 걸음떼려는 사람들을 저렇게도 옥죄는 구나. 왜 그딴 신문이 국내에서 제일 많이 보는 신문인지 나는 도대체 이해하기 힘들다. 어느날은 입장이라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말아보고 그저 아무 생각없이 한번 뜯어보자 하고 보았는데도 조선일보는 극악한 신문이었다. 소수 재벌의 이익을 대변하는 신문, 극우세력의 대변자들. 왜 소수를 위한 신문을 다수가 보는 것일까….왜 그렇게도 폭력을 휘둘러대는 신문을 아무렇지 않게 보는 것일까….

    차라리 서글프다.

    선생님의 신상에 제발 별다른 일이 없어야 할 것인데..

  • [2006.12.5.] 싸이월드 일기

    당신이

    눈입니까?

    소복소복

    당신, 그대, 그대들이

    저어기서 걸어왔으면

  • [2006.11.28.] 싸이월드 일기

    2006. 11. 16

    힘들어지면 더 힘들어지면 이야기하자.

    지금은 참을만 하니깐.

    그러다가

    그러다가

    언제부터선지

    이야기 해봐야 뭐하겠어.

    더 나아지는 것도 없이

    걱정이나 끼치는 것

    염려나 끼치는 것

    나쁜 것은 확산시키지 말고

    내 안에서

    내가 해결해야 할 것이지

    라고

    속에서 속에서 그것이 천천히 녹는다

    아주 천천히

    그 동안 괴로워도 그래도 그것이 녹긴 녹으니깐

    이런게 인생이겠지

    나는 아직 어리구나 하고

    타이르면서

    산다

    -이것은 밖에 있을 때 이야기이다.

    여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편해지는 공간이지. 그런데 마음껏 점점 당돌해지고, 마음껏 점점 빠져있다가 갑자기 날벼락을 맞으면 게이지는 그야말로 FULL로 걷잡을 수 없을 듯이 치솟고 만다. 설마 다른 누구도 아닌 초소장 직원이 그렇게 나올줄은 몰랐다. 세상에나. 초소장에게서 받는 것이 더 분노가 치미는 것은 그들은 군대의 공간에만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군대라는 공간의 이유를 벗어난다. 그들이 바로 곧 사회의 일부인데, 그들이 그렇게 한다는 것은 이 사회가 그렇다는 것. 그래서 더 분노스럽고 더 절망적이다. 자신의 권위를 조금이라도 양보하고 싶지 않은 마음, 당연히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 당연히 자신의 기분따라 행동할 수 있다는 마음, 하급자에게서 결코 싫은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권리. 이것 세상 그 어느 일반적인 조직체의 상관에게나 마찬가지일것만 같다. 범죄 이외의 것으로 복수할 수 없는 아랫사람의 윗사람에 대한 관계. 그런 조직체. 그 어떤 곳에서도 있지 않은가. 참 징그러운 세상이야.

    물론 그가 경찰이기에, 군대공간에 살짝 발을 적시고 있기에 그것이 좀 더 강화되어 나타난 것은 맞을것이다. 그의 어떠한 불합리한 결정과 판단에 있어서도 반발할수 저항할수 없다는 것. 그런데 그런 것은 세상 어느 공간이든지 있어서는 안될 구조인것 같다. 그것은 더 이상 인간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닌, 조직의 최대 목적을 위해서 봉사하는 도구일 뿐이다.

    불편한 점 있으면 말을해라. 건의해라. 어쨌든 말을 해라. 하지만 자유로운 대화는 결코 불가능하다. 당신들의 속생각은 이미 다 눈에 읽힌다. 그래도 군인이니깐 시키는 대로 다 해라. 라는 그들의 제일 수세적이면서 공세적인 최후의 논리. 그러면 도대체 어떤 말도 나오지 않는다. 제 신분에 맞게 할 것 이라는 주제파악만 될 뿐

    2006. 11.18

    당신들의 대한민국02를 읽으면서 이 저자 대단한 사람 같다는 재영이의 말에 김영민은 훑어보더니만 이것 비주류 잖아 하고 만다. 뭐 비주류가 맞을수도 있겠고, 비주류라는 것이 더 착한것(?)일 수 있겠지만 그 어감이야 말로 기분 나쁘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는 자들로 하여금  틀거리라는 것은 도대체 쉽게 바뀌려 하지 않는다. 세뇌된 것 그대로 살아가려 할 뿐. 의심하고 의심하는 사람에게 진정한 것이 열릴것이라는 말을 나는 믿고 있기에 그가 어리석어 보이기도 한다. 그저 답답하다. 김영민에게 묻고싶다. 당신은 지금 주류에 있는가 그리고 주류에 편입될 수 있을 것 같은가? 무엇보다 생각이 드는 것은 제 위치에 있는 것들… 수평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올려다보기 속임수는 이제 너무 지긋지긋하지 않은가?

    2006. 11.19

    비오는 날 도서관엘 갔다. 다행히도 새로운 무기력증의 신화인 소장은 빨리 갔다오라고 단언해주었다. 임철우와 공지영과 박민규의 소설을 빌렸다. 진중권의 빨간 바이러스를 빌리려다가 좀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 빨간 이라는 것과 바이러스가 이어져 있던 어감. 그 대신 선택된 것은 공지영. 오랫동안 찾았었는데 어딜 봐도 없던 것이 눈에 띠어 다행이었다. 박민규의 책은 재영이를 위한 것이다. 판타지를 기대한 그에게 이 책이 제발 끝까지라도 읽히기를. 원래는 나무나 모모 비슷한 류를 빌려오려고 생각했는데 소장이 빨리 갔다 오라고 한 것도 있고, 책 찾기도 귀찮아서 냉큼 집어버렸다. 책은 정말 읽으면 읽을수록 읽어야 할 것이 늘어나는 기분이다. 그저 책에 빠져버려서 잡탕으로 읽는다는 것은 정말 도피공간으로 기능하는 해악이지만, 인생을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고민속에서 읽는 책들은 수많은 경험과 공감과 용기까지 준다. 이 일시정지의 공간에서 어떻게든 책을 읽어나가자. 그래서 다시 재생되기 시작할 때, 용기있게 과감하게 나서보자. 그러면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게 생각할 때도 있겠지.

    2006. 11. 20

    내가 즐겨이 찾는 공간. 삼양검문소에서 약 3킬로 떨어진 조천초등학교. 학교 정문 대신 돌하르방을 놓고, 담은 낮은 돌담으로 되어 나도 부담없이 가 운동장 변두리에 앉아있다 오곤 한다. 원색계통의 옷들을 입은 아이들은 언제나 색을 그대로 두질 않고 뛰어다닌다. 바래고, 흙무더기 묻히고 아이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걸 보면 내 초등학교 시절도 떠오른다.

    초등학교 기억들… 좋은 기억들이 많기도 많은데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들 중 몇가지는 불쾌한 것도 있다는 것에 흠칫 놀라곤 한다. 그 기억들을 떠올릴 때마다 학교 선생님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인지 새삼스러워지고,  지금은 초등학교 수업은 어떻게 굴러가는지 궁금증이 돋기도 한다.

    6학년 때 담임은 그야말로 최악이었지.

    아이들을 두고 왜 넌 누추한 옷만 입고 다니냐고 주눅을 주기도 한 그 선생님.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은 한달에 한 번꼴 정도 있었던 그녀의 분풀이성 주문이었다.

    그 기억은 아직도 섬뜩한지 생생하게 그 순간이 떠오른다. 아이들을 모두 눈을 감게 시키고는

    너희들은 화장실의 똥에 붙어사는 똥벌레야. 아니 똥벌레만도 못한 존재야. 구더기보다 못한 존재야라고라고

    거듭해서 그 선생님은 말하였다. 그렇게 명상 아닌 명상을 시키는 이유는 다양했는데 가장 주된 이유는 소풍등을 갈때 선생님을 너무 천시하여서 음료수 하나 갔다주던 아이가 없었다는 것, 선생님들끼리 다과회를 하는데 대우가 이것이 뭐냐는 것. 대우에 관한 것이었다.

    그때 그 선생님이 말했던 어조, 억양이 지금까지도 또렷히 떠오른다. 똥벌레 똥벌레… 스타카토 붙인 억양 그대로 떠오르고 그 때 감은 눈 안에서 윙윙거리던 벌레들도 어렴풋이 떠오르곤 한다.

    참… 그런 선생님도 있었고, 지금도 선생일을 하고 있겠지..

    지금 이미 난  23살. 이제 24살을 앞두고 있는데

    그래도 그 선생님이 그렇게 세뇌시켰던 똥벌레라는 이미지(똥벌레 자체가 나쁜 성질을 지닌 것은 아니겠지만)보단 낫게 큰 것 같아서 스스로 대견하다…훗

  • [2006.11.12.] 싸이월드 일기

    어느 소설가가 그러더군..

    외로움보다

    더 슬픈 것은

    그리움이라고…

  • [2006.11.7.] 싸이월드 일기

    무지 춥다..

    제주도 다들 따듯할것 같이 알고 있지만…

    기온은 그리 낮지 않아도 바람이 그야말로 엄청나서

    내 살아본 그 어떤 곳보다도 춥다…

    오늘 서울에는 첫눈이 왔다는데

    여기는 강풍만 분다…입간판 날라다니고, 자전거 앞으로 잘 못가고, 모자 날라가고 이 정도?

    그래도 한겨울 강풍만은 못하지

    한겨울 여기 강풍은 그야말로 가만히 서있다가 앞으로 넘어지게 하는 정도니..

    이 정도쯤..

    이제부터 적응해야되…흑

  • [2006.10.8.] 싸이월드 일기

    [2006. 09.10]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 좋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단속이라고 해서, 걸리는  것은 적어도 조금 순진한 사람들이다. 신호봉을 아무리 째깍째깍 흔들어도 뭐 서야 말이지 담력 좋은 치들은 그냥 씩 웃으면서, 아니면 아예 외면하고 가버리고, 그들은 이 세상 법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아는 이들이다 돈 많은 이들은 썬탠을 쳐발라가지고선 안전띠가 있는지, 운전자가 있기는 한지 뵈지도 않고 바쁘디 바빠서 급히  차에 올라타가지곤, 어설프게 흔드는 신호봉에 맞춰 선, 적어도 조금 순진한 사람들에게만 용케도 삼만원씩 뜯어내는 것이다 그나저나 꼭 내 앞에는 꼭 티코나 레조같은 것만 잘 걸릴까 그렌져나 오피러스는 얄밉게도 잘도간다.

    [2006. 09 .11] 가끔씩 무언가를 하다가 거울을 마주치게 되면, 생각한다 말도안돼. 경찰이라니. 책을 읽다가도, 팔뚝 부근에 경찰이라는 자수가 눈에 스칠 때, 양말에 까지 새겨진 글씨를 볼 때. 말도안돼. 경찰이라니. 참 부조화하기도 하지. 라고 생각하곤 한다. 내가 무슨 책을 읽고,  내가 무슨 음악을 듣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하든, 나는 사람들에게, 경찰인것처럼 보여지겠구나 나이드신 분들은 순경아저씨라고 하기도 하고, 나이 젊으신 분들은 의경이라고 하고, 어찌 .되었든, 사람들은 내가 팔려 팔려 여기까지 온 것을 좀처럼 인정하려 하질 않는다

    내가 경찰이라는 것에 가지고 있는 생각은, 매우 이중적이었는데 이젠 삼중적이다. 어렷을 적, 가져왔던 뭐라할까 선망보다는…. 두려움이 섞인 존경의 마음? 의지에서 나오는 게 아닌 왠지 주렁주렁 허리춤에 달고 있는 것들이  눈여겨 보여져 나오던 그 마음

    그리고 스무살 이후에 가지던, 그 적대감.

    그리고 지금 봐서 느끼는 이건… 그냥 어떤 외피도 없이, 공무원 직업의 일부일 뿐이잖아 라는 생각. 보통 영화에서 나오던 정의감 끓어넘치는 분은 한번을 못봤다. 그저, 실적을 올리고 승진시험공부를 열심히 하시는 아저씨들일 뿐. 시도때도 없이 제 관활이 아니라고 말하고, 어김없이 근무교대시간이 되면 퇴근을 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연일 취객들 상대하기 피곤해 죽겠다면서. 결코 경찰 같은 것은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 사실 거의 한평생 그렇게 산다는 것은 정말 징그러운 일일만큼, 경찰들 근무시간은 좀 고지식하게 편성된다. 세상의 일상적인 사람들(?)보다 경찰직원들이 조금 더 강한 성질의 것이 있다면, 권위의식이 좀 더 두드러진다는 것 정도..

    어찌되었든 결론은 어렷을 적 경찰에 품었던 생각 스무살 이후 경찰에 품었던 생각 여기 본 경찰 아저씨들에게 품게된 생각 그 어떤 생각과도 난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난 경찰마크를 달고 있다

    말도안돼. 경찰이라니.

    [2006. 10. 02] 봄날을 읽기가 어렵다. 소설이기에 문장은 쉽게 보이지만 머릿속에서 내 감정까지 그것들이 들어올라치면 과거의 생각들, 지금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앞으로 해야할 생각들이 머리속을 가득 매워버리는 것이다. 내게, 치열했던 과거라는 것도 없으면서, 몇가지 장면들이 떠오르는 데 그 당시의 사람들은 어떠할까. 그 사람들이 느끼는 이것들이 몇천배 몇만배는 응어리진다는 것이, 그것이 ”상처”라는 것일까. 현재. 소설의 곳곳에서 폭력을 휘둘러대는 전투경찰, 군인. 이 단어. 전투경찰이라는 단어가 딱 하고 등장해버리면 내가 지금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 것일까 싶다. 나도 결국, 사람들이 바라보는 전투경찰중의 한 사람일 뿐이고, 또 나는 그렇게 행동했을지도 모른다. 한없이 수그려야 할까. 지금 나는? 언제라도 거울을 보면, 어디든 내가 전투경찰의 한 명으로 존재한다는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지금. 내가 이곳에서 아주 무심코 바라보고, 행동하는 것들은 사람들에게 아주 다르게 읽힐지도 모르는 것이다. 녹슨 쇠뭉치에 불과하여 도로변에 세워져 있는 4개의 바리게이트는 언젠가는 사람들의 행로를 막을수도 있고, 창고에 쳐박혀 있는 경찰봉도 폭력을 위한 도구로서 언젠가를 위해 대기하고 있을 것이고, 함께 제복을 입은 나와 대원들의 모습은 누군가의 걸음걸이를 부자연스럽게 만들고 있을 수도 있다…나는 그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할 수 있는 한의 최선이란 무엇일까.

    [2006.10.05] 논산훈련소에서 상병 초입에 든 내 분대장 오상병을 보고 상병이면 저렇게 보이는가 보다 했다. 그는 마치 군인이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같았고, 완벽한 군인같았고, 앞으로도 쭈욱 군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동 하나하나가 딱 딱 떨어지는 폼에, 말투에, 모범적인 행동에 나는 솔직히 ‘대단히 위엄있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논산훈련소는 진급을 빨리 하기에 그는 아마 입대한 지 약 10개월이나 되었을 것이다. 10개월이면 사람이 저렇게 변하는 것인가 했다. 나는 다음달이면 상경이다. 1년이 되간다.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유일한 진리는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라던데, 내가 알아채지 못하는 순간에 나의 어떤 것들이 변해 있었고, 또 지금도 변하고 있을까. 솔직히 잘한 거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결국은 가증스럽게 똑같다고, 번번히 이유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있겠지만, 그건 나만의 사정이 아니겠는가. 나도 특별할 것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것이 회피할 수 없는 감정 같은 것 때문이다. 때때로 드는 불쾌감. 그리고 딜레마라고 생각하여 주저한 것. 내가 할 수 있고, 어떤 이는 할 수 없는 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예전에 나는 어떠했다고 여기는 것. 대화라 할 수 없이 일방적인 말뿐인데도 불구하고 대화라고 생각했던 것. 그런 것들이 나도 어짜피 그렇고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 곳에서 행동해야 되는 것은 어떠한 것들이라도 무난하게 만족하게 될 수 없는 것일까 ? 사람사는 공간속에 그런 공간이 있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인것 같다.

    [추석 새벽 02-04] 언제나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하늘에 구멍처럼 뚫린 달을 보고 있으려니깐 참 감상적으로 되어 버렸다. 계속 보고 있으려니 눈이 부시다라고 느낄만한 달은 동전만큼 동그랬다. 달떴네 라고 혼잣말을 하다가 누군가를 칠듯이 돌진하는 바로 옆에 보내고는 자연스럽게 욕지기가 나와버렸다. 네멋대로 해라를 보다가, 달을 보다가 이소라의 sharry와 바람이 분다를 듣다가, 김광석의 노래를 듣다가 듣다가, 어느 단편소설속의 눈 쌓인 산 속에서 하늘을 향해 총질을 했다는 군인의 이야기를 떠올리다가, 결국은  점퍼에 쓰여진 경찰 POLICE라는 문양을 보고, 무전기 소리를 듣고,허리를 압박하는 장비를 느꼈다. 순간 닥치는 느낌은 슬프다 혹은 그립다가 아닌 것이었는데, 가슴이 아련하게 쓰라린 느낌이라는 것은, 그리운 사람들이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그 느낌은 내 과거에 머물러서 상기되는 것도 있었지만, 내게 닥칠 일련의 훗 날 같은것을 예상해보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손에 쥐어 잡힐 것 같은 과거의 생생함이 다시는 내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 같은 것. 그 느낌은 년이 바뀌고, 나이를 한 살 먹을 때 느껴지는 것과 비슷한 느낌. 어른이 되어버리는 슬픔 같은 것. 차는 바쁘게 휭휭 지나가는데 그 중 어떤이는 가족들과 즐거울 것이고, 그 중 어떤이는 추석 새벽에도 멈추지 않는 택시기사일 것이다. 택시기사는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그들도 그냥 지나쳐버리는 것이다. 너무도 흔한 감상이기에 그런 것쯤이 인생살이지 하고 넘겨버릴 것을. 나는 아직 익숙치 못한 것이다. 어른들의 세상살이가 모조리 다 그런 것일 수도. 잔치란 것은 시작된 지도 모르고 끝나버리고, 일상의 굴레 같은 것에 매여서, 거기서 종종 느껴지는 감상들을 삭히고 삭히는 과정이 사람이 지혜로와 지는 것일수도. 그럴수도. 나도 언젠가는 익숙해질 그런 것일수도.

    [2006. 10.07] 수직적 인간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섬뜩하게도 무서운 체계인가. 절대로 대항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 어떤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하여도, 명령이라는 단어는 그것을 묵살하고, 전체라는 이익을 대변한답시고 사람의 권리를 지배하고, 인간성을 지배한다.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내게도 권리라는 것 있다. 그 권리는 한 사람을 내 기분대로 칭찬하거나 다그치게 할 수 있고, 그 사람이 내게 미안하거나 비굴한 표정을 짓게 할 수 있는 것이고, 그 사람이 기쁜 표정을 짓게도 할 수 있다. 그 사람에게 명령하면서 그 사람과 대화하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는 권리이기도 하고, 그 사람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아도 되는 권리이기도 하고, 그 사람의 수면시간, 노동시간, 여가시간을 모두 통제할 수 있는 권리이기도 하다. 마음만 먹으면 한 인간을 그렇게 조종할 수 있는 것이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발휘할 수 있는 유일한 권리란,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윗사람에게 감출 수 있다는 것 그것 하나 뿐인 듯이다. 아랫사람이 그 윗사람을좋아했던지, 싫어했던지,존경했던지,비웃었던지 윗사람은 좀처럼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들 사이엔 진정한 대화라는 것이 없으니깐.

    다시 읽고보니 매우 절망적으로만 들리는 일기들이다.

     하지만, 나는 따지고 보면 행운아이지

     다른 곳에 비교해보면 이 곳은 참 널럴한 공간이다. 365일 24시간 근무체계이지만, 말똥 말똥 6시간 정도만 도로위에서 서있으면 되고, 그 외의 것들은 자기 맘이니. 제주경찰서 소속 초소라는 곳 중에서  여기가 제일 엉망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건 제주경찰서 소속 대원들 누구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나는 제멋대로 돌아다닌다.경찰서에 있었다면, 코 앞에 있는 편의점도 엄두를 못내겠지만 여기선  버스타고 15분 정도 가는 도서관에서 가서 책을 빌려보기도 하고, 완전 제주시내중심에 있는 은행도 갔다 오기도 하고, 우체국도 가보고, 서점도 가보고 한다. 상부에 들키면 좀 문제가 될 것이지만. 내 위의 것 누구는 채팅으로 작업(?)을 걸어서 해수욕장에서 만남을 주선하기 까지 했으니, 착실하게 버스타고 주기적으로 도서관에 가는 나 정도는 용인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열심히도 다니고 있다. 내 후임녀석은 곧 운전면허학원을 다닐 기세까지 보이고 있으니 여긴 참 열린공간이다. 민간인을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는 산골부대에게는 참 미안한 말이지만, 여기는 술취한 민간인분들께서 버럭버럭 찾아오시는 것이 너무 성가실 정도로, 그렇게 고립된 공간은 아니다. 여기 사람들은 모조리 다 운동부족이다. 훈련이나 운동장(그런것도 없으니) 뛰기, 체조같은 것 조차 없으니 그렇다. 도로변에 바짝 붙어 있는지라 단체행동을 시도할려고 해도 공간이 없다. 내 위에 누군가는 감자를 구워먹겠다고 손뼘만한 깊이로 삽질을 하다가 이틀동안이나 근육이 쑤시다고 엄살을 피웠고, 나도 너무 너무 좀이 쑤셔서 도로변을 좀 뛰었다가 바로 ‘알박혔다’ 군대가서 살빠졌다거나, 근육맨이 되었다거나 하는 것을 여기서는 자연스럽게도 기대할 수 없다. 몸 움직이는 것을 귀찮아 하는 내겐 잘된 일일수도 있는데, 밖에서보다 더 운동부족이라(그 땐 지각할라치면 좀 뛰기도 하고 그랬건만) 배가 불쑥 불쑥 튀어나오고 있는게 걱정이다. 초소장들은 자기 시간 때우기에만 관심이 있는지라 우리들끼리만 된다면…  다 된다. 핸드폰이든 엠피쓰리든 카메라든… 돈만 있다면 노트북을 들고 와서 써도 무방할 것이다. 오히려 그러면 고참들은 좋아할 것이다(이유는 뻔하지만) 그래서, 나도 MP3와 모디아를 마음 놓고 쓰고 있다. MP3로 요즘 영화와 드라마보는 재미에 빠졌다. 도로위에서 서성이면서 요즘은 네멋대로 해라를 보고 있다….

     이런 환경이라면 군대 온 사람치고는 참 여유로운 생활이지 않나 한다. 단지, 좀 외롭고, 그립고, 막막한 내 감정같은 것이 요즘 거슬리는데, 그것도 배가 불러서 그럴 것이다…ㅎㅎ 후임이 한 명더 온 지금,  어떻게든 내게 이 조직의 성질들이 배어들어가지 않도록 몸부림을 치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딜레마 같은 것이 있다. 이래도 아닌 것 같고, 저래도 아닌 것 같고. 또 내가 엄청 손해보는 느낌인 것도 같고, 나도 참고 있는 것들이 많은데 남까지 신경써야 하는가 싶고…사실은 아무것도 모르겠고, 다 알면서 그러는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절반이 채 안되었건만 벌써 나태해져가고…그렇다 요즘.

     하지만…

     날 절대 화낼줄을 모르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 내 후임과 함께 어떻게든 살아보겠다! 이 곳에서…

     그래도 나는 행운아니깐

  • [2006.8.6.] 싸이월드 일기

    예전에는 참 일기를 열심히도 썼구나.

    할 일이 없어서 다이어리에 적힌 모든 일기를 읽어보았다.

    오랜만에 옛날 기분내는 셈 치고 길게 길게 적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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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운 날들

    한때 비도 왔건만 더운날들인건 분명.

    더위에 지쳐서 결국 또 피씨방에 왔다.

    정말 피씨방과 패스트푸드를 많이도 가는구나.

    제주도심방황이 내일로 막을 내린다

    자금사정과 더위에 지쳐서 막 돌아다니지도 못했다.

    그래도 그 중 제일 기억에 남는것은 제주경마장!

    승률같은것 하나도 안보고, 천원 한번 오천원 한번 걸었는데 오천원짜리를 맞췄다… 최종 사천원의 소득이! 맛들이면 안되니 일찍 나와주고~ 길조라고 생각하련다.

    내가 세상의 중심이 안되리라는 법이 어디있어.

    맨 땅에 누우면 세상에 중심에 누워 있는 것 같은 기분인데..

    그렇게 감수성과 희망과 망상을 품고 20대를 보내련다

  • [2006.5.27.] 싸이월드 일기

    내가 여기 왜있지

    허무맹랭하다..

    조급한 마음.

    뭐라도 긁적이고 다음에 보면 지금의 기분이 느껴질까?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