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DJ

  • [2007.3.21.] 교 통 사 고

    나는 시커먼 옷을 입고 있었는 데요.
    햇볕이 너무 선명해서
    온몸에 스며드는 온기가 포근했었는데요.

    어디선가
    끼이이익-
    고개를 드니 바로 정면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인것처럼
    슬로우로
    어떤 섬광의 팽창인것처럼
    노란색이 파아악
    하고 터졌어요.

    노란색이 파아악!
    사방으로 흩어지기가 무섭게
    색이 없어지고
    모든 것들이
    소리없이 가만히
    서로 바라보고 있더라구요.

    꿈틀대던 것은
    오직 머리를 감싸쥔 사람
    바쁘던 일상들이
    나뒹구는 귤 껍질을 피하지 못하고
    뭉게뭉게 밟고 선

    충격과 고통을 인도로 옮겼어요

    나는
    그저 얼이 빠져 달렸어요.
    사람들이 둘레를 친 곳으로
    서로 말을 걸고 있는 곳으로
    뛰면서
    햇빛을 가리는지
    피흐름을 막으려는지
    손목으로 눈두덩이를 가린 할머니는
    내가 쫓아냈어요

    정신 있으세요?
    정신 있으세요!

    네… 네…

    내가 어느새
    사람들의 주인공이 되어 버렸지?
    라고 물을 것도 같더군요

    나뒹구는 귤껍질, 줄줄 흐르는 농약통
    광택 선명한 헬멧, 그 외 오토바이의 피붙이들
    나이답지 않게 선명한 붉은 피
    뚝-뚝- 떨어지고 있다고
    앰뷸런스가 왔어요
    보험회사가 왔어요
    지나가던 레카차가 섰어요

    나는 조건반사인 것처럼
    울컥 한 번 하고나서
    등을 돌려 양 손을 한번 움켜쥐어봤어요

    옷에 스며드는 포근한 깃을
    섬뜩하다 생각해봤어요
    쌩-쌩-
    자동차의 행진을
    한 발 앞에두고 안심하고 또 안심했어요

  • [2007.3.1.] 어떤 사람은

    그 에 게
    -최영미

    내가 연애시를 써도 모를거야
    사람들은, 그가 누군지
    한 놈인지 두 놈인지
    오늘의 그대가 내일의 당신보다 가까울지
    비평가도 모를거야
    그리고 아마 너도 모를거야
    내가 너만 좋아했는 줄 아니?
    사랑은 고유명사가 아니니까
    때때로 보통으로 바람피는 줄 알겠지만
    그래도 모를거야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오는 건 습관도
    뭣도 아니라는 걸
    속아도 크게 속아야 얻는 게 있지
    내가 계속 너만을 목매고 있다고 생각하렴
    사진처럼 안전하게 붙어 있다고 믿으렴
    어디 기분만 좋겠니 ?
    힘도 날거야
    다른 여자 열 명은 더 속일 힘이 솟을거야
    하늘이라도 넘어갈거야
    그런데 그런데 연애시는 못 쓸걸
    제 발로 걸어나오지 않으면 두드려패는 법은 모를걸
    아프더라도 스스로 사기칠 힘은 없을걸, 없을걸

    얼레지
    -김선우

    옛 애인이 한밤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자위를 해본 적 있느냐
    나는 가끔 한다고 그랬습니다
    누구를 생각하며 하느냐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랬습니다
    벌 나비를 생각해야만 꽃이 봉오리를 열겠니
    되물었지만, 그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얼레지……
    남해금산 잔설이 남아 있던 둔덕에
    딴딴한 흙을 뚫고 여린 꽃대 피워내던
    얼레지꽃 생각이 났습니다
    꽃대에 깃드는 햇살의 감촉
    해토머리 습기가 잔뿌리 간질이는
    오랜 그리움이 내 젖망울 돋아나게 했습니다
    얼레지의 꽃말은 바람난 여인이래
    바람이 꽃대를 흔드는 줄 아니?
    대궁 속의 격정이 바람을 만들어
    봐, 두 다리가 풀잎처럼 눕잖니
    쓰러뜨려 눕힐 상대 없이도
    얼레지는 얼레지
    참숯처럼 뜨거워집니다

    공감이라 말 하기는 좀 그런데
    이 상처로 덧씌워진듯한 시 두편이
    오랜 여운으로 남아서
    내게 힘을 주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한 주먹 한껏 쥐어보는 그런 억척스러움도 아닌 것이
    오래토록 내게
    지금도 있다…

  • [2007.2.22.] 싸이월드 일기

    그 에 게
    -최영미

    내가 연애시를 써도 모를거야
    사람들은, 그가 누군지
    한 놈인지 두 놈인지
    오늘의 그대가 내일의 당신보다 가까울지
    비평가도 모를거야
    그리고 아마 너도 모를거야
    내가 너만 좋아했는 줄 아니?
    사랑은 고유명사가 아니니까
    때때로 보통으로 바람피는 줄 알겠지만
    그래도 모를거야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오는 건 습관도
    뭣도 아니라는 걸
    속아도 크게 속아야 얻는 게 있지
    내가 계속 너만을 목매고 있다고 생각하렴
    사진처럼 안전하게 붙어 있다고 믿으렴
    어디 기분만 좋겠니 ?
    힘도 날거야
    다른 여자 열 명은 더 속일 힘이 솟을거야
    하늘이라도 넘어갈거야
    그런데 그런데 연애시는 못 쓸걸
    제 발로 걸어나오지 않으면 두드려패는 법은 모를걸
    아프더라도 스스로 사기칠 힘은 없을걸, 없을걸

    얼레지
    -김선우

    옛 애인이 한밤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자위를 해본 적 있느냐
    나는 가끔 한다고 그랬습니다
    누구를 생각하며 하느냐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랬습니다
    벌 나비를 생각해야만 꽃이 봉오리를 열겠니
    되물었지만, 그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얼레지……
    남해금산 잔설이 남아 있던 둔덕에
    딴딴한 흙을 뚫고 여린 꽃대 피워내던
    얼레지꽃 생각이 났습니다
    꽃대에 깃드는 햇살의 감촉
    해토머리 습기가 잔뿌리 간질이는
    오랜 그리움이 내 젖망울 돋아나게 했습니다
    얼레지의 꽃말은 바람난 여인이래
    바람이 꽃대를 흔드는 줄 아니?
    대궁 속의 격정이 바람을 만들어
    봐, 두 다리가 풀잎처럼 눕잖니
    쓰러뜨려 눕힐 상대 없이도
    얼레지는 얼레지
    참숯처럼 뜨거워집니다

    공감이라 말 하기는 좀 그런데
    이 상처로 덧씌워진듯한 시 두편이
    오랜 여운으로 남아서
    내게 힘을 주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한 주먹 한껏 쥐어보는 그런 억척스러움도 아닌 것이
    오래토록 내게
    지금도 있다…

  • [2007.2.18.] 2007년 설날은…

    명절동안 그래도 떡국이라는 것은 먹었고, 그냥 밥을 먹어서는 안된다고, 그래서 치킨을 시켜먹고, 쇠고기와 삼겹살을 구워먹기도 하고, 설 당일 아침에 집에 전화도 하고, 복 많이 받으라고 서로 악수도 하고, 그렇지만 토익공부는 계속 해야했고, 읽다 만 소설책을 여전히 읽어서, 또 한 권을 읽어서 감동을 받고

    그랬다.

    그냥 문뜩 그런 생각이 든다.
    언제나 명절이든지, 크리스마스든지, 연말이든지, 새해든지
    은근히 기대하는 것은 많아가지고는 막 있다가
    그날 당일에는 아무것도 못한 채, 무엇을 해야 할 것은 같아서 그렇게 어영구영.
    혹은 무엇을 하고 있는 도중에도 ‘이것으로 되나?’ 하는 생각 갖고
    언제나 어떤 날은 그런 것만 같다.

    내가 동화나 애니메이션에나 나오는 주인공 마냥
    너무 많은 것을 소망하나 보다.

    어떻게 보면
    별 것도 아니고
    ‘만들어서 놀기’ 일수도 있고
    ‘숫자놀음’ 일수도 있고
    그런 것을.

    그래서 무조건 다 필요없다
    뭐 이런 것은 아니고

    내가 이렇게 막 부유하려 하는
    생각을 갖는 이유는

    촘촘한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 속에서
    사람들의 소중함을
    인생의 소중함을
    아직 절실히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듯 하다.

    알 수는 있어도
    예상할 수는 있어도
    실체로 다가가기는 까다로운 것 같은
    그런
    사랑
    사람 사랑.

    아무리 사랑하지 못해 아프기보다
    열렬히 사랑하다 버림받게 되기를

    나는 소망한다.

  • [2007.2.13.] 싸이월드 일기

    오늘로 하여금 내가 삼양검문소에 온 지 딱 일년이 되었다.

    벌써 일년입니까?

    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누구도 그렇지 않으려고… 쯔쯔

    비평가 이명원씨의 군대 이야기가 떠오르네(별로 상관은 없지만)
    비평가 이명원씨는 군대에 가서 고참으로 나타난 고등학교 후배에게 군홧발로 짓밟히면서 속으로 이런 되내임을 했다고 한다.
    ‘이건 너무 상투적이야. 아아, 이건 너무 상투적이야.’
    말이 군홧발에 짓밟히다지 정말 아팠을 텐데…사람 참,

    각설하고…

    한동안 암울한 이야기만 일기장에 써왔으니 이번에는 좀 좋은 이야기만 골라서 써봐야겠다.
    그 일년동안 그래도 고마운 사람들 참 많았다.

    딸기를 한 소쿠리씩 갔다주시고, 또 매일같이 도둑질하는 경찰놈들(소장이 시킨적도 꽤 있으니)을 모르는 척 하시는 딸기밭 아저씨.(이제 곧 또 시작이겠군)
    무엇이든 해 먹으라고 갔다주시는 앞집 아저씨(아저씬 부자니깐 ㅋ)
    길을 돌아가면서 까지 붕어빵과 호떡을 매일같이 갔다 주시는 붕어빵 아저씨(제일 고마워요!)
    제사음식이라고 이것저것 갖다 주시는 분들(제주도는 제사지낼 때 빵을 올린다)
    팔다남은 컵라면과 김밥을 종종 갔다 주시는 어디선가 매점을 하시는 분들(거의 유통기한이 달랑달랑 한 것들이지만)
    군대 간 아늘녀석 생각난다고 뭐든 갔다주시던 어떤 어머님.
    인사만 하면 어디든 공짜로 태워다 주시는 버스기사 분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시는 바로 옆집의 재선충병아저씨.
    삼양파출소의 항상 친절하고 착한 송종옥 경사,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주는 송창훈 순경, 같이 노닥거려주는 이철우 순경

    special thanks to… 입니다….^-^


    같이 지낼때는 끔찍했지만 지나보니
    애니메이션에나 나오던 악당 성격의 현존을 증명하던 이병윤 경위(정말 존재 자체가 놀라웠다)
    나이를 거꾸로 먹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소유아적 유치함을 자랑하던 홍선욱 경위.
    나태, 이기심, 무지의 삼박자로 경찰의 무능력을 그대로 대표하던 백기겸 경위.
    몸에 밴 뺀질뺀질함과 불륜을 취미로 여겼던 이상만 경사.

    조차도 이젠 흑백사진 컷들처럼 보이네…
    어느새 추억이 되어버린 건가?

    지금 함께 지내는 악마적인 현존들도
    언젠가 추억으로 보일런지 모르겠다
    감정이라는 것은 따지고 보면
    한 줌 덩어리로도 존재할 수 없는 것.
    그저 관계일 뿐이라서… 어떤 식으로 싸움을 진행하든
    승자는 없을 것만 같다.
    구조적 한계? 공간적 한계? 때문인지, 아닌지

    어쨌든 대응이라는 것을 할라치면 상대자와 눈높이를 맞추어야 하는 것.
    나를 속물로 만들어서는 안돼지-
    난 소중하니깐 ㅋ

    나는 하던대로 그냥 쭉 지내야겠다…

    앞으로 여기서의 하루들은 Replay 되는 계절이라서 조금 더 식상하겠지만…

    흐르는 시간은 나의 힘.

    여기서 점프하듯 뛰쳐나갈 그 때를 생각한다면
    더, 더 바쁘게 지낼 일이다.

  • [2007.1.18.] 싸이월드 일기

    책 읽으러 가야지..

  • [2006.12.12.] 싸이월드 일기

    2006. 12. 07

    2년동안 논술을 가르쳐주시며 신자유주의와 미국의 횡포를 알려주셨던 선생님.
    5월이 되면 너무 쉽게 진압되었던 5월 17일의 전주를 이야기 하시곤 교단에서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시던 선생님.
    5번 투옥되고 후에 국가유공자와 배상금이라는 시혜를 단호히 거부하신 그 분.

    이제 수능을 끝낸 나와 올튼, 윤호,학수에게 정치경제학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려주신 선생님.

    그 선생님이란 매개가 없었다면 나와 올튼은 어느 때에 마주치지도 못했을 수 있고, 내가 노문연에 들어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평소에 그 극악함에 치가 떨려 잘 쳐다보지도 않던 조선일보를 그 날은 그저 무심코 들어보았던 것은 무슨 예감이었을까? 진정, 조선일보를 보느니 차라리 제민일보나 한라일보를 보자는 생각으로 조선일보를 두달가까이 쳐다보지도 않았던 것을 그날은 그저 ‘무심코’ 들어보았다.

    역시나 1면 헤드라인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저들의 선정적인 문구들
    빨치산이니 주체사상이니 친북세력이니 뭐니 하는 것들. 전교조가 옆에 나란히 써있는 것을 보아 그들의 상습적인 취미인 전교조 죽이기를 하고 있구나 싶었다. 뭐 무슨말이나 하는지 좀 보자라고 훑어보는데 선생님이 있었다….조선일보 1면과 3면에 이어 아주 대서특필되고 있었다.

    임실 K교사라고 나왔지만 나는 단번에 그게 선생님인줄 알 수 있었다.
    조선일보에 의하면 순진한 중학생들에게 반미감정을 부추기고, 반전뱃지를 의무적으로 달게하고, 빨치산과 접촉케 했으며, 6.15 공동선언문을 암송시켰던 전교조 소속 친북반미교사가 존재한다는게 놀랍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선생님이 학생들과 운영하던 반전 카페 주소까지 공개되어 있었다.

    바로 인터넷으로 찾아봤는데 그 카페는 애국자라고 자칭하는 우익세력들의 테러를 받고 있었고
    한겨레에 인터뷰하면서 찍은 선생님의 사진은 꽤 지쳐보였다. 하루 500통 가량의 항의전화를 받고 계신다고 한다…

    언론은 저렇게도 무섭다…
    파견논술과 중학교 교사직을 겸하고 있었을 때부터 학교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힘든 상황을 여러번 말씀하시다가 근래 들어서 학생들과 다방면의 활동을 펼치시고 있는 듯 했는데… 그 모든 것을 조선일보가 물거품으로 만들려고 한다.

    제 입맛에만 맞추어서는 그렇게 이야기를 해놓고 조선일보는 미래를 향해 걸음떼려는 사람들을 저렇게도 옥죄는 구나. 왜 그딴 신문이 국내에서 제일 많이 보는 신문인지 나는 도대체 이해하기 힘들다. 어느날은 입장이라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말아보고 그저 아무 생각없이 한번 뜯어보자 하고 보았는데도 조선일보는 극악한 신문이었다. 소수 재벌의 이익을 대변하는 신문, 극우세력의 대변자들. 왜 소수를 위한 신문을 다수가 보는 것일까….왜 그렇게도 폭력을 휘둘러대는 신문을 아무렇지 않게 보는 것일까….

    차라리 서글프다.

    선생님의 신상에 제발 별다른 일이 없어야 할 것인데..

  • [2006.12.5.] 싸이월드 일기

    당신이

    눈입니까?

    소복소복

    당신, 그대, 그대들이

    저어기서 걸어왔으면

  • [2006.11.28.] 싸이월드 일기

    2006. 11. 16

    힘들어지면 더 힘들어지면 이야기하자.

    지금은 참을만 하니깐.

    그러다가

    그러다가

    언제부터선지

    이야기 해봐야 뭐하겠어.

    더 나아지는 것도 없이

    걱정이나 끼치는 것

    염려나 끼치는 것

    나쁜 것은 확산시키지 말고

    내 안에서

    내가 해결해야 할 것이지

    라고

    속에서 속에서 그것이 천천히 녹는다

    아주 천천히

    그 동안 괴로워도 그래도 그것이 녹긴 녹으니깐

    이런게 인생이겠지

    나는 아직 어리구나 하고

    타이르면서

    산다

    -이것은 밖에 있을 때 이야기이다.

    여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편해지는 공간이지. 그런데 마음껏 점점 당돌해지고, 마음껏 점점 빠져있다가 갑자기 날벼락을 맞으면 게이지는 그야말로 FULL로 걷잡을 수 없을 듯이 치솟고 만다. 설마 다른 누구도 아닌 초소장 직원이 그렇게 나올줄은 몰랐다. 세상에나. 초소장에게서 받는 것이 더 분노가 치미는 것은 그들은 군대의 공간에만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군대라는 공간의 이유를 벗어난다. 그들이 바로 곧 사회의 일부인데, 그들이 그렇게 한다는 것은 이 사회가 그렇다는 것. 그래서 더 분노스럽고 더 절망적이다. 자신의 권위를 조금이라도 양보하고 싶지 않은 마음, 당연히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 당연히 자신의 기분따라 행동할 수 있다는 마음, 하급자에게서 결코 싫은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권리. 이것 세상 그 어느 일반적인 조직체의 상관에게나 마찬가지일것만 같다. 범죄 이외의 것으로 복수할 수 없는 아랫사람의 윗사람에 대한 관계. 그런 조직체. 그 어떤 곳에서도 있지 않은가. 참 징그러운 세상이야.

    물론 그가 경찰이기에, 군대공간에 살짝 발을 적시고 있기에 그것이 좀 더 강화되어 나타난 것은 맞을것이다. 그의 어떠한 불합리한 결정과 판단에 있어서도 반발할수 저항할수 없다는 것. 그런데 그런 것은 세상 어느 공간이든지 있어서는 안될 구조인것 같다. 그것은 더 이상 인간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닌, 조직의 최대 목적을 위해서 봉사하는 도구일 뿐이다.

    불편한 점 있으면 말을해라. 건의해라. 어쨌든 말을 해라. 하지만 자유로운 대화는 결코 불가능하다. 당신들의 속생각은 이미 다 눈에 읽힌다. 그래도 군인이니깐 시키는 대로 다 해라. 라는 그들의 제일 수세적이면서 공세적인 최후의 논리. 그러면 도대체 어떤 말도 나오지 않는다. 제 신분에 맞게 할 것 이라는 주제파악만 될 뿐

    2006. 11.18

    당신들의 대한민국02를 읽으면서 이 저자 대단한 사람 같다는 재영이의 말에 김영민은 훑어보더니만 이것 비주류 잖아 하고 만다. 뭐 비주류가 맞을수도 있겠고, 비주류라는 것이 더 착한것(?)일 수 있겠지만 그 어감이야 말로 기분 나쁘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는 자들로 하여금  틀거리라는 것은 도대체 쉽게 바뀌려 하지 않는다. 세뇌된 것 그대로 살아가려 할 뿐. 의심하고 의심하는 사람에게 진정한 것이 열릴것이라는 말을 나는 믿고 있기에 그가 어리석어 보이기도 한다. 그저 답답하다. 김영민에게 묻고싶다. 당신은 지금 주류에 있는가 그리고 주류에 편입될 수 있을 것 같은가? 무엇보다 생각이 드는 것은 제 위치에 있는 것들… 수평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올려다보기 속임수는 이제 너무 지긋지긋하지 않은가?

    2006. 11.19

    비오는 날 도서관엘 갔다. 다행히도 새로운 무기력증의 신화인 소장은 빨리 갔다오라고 단언해주었다. 임철우와 공지영과 박민규의 소설을 빌렸다. 진중권의 빨간 바이러스를 빌리려다가 좀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 빨간 이라는 것과 바이러스가 이어져 있던 어감. 그 대신 선택된 것은 공지영. 오랫동안 찾았었는데 어딜 봐도 없던 것이 눈에 띠어 다행이었다. 박민규의 책은 재영이를 위한 것이다. 판타지를 기대한 그에게 이 책이 제발 끝까지라도 읽히기를. 원래는 나무나 모모 비슷한 류를 빌려오려고 생각했는데 소장이 빨리 갔다 오라고 한 것도 있고, 책 찾기도 귀찮아서 냉큼 집어버렸다. 책은 정말 읽으면 읽을수록 읽어야 할 것이 늘어나는 기분이다. 그저 책에 빠져버려서 잡탕으로 읽는다는 것은 정말 도피공간으로 기능하는 해악이지만, 인생을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고민속에서 읽는 책들은 수많은 경험과 공감과 용기까지 준다. 이 일시정지의 공간에서 어떻게든 책을 읽어나가자. 그래서 다시 재생되기 시작할 때, 용기있게 과감하게 나서보자. 그러면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게 생각할 때도 있겠지.

    2006. 11. 20

    내가 즐겨이 찾는 공간. 삼양검문소에서 약 3킬로 떨어진 조천초등학교. 학교 정문 대신 돌하르방을 놓고, 담은 낮은 돌담으로 되어 나도 부담없이 가 운동장 변두리에 앉아있다 오곤 한다. 원색계통의 옷들을 입은 아이들은 언제나 색을 그대로 두질 않고 뛰어다닌다. 바래고, 흙무더기 묻히고 아이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걸 보면 내 초등학교 시절도 떠오른다.

    초등학교 기억들… 좋은 기억들이 많기도 많은데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들 중 몇가지는 불쾌한 것도 있다는 것에 흠칫 놀라곤 한다. 그 기억들을 떠올릴 때마다 학교 선생님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인지 새삼스러워지고,  지금은 초등학교 수업은 어떻게 굴러가는지 궁금증이 돋기도 한다.

    6학년 때 담임은 그야말로 최악이었지.

    아이들을 두고 왜 넌 누추한 옷만 입고 다니냐고 주눅을 주기도 한 그 선생님.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은 한달에 한 번꼴 정도 있었던 그녀의 분풀이성 주문이었다.

    그 기억은 아직도 섬뜩한지 생생하게 그 순간이 떠오른다. 아이들을 모두 눈을 감게 시키고는

    너희들은 화장실의 똥에 붙어사는 똥벌레야. 아니 똥벌레만도 못한 존재야. 구더기보다 못한 존재야라고라고

    거듭해서 그 선생님은 말하였다. 그렇게 명상 아닌 명상을 시키는 이유는 다양했는데 가장 주된 이유는 소풍등을 갈때 선생님을 너무 천시하여서 음료수 하나 갔다주던 아이가 없었다는 것, 선생님들끼리 다과회를 하는데 대우가 이것이 뭐냐는 것. 대우에 관한 것이었다.

    그때 그 선생님이 말했던 어조, 억양이 지금까지도 또렷히 떠오른다. 똥벌레 똥벌레… 스타카토 붙인 억양 그대로 떠오르고 그 때 감은 눈 안에서 윙윙거리던 벌레들도 어렴풋이 떠오르곤 한다.

    참… 그런 선생님도 있었고, 지금도 선생일을 하고 있겠지..

    지금 이미 난  23살. 이제 24살을 앞두고 있는데

    그래도 그 선생님이 그렇게 세뇌시켰던 똥벌레라는 이미지(똥벌레 자체가 나쁜 성질을 지닌 것은 아니겠지만)보단 낫게 큰 것 같아서 스스로 대견하다…훗

  • [2006.11.12.] 싸이월드 일기

    어느 소설가가 그러더군..

    외로움보다

    더 슬픈 것은

    그리움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