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nes Jaoui-Canta] 비오던 날

He deals the cards as a meditation
And those he plays never suspect
He doesn’t play for the money he wins
He doesn’t play for respect

He deals the cards to find the answer
The sacred geometry of chance
The hidden law of a probable outcome
The numbers lead a dance

I know that the spades are the swords of a soldier
I know that the clubs are weapons of war
I know that diamonds mean money for this art
But that’s not the shape of my heart

He may play the jack of diamonds
He may lay the queen of spades
He may conceal a king in his hand
While the memory of it fades

I know that the spades are the swords of a soldier
I know that the clubs are weapons of war
I know that diamonds mean money for this art
But that’s not the shape of my heart.
That’s not the shape, shape of my heart.

And if I told you that I loved you
You’d maybe think there’s something wrong
I’m not a man of too many faces
The mask I wear is one

Those who speak know nothing
And find out to their cost
Like those who curse their luck in too many places
And those who fear are lost

I know that the spades are the swords of a soldier
I know that the clubs are weapons of war
I know that diamonds mean money for this art
But that’s not the shape of my heart
That’s not the shape of my heart
That’s not the shape, shape of my heart.

내가 경주를 처음 간 것은 스무살에서 스물한살이 넘어가는 사이였다. 경주에 도착한 때는 1월 1일이었느깐. 그 새해 첫 날 부산터미널에서 헌혈을 하고 거기서 받은 도서생활권으로 맘모스 빵을 사고 다시 돌아갈까 하다가 생각보다 차비가 그리 비싸지 않아 경주행 통일호 기차를 탄 것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부산행이었고 또 느닷없이 결정된 경주행이었다. 생애 처음 밟아보는 경상도는 어느 부문 기대만큼 이질적이었다.  모두가 내가 쓰지 않는 억양과 사투리를 쓰고 있고 나만이 입속에 전라도 억양 섞인 표준어를 감추고 있다는 것은 익숙한 도심의 풍경속에서도 언제나 여행하는 기분을 나게 하였다. 이제보니 그 때가 또한 난생처음 홀로 떠나는 여행이었다.

그때 갑자기 길을 나서게 된 연유야 여러 말할 수 없을만큼의 복잡한 심경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 돌이켜보면 스무살에서 스물한 살로 넘어감을 평범하게 맞이할 수 없다는 것과 신년을 갑갑한 서울에서 보낼 수는 없다는 낭만적인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부산으로 향하겠다는 것도 서울역에서 전광판을 보면서 정했을 만큼 느닷없는 일정이어서 여행은 대개가 방황 혹은 방랑이었고 춥고 빈곤하여 언제나 피로했다. 그 피로감 속에서도 나를 견디게 하는 것은 지금 내가 낯선 곳에서 낯선 곳으로 걷고 있다는 그야말로 방랑 그 자체였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그것. 약 4일동안 걷기만 하였던 것 같은데 그것은 때로 즐거웠지만 때론 지긋지긋하기도 하였고 또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여 피로한 몸을 더 고되게 만들기도 하였다. 그래도 버텨야 한다고 버텨야 한다고 내가 그리도 고집을 부렸던 것은 앞으로 내가 더욱 이런 고립감 속의 방랑을 더욱 끝없이 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낯선 곳을 걷는 일이 곧 내 미래의 인생이지 않을까. 생계를 버텨나가는 일은 더욱 그런 고된 방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의미를 만들어내자 하고 나를 강제하였다.

걸음의 마지막 여정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토함산이었다. 1월 2일의 토함산은 인적이 드물었고 내가 불국사를 나와 토함산을 오르기 시작한 것은 거의 저녁무렵이었다. 사실 그때까지 나는 그 유명하다는 석굴암인데 그리 먼 곳에 있겠어? 그냥 좀만 걸으면 나오겠지 했다. 그래서 석굴암 출입 시간과 버스 시간이 달랑 달랑 한데도 토함산을 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토함산은 산이라고 잘 이야기 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낮은 산이지만 그때 내게는 어찌나 생각보다 높고 큰 산이었는지 그것도 불국사에는 그래도 사림이 조금 있었지만 토함산 길은 거의 전후방 가시거리에 사람이라고는 없었다. 더욱이 어둑어둑해짐 속에 나는 조급해서 달리는 체력에도 불구하고 뛰듯 걷듣 올랐다. 정신없이 오가는 중에 끼고있던 이어폰. 평소에 조금 지루한 곡들이어서 잘 듣지 않던 재생목록. 베토벤의 월광과 Sting-Shape of my heart 가 내 길의 동행자로 함께  해주었다. 어두워지는 산 속에서 스르르 올라치려고만 하는 두려움과 고독을 내려앉히던 두 곡. 특히나 Shape of my heart 의 기타소리가 나를 얼마나 위로해주었던지… 그래서 천신만고(?) 끝에 본 석굴암 조각은 기억속에 아련하여도 Shape of my heart의 멜로디를 들을때면 토함산을 오르고 내리는 내 모습이 떠오르면서, 부산-경주의 여행, 내가 길을 걷는 느낌, 낯선 길을 가듯 인생을 살자 라는 다짐에서 오는 쓰라림 끝 즐거움. 그 모든 것이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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