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대화]

국문과 전공수업에서 “폭력의 반댓말이 무엇인가?” 를 알아오라는 숙제를 내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농담 반으로 “비폭력이라고 하면 죽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답이 있는 숙제는 아니었다. 나는 폭력은 왜 발생하는가. 라는 물음부터 출발해보았다. 폭력은 욕망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이유없는 폭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소한 행위자는 폭력하는 자신의 쾌감을 위해서라도 ‘폭력’을 행한다. 그렇다면 폭력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평화?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전쟁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느 것처럼, 폭력도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평화나 안정이라는 고정된 상황은 일시정지의 상태이지 폭력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현재의 상황이 자신에게 무지 유리한 인간들. 권력자, 힘 쎈 자, 돈 많은 자 들에게 평화와 안정은 매우 달콤할지라도, 현재의 상황이 무지 혹독한 사람들에게 평화와 안정은 곧 ‘폭력당하는 상황의 지속’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난 대답을 “유희, 놀이” 라고 해서 갔다. 적어도 유희, 놀이는 행위자들의 욕망이 충돌하기 보다는, 좋은 정서상태를 위해 하게 되는 행위니깐. 그런데 선생님은 ‘유희, 놀이’ 가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하였다. 합당한 지적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폭력. 폭력은 나쁜 것이겠지? 폭력적인 대화도 나쁜 것이겠구.

비폭력 대화는 우리의 대화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시작한다. 마치 말을 다시 가르쳐주는 것처럼 한다. 말을 하는 당신의 목적과 당신의 욕구가 그렇다면, 그것을 말할 것. 이라는 아주 단순하면서 상식적인 진리로부터 출발한다. 나는 비폭력 대화를 읽으면서 재사회화 교육을 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느낌을 이야기할 것, 느낌에 대한 책임을 질 것. 등등 아주 단순하면서도, 아주 효율적인 방식의 말들을 책은 권유한다. 그것도 서로간에 ‘폭력적’ 이지 않게끔 하는 대화방식을 추구한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의 대화방식에 대해 정말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고, 많은 상황에서 그런 방식을 시도해 볼 생각도 했다. 그리고 우리들의 대화 방식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하였다.

그런데… 비폭력 대화는 현재의 폭력적인 대화방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계기 마련이 될 수 있다는 데 적극적으로 공감하지만, 그것을 적극적으로 승인하는 형태에는 조금 비판적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나 자신이 비폭력대화를 읽으면서 느꼈던 어떤 이질감과 거리감. 그것은 우선적으로 문화차이에서부터 비롯되기도 하는 것 같다. 미국적 현실과 한국적 현실의 차이라고 할까? 나는 미국 드라마 등을 볼 때마다 느낀 것이 ‘대화’ 라는 것을 참 합리적으로 하고 있다고 느꼈다. 대화를 포함한 그들의 여러 가지 정서교류는 모조리 언어화 시킬 수 있는 것 같은… 어떤 합리성. 그런데 그와 대조되게, 나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한국적 현실에서 드러나는 여러 가지 정서교류를 언어화 시킬 순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적 현실에는 대단히 비합리적인 정서교류가 대화와 언어를 빗겨나간 상태로 여기저기서 터져나간다고 느낀다. 그래서 한국적 현실에서 비폭력적인 합리성의 추구가 얼마만큼 효율적일 것인지에 대해 조금 회의적인 것이다.
비폭력 대화는 정말 다시 생각하더라도 논리적을 딱딱 들어맞는다. 그것은 대화의 효율성을 추구하고, 상호간의 상처를 심화시키지 않는 방식의 대화를 추구한다. 하지만… 그런 메커니즘이 바로 작용되었을 때 올 평화나 안정이… 과연 비폭력적인가 라고 생각이 든다. 솔직히 나 자신이 정리되지 못한 생각을 쓰고 있어서, 이것저것 뒤죽박죽이지만… 나는 어느 정도 폭력적인 상황. 그 상황속에서 견뎌내는 인간과 서로 위안주는 인간들이 조금 더 인간미가 넘친다고 생각한다. 비폭력대화 방식의 서로간의 욕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은… 정내미가 뚝 떨어진다고나 할까. 마치 기계들이 말하는 것만 같았다. 인간들의 삶을 너무 획일화시킨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너무 나간 우려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무뚝뚝한 어떤 인간에게서 느끼는 정내미와 욕쟁이 할머니에게서 느끼는 어떤 정내미… 이런 것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 떠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주변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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