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렷을 적 뿌연 기억으로 남아있던 선운사
기범과 현민과 함께 했던
비오는 날의 선운사는
생각보다 좋았던 것 같다
어릴 적 기억, 양 옆으로 늘어선 초록 산책로를 지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연인처럼, 다정다감하게 걸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몇몇 시시콜콜한 농담들과 함께 걸어왔지만
오래된 친구들과 함께 걷는 길은
이야기를 할라 하면 끝이 없이 나오고
이야기를 하지 않고 걸어도 어색하지 않다
외롭지 않고
편안하다
비오는 날의 선운사는 앙상한 나무들 밑으로 낙엽의 흔적만이 있었지만
물안개로 뒤덮인 쩍쩍 갈라지는 산세와
때때로 마주치는 단풍들이 소소한 기쁨이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소중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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