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루고 벼루던 오랜만에 ‘치눅여행’. 우리 넷이 간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어.
아니 최초였어.
4명 이상은 항시 있어왔겠지만, 4명만이 갔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
다들 나이가 좀 들어서 그런지
몸이 힘든 여행은 싫고, 조금 계획을 짤려고 했었지.
빼곡한 도시들과 강줄기가 박혀있는 지도를 보면서…
하지만 골머리만 아팠지.
어디든 가면 재밌을꺼야 하고 끝난 계획.
경주, 포항, 울산, 부산 이것밖에 정해진 것은 없었어!
우선 경주였지.
오래 전 홀로 여행을 떠나왔던 경주.
짧은 기간이었지만, 다시 돌아가보니 그때 느낌이 살아나서 오히려 좋았던 것 같아.
그때는 홀로 떠나 조금 차분한 마음이었다면
우리는 막상! 정작! 와버린 이 여행지 안에서
조금 당황했었던 것 같아.
석굴암까지 올라와서 미쳐 현금인출을 안하는 바람에
입장료가 없어서 그냥 다시 내려와야했지.
버스비도 없어서, 택시타고 현금인출기까지 가달라고 했어.
현금인출기 하나 없이 비싼 입장료를 받는 석굴암을 저주하면서
향한 경주시내.
무더기 왕릉들 그리고 첨성대 등등의 수많은 것들.
뭐랄까. 그런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
누군가랑 함께 여행을 하면,
난 꼭, 그렇게 되더라.
지금 보고 있는 풍경이기 보다…
함께 겪는 ‘어떤 경험들’
함께 하는 이 ‘여행’ 이라는 목표
그것을 함께 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내 삶을 다채롭게 꾸며주고 있다고 말이야.
그래서 피곤해도 상관없고
그래서 조금 지루해도 상관없어
함께 하는 경험, 함께 하는 여행이었으니깐.
그 이후.
포항제철소와 포항 호미곶 그리고
경상도 최대 사이즈를 자랑한다는 통도사를 갔었어.
포항제철소는 별 감흥이 없는 시찰 같은 것이었고
호미곶은 의외로 좋았어.
푸른 물결이 펼쳐진 그 곳에서 치솟아 오른 손가락들.
뭐 장관이었다고는 말할 수는 없는데, 그곳의 분위기 같은 것.
등대박물관을 포함해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것이
마치 그 손이 누군가가 자신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꼼찌락 거리는 것만 같았어.
그리고 머물 곳을 찾아서 계속 다녔는데,
그 옆에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바다가 있어서
그렇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었나봐.
그리고 다음날 수많은 거리를 달려서(?)
찾아갔던 문무대왕 수중왕릉.
수중에 있으니 뭐 왕릉인지 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 날, 유독 바람이 얼마나 쎄던지…
주체할 수 없는 추위가…
우리에겐 얼마나 신나던지!
함께 여행하는 것은 그런 재미인 것 같아.
어떤 이벤트도 재미있게 받아들이지 ㅋㅋㅋ
파도가 너무 거세서 그 높은 곳까지 올라치는 게
얼마나 장난꺼리였던지.
우리는 그렇게…
경주-포항-울산-부산을 왔다갔다 했어.
비록 부산 꼼장어를 먹기 직전에
일이 생겨서 급귀경길에 오르긴 했지만
비록 차로 이동하는 도중 도중이
지루하고 피곤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비록 그렇게 기억에 남을만한
장관을 내 두 눈에 박아두진 못하였어도
오랜만에 함께 한
우리들의 여행은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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