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하여금 내가 삼양검문소에 온 지 딱 일년이 되었다.
벌써 일년입니까?
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누구도 그렇지 않으려고… 쯔쯔
비평가 이명원씨의 군대 이야기가 떠오르네(별로 상관은 없지만)
비평가 이명원씨는 군대에 가서 고참으로 나타난 고등학교 후배에게 군홧발로 짓밟히면서 속으로 이런 되내임을 했다고 한다.
‘이건 너무 상투적이야. 아아, 이건 너무 상투적이야.’
말이 군홧발에 짓밟히다지 정말 아팠을 텐데…사람 참,
각설하고…
한동안 암울한 이야기만 일기장에 써왔으니 이번에는 좀 좋은 이야기만 골라서 써봐야겠다.
그 일년동안 그래도 고마운 사람들 참 많았다.
딸기를 한 소쿠리씩 갔다주시고, 또 매일같이 도둑질하는 경찰놈들(소장이 시킨적도 꽤 있으니)을 모르는 척 하시는 딸기밭 아저씨.(이제 곧 또 시작이겠군)
무엇이든 해 먹으라고 갔다주시는 앞집 아저씨(아저씬 부자니깐 ㅋ)
길을 돌아가면서 까지 붕어빵과 호떡을 매일같이 갔다 주시는 붕어빵 아저씨(제일 고마워요!)
제사음식이라고 이것저것 갖다 주시는 분들(제주도는 제사지낼 때 빵을 올린다)
팔다남은 컵라면과 김밥을 종종 갔다 주시는 어디선가 매점을 하시는 분들(거의 유통기한이 달랑달랑 한 것들이지만)
군대 간 아늘녀석 생각난다고 뭐든 갔다주시던 어떤 어머님.
인사만 하면 어디든 공짜로 태워다 주시는 버스기사 분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시는 바로 옆집의 재선충병아저씨.
삼양파출소의 항상 친절하고 착한 송종옥 경사,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주는 송창훈 순경, 같이 노닥거려주는 이철우 순경
special thanks to… 입니다….^-^
또
같이 지낼때는 끔찍했지만 지나보니
애니메이션에나 나오던 악당 성격의 현존을 증명하던 이병윤 경위(정말 존재 자체가 놀라웠다)
나이를 거꾸로 먹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소유아적 유치함을 자랑하던 홍선욱 경위.
나태, 이기심, 무지의 삼박자로 경찰의 무능력을 그대로 대표하던 백기겸 경위.
몸에 밴 뺀질뺀질함과 불륜을 취미로 여겼던 이상만 경사.
조차도 이젠 흑백사진 컷들처럼 보이네…
어느새 추억이 되어버린 건가?
지금 함께 지내는 악마적인 현존들도
언젠가 추억으로 보일런지 모르겠다
감정이라는 것은 따지고 보면
한 줌 덩어리로도 존재할 수 없는 것.
그저 관계일 뿐이라서… 어떤 식으로 싸움을 진행하든
승자는 없을 것만 같다.
구조적 한계? 공간적 한계? 때문인지, 아닌지
어쨌든 대응이라는 것을 할라치면 상대자와 눈높이를 맞추어야 하는 것.
나를 속물로 만들어서는 안돼지-
난 소중하니깐 ㅋ
나는 하던대로 그냥 쭉 지내야겠다…
앞으로 여기서의 하루들은 Replay 되는 계절이라서 조금 더 식상하겠지만…
흐르는 시간은 나의 힘.
여기서 점프하듯 뛰쳐나갈 그 때를 생각한다면
더, 더 바쁘게 지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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