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6.12.] 지난 이야기

오늘 내가 예전에 일했던 곳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업무조건이 훠어어어~얼씬 좋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EX직장이란 코이카 단원을 오기 전에 일년정도 일했던 공연기획사를 말하는 것인데, 회사라고 하기에 너무 작아서- 사실 복리후생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에 다름없었으니깐. 대표 외의 인력을 그리 장기적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없는 곳이어서 저임금으로 젊은 인력을 몇 두는 것으로 족하는 곳이었지. 그에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 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는데, 내가 거기서 일했던 일년동안 휴가란 것을 간적이 있었나? 라는 물음이 들었다. 어? 이제보니 없네, 라는 답변. 그때 장기공연이 하나 끝나고 나서, 내일은 나오지 마. 라고 바로 전날에 언급되서 하루 쉰적은 있었지만. 주어진 휴가날을 내가 계획해서 쓴 적이라고는 없었다. 사실 내일은 나오지 마. 라고 했을 때도 일요일에 풀타임으로 일해서 그런 것이니 휴가라고 보기는 사실상 무리가 있지. 그리 보면 그저 일년을 휴가 한 번 간적없이 거기를 다녔었구나, 버텼었구나- 라고 풋- 하고 되내여본다. 사실 들어갈때부터 내가 그쪽 일에 전망을 가지고 한 것도 아니었고, 오래다닐 생각도 없었고 – 적당히 끝맺음 지을 날들을 기다리긴 했었지.

뭐, 그러다가- 여름에 예비군 훈련을 간다고 뻥치고 지산락페스티발을 풀타임으로 간적이 있기도 했지. 그때가 얼마나 달콤했던지. 사실 엄청난 고습폭염 속의 공연이었기 때문에 엄청난 체력을 요구했던 페스티발이긴 했지만- 지산에서 보내는 시간, 시간이 귀하기도 귀했다. 그리고 군중들이 한뜻으로 모여 어떤 열광으로 치닫아 갈때 찌릿찌릿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지 않은가.

“지금, 여기서 뭔가 큰 일이 일어날 지 몰라!!”

라는 것.

그런 어떤 찌릿찌릿함 속에 다들 소리를 지르고, 소리를 지르던 목구멍 깊숙히에선 각자 다른 소망들을 맺어놓았겠지. 그때 나는 아마도, 다 때려치워버려!!! 라는 소망을 맺어놓았던 것도 같다. 내 앞에서 노래해주는 이는 내 소망을 위한 무당으로, 같이 소리지르고 있는 치들은 나에게 동의를 해주는 지지자들로 간주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

만화 “20세기 소년” 에서 겐지가 학교 방송국을 점령하고 락음악을 틀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없던 평소와 같았듯이

공연은 끝나버리고 –

나는 그 다음날 기획사 사무소에서 하루종일 눈치를 보며 졸았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었느냐고 ?!

그렇지 않지. 그 일탈을 기억하고 있는 내가 남아있지 않은가.

우즈벡에서 관리요원으로 일한 지 꽤 된것 같은데

이제 2달이 채 되지 않았다.

아직, 일탈을 꿈꿀만큼 나는 지치지도 않았고

생각했던 것보다 (전의 일했던 곳들이 너무 후졌어서 그런가?!) 노동환경이 갠춘하다.

일하는 기간이 최대 딱 1년 11개월인 것도 마음에 든다.

계속 이렇게 일해야한다는 어떤 의무감도 없고,

언제 기회를 봐서 그만두지, 라는 고민을 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암튼, 전보다 나은 편.

힘들어져도 – 나는

지난 날 그랬듯이 – 일탈을 기대하면서 버틸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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