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4.23.] 92년 종로, 2012년 타슈켄트

내가 활동하는 기관 ‘세계경제외교대’ 에 한국어 학부는 전공학부가 아닌 제2외국어 수업을 담당하는 학부이다.

그래서 각자 학생들이 2학년때부터 제2외국어를 하나씩 선택해서 배우게 된다.

대학교 2학년부터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하기도 하고

수업배분시간도 그리 많은 편은 아니어서

사실 평균적으로 보면 제2외국어를 잘하는 학생은 그리 많지만은 않다.

한국어를 잘 하는 학생은 둘 중 하나인데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한국어를 배워서 이미, 잘하는 학생.

아니면,  혼자서 한국어에 관심과 열의가 높아서…. 한국교육원, 세종한글학교 같은 데를 다니면서 죽어라- 열심히 한 학생.

우밋은 그 중 후자에 속하는 학생이다.

한국어를 배운지 이제 2년 정도밖에 안되었는데,

매우 놀랍게도… 한국어를 꽤 잘한다. 일상회화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을 정도.

우밋은 한국 드라마, 영화, 노래를 정말 좋아해서….

간혹 이런 경우도 있다.

나 : 우밋 어제 TV에서 우즈벡 드라마를 봤는데요. 거기 주연배우 이름 알아요?

우밋 : 전 우즈벡 드라마를 안봐서 잘 모르는데요. 선생님. 한국드라마 *** 에서 여자배우 이름이 뭐였죠?>

나 : 난 한국 드라마를 안 봐서 잘 모르는데… ^^;;;

우밋 : ^^;;;

우밋이 한국 노래를 정말 좋아하는 지라

내가 갖고 있던 노래를 대강 추려서 막 USB 에서 줬는데

언젠가, 우밋이 노래방(우즈벡에 한국 노래방이 있었다. 지금은 영업정지지만) “가을방학” 의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학교 교실에서 뭔가를 하고 있는데, 우밋이 이 노래 요즘 좋아요. 하고 들려주는데……. 뭔가 했더니만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의 노래였다… ^^;;;

그리고 어제는…

지나가다가 우밋이 저 새 이름이 뭐냐고 묻는다.

나 : 아~ 저거 비둘기인데.

우밋 : 아, 비둘기? 아~ 저게 비둘기였어요?! 선생님 이것 좀 들어보세요.

그리고 어떤 노래를 들려준다. 요즘에 우밋이 즐겨 듣는 노래인데, 노래 가사 중에 비둘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들어보니…. 무슨 노래였냐 하면….

정태춘 “92년 장마, 종로에서”

였다.

그리고 노래의 의미를 묻는다. 슬픈 노래인 줄은 알겠는데 내용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묻는다

사실 자세하게 설명하기가 너무 힘든 일이었다.

대충….

옛날에 나쁜 정치가가 있어서, 시민들이고 학생들이고 다들 좋은 세상을 만들자고 싸웠었다.

그래서 그 나쁜 정치가는 결국 물러났는데, 그 대신 조금 덜 나쁜 정치가가 나왔다.

원래 사람들이 만드려는 세상은 정말 좋은 세상이었는데… 사람들이 조금 덜 나쁜 정치가가 나오니깐

그냥 이 정도면 됐다….  해버렸다. 그래서 가수가 왜 더 좋은 세상을 안 만들고 다들 포기하느냐 하고 비판하는 의미가 조금 있다

라는 식으로 설명했다. 대충 역사적인 의미가 너무 많은 노래여서 자세하게 설명할 순 없고

정말 정말, 단순하고 쉽게 보면 그렇게 볼 수 있다고 첨언했다.

그렇게 설명하니…

우밋이… 아 그… 시민들이랑 학생들이랑 싸웠던 것… 그 영화, 광주? 그거냐고 묻는다.

무슨 영화냐면 “화려한 휴가” 다.

내가 준 영화는 아니고, 한국어 사무실에  DVD가 있었던 것.

예전부터 우밋보고, 한국영화 중 어떤게 제일 좋았냐고 물으면 “화려한 휴가” 가 정말 슬펐다고 대답하고 했는데…

암튼… 그거 맞다고 했다. 비슷한 그때 얘기라고 했다.

휴…. 암튼 진땀뺐다…

설명하기 정말 어려운 것은 …

우밋이 한국 역사를 거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기가 우즈벡이기도 때문…

사실상… 이곳은

대통령제를 채택한 이 후로, 한번도 대통령이 바뀐 적이 없는 나라이다.

소련때 서기장을 했던 ‘그 분’ 이 여지껏 독재를 하는 곳.

그런데 우즈벡의 일반 시민, 학생들은 이를 전혀 독재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당연히 그렇게 되는 건 줄 알고, 현재 ‘그 분’ 이 정치를 잘 해서 우즈벡이 이렇게 살기 좋은 것이라고… 대부분 생각하고들 있다.

물론, 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정치적인 통제 또한 이뤄진다.

외국인에 대한 도청, 정보검열 (헉! 여기도 검열되면 난 추방이다 ㅠ )

그리고 테러 및 비상태세에  대비하기 위한 엄청난 수의 경찰력

(우즈벡은 경찰국가라고 불러도 될 만큼, 엄청난 수의 경찰들이 항상 곳곳을 배회한다)

암튼, 그런 상황때문에

정치 얘기를 할 때면, 스스로 움추려 들 수박에 없는 것.

건드리지 말 부분을 안 건드리면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것.

근데… 우밋의 취향은 참 독특하단 말야.

다른 우즈벡 학생들은 빅뱅이나 걸그룹을 좋아하는 데 말야 ㅋㅋ

암튼 내가 한국어 교사는 아니지만

누구에게 한국과 한국어를 배우는지가 참–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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