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사마르칸트 였다. 밤이 되었고 나는 카메라를 챙겨 나갔다. 찍으려는 대상이 딱히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산책 겸 사마르칸트 밤 풍경을 찍으려 했던 것 같다. 가로등이 많은 사마르칸트지만 그래도 어둡기 때문에 단렌즈를 챙겼다. 조금 걷다보니 레기스탄 근처 대로였다. 지난번 동기들과 함께 걸었을 때처럼, 그 깨끗하고 넓은 거리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우선 좀 걸었다. 저 앞에서 누군가 한 패거리가 나타났다. 조금 겁이 났지만 무시하고 걸었다. 그들과 내가 가까워질때쯤 그들이 내 어깨에 맨 카메라를 빼앗으려 했다. 저항했지만 그들이 완강한 힘으로 카메라를 빼앗었다.
그리고 꿈이 깼다.
오늘 사무실에서 얼핏 들은 바가 있었는데 페루에서는 거의 평상복 차림으로도 잘 못다닌다고 한다. 거의 거지꼴을 하고 다녀야만 절도 등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페루에 한 번 다녀왔다는 단원에게서 들은 얘기라니깐 믿을만한 이야기였다.
언젠가 코이카 파견 국가들을 전부 훑어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구미가 당기는 나라가 바로 페루였다. 멀고 먼 남미에 있고, 스페인어를 쓰고, 나라 크기도 그리 작지 않은데다가 바다를 끼고 있고, 가볼만한 곳도 많을 것 같고… 왠지 이름이 멋있고. 그래서.
그리고 오늘 밤 여기 집에 온 이후 처음으로 정전이 됐다. 우즈벡에선 종종 있는 일이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선 좀처럼 정전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아직 정전이 풀리지 않았다. 창 밖을 봐도 모두 새까만 것을 보니 이 쪽 지역에 전부 정전된 듯 하다. 저 멀리 마가진 젬축이 있는 꼭대기 층에 불이 켜진 것을 보아 광범위한 정전은 아닌 듯하다. 뭐 무섭거나 그런 것은 아닌데 잠 안오는 밤에 정전이 되버리니깐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노트북 배터리도 약 2시간밖에 안되니깐.
아무튼 내가 우즈벡의 수도 타쉬켄트에 있다는 것 자체가 수많은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밤에도 여기저기 나다닐 수 있고, 나름 문화생활이라고 하는 것들도 찾아 다녀볼 수 있는 환경이니깐.
그 가능성들을 가지고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떻게 성장할지가
바로 관건이라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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