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일찍 자는 데 실패. 도저히 8시에 일어날 리 만무했다. 6시 쯤 잠에 든 것 같으니깐. 그렇게 늦게 잘 줄은 몰랐다. 어제 밤 배가고파 오징어 맛 나는 발효치즈를 막 쥐어 뜯었던 것이 화근 인 것 같았다. 몸에 기운은 없고, 잠은 안오고… 결국 푸른 새벽 혹은 아침 즈음에야 잠에 겨우 든 거지. 그래도 패턴을 조금이나마 조정하고자 11시에 일어났다. 그것도 친구 덕택에 . 몸이 피곤해서 어디 집에 있으면 낮에 팩- 하니 쓰러져버릴 것만 같았고, 우선은 어디로든지 나가야겠다 싶었다. 간단히 아점이랍시고 배만 겨우 채워넣고 길을 나섰다.
바람이 솔솔- 부는 날씨.
매일 40도가 넘는 날씨 속에 오랜만에 만나는 솔솔 바람이었다. 마치 부하라에 갔을 때처럼.
“검정치마” 2집을 귀에 꽂고 걷는 데, 단순하게 날씨 하나 때문에 기운도 좀 나는 것 같고, 기분도 좋아졌다.
택시를 잡아타고 경제대학교에 갔다.
혹시나 하긴 했으나, 여권만 검사하고 들여보내줬다.
도서관은 생각보다 깨끗했다. 에어콘도 나오고 학생들도 득실대지 않으면서 텅 비어있지도 않고… 남의 시선 안 받을만한 구석탱이에 가서 자리 잡았다. 어댑터도 있어서 노트북에 전기까지 꽂고…. 역시나 또 액세스. 책으로 봤던 것을 한번씩 해보는 데, 흥미가 없어서 그런지 쉽게 진도는 나가지 않고 50페이지 가량 했으려나 하는데.. 도서관이 4시에 문을 닫는다더라 ! 여름방학이어서… 뭐 어쩔 수 없지. 사실은 액세스 하기가 너무 싫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지.
돌아오는 길은 걸어가기로 했다.
아… 자전거만 있었더라면 생각이 절로 들었지만, 뭐 우선 당분간은 없는데로 살아봐야지 하면서 걸었다. 그늘을 찾아서 걸으니 그다지 덥지 않았다.
운하 근처에 가서는 그 쪽으로 길을 틀었다.
멀리서 사람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회화의 한 풍경인 것만 았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사람들이 초록색(?) 물에 풍덩풍덩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근데… 돌이켜보면
…
나는 코이카에 떠나기 전에… 아마 거기가서 제일 잘 적응하는 것이란 현지 사람들이랑 똑같이 사는 걸꺼야.
무조건 현지 사람들이 먹는 것 먹고
길거리에서 파는 것도 여기 사람들 다 먹는 거니깐 라면서 가뿐하게 먹어주고
입는 것, 자는 것 다… 여기 기준에 맞춰 생활하는 것이
가장 잘 체험(?)하는 것이고, 가장 잘 사는 걸꺼야.
…
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뭇 다르지.
음식 적응이 잘 안되서 ‘젤린’ 혹은 ‘긴쟈’ 라면 끔찍해하고 (젤린은 여기 특유의 향신료. 싸아- 한 맛이 나는)
길거리에서 파는 정체모를 음료수들을 먹기는 어렵고
저 초록색 물에 풍덩풍덩 빠지는 것은 상상하기가 어렵지…
우즈벡은 라이프 스타일에 선택의 폭이 넓은지라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없으니깐… 이렇게 하던데로 살아갈 수가 있는 것 같다.
잘 하고 있는건지, 잘 못하고 있는 건지
판단은 안 서지만
언제가 아쉬워 할 수도 있을런지…
그러니.. 조만간 현지식당에 가서 샤슬릭이나 좀 뜯어야 겠다 ㅋㅋ
암튼… 기분좋은 냄새가 나는 운하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그 옆길을 걸으면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아직까지 한번도 지나보지 못했던 그 대통령길도 가보고…
역시나 기관총 든 경찰들이 한껏 여유를 부리고 있더군.
집 앞에 고양이들에게 인사를 해 주고
(역시 날 보면 토끼더군 =.= )
집으로 왔다.
도서관에서 있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그래도 새로운 곳에 갔다 왔다는 사실에
그리고 미래(수업이지만)를 준비하러 갔다는 것 때문에
그리고 오가는 잠깐의 산책이 좋아서…
나름 보람찬 하루라고 생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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