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에서 바라 본 우즈벡은 생각했던 것보다 이채로웠다. 아파서 제대로 보지도 못했지만, 불빛으로 범람하던 페르가나. 다음 번 너를 제대로 봐줄게, 하는 지키기 못할 약속을 하며 스쳐지나 간다. 여기가 나만간일까, 어딜까 할 때 쯤에 불빛들이 또 총총이 모여있다. 조금 더 지나니 불빛이 한산하다. 그래도 불빛이 끊어지는 곳은 별로 없었다. 드문드문이라도 가로등이 있어 작은 물줄기를 이루고 있었다. 타쉬켄트까지.
시커먼 대륙에 총총이 박아놓은 빛의 구조물들. 어찌보면 잔인하고,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예쁘다고 느끼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오로지 빛무리로 이뤄놓은 형상을 지켜보다보니 마치 이곳이 해안가인 것만 같았다. 총총 불을 밝힌 선박들과 작은 섬들 그리고 빛무리를 이루는 항구. 전에 제주도와 광주 사이를 왔다갔다 할 때 봤던 해안들은 참 예뻤지.
비행기를 탈 때마다 조금은 설레고, 신나면서 동시에 애틋해진다. 매번 제주도의 ‘그 곳’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탈 때도 그랬다. 위 에서 내려다보다 보면 이까짓 세상 머리 위에서 보면 별 것도 없구만, 시끌벅적 사소한 것에 목숨 걸면서 살 것 있나 그런 생각도 해보고, 이렇게 비행기를 타고 어디 새로운 곳으로 가 봤으면 좋겠다 생각도 해보고, 이것저것 추억도 되새김질 해보고, 내가 살면서 가장 멀리 떠날 곳은 어딜까.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 이런 곳 땅이나 밟아보고 죽으려나 이런 생각도 해보고… 스무번 넘게 탄 비행기인데도 이러고 있다. 한 50번 타다보면 질려서 그런 생각도 끊어질려나.
암튼 이번 여행은 너무 아파서(장염인듯) 제대로 보지도 못했지만, 뭐 사람들을 만난데 의의를 둬야지.
사실 여럿이서 함께 떠나는 여행은 같이 간 사람들끼리 노닥이는 재미라지.
이것저것 새로움을 맛보려면 혼자 떠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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