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 서울횡단

그의 기억 속에 서울이란 도시는

각 지하철역으로 분절되어 있어서

새로운 지하철역에 내리곤 할 때면

어떻게든 기억해두려는 듯 주변 상점이고, 지나가는 사람이고

유심히 봐두곤 했었다.

그것은, 은근 재미있는 것이었다.

마치 RPG 게임의 마을 순례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수많은 지하철역마다 펼쳐져 있는 건물들, 사람들, 거리, 길… 등등

“서울이란 그러고 보면 얼마나 풍요로운가!”

그렇게 생각했을 적도 있었다.

어쩌면 2003년 겨울을 떠올리면서,

자전거 폐달을 밟기 시작한 여정이 서울의 끝에 도달했을 때

이토록 허무하게 종결될지는 몰랐다.

혜화에서 안양직전에까지 폐달을 밟아오면서

그의 머릿속을 맴돌던 연속하고 있는 서울이란 공간의 형상은

‘이 괴물같은 도시’

란 것이었다.

끝없이 성장하려고만 하는 그 거대한 금속 유기체에게는

인간이란 안중에도 없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그렇기에…

서울 안 사람들의 삶에 매력이 있는 것은

그 괴물과 대결하면서

현재를 버텨내는

그 다양한 풍속사에 있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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