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허리를 꺾으면서 지나치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본 그 성문의 뒷편에 있어야 할 개들이 보이지 않았을 뿐더러
그것은
폐허였다.
폐허였고, 쓰레기더미였고, 철거의 현장이었다.
며칠 전부터 항시 집 앞에 지루한 듯 앉아 있던 개들이 보이지 않긴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달 전 찾아가 본 그 산동네가 너무 흉몰스럽다고는 생각하긴 했다.
그리고 그 흉몰의 몇몇 집들 대문에 붙어있는 철거 통지문을 보긴 했다.
그리고 집들을 허물고 낙산공원을 확장한다는 안내문을 보았던 기억도 났다.
그는 성문 뒷편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온갖 조각의 벽돌, 시멘트부터 해서
생활집기들, 쓰레기들….
더이상 쓸모 없을 3.5인치 컴퓨터 디스켓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저 편에선 어느 아주머니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었다.
다들 어디로 가게 된걸까?
그리고 그 개들은?
라는 궁금증과
“도대체 지금 나는 무슨 생각을,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거지?
무슨 생각을, 어떤 감정을 느껴야만 하는거지?”
라는 궁금증
그는 언제나 비켜서만 있어서……
난해한 것들을 곧잘 피해만 가지만
너무 쉬운 것들을 곧잘 난해하게 받아들이곤 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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