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유리로 된 건물이었지만 곁에 둔 창문조차 모조리 블라인더로 닫아두고 있었다.
사람들은 햇빛 대신에 유리로 된 인테리어들을 보면서 나름의 청량감을 얻고, 안심해 하는 것 같았다.
닫힌 공간에 있지 않다는 것, 갇혀있지 않다는 것.
누군가 당신을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집단 우리 같은 곳에 처박혀 있다는 것.
그 모든 것들을 망각하게 하고
아이디 카드가 없으면 화장실 조차 갈 수 없게 만든 그 곳에서
사람들은 복도를 걸으면서 산책했다.
아침에 그의 곁을 반복적으로 스쳐가던 여사원 둘은 점심때에도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그녀들은 이야기하다가 벽에 다다르면 돌아서 걷고를 반복하는 듯했다. 며칠전에도 그런식으로 만났던 사람들이었다. 그녀들은 그나마 그렇게라도 산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이들은 그나마도 하지 않거나, 할 수 없으며
보통의 다른 이들이 몸을 가장 격렬하게 움직이는 시간 때는 아마 양치질 하는 시간이 아닐까 한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식사 후, 거울앞에서 격렬하게 칫솔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
커다란 거울에 비춰지는 그의 얼굴을 응시했다.
여름이 되어도 살갗은 그리 타지 않았다. 그에게 이런 적은 거이 없던 일이었다.
뭔가 창백하고,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새벽에 일어나고, 밤 늦게 잠을 자면서 쌓여버린 피로가 얼굴에 누적되었던 것이다.
그의 옆에 서서 열심히 칫솔을 흔들어 대는 연구원들도 마찬가지 사정인 듯했다.
하얗지만 창백한 피부.
창백한 건물의 화장실에서
파리한 자신들을 마주보고 있는 그들은
슬픈 듯 칫솔을 휘둘러대고 있엇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