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6.30.] 맑고 튼튼한 유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냥 앉아서 동대문까지 가자, 동대문에서 바로 갈아타서 혜화로 가는거야. 집에 들어가서 무조건 컴퓨터를 켜는 거야. 미친듯이 인터넷을 하는거야. 재테크가 잘되고 있는지도 확인해보고, 들어 온 생활비로 뭘 살 수 있는지 알아보기도 하는거야. 오늘은 회사에서 저녁도 먹었어. 별 다르게 다른 데서 시간 때울 곳도 없어. 그리고 내일 아침도 6시에 일어나야 할려면 오늘 지금 이 시각부터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생활을 망가트리는 일이야.

자꾸만 되내여 보면서 지하철이 어서 가기를 바랬다.

그런데 언뜻 스치는 생각이, 1호선 종로쪽으로 가지 않던가?

그는 지하철 노선도를 꺼내보았다. 그리고 한참을 보았다.
역시나 시청역을 지나고 있었다.

그래, 구경하는 셈 치고 가자.

먼저 호기심이 강했던 셈이었다. 오후 내내 주억거렸던 그 인터넷 기사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지금 도대체 시청광장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런데 막상 시청역도 그렇고, 출구로 나와서도 별다른 기색이 없었다.
단지, 시청광장이 빈틈없이 닭장차들로 둘러쌓여 있었다.

둘러 볼 셈으로 광장을 삥 둘러 가니, 그때서야 조그만 닭장차들의 틈새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니었다. 틈새를 넘어서니 수많은 사람들의 운집이었다. 신부들과 수녀들도 다수 보였고, 스님도 몇몇 보였다.

오늘 인터넷 기사에서 보았던 그것임을 알 수 있엇다.

그리고 그는 한쪽켠에서 천주교 미사를 관조했다.

나약한 사람들이 의지하는 어떤 판타지라고 종교를 정의내린 바 있는 그는…

그 광경이 조금 생소했다.

권력자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는 미사라니…
찬송가 대신 “대한민국 헌법 1조” 를 부르자는 미사라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수많은 신앙인들이 운집해 기도를 드리고, 성격을 주어 삼겼지만

신앙인이든 비신앙이든 염원은 한결같았다.

우리가 바로 민주주의!

오늘 그의 눈에 비친 깃발은 광우병대책위 깃발 하나였다.

거의 대학생들끼리 모인 것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신앙인이 다수였고, ‘시민다운 시민’ 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던 그 시청광장.

그는 시민의 행동력을 대단하다고 여기면서

자기 자신만 예외적인 존재라고 여겼던 것일까?

그래서 망설였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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